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든든하다 — 배도 마음도 같은 말로 채우는 한국어

밥을 다 먹고 숟가락을 놓는 순간, 옆자리 한국 친구가 배를 툭 두드리며 말한다. “아, 든든하다.” 그런데 며칠 뒤 면접장으로 들어가는 당신에게 그 친구가 또 말한다. “내가 밖에서 기다릴게. 마음 든든하게 먹어.” 배에도 쓰고 마음에도 쓰는 이 말이 이상하게 느껴진다면, 지금이 이 단어를 제대로 배울 때다.

든든하다

든든하다 (deundeunhada) 의 뿌리에 있는 감각은 하나다. “속이 비어 있지 않다.” 위장이 비어 있지 않으면 속이 든든하고, 뒤를 받쳐 줄 사람이 비어 있지 않으면 마음이 든든하고, 아래가 비어 있지 않으면 기초가 든든하다. 영어로 옮기면 full, reassured, solid, firm으로 뿔뿔이 흩어지지만 한국어 화자의 머릿속에서 이 넷은 하나의 감각이다.

뜻과 뉘앙스

주의할 점은 든든하다가 ‘세다(strong)’가 아니라 ‘채워져 있다’ 쪽이라는 것이다. 흔들릴 만한 상황인데도 흔들리지 않는다는 안정감의 말이다. 그래서 배부르다 (baebureuda) 와도 다르다. 배부르다는 지금 이 순간 양이 찼다는 사실이고, 든든하다는 앞으로 몇 시간을 버틸 수 있겠다는 예감이다.

또 하나. 든든하다는 평가가 아니라 고백이다. “당신은 훌륭한 사람이다”가 아니라 “당신 덕분에 내 마음이 이렇게 되었다”는 말이다. 그래서 이 말을 들으면 칭찬받았다기보다 신뢰받았다는 기분이 든다.

국립국어원 사전으로 확인하기

든든하다 「형용사」

  1. 어떤 것에 대한 믿음이 있어 마음이 힘차다. [en] feeling reassured; feeling safe — Feeling reassured thanks to faith in something. [ja] こころづよい【心強い】 — あることへの信頼があって、心強い。 [es] seguro, confiado — Firme de actitud gracias a la confianza que se tiene en algo. [zh] 踏实 — 对某物有信心而内心充满力量。 —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 (krdict.korean.go.kr)
  1. 물건이나 몸이 알차고 튼튼하다. [en] strong; firm; robust — A thing or body which is robust and solid. [ja] がんじょうだ【頑丈だ】 — 物や体が充実していて、丈夫だ。 [es] resistente — Que un objeto o cuerpo es fuerte y sólido. [zh] 结实,强壮 — 东西或身体充实强大。
  2. 믿을 수 있을 정도로 속이 실하다. [en] sound; secure; solid — Reliably solid. [ja] たのもしい【頼もしい】 — 信じられるほど中身が濃い。 [es] fuerte — Estable, tanto que es fidedigno. [zh] 雄厚,稳固 — 内部壮实,可以信任。 —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 (krdict.korean.go.kr)
  1. 생각이나 뜻이 흔들림 없이 강하고 빈틈이 없다. [en] firm; resolute — A thought or opinion being unshakable, strong, and impeccable. [ja] けんごだ【堅固だ】 — 考えや意志が揺るぎなく強く、抜け目がない。 [es] consistente, sólido — Que un pensamiento o voluntad es firme y poco vacilante [zh] 坚定 — 想法或意志顽强且没有疏漏,毫不动摇。
  2. 먹은 것이나 입은 것이 충분하다. [en] full; enough — Eating or wearing a sufficient amount. [ja] 食べた物や着ている物が十分だ。 [es] suficiente — Que una comida digerida o ropa puesta es adecuada o suficiente. [zh] 耐饥,耐饱 — 吃的或穿的东西很充分。 —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 (krdict.korean.go.kr)

포르투갈어 대역어는 사전에 실려 있지 않아, 아래는 우리가 직접 옮긴 자체 번역이다: 1) sentir-se seguro 2) robusto 3) sólido, confiável 4) firme, inabalável 5) saciado.

사전이 함께 실은 실제 사용 예문도 보자.

아침에 건더기가 많이 든 북엇국 한 대접을 먹고 나왔더니 속이 든든하다. —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 (krdict.korean.go.kr)

북엇국은 말린 명태를 넣고 끓인 맑은 국으로, 한국에서 아침 해장국으로 자주 먹는다. 여기서 중요한 말은 ‘건더기가 많이 든’이다. 국물만 마신 게 아니라 씹을 것이 충분히 들어 있었기 때문에 점심때까지 버틸 수 있다 — 그 지속성이 든든하다의 핵심이다.

뒷심이 든든하다. 뒷줄이 든든하다. 기초가 든든하다. 마음이 든든하다. 뱃속이 든든하다. —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 (krdict.korean.go.kr)

  • 뒷심 (dwitsim) 은 끝까지 밀어붙이는 힘, 또는 뒤에서 받쳐 주는 힘이다. 승부의 후반부에 무너지지 않는 사람에게 쓴다.
  • 뒷줄 (dwitjul) 은 뒤에 서 있는 사람들, 즉 배경이나 인맥을 뜻한다. 기댈 곳이 있다는 말이다.
  • 기초 (gicho) 는 건물의 토대이자 실력의 바탕이다. 문법 기초가 든든한 학습자는 어려운 문장에서도 흔들리지 않는다.
  • 마음 (maeum)뱃속 (baetsok) 이 같은 서술어를 나눠 쓰는 이 장면이야말로, 한국어가 마음과 배를 하나로 본다는 증거다.

실제 대화로 보기

상황: 에밀리의 이사 당일 아침. 짐을 반쯤 옮기고 텅 빈 거실 바닥에 신문지를 깔고 앉아 순댓국을 먹는 중.

준경: 자, 국물부터 마셔. 이런 날은 뜨끈한 거 먹어야 돼. Here, drink the broth first. On a day like this you’ve got to eat something hot.

에밀리: 와… 속이 진짜 든든하다. 나 아침에 커피만 마시고 나왔거든. Wow… this really fills me up. I came out on just coffee this morning.

준경: 그러니까. 이사는 힘으로 하는 게 아니라 밥심으로 하는 거야. See? Moving isn’t done with muscle, it’s done on the strength of a good meal.

에밀리: 근데 오빠 진짜 일곱 시부터 와 있었어? 나 혼자였으면 아직 박스도 못 쌌어. But were you really here from seven? If I’d been alone I wouldn’t even have packed the boxes yet.

준경: 뭐 이런 걸로. 친구 좋다는 게 뭐야. It’s nothing. What are friends for?

에밀리: 아니야, 진짜로… 옆에 오빠 있으니까 마음이 든든해. No, seriously… having you here makes me feel so reassured.

상황별 활용 예문

1. 면접장 앞에서 (마음)

상황: 긴장한 친구를 배웅하며

“네가 밖에 있으니까 마음이 든든하다.” (nega bakke inneunikka maeumi deundeunhada) Knowing you’re outside makes me feel reassured.

2. 집을 나서는 아이에게 (배)

상황: 부모가 현관에서 하는 잔소리. 부사형 든든하게 (deundeunhage) 가 아주 흔하다.

“아침 든든하게 먹고 가.” (achim deundeunhage meokgo ga) Have a good filling breakfast before you go.

3. 회사에서 (사람에 대한 신뢰)

상황: 새 팀원이 첫 주부터 일을 야무지게 해냈을 때

“팀에 김 대리님 계셔서 든든해요.” (time Gim daerinim gyesyeoseo deundeunhaeyo) Having you on the team, Mr. Kim, makes me feel secure.

존댓말·반말과 비슷한 표현

  • 반말: 든든해 (deundeunhae) / 혼잣말 감탄은 든든하다 (deundeunhada) 그대로 쓴다.
  • 존댓말: 든든해요 (deundeunhaeyo) / 격식체 든든합니다 (deundeunhamnida)
  • 부사형: 든든하게·든든히 (deundeunhage / deundeunhi) — “든든히 챙겨 입어.”
표현쓰는 자리든든하다와의 차이
배부르다 (baebureuda)먹은 직후지금 양이 찼다는 사실만. 지속성이 없다
믿음직하다 (mideumjikada)사람 평가상대를 ‘평가’한다. 든든하다는 내 마음 상태를 말한다
안심되다 (ansimdoeda)걱정이 풀릴 때걱정이 먼저 있어야 성립. 든든하다는 걱정이 없어도 쓴다
튼튼하다 (teunteunhada)몸·물건물리적 강도. 마음에는 쓰지 않는다

문화 배경

한국 사람들이 인사말처럼 “밥 먹었어요?”라고 묻는 이유가 여기 있다. 밥은 영양이 아니라 상태다. 밥심 (bapsim) — 밥에서 나오는 힘이라는 단어까지 따로 있을 정도다. 그래서 한국 드라마에서 인물이 해고당하거나 이별한 다음 장면은 자주 국밥집이다. 위로의 말을 길게 늘어놓는 대신 뜨거운 국 한 그릇을 앞에 놓아 주고, 다 먹은 사람이 “이제 좀 든든하네” 하고 숨을 고르면 그것으로 회복이 시작됐다는 신호가 된다. 수능 날 새벽 어머니가 차리는 밥상, 명절에 상다리가 휘도록 올리는 음식, 이사 당일의 짜장면도 같은 문법이다 — 속을 채워 주는 일이 곧 마음을 받쳐 주는 일이다.

마무리 퀴즈

Q. 다음 중 ‘든든하다’를 쓸 수 없는 상황은?

  1. 아침에 국밥 한 그릇을 먹었더니 점심까지 속이 편안하다
  2. 처음 가는 병원에 친구가 같이 가 주기로 했다
  3. 20년 된 나무 책상이 흔들림 없이 튼튼하다
  4. 오늘 날씨가 맑고 기온이 높다
정답 보기

정답: 4번. 든든하다는 ‘속이 채워져서 흔들리지 않는다’는 감각에 쓴다. 날씨처럼 채워지고 비워지는 속이 없는 대상에는 붙지 않는다. 1번은 사전 뜻풀이 5번(먹은 것이 충분하다), 2번은 1번(믿음이 있어 마음이 힘차다), 3번은 2번(물건이 알차고 튼튼하다)에 해당한다.

이 글의 단어 뜻풀이와 예문은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krdict.korean.go.kr)에서 가져왔으며, 해당 부분(번역 포함)은 CC BY-SA 2.0 KR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배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