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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곡 (keobeogok) — 남의 노래가 내 무대가 되는 순간

커버곡

**커버곡 (keobeogok)**은 다른 가수가 이미 발표한 노래를 다른 사람이 자기 목소리와 방식으로 다시 부르거나 연주한 곡이라는 뜻이다. 유튜브 검색창에 좋아하는 아이돌 이름을 넣었을 때 공식 뮤직비디오 아래로 끝없이 따라 나오는 그 영상들, 금요일 밤 홍대 거리에서 통기타 하나로 히트곡을 부르는 버스킹 팀,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참가자가 선배 가수의 노래를 전혀 다른 편곡으로 들고나오는 무대 — 한국어에서는 이걸 전부 커버곡이라고 부른다.

한류 팬이라면 이 단어를 이미 눈으로는 수백 번 봤을 것이다. 한국 유튜브 영상 제목에는 [커버], 커버곡, 커버 무대 같은 말이 붙어 있고, 그 아래 댓글창에는 「원곡보다 좋다」는 말이 늘 달려 있다. 다만 눈으로 읽는 것과 입으로 쓰는 것은 다르다. 이 단어는 생각보다 자리를 가린다. 아무 데서나 부른 노래를 다 커버곡이라고 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커버곡의 전제는 하나다. 원곡 (wongok), 즉 원래의 곡이 따로 있다는 것. 커버는 원곡을 지우려는 시도가 아니다. 오히려 반대로, 듣는 사람의 머릿속에 원곡을 계속 불러 세워 놓고 그 위에 자기 해석을 얹는다. 댄스곡을 발라드로 늦추거나, 여자 가수의 곡을 남자 음역으로 옮기거나, 밴드 사운드를 피아노 한 대로 줄이는 식이다. 그래서 커버곡은 표절과 정반대편에 있는 말이다. 표절은 원곡을 숨기고, 커버는 원곡을 앞세운다.

동사로 쓸 때는 커버하다 (keobeohada) 가 된다. 「그 곡을 커버했어요 (geu gogeul keobeohaesseoyo)」처럼 쓴다. 명사 앞에 붙어서 커버 무대 (keobeo mudae), 커버 영상 (keobeo yeongsang), 커버 댄스 (keobeo daenseu) 같은 말도 만든다. 온도는 중립적이고, 팬도 쓰고 가수 본인도 쓰고 방송 자막에도 그대로 나온다. 비하하는 뜻은 전혀 없다 — 한국에서 커버곡은 실력을 증명하는 정식 무대에 가깝다.

실제 대화로 보기

상황: 금요일 저녁 홍대 걷고 싶은 거리. 버스킹 팀이 방금 한 곡을 끝내고 사람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에밀리: 어? 나 이 노래 아는데. 원곡이랑 완전 다르게 부르네. Huh? I know this song. They sang it completely differently from the original.

준경: 어, 커버곡이야. 원래는 댄스곡인데 통기타로 편곡했네. Yeah, it’s a cover. It’s originally a dance track, but they arranged it for acoustic guitar.

에밀리: 아, 그래서 가사만 익숙했구나. 근데 나는 이게 더 좋다. Ah, that’s why only the lyrics sounded familiar. Honestly, I like this version better.

준경: 그치? 나도 요즘 원곡보다 커버곡을 더 찾아 들어. Right? These days I look up covers more than the originals.

에밀리: 저 팀 이름 뭐야? 유튜브에 커버곡 올려놨으려나? What’s that team called? I wonder if they’ve put their covers up on YouTube.

준경: 있을걸. 아까 큐알 코드 세워놨잖아, 채널 있대. Probably. They had a QR code out — they said they’ve got a channel.

이렇게 쓰면 어색합니다

✗ (가수가 자기 데뷔곡을 다시 녹음하고서) 이번 앨범에 제 데뷔곡 커버곡을 넣었어요. ✓ 이번 앨범에 제 데뷔곡을 리메이크해서 넣었어요. → 커버곡은 남의 노래를 부를 때 쓰는 말이다. 자기 노래를 다시 부르거나 새로 녹음한 것은 리메이크(remake) 또는 재녹음이라고 한다.

✗ (노래방에서 나오면서 친구에게) 나 아까 세 시간 동안 커버곡 불렀어. ✓ 나 아까 세 시간 동안 노래방에서 노래 불렀어. → 문법은 맞지만 자리가 어긋난다. 커버곡에는 「남에게 들려주려고 무대에 올리거나 녹음한 결과물」이라는 무게가 있다. 놀러 가서 부른 노래를 커버곡이라고 하면, 친구끼리 부른 노래를 정색하고 작품이라 부르는 느낌이 된다.

상황별 활용 예문

1. 오디션 프로그램을 같이 보다가, 참가자가 20년 전 발라드를 들고나왔을 때

이번 무대는 90년대 발라드 커버곡이래. (ibeon mudaeneun gusipnyeondae balladeu keobeogok-irae.)

— 「-이래」는 들은 내용을 전하는 반말 어미다. 자막이나 MC가 말해 준 정보를 옆 사람에게 옮기는 자리에서 아주 흔하게 쓴다. 존댓말로는 「커버곡이래요」가 된다.

2.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사람이 자기소개를 할 때

저는 일주일에 한 번씩 커버곡을 올리고 있어요. (jeoneun iljuire han beonssik keobeogogeul olligo isseoyo.)

— 영상을 게시하는 행위에는 동사 올리다 (ollida) 를 쓴다. 「업로드하다」도 쓰지만 일상 대화에서는 「올리다」가 훨씬 자연스럽다.

3. 콘서트를 다녀와서 후기를 말할 때

앙코르에서 선배 가수 커버곡을 불렀는데 반응이 진짜 뜨거웠어요. (aengkoreueseo seonbae gasu keobeogogeul bulleonneunde banoungi jinjja tteugeowosseoyo.)

— 「반응이 뜨겁다」는 관객의 호응이 폭발적이었다는 뜻의 관용 표현이다. 공연·게시물 후기에 자주 붙는다.

존댓말·반말과 비슷한 표현

커버곡은 명사라서 그 자체에는 높임이 없다. 높임은 뒤에 붙는 서술어에서 갈린다. 친구에게는 「이거 커버곡이야」, 선배나 손윗사람에게는 「이거 커버곡이에요 / 커버곡입니다」가 된다. 물어볼 때도 마찬가지로 「커버곡이야?」와 「커버곡인가요?」로 나뉜다.

비슷해 보이지만 자리가 다른 말들을 견줘 보자.

표현온도·강도쓰는 자리
커버곡 (keobeogok)중립. 존중이 깔려 있음버스킹·경연 무대·유튜브 영상
리메이크 (rimeikeu)공식적이고 무게 있음정식 음원으로 다시 발표할 때
원곡 (wongok)중립. 기준점을 가리킴커버곡과 항상 짝으로 쓰임
자작곡 (jajakgok)자부심이 섞임직접 만든 곡임을 밝힐 때

특히 원곡은 커버곡을 말할 때 거의 반드시 따라 나오는 짝꿍이다. 「원곡이 더 좋아 (wongogi deo joa)」, 「원곡 가수가 누구야? (wongok gasuga nuguya?)」처럼 쓴다. 이 두 단어를 함께 익혀 두면 음악 이야기의 절반은 따라갈 수 있다.

문화 배경 — 커버로 문이 열리는 나라

커버곡은 영어 cover에 한자 곡(曲)을 붙여 만든 말이다. 외래어와 한자어가 한 단어 안에서 붙어 사는, 요즘 한국어에서 아주 흔한 조어 방식이다. 같은 방식으로 만들어진 형제 단어가 커버 댄스 (keobeo daenseu) 인데, 이쪽은 노래가 아니라 안무를 그대로 따라 추는 것을 말한다. 전 세계 K-pop 팬들이 참가하는 커버 댄스 대회가 매년 열릴 만큼 익숙한 말이다.

한국에서 커버곡이 유독 큰 자리를 차지하는 이유가 있다. 오랫동안 오디션 프로그램이 신인 가수의 주요 등용문이었고, 그 무대에서 참가자들이 부르는 노래는 대부분 커버곡이었기 때문이다. 자작곡이 아니라 이미 모두가 아는 노래를 부르기 때문에, 관객은 노래 자체가 아니라 그 사람의 해석과 목소리만 놓고 판단하게 된다. 실제로 지금 활동하는 여러 아이돌과 보컬리스트가 데뷔 전 올린 커버 영상으로 먼저 알려졌다. 한국에서 커버곡이 「따라 부르기」가 아니라 「자기를 증명하는 방식」으로 받아들여지는 배경이다.

그래서 커버곡을 평가하는 한국어 표현도 따로 발달했다. 원곡의 색을 지우고 자기 것으로 만들었다는 뜻의 「자기 것으로 소화했다 (jagi geoseuro sohwahaetda)」, 원곡을 훼손하지 않았다는 뜻의 「원곡을 잘 살렸다 (wongogeul jal sallyeotda)」 같은 말이 대표적이다. 소화하다(먹은 것을 삭이다)라는 몸의 동사를 노래에 갖다 쓴 것이 재미있다 — 남의 노래를 삼켜서 내 살로 만들었다는 그림이다.

드라마나 예능에서도 이 단어는 자막으로 자주 등장한다. 등장인물이 회식 자리나 축제 무대에서 유명한 노래를 부르면 화면 구석에 커버 무대라는 자막이 붙는 식이다. 한국 콘텐츠를 볼 때 이 단어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면, 그 장면이 「노래하는 장면」이 아니라 「누군가가 자기를 보여주는 장면」이라는 것도 함께 읽히게 된다.

오늘의 퀴즈

다음 중 **커버곡 (keobeogok)**을 가장 자연스럽게 쓴 문장은?

  1. 이번 앨범에 제 데뷔곡 커버곡을 다시 녹음해서 넣었어요.
  2. 저 팀은 유명한 발라드를 록으로 편곡해서 커버곡 무대를 했어요.
  3. 어제 노래방에서 친구들이랑 커버곡 세 시간 불렀어요.

정답은 2번이다. 1번은 자기 노래를 다시 부른 것이니 커버곡이 아니라 리메이크다. 3번은 놀러 가서 부른 노래라 그냥 「노래 불렀어요」가 자연스럽다. 2번에는 남의 곡, 자기 해석(록 편곡), 남에게 들려주는 무대 — 커버곡의 세 가지 조건이 모두 들어 있다.

오늘 배운 말을 써먹고 싶다면, 좋아하는 곡의 커버 영상을 하나 찾아 이렇게 댓글을 달아 보자. 원곡보다 좋은 커버곡이에요. (wongokboda joeun keobeogogieyo.)

이 글의 단어 뜻풀이와 예문은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krdict.korean.go.kr)에서 가져왔으며, 해당 부분(번역 포함)은 CC BY-SA 2.0 KR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배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