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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만 산다 — 내일의 나에게 전부 떠넘기는 한마디

오늘만 산다

**오늘만 산다 (oneulman sanda)**는 내일 일은 내일의 나에게 떠넘기고 오늘 하루의 즐거움에 전부를 걸겠다는 뜻이다. 밤 열한 시에 배달 앱을 켠 순간, 통장 잔고를 보고도 결제 버튼 위에 손가락을 올린 순간, 시험이 끝난 날 밤을 새우기로 마음먹은 순간 — 한국 사람들이 스스로에게 내리는 허락 같은 한마디다.

이 말이 나오는 타이밍을 보면 성격이 보인다. 오늘만 산다는 즐기는 도중에 나오지 않는다. 거의 언제나 지르기 직전, 그러니까 “이래도 되나” 하는 망설임이 한 번 스치고 난 뒤에 나온다. 그래서 이 말에는 자랑보다 변명의 냄새가 살짝 섞여 있다. 정말로 아무 생각 없는 사람은 이런 말을 하지 않는다. 내일이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이, 오늘 하루만 눈을 질끈 감기로 하면서 쓰는 말이다.

온도는 크게 세 갈래로 갈린다.

첫째, 나에게 쓸 때. 가장 흔한 쓰임이다. 오늘만 산다 (oneulman sanda) 한마디면 야식도, 충동구매도, 밤샘도 전부 통과된다. 신나면서 동시에 스스로를 놀리는 자조가 섞여 있어서, 듣는 사람도 웃으며 넘기게 된다.

둘째, 남을 보고 말할 때. “쟤 오늘만 사나 봐 (jyae oneulman sana bwa)”처럼 3인칭으로 쓰면 온도가 확 달라진다. 감탄일 때도 있지만, 대개는 “저러다 큰일 나겠다”는 걱정이나 가벼운 비판이 실린다. 도로에서 무리하게 끼어드는 차, 카드값 생각 없이 긁는 친구를 볼 때 나오는 말이다.

셋째, 각오로 쓸 때. “오늘만 산다는 마음으로 (oneulman sandaneun maeumeuro)”는 뜻이 살짝 비틀린다. 여기서는 낭비가 아니라 전력투구다. 내일 몸이 어떻게 되든 오늘 다 쏟아붓겠다는 뜻이라, 운동선수나 시험 전날 학생에게도 쓸 수 있다.

실제 대화로 보기

상황: 밤 10시 반, 동네 마트 마감 세일 코너. 카트에는 이미 초밥 두 팩과 치킨, 맥주가 쌓여 있다.

준경: 이거 봐, 반값이야. 한 팩만 더 담자. Look at this, it’s half price. Let’s grab just one more pack.

에밀리: 야, 너 지난주에 다이어트한다며. 헬스장 등록한 지 사흘 됐어. Hey, you said you were going on a diet last week. You signed up for the gym three days ago.

준경: 몰라, 나 오늘만 산다. 내일 두 배로 뛰면 되지. Whatever, I’m only living for today. I’ll just run twice as much tomorrow.

에밀리: 그 말 저번 달에도 했거든? 맨날 오늘만 살면 내일은 누가 사는데. You said that last month too. If you only live for today every day, who’s going to live tomorrow?

준경: 그럼 너도 하나 골라. 같이 오늘만 살자. Then pick something for yourself too. Let’s live for today together.

에밀리: …맥주는 내가 담을게. …Fine, I’ll get the beer.

마지막 줄이 이 표현의 사회적 성격을 보여준다. 오늘만 산다는 혼자 하는 선언 같지만, 실은 옆 사람을 끌어들이는 초대장에 가깝다. 같이 무너져 주면 죄책감이 반으로 줄기 때문이다.

이렇게 쓰면 어색합니다

✗ (회의에서 부장님께) 이번 분기 예산은 오늘만 산다는 마음으로 집행하겠습니다. ✓ (회의에서 부장님께) 이번 분기 예산은 과감하게 집행해 보겠습니다. → 돈·계약·안전처럼 책임이 걸린 자리에서 쓰면 농담이 아니라 무책임 선언으로 들린다. 이 말은 “내가 감당할 손해”에만 붙일 수 있다.

✗ (사업이 크게 망한 친구에게) 어차피 오늘만 사는 인생인데 뭘 그래. ✓ (같은 친구에게) 많이 속상하겠다. 오늘은 그냥 맛있는 거나 먹자. → 남의 손해 앞에서 쓰면 위로가 아니라 남 일 취급이 된다. 이 표현은 본래 자기 자신에게 내리는 허락이라, 남의 인생에 대신 붙여 주면 무례해진다.

상황별 활용 예문

① 월급날 밤, 장바구니에 담아만 두고 몇 달을 미뤄 둔 물건을 결국 결제하며

몰라, 이번 달은 오늘만 산다. 나 이거 지를래. oneulman sanda — Forget it, this month I’m living for today. I’m buying this.

“지르다 (jireuda)”는 충동구매를 뜻하는 일상어다. 오늘만 산다와 짝을 이루어 가장 자주 붙어 다니는 말이니 함께 외워 두면 좋다.

② 시험이 끝난 날 밤, 친구가 새벽 세 시에 게임 접속해 있는 걸 보고

너 내일 아침 아홉 시 수업 아니야? 진짜 오늘만 사는구나. Don’t you have a 9 a.m. class tomorrow? You really are living for today.

여기서는 3인칭 쓰임이다. 비난까지는 아니고, 어이없어하면서도 웃는 온도다.

③ 마라톤 마지막 구간, 다리가 풀린 동료를 향해

3킬로 남았어. 오늘만 산다는 마음으로 뛰자. Three kilometers left. Let’s run like today’s the only day we’ve got.

같은 말인데 낭비가 아니라 전력투구가 됐다. 뒤에 “~는 마음으로”가 붙으면 뜻이 이쪽으로 기운다.

존댓말·반말과 비슷한 표현

먼저 알아 둘 것이 하나 있다. 오늘만 산다에는 자연스러운 존댓말 형태가 사실상 없다. 문장 끝의 “-ㄴ다”가 해라체 서술형, 즉 구호나 선언에 쓰는 어미이기 때문이다. 굳이 윗사람 앞에서 쓴다면 “오늘만 산다는 마음으로 해 보겠습니다”처럼 인용해서 각오를 밝히는 형태로만 가능하고, 놀러 가거나 돈을 쓰는 맥락이라면 오늘은 좀 즐기려고요 (oneureun jom jeulgiryeogoyo) 쪽이 훨씬 안전하다.

표현온도·강도쓰는 자리
오늘만 산다 (oneulman sanda)신나면서 자조적, 중강도또래·SNS·혼잣말. 윗사람 앞에서는 피함
욜로 (yollo)가볍고 유행어 티가 남소비·여행 이야기. 지금은 살짝 옛말 느낌
내일이 없다 (naeiri eopda)더 세고 아슬아슬함폭식·과소비·무모함을 3인칭으로 묘사할 때
될 대로 돼라 (doel daero dwaera)체념·자포자기즐거움이 아니라 포기에 가까움
오늘은 좀 즐기려고요 (oneureun jom jeulgiryeogoyo)정중하고 중립윗사람·처음 만난 사람에게

특히 될 대로 돼라와 헷갈리지 말자. 오늘만 산다는 신이 나 있고, 될 대로 돼라는 지쳐 있다. 앞의 것은 치킨을 시키고, 뒤의 것은 이불을 덮는다.

문화 배경 — 살다에서 산다로

조어 자체는 투명하다. 오늘(today) + 만(only) + 살다(to live). 다만 학습자가 자주 걸려 넘어지는 지점이 하나 있다. 왜 “오늘만 살다”가 아니라 “오늘만 산다”일까?

한국어에서 동사에 현재 시제 서술형 어미 “-ㄴ다/-는다”가 붙을 때, 어간이 ㄹ로 끝나면 그 ㄹ이 떨어진다. 살다 → 사 + ㄴ다 → 산다. 같은 규칙으로 알다 → 안다, 놀다 → 논다, 만들다 → 만든다가 된다. 그리고 이 “-ㄴ다” 형태는 일기·기사·구호처럼 선언하는 문장에 쓰이는 어미다. 그래서 오늘만 산다는 문법적으로 이미 “나는 이렇게 하기로 했다”는 깃발 같은 어조를 품고 있다. 이 표현이 유독 자막이나 SNS 게시글 제목으로 잘 어울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실제로 한국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 출연자가 산더미 같은 음식을 앞에 두거나 큰맘 먹고 무언가를 지르는 장면에서 화면 위에 이 다섯 글자가 큼직하게 얹히는 걸 자주 볼 수 있다. 대사가 아니라 자막으로 붙는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 말은 인물의 행동에 붙이는 해설로도, 인물 스스로의 선언으로도 다 쓰이는 것이다.

2010년대 중후반, 한국에서는 영어권의 YOLO 정서가 크게 유행했고 오늘만 산다는 그 감각을 한국어 문장으로 옮긴 표현처럼 함께 쓰였다. 다만 유행어 티가 나는 “욜로”와 달리 이 말은 평범한 한국어 문장 그 자체라서, 유행이 지나간 뒤에도 어색해지지 않고 그대로 살아남았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비슷한 시기에 사랑받은 **소확행 (sohwakhaeng, 작지만 확실한 행복)**과는 결이 다르다. 소확행은 작은 것을 오래 아끼는 태도이고, 오늘만 산다는 오늘 하루에 몰아 쓰는 태도다. 한국어 학습자가 이 둘을 나란히 놓고 보면, 같은 시대를 살아낸 두 가지 다른 대답이 보인다.

오늘의 퀴즈

다음 중 **오늘만 산다 (oneulman sanda)**를 쓰기에 가장 자연스러운 상황은?

  1. 부장님께 다음 분기 사업 계획을 보고하는 자리에서
  2. 월급날 밤, 친구와 배달 앱을 켜 놓고 시킬까 말까 고민하는 중에
  3. 사업이 망해 힘들어하는 친구를 위로하면서
  4. 처음 만난 거래처 담당자와 계약서에 서명하기 직전에
정답 보기

정답: 2번

이 표현은 ① 내가 감당할 손해에 대해 ② 지르기 직전에 ③ 또래에게 쓰는 말이다. 2번은 세 조건을 모두 만족한다. 1번과 4번은 책임이 걸린 공적인 자리라 무책임하게 들리고, 3번은 남의 인생에 대신 붙인 경우라 위로가 아니라 무심함이 된다.


이 글의 단어 뜻풀이와 예문은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krdict.korean.go.kr)에서 가져왔으며, 해당 부분(번역 포함)은 CC BY-SA 2.0 KR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배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