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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홀리데이 — 일하며 여행하는 1년, 한국 청춘의 통과의례

워킹홀리데이

**워킹홀리데이 (wokinghollidei)**는 두 나라가 서로 협정을 맺어, 정해진 나이대의 청년이 상대 나라에 일정 기간 머무는 동안 여행도 하고 합법적으로 일도 할 수 있게 해 주는 제도, 또는 그 제도로 받는 비자를 뜻한다. 인천공항 출국장에 24인치 캐리어 두 개를 끌고 온 스물여섯 살과, 그 앞에서 눈이 붉어진 부모님이 함께 서 있다면, 열에 아홉은 이 단어와 관련된 장면이다. 유학처럼 학교에 등록하는 것도 아니고, 해외 취업처럼 회사가 불러 주는 것도 아니다. 본인이 직접 신청해서 비자를 받고, 가서 일자리를 구하고, 번 돈으로 그 나라를 돌아다니는 1년. 그래서 한국에서 이 말은 제도 이름이면서 동시에 “인생의 한 챕터” 이름처럼 쓰인다.

말의 구조는 단순하다. 영어 working holiday를 소리 나는 대로 옮긴 외래어다. 일(working)과 휴가(holiday)가 한 단어에 붙어 있다는 점이 이 제도의 성격을 그대로 말해 준다. 관광 비자로는 돈을 벌 수 없고, 취업 비자로는 마음대로 그만두고 몇 달씩 여행을 다니기 어렵다. 그 사이에 낸 문이 워킹홀리데이다.

조건은 나라마다 다르지만 공통점이 있다. 첫째, 나이 제한이 있다(대개 만 18세부터 30세 전후까지). 둘째, 기간이 정해져 있다(보통 1년, 조건을 채우면 연장해 주는 나라도 있다). 셋째, 한 나라에 대해 보통 평생 한 번만 쓸 수 있다. 그래서 이 단어에는 늘 “기한”의 그림자가 있다. 한국인이 워킹홀리데이 이야기를 할 때 목소리에 묘한 조급함이 섞여 있다면, 대개 이 때문이다.

같이 붙어 쓰이는 말도 정해져 있다. 워킹홀리데이를 가다 (wokinghollideireul gada), 떠나다 (tteonada), 신청하다 (sincheonghada), 다녀오다 (danyeooda). 비자 이야기라면 워킹홀리데이 비자 (wokinghollidei bija), 준비 단계라면 워홀 준비 (wohol junbi). 줄여서 **워홀 (wohol)**이라 하고, 그 비자로 나가 있는 사람은 **워홀러 (woholleo)**라고 부른다. 줄임말이 생기고 거기에 ‘-러’까지 붙었다는 사실 자체가, 이 말이 한국 청년들의 일상어로 완전히 자리 잡았다는 표시다.

실제 대화로 보기

상황: 토요일 오후, 준경의 집 거실. 창고에서 꺼낸 큰 캐리어의 먼지를 털고 있다.

준경: 이거 아직 쓸 만하지? 사촌동생이 다음 달에 캐나다 간다고 해서. Is this still usable? My cousin’s leaving for Canada next month.

에밀리: 어, 유학? 아니면 워홀? Oh, to study? Or on a working holiday?

준경: 워킹홀리데이. 비자 나왔다고 어제 단톡방에서 엄청 자랑하더라. A working holiday. He bragged like crazy in the group chat yesterday that his visa came through.

에밀리: 잘됐네! 첫 달은 무조건 사람 많은 데서 살라고 해. 처음부터 시골 농장 가면 진짜 외로워. That’s great! Tell him to live somewhere crowded for the first month. If he heads straight to a countryside farm, it gets really lonely.

준경: 야, 너도 워홀로 온 거였어? Hey, did you come here on a working holiday too?

에밀리: 아니, 나는 교환학생. 근데 그때 룸메이트가 워홀러였어. 1년 벌어서 그 돈으로 또 1년 돌아다녔지. No, I came as an exchange student. But my roommate back then was on a working holiday. She worked a year, then traveled another year on that money.

이렇게 쓰면 어색합니다

✗ (대사관 비자 창구에서) 저 워홀 신청하러 왔는데요. ✓ (대사관 비자 창구에서) 저 워킹홀리데이 비자 신청하러 왔는데요. → ‘워홀’은 또래끼리 쓰는 줄임말이다. 창구·서류·면접처럼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줄이지 않고 말하는 편이 안전하다. 이력서에도 “워홀 1년”이 아니라 “워킹홀리데이로 1년”이라고 쓴다.

✗ (한국에서 10년 넘게 일한 외국인 동료에게) 혹시 워홀로 오신 거예요? ✓ 한국에 오시게 된 계기가 있으세요? → 워킹홀리데이는 짧게 머무는 청년의 제도다. 오래 정착해 일하는 사람에게 단정해서 물으면 “잠깐 놀러 온 사람” 취급처럼 들릴 수 있다. 체류 자격은 먼저 묻지 않는 것이 예의에 가깝다.

상황별 활용 예문

1. 떠나기 전, 회사 사람들에게 인사할 때

저 다음 달에 호주로 워킹홀리데이 가요. 1년 있다가 돌아올 것 같습니다. (jeo daeum dare hojuro wokinghollidei gayo. il nyeon itdaga doraol geot gatseumnida.)

퇴사 인사 자리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문장이다. ‘가다’ 앞에 목적지를 ‘-(으)로’로 붙이는 것이 기본형이다. 상대가 윗사람이면 뒤 동사를 ‘가요/갑니다’로 높이면 된다.

2. 면접이나 이력서에서 그 1년을 설명할 때

워킹홀리데이로 캐나다에서 1년 지내면서 카페에서 일했습니다. (wokinghollidei-ro kaenadaeseo il nyeon jinaemyeonseo kapeeseo ilhaetseumnida.)

여기서는 ‘워킹홀리데이로’, 즉 수단·자격을 뜻하는 ‘-로’를 쓴다. 공백기가 아니라 경험으로 읽히게 만드는 문장이라, 한국 취업 시장에서는 이 한 줄을 어떻게 쓰는지가 꽤 중요하게 다뤄진다.

3. 친구끼리, 붙었다는 소식을 전할 때 (반말)

야, 나 워홀 붙었어! 다음 주에 비자 나온대. (ya, na wohol butteosseo! daeum jue bija naondae.)

나라마다 추첨이나 선발이 있는 경우가 있어서 ‘붙다/떨어지다’를 시험처럼 쓴다. 다녀온 뒤에는 “워홀 다녀오고 나서 영어 듣는 귀가 좀 트였어 (wohol danyeoogo naseo yeongeo deutneun gwiga jom teuyeosseo)”처럼 ‘다녀오다’와 짝을 이룬다.

존댓말·반말과 비슷한 표현

워킹홀리데이는 명사라서 그 자체에 높임이 없다. 높임은 뒤에 오는 동사에서 결정된다. 윗사람에게는 “워킹홀리데이 가신다고 들었어요”, 친구에게는 “워홀 가?”가 된다. 다만 명사 자체를 줄일지 말지가 사실상 말투를 결정한다 — ‘워홀’은 반말과 짝이 되고, ‘워킹홀리데이’는 격식과 짝이 된다.

표현온도·강도쓰는 자리
워킹홀리데이 (wokinghollidei)중립, 정식 명칭서류·면접·처음 만난 사람. 어디서나 안전
워홀 (wohol)가볍고 편함또래·SNS·준비 카페. 공식 문서엔 안 씀
워홀러 (woholleo)친근한 별칭그 비자로 나가 있거나 다녀온 사람을 가리킬 때
어학연수 (eohangyeonsu)중립목적이 공부일 때. 학원에 다니며 배우는 쪽
해외 취업 (haeoe chueop)무겁고 진지취업 비자로 정식 채용된 경우. 기한 뉘앙스가 없다
배낭여행 (baenangyeohaeng)설레고 가벼움돈을 벌지 않는 순수한 여행

같은 1년 해외 체류라도 어느 단어를 고르느냐에 따라 듣는 사람이 그리는 그림이 완전히 달라진다. ‘어학연수’는 부모님이 학비를 냈을 것 같고, ‘해외 취업’은 자리를 잡았다는 뜻이고, ‘워홀’은 스스로 벌어서 버텼다는 뜻으로 읽힌다.

문화 배경 — 나이가 정해 놓은 문

한국에서 이 단어가 특별한 무게를 갖는 이유는 나이 제한 때문이다. 서른 즈음이 되면 이 문은 조용히 닫힌다. 그래서 스물 몇 살의 대화에는 “지금 아니면 못 가”라는 말이 늘 따라붙고, 서른 중반이 넘은 사람은 “나는 워홀 갈 나이 지났지”라고 웃으며 말한다. 다른 여행 관련 단어에는 없는, 유통기한이 붙은 말인 셈이다.

2000년대 후반부터 2010년대까지 호주와 캐나다로 향한 워홀 붐이 있었고, 그 시기를 지나며 이 말의 이미지도 두 겹이 되었다. 한쪽에는 “영어가 트이고 인생관이 바뀐다”는 기대가 있고, 다른 한쪽에는 농장과 공장에서 새벽에 일어나 손이 부르트게 일했다는 현실이 있다. 지역 농장에서 일정 기간 일하면 체류를 연장해 주는 나라도 있어서, 워홀러들 사이에서는 어느 농장이 사람을 어떻게 대우하는지가 실질적인 정보로 오간다. 요즘 유튜브에 “워홀 현실” 같은 제목의 냉정한 후기 브이로그가 많은 것도 그래서다.

방향이 한쪽만은 아니다. 한국도 협정 상대국 청년들을 받는 쪽이어서, 일본·대만·프랑스 등에서 온 20대가 워홀 비자로 서울의 카페나 학원, 게스트하우스에서 일하며 1년을 보낸다. 한국어 학습자에게 이 단어가 남의 이야기가 아닌 이유다.

마지막으로 하나. 한국인 친구가 술자리에서 “나 워홀 갈까?”라고 꺼냈다면, 그건 여행 계획 이야기가 아니다. 회사를 그만둘까, 이 진로가 맞을까 하는 이야기를 가장 가벼운 단어에 얹어 꺼내 본 것이다. 그때는 “어디 갈 건데?”보다 “요즘 힘들어?”가 더 맞는 대답이다. 단어의 뜻만 아는 것과, 그 단어가 어떤 온도로 놓이는지 아는 것의 차이가 여기서 갈린다.

오늘의 퀴즈

다음 중 ‘워킹홀리데이’를 가장 자연스럽게 쓴 문장은?

① 저희 부장님은 워킹홀리데이로 3년 동안 미국 지사에 계셨어요. ② 저 스물다섯 살 때 뉴질랜드로 워킹홀리데이 다녀왔어요. ③ 이번 주말에 부산으로 워킹홀리데이 갈까?

정답 보기

정답: ②

①은 회사가 보낸 해외 주재·파견이다. 워킹홀리데이는 개인이 직접 신청하는 제도이고, 기간도 보통 1년이라 “3년 동안 지사에”와 맞지 않는다. ‘부장님’이라는 호칭에서 이미 나이 조건도 어긋난다. ③은 국내 여행이다. 워킹홀리데이는 협정을 맺은 다른 나라로 나가는 제도라서 국내에는 쓸 수 없다. 이때는 “부산으로 여행 갈까?”가 맞다. ②는 나이·목적지·‘다녀오다’가 모두 자연스럽게 맞물린 문장이다.

이 글의 단어 뜻풀이와 예문은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krdict.korean.go.kr)에서 가져왔으며, 해당 부분(번역 포함)은 CC BY-SA 2.0 KR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배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