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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시다 — 한국어에서 가장 조심스럽게 발음되는 말

돌아가시다

**돌아가시다 (doragasida)**는 ‘죽다 (jukda)‘의 높임말로, 웃어른이나 존경하는 사람이 생명을 잃었다는 뜻이다. 한국어를 몇 년 배운 사람도 이 단어 앞에서는 한 번 멈칫한다. 뜻을 몰라서가 아니라, 이 말이 오가는 자리가 늘 무겁기 때문이다. 새벽에 도착한 부고 문자, 며칠 연락이 끊겼던 친구가 검은 옷을 입고 나타난 자리, 할머니 얘기를 하다가 문득 조용해지는 밥상 — 한국 사람들은 그런 자리에서 ‘죽었다’라고 하지 않는다. **돌아가셨다 (doragasyeotda)**라고 한다.

이 단어의 구조를 먼저 뜯어보면 나머지가 전부 이해된다. **돌아가다 (doragada)**에 주체를 높이는 어미 **-시- (-si-)**가 붙은 형태다. 즉 높임이 단어 안에 이미 박혀 있다. 그래서 초급 학습자가 가장 자주 놓치는 규칙이 여기서 나온다 — 친구에게 반말로 말할 때도 -시- 는 빠지지 않는다. 높이는 대상이 듣는 사람이 아니라 문장의 주어, 곧 돌아가신 분이기 때문이다. 친구에게 “우리 할머니 돌아가셨어 (uri halmeoni doragasyeosseo)“라고 말하지, “우리 할머니 죽었어”라고 하면 듣는 친구가 먼저 놀란다.

대상은 원칙적으로 사람이다. 그중에서도 나와 나의 청자가 존중해야 할 사람이다. 내 부모, 조부모, 선생님, 상사의 가족, 이웃 어르신 — 이들에게는 예외 없이 이 말을 쓴다. 반대로 감정을 싣지 않아야 하는 자리, 예컨대 뉴스 보도나 사망 진단서에서는 이 말이 오히려 어색해진다. 애도가 묻어 있는 단어이기 때문이다.

국립국어원 사전으로 확인하기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은 이 단어를 이렇게 풀이한다.

돌아가시다 (동사) (높임말로) 생명을 잃다. [en] pass away; decease — (honorific) To lose one’s life. [ja] なくなられる【亡くなられる】 — 命を落とすことを表す尊敬語。 [es] fallecer, pasar a mejor vida — (TRATAMIENTO HONORÍFICO) Perder la vida. [zh] 去世 — (尊称)失去了生命。 —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 (krdict.korean.go.kr)

뜻풀이가 단 한 줄이라는 점을 눈여겨보자. “생명을 잃다” 앞에 붙은 **(높임말로)**라는 괄호 하나가 이 단어의 전부다. 의미는 ‘죽다’와 완전히 같고, 다른 것은 오직 태도다. 포르투갈어 번역은 사전에 실려 있지 않아 참고용으로 옮기면 falecer / partir desta para melhor 정도가 되겠다(이 부분만 자체 번역이다).

사전에 실린 실제 사용 예문을 그대로 옮긴다.

항상 자신보다 교회를 위하시던 김 목사님이 돌아가시다니 너무 안타까워. —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 (krdict.korean.go.kr)

혼잣말에 가까운 탄식이다. 문장 끝의 **-다니 (-dani)**는 ‘믿기지 않는다’는 감정을 싣는 어미다. 이 단어가 실제 대화에서 가장 자주 붙는 짝이기도 하다.

건강하시던 선생님께서 그렇게 갑자기 돌아가시다니 믿을 수가 없어요. —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 (krdict.korean.go.kr)

**-던 (-deon)**으로 과거의 모습을 먼저 그려 놓고 죽음을 잇는 구조에 주목하자. ‘건강하시던’, ‘정정하시던’, ‘위하시던’ — 살아 계실 때의 모습을 한 번 불러낸 뒤에 소식을 말하는 것이 한국어 애도 표현의 전형적인 리듬이다.

그렇게 정정하시던 분이 돌아가시다니 뭐라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 (krdict.korean.go.kr)

유족 앞에서 실제로 하는 말이다. “뭐라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mworo deuril malsseumi eopseumnida)“는 위로의 말을 못 찾겠다는 뜻이 아니라, 그 자체가 완결된 조문 인사다. 한국 장례식장에서는 말을 길게 하지 않는 것이 예의다.

노모가 돌아가시다. —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 (krdict.korean.go.kr)

감정 표현 없이 사실만 적은 사전형 문장이다. **노모 (nomo)**는 ‘늙은 어머니’를 뜻하는 한자어로, 글에서 주로 쓴다.

급살로 돌아가시다. —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 (krdict.korean.go.kr)

**급살 (geupsal)**은 예고 없이 갑자기 닥친 죽음을 가리키는 옛말이다. 요즘 대화에서는 잘 안 쓰지만, 어르신들 말씀이나 옛 소설에서 만나면 ‘갑작스럽게’로 읽으면 된다.

실제 대화로 보기

상황: 장례식장 1층 로비. 조문을 마친 에밀리가, 잠깐 바람 쐬러 나온 상주 준경과 마주쳤다. 밤 열한 시가 넘었다.

준경: 에밀리, 이 시간에 여기까지 와줘서 고마워. Emily, thank you for coming all the way here at this hour.

에밀리: 무슨 소리야. 할머니 돌아가셨다는 얘기 듣고 바로 나왔지. What are you talking about? I left the moment I heard your grandmother passed away.

준경: 어제 새벽에… 주무시다가 그냥 가셨어. 아프지도 않으셨고. Yesterday at dawn… she just went in her sleep. She wasn’t even in pain.

에밀리: 나 아까 방명록 앞에서 한참 서 있었어. ‘죽었다’는 도저히 못 쓰겠더라고. I stood in front of the guest book for ages earlier. I just couldn’t bring myself to write “died.”

준경: 잘했어. 그럴 땐 그냥 “돌아가신 할머님, 편히 쉬시길” 이렇게 쓰면 돼. You did well. In that case you just write, “May the late grandmother rest in peace.”

에밀리: 아… 나 처음 한국 왔을 때 할머니가 김치 담가주셨는데. Ah… when I first came to Korea, your grandmother made kimchi for me.

이렇게 쓰면 어색합니다

✗ 우리 집 강아지가 어제 돌아가셨어요. ✓ 우리 집 강아지가 어제 죽었어요. / 무지개다리를 건넜어요 (mujigaedarireul geonneosseoyo). → 돌아가시다는 사람, 그것도 높여야 할 사람에게만 쓴다. 반려동물에게 쓰면 듣는 사람이 순간 멈칫한다. 아끼는 마음을 담고 싶다면 ‘무지개다리를 건너다’라는 완곡어가 있다.

✗ (뉴스 앵커) 사고 차량 운전자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돌아가셨습니다. ✓ (뉴스 앵커) 사고 차량 운전자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습니다 (sumjyeotseumnida). → 보도문은 감정을 빼고 사실만 전한다. 돌아가시다에는 화자의 애도가 실려 있어서, 이름도 모르는 사람의 죽음을 공적으로 전할 때는 오히려 부자연스럽다. 뉴스에서는 ‘숨지다’, ‘사망하다’를 쓴다.

상황별 활용 예문

1) 상을 당한 직장 동료에게 (가장 격식 있는 자리)

부친께서 돌아가셨다는 소식 들었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Buchinkkeseo doragasyeotdaneun sosik deureotseumnida. Samga goinui myeongbogeul bimnida.) I heard the news that your father passed away. My deepest condolences.

뒤에 붙은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는 한국에서 사실상 정해진 조문 인사다. 문자로 보내도 되고, 빈소에서 짧게 말해도 된다. 이 문장 하나면 충분하고, 더 보태지 않는 편이 낫다.

2) 친구에게 담담히 (반말이지만 -시- 는 그대로)

우리 외할아버지 지난달에 돌아가셨어. 아흔둘이셨어. (Uri oeharabeoji jinandare doragasyeosseo. Ahundurisyeosseo.) My maternal grandfather passed away last month. He was ninety-two.

반말 종결어미 ‘-어’를 쓰면서도 ‘돌아가시-‘의 -시- 는 살아 있다. 친구는 낮추지만 할아버지는 낮추지 않기 때문이다. 이 문장을 자연스럽게 말할 수 있으면 한국어 높임법의 절반은 몸에 들어온 셈이다.

3) 오래전 일을 처음 꺼낼 때

저희 어머니는 제가 열 살 때 돌아가셨어요. 그래서 김치는 아버지한테 배웠어요. (Jeohui eomeonineun jega yeol sal ttae doragasyeosseoyo. Geuraeseo gimchineun abeojihante baewosseoyo.) My mother passed away when I was ten. So I learned to make kimchi from my father.

한국 사람들은 이런 이야기를 무겁게 끌지 않고 다음 문장으로 바로 넘어가는 일이 많다. 듣는 사람도 “아, 그러셨구나” 정도로 짧게 받고 화제를 이어가는 것이 오히려 배려다.

존댓말·반말과 비슷한 표현

먼저 알아둘 것 — 돌아가시다에는 따로 반말형이 없다. 높임의 -시- 는 고정이고, 종결어미만 오르내린다. 돌아가셨습니다 → 돌아가셨어요 → 돌아가셨어. 세 개 다 고인을 높이고 있다.

표현온도·강도쓰는 자리
돌아가시다 (doragasida)정중하고 조심스럽다. 애도가 실려 있다웃어른·존경하는 사람. 일상 대화부터 빈소까지
죽다 (jukda)직설적·중립. 감정이 없다동식물, 객관적 서술, 자조적인 농담. 웃어른에겐 절대 안 씀
사망하다 (samanghada)건조한 공식어뉴스·진단서·보험 서류·법률 문서
세상을 떠나다 (sesangeul tteonada)부드럽고 문어적추도사·에세이·격식 있는 글
별세하다 (byeolsehada)격식이 가장 높고 무겁다부고문, 공식 발표. 구어에서는 거의 안 씀
하늘나라에 가다 (haneullarae gada)부드럽고 따뜻한 완곡어아이에게 설명할 때, 반려동물에게도

문화 배경 — ‘돌아간다’는 말

이 단어가 왜 하필 ‘돌아가다’인지 생각해 보면 한국어의 한 겹이 열린다. 돌아가다는 원래 왔던 곳으로 되돌아간다는 뜻이다. 집으로 돌아가고, 고향으로 돌아가고, 제자리로 돌아간다. 죽음을 그 동사로 표현한다는 것은, 죽음을 끝이 아니라 원래 있던 자리로의 귀환으로 놓는다는 뜻이다. 그 위에 존경의 -시- 를 얹어 굳어진 말이 돌아가시다다.

한국의 장례 문화도 이 감각과 이어져 있다. 부고가 돌면 사람들은 장례식장으로 모이고, 보통 사흘 동안 조문을 받는다. 빈소에서는 말을 아낀다. 상주에게 “얼마나 상심이 크십니까 (eolmana sangsimi keusimnikka)” 한 마디, 혹은 앞서 본 “뭐라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한 마디면 된다. 위로하려고 문장을 길게 만들수록 오히려 예의에서 멀어진다. 그리고 장례가 끝난 뒤에도 관계는 이어진다. 설과 추석이면 성묘를 가고, 기일에는 제사나 추도식을 지낸다. 돌아가신 분은 명단에서 지워지는 것이 아니라 달력 안에 남는다.

K-드라마 팬이라면 이 단어를 이미 수백 번 들었을 것이다. 주인공의 부모가 어린 시절에 세상을 떠났다는 설정은 한국 드라마에서 거의 하나의 장르 규칙에 가깝고, 그 사연은 대개 담담한 한 문장으로 지나간다 —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셔서 누구 손에 자랐다는 식이다. 자막에서는 “my parents died”로 뭉뚱그려지지만, 원래 대사에는 그 짧은 -시- 안에 아직 남아 있는 존경이 들어 있다. 자막이 옮기지 못하는 것이 바로 그 한 글자다.

오늘의 퀴즈

다음 중 돌아가시다를 잘못 쓴 문장은 무엇일까요?

  1. 친구에게: “우리 할머니 작년에 돌아가셨어.”
  2. 동료에게: “어머님께서 돌아가셨다니,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3. 수의사에게: “저희 고양이가 어젯밤에 돌아가셨어요.”

정답: 3번. 돌아가시다는 높여야 할 사람에게 쓰는 말이라, 반려동물에게는 “죽었어요” 또는 완곡하게 “무지개다리를 건넜어요”라고 한다. 1번은 반말 대화지만 고인을 높이는 -시- 가 그대로 살아 있어 완벽하게 자연스럽고, 2번은 조문에서 그대로 쓰는 표준 문장이다.


이 글의 단어 뜻풀이와 예문은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krdict.korean.go.kr)에서 가져왔으며, 해당 부분(번역 포함)은 CC BY-SA 2.0 KR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배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