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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남 (hunnam) — 잘생김보다 따뜻함을 칭찬하는 말

훈남

훈남 (hunnam) 은 ‘훈훈한 남자’를 줄인 말로, 이목구비가 조각 같다기보다 인상이 따뜻하고 분위기가 편안해서 보는 사람 마음까지 훈훈해지는 남자라는 뜻이다. 한국 드라마를 보다가 남자 주인공이 등장하는 순간 실시간 댓글창이 이 두 글자로 뒤덮이는 걸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소개팅 다음 날 친구 단톡방에 올라오는 첫 줄도 대개 이 말이고, 지하철에서 누가 유모차를 함께 들어 주는 걸 본 날 저녁에도 이 말이 나온다. 외모를 말하는 것 같은데 외모만 말하는 게 아니어서, 학습자들이 뜻은 알면서도 정확히 어떤 사람을 가리키는지 감을 못 잡는 대표적인 단어다.

열쇠는 훈훈하다 (hunhunhada) 에 있다. 원래 온도를 말하는 형용사다. 한겨울에 밖에 있다가 들어선 방이 뜨겁지도 춥지도 않게 알맞게 따뜻할 때 ‘방이 훈훈하다’고 한다. 이 온도 감각이 사람에게 옮겨 붙은 말이 훈남이다. 그래서 훈남은 ‘얼마나 잘생겼는가’를 재는 말이 아니라 ‘옆에 있을 때 마음이 몇 도쯤 올라가는가’를 재는 말에 가깝다.

이 점 때문에 훈남에는 다른 외모 칭찬에 없는 성질이 하나 있다. 행동으로 훈남이 될 수 있다. 얼굴은 어제와 똑같은데 무거운 짐을 대신 들어 주거나, 편의점에서 뒷사람 몫까지 문을 잡아 주거나, 아이에게 무릎을 굽히고 눈높이를 맞춰 말을 거는 순간, 한국인은 그 사람을 훈남이라고 부른다. 반대로 아무리 잘생겨도 태도가 차갑고 무례하면 훈남이라는 말은 절대 붙지 않는다. 이 단어의 절반은 외모, 절반은 태도다.

강도는 최상급이 아니다. ‘완전 잘생겼다’가 감탄이라면 훈남은 호감의 표시다. 명사이므로 ‘훈남이다’, ‘훈남 스타일’, ‘훈남 미소’처럼 쓰고, 여성에게 쓰는 짝 표현은 훈녀 (hunnyeo) 다. 그리고 아주 중요한 특징 하나 — 훈남은 대부분 그 사람이 없는 자리에서 쓰는 말이다. 이 점을 놓치면 칭찬하려다 실례하게 된다.

실제 대화로 보기

상황: 토요일 오후, 아파트 단지 앞. 에밀리가 중고로 산 자전거를 끌고 온다.

에밀리: 나 이거 오만 원에 샀어. 근데 판매자가 완전 훈남이었어. I got this for 50,000 won. And the seller was a total hunnam.

준경: 오, 잘생겼어? Oh, was he good-looking?

에밀리: 그게 아니라, 브레이크까지 조여 주고 바람도 넣어 줬어. 웃는 게 딱 훈남이야. Not that — he tightened the brakes and even pumped the tires. That smile, total hunnam.

준경: 아, 그런 훈남. 그게 얼굴보다 어렵지. Ah, that kind of hunnam. That’s harder than a nice face.

에밀리: 야, 너도 나 이사할 때 냉장고 옮겨 줬잖아. 그날은 좀 훈남이었어. Hey, you moved my fridge when I moved in. You were kind of a hunnam that day.

준경: 좀? 나 그날 허리 나갔는데 겨우 ‘좀’이야? “Kind of”? I threw my back out that day and all I get is “kind of”?

이렇게 쓰면 어색합니다

✗ (부장님 앞에서) 부장님, 오늘 완전 훈남이세요. ✓ (부장님 앞에서) 부장님, 오늘 인상이 참 좋으시네요. → 훈남은 또래끼리 가볍게 주고받는 신조어다. 손윗사람에게, 그것도 얼굴을 보고 쓰면 칭찬이 아니라 품평으로 들린다.

✗ (처음 만난 거래처 담당자에게) 실물이 훨씬 훈남이시네요. ✓ (그 자리를 나온 뒤 동료에게) 아까 그분 훈남이더라. → 훈남은 본인이 없는 자리에서 오가는 말이다. 업무로 만난 상대의 외모를 면전에서 언급하면 친근함이 아니라 부담이 된다. 문법은 멀쩡한데 자리가 틀린 경우다.

상황별 활용 예문

1. 소개팅 다음 날, 친구에게 후기를 전할 때

첫인상은 평범했는데 이야기를 나눌수록 괜찮았던 사람을 설명하는 자리다. 훈남은 첫눈에 반하는 얼굴보다 이런 ‘서서히 올라오는 호감’과 특히 잘 어울린다.

완전 훈남은 아닌데, 만날수록 훈남이더라. wanjeon hunnameun anninde, mannalsurok hunnamideora He’s not a knockout, but the more I met him the more of a hunnam he became.

2. 드라마를 보다가 단톡방에 한마디 던질 때

남자 주인공이 조용히 우산을 씌워 주는 장면쯤에서 나오는 반응이다. 이때 훈남은 배우의 얼굴이 아니라 그 캐릭터의 행동을 가리킨다.

이번 드라마 남자 주인공, 딱 요즘 말하는 훈남이야. ibeon deurama namja juingong, ttak yojeum malhaneun hunnamiya The male lead in this drama is exactly what people mean by hunnam these days.

3. 오랜만에 만난 어린 친척을 보고

한국에서는 명절 밥상에서 이런 말이 자주 오간다. 다 큰 조카나 사촌동생에게 ‘잘생겼다’고 하면 다소 직접적인데, 훈남은 농담처럼 웃으며 건넬 수 있어 편하다.

우리 사촌동생 군대 갔다 오더니 훈남 다 됐네. uri sachondongsaeng gundae gatda odeoni hunnam da dwaenne My cousin came back from the military a full-on hunnam.

존댓말·반말과 비슷한 표현

훈남에는 격식체가 따로 없다. ‘훈남이십니다’라고 말할 수는 있지만, 신조어에 존댓말 어미만 붙인 꼴이라 정중해지기는커녕 더 어색해진다. 격식이 필요한 자리에서는 아예 단어를 바꿔야 한다.

표현온도·강도쓰는 자리
훈남 (hunnam)따뜻하고 편안함, 강도 중간또래·친구·SNS. 주로 그 사람이 없는 자리에서
꽃미남 (kkonminam)화려하고 예쁨, 강도 강함아이돌·배우 이야기. 평범한 지인에게 쓰면 과장
미남 (minam)중립, 다소 격식어디서나. 다만 문어체·어른 말투 느낌
호감형 (hogamhyeong)조심스럽고 무난소개팅 후기, 회사 등 평가가 조심스러운 자리
훈훈하다 (hunhunhada)장면 전체의 온도사람뿐 아니라 상황·분위기에도 씀

특히 마지막 줄을 눈여겨보면 좋다. 훈남은 사람에게만 붙지만 훈훈하다는 장면에 붙는다. 아버지와 아들이 나란히 걸어가는 모습을 보고 ‘저 장면 참 훈훈하다’고는 해도 ‘저 장면 훈남이다’라고는 하지 않는다.

문화 배경 — 순위를 매기지 않는 칭찬

조어 방식은 단순하다. 훈훈하다의 ‘훈’에 남자를 뜻하는 ‘남(男)‘을 붙였다. 2000년대 중반 인터넷 게시판을 중심으로 퍼졌고, 같은 방식으로 만들어진 훈녀가 뒤따랐다.

흥미로운 건 바로 앞 세대의 유행어와 나란히 놓았을 때다. 얼짱 (eoljjang) 은 ‘얼굴’에 최고를 뜻하는 ‘짱’을 붙인 말로, 사진을 올려 놓고 누가 제일인지 순위를 매기던 문화에서 나왔다. 훈남은 순위를 매기지 않는다. 한 반에 훈남이 다섯 명 있어도 아무 문제가 없다. 외모를 경쟁으로 다루던 말이 유행하고 난 뒤, 그 피로 위에서 태어난 단어가 훈남이라고 보면 이해가 쉽다.

드라마의 흐름과도 겹친다. 한때 한국 드라마의 남자 주인공은 차갑고 부유하고 말투가 거친 인물이 주류였다. 시청자가 다정하고 배려 깊은 인물에게 더 오래 마음을 주기 시작하면서, 그런 배역을 통째로 부르는 이름이 필요해졌고 그 자리를 훈남이 채웠다. 지금도 한국 드라마의 남자 주인공을 소개하는 기사에서 이 단어는 거의 빠지지 않는다. 그래서 한류 팬이 이 말을 알아두면 좋은 이유는 하나 더 있다 — 작품 소개글과 시청자 반응을 읽을 때 이 두 글자가 계속 등장하기 때문이다.

한 가지 덧붙이면, 이 단어는 칭찬이지만 결국 사람의 겉모습을 언급하는 말이다. 친한 사이에서 가볍게 쓰는 건 자연스럽지만, 회사나 처음 만난 자리에서는 상대가 누구든 외모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 쪽이 요즘 한국의 감각에 맞는다.

오늘의 퀴즈

다음 중 훈남 (hunnam) 을 가장 자연스럽게 쓴 상황은?

  1. 회의가 끝난 뒤 부장님께 직접 — “부장님, 오늘 훈남이세요.”
  2. 카페에서 친구와 앉아, 방금 옆 테이블 노인에게 자리를 양보한 낯선 남자를 보며 — “저 사람 훈남이다.”
  3. 이력서 자기소개서에 — “저는 성실하고 훈남입니다.”
정답 보기

정답: 2번

또래끼리, 당사자가 듣지 않는 자리에서, 외모가 아니라 방금 본 행동을 보고 한 말이다. 훈남이 가장 편하게 앉는 자리가 바로 여기다.

1번은 손윗사람의 외모를 면전에서 품평하는 셈이라 실례가 된다. ‘인상이 참 좋으시네요’로 바꿔야 한다. 3번은 공식 문서에 신조어를 쓴 데다 스스로를 훈남이라 칭한 것이라 두 번 어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