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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맨스 (bromance): 한국 드라마가 가장 사랑하는 남자들의 우정

브로맨스

**브로맨스 (beuromaenseu)**는 연애 감정이 아닌데도 연인처럼 각별하고 애틋해 보이는 남자와 남자 사이의 우정을 가리키는 말이다. 한국 드라마를 보다 보면 서로를 못 잡아먹어 안달이던 남자 주인공 둘이, 한쪽이 크게 다치는 순간 병원 복도에서 밤을 새우는 장면이 꼭 한 번은 나온다. 그 장면이 나가는 순간 실시간 채팅창은 한 단어로 뒤덮인다. “이거 완전 브로맨스잖아.”

이 말의 핵심은 **“연애는 아닌데 연애만큼 진하다”**는 데 있다. 그냥 친한 친구 사이를 두고 브로맨스라고 하지는 않는다. 서로를 위해 손해를 감수하고, 말 안 해도 알아채고, 위험한 순간에 몸이 먼저 움직이는 — 그러니까 관계의 온도가 우정치고는 유난히 높을 때 쓰는 말이다. 그래서 브로맨스에는 늘 약간의 감탄과 장난기가 섞여 있다. 진지하게 관계를 분석하는 말이 아니라, 보는 사람이 흐뭇해서 한마디 얹는 말에 가깝다.

품사는 명사다. 그래서 브로맨스가 있다 (beuromaenseu-ga itda), 브로맨스가 터지다 (beuromaenseu-ga teojida), 브로맨스 케미 (beuromaenseu kemi) 같은 형태로 붙어 다닌다. 특히 “터지다”와 붙으면 “참다 참다 드디어 드러났다”는 느낌이 살아난다.

실제 대화로 보기

상황: 준경의 대학 동기 결혼식. 예식이 끝나고 단체 사진 순서를 기다리며 하객석 뒤편에 서 있다.

준경: 아까 사회 본 애 있잖아. 신랑이랑 스무 살 때부터 붙어 다녔어. You know the guy who emceed? He and the groom have been inseparable since they were twenty.

에밀리: 어쩐지. 축사하다가 둘 다 울더라. 완전 브로맨스던데. That explains it. They both cried during the speech. Total bromance.

준경: 야, 그게 축사냐. 거의 고백이지. 신부가 웃겨 죽으려고 하더라. Come on, that wasn’t a speech, it was practically a confession. The bride was dying laughing.

에밀리: 근데 저런 브로맨스 보면 괜히 기분 좋아지지 않아? 드라마 한 편 본 것 같고. But doesn’t watching a bromance like that just make you feel good? Like finishing a whole drama.

준경: 인정. 나도 저런 친구 하나 있었으면 싶더라. Agreed. Made me wish I had a friend like that.

에밀리: 너 있잖아, 승우 씨. 주말마다 붙어 다니면서 무슨 소리야. You do — Seungwoo. You two are glued together every weekend, what are you talking about.

이렇게 쓰면 어색합니다

✗ (회식 자리에서 부장님께) 부장님이랑 상무님, 두 분 브로맨스 정말 보기 좋습니다. ✓ (동료에게 작게) 부장님이랑 상무님, 진짜 친하시더라. → 브로맨스는 구경하는 사람이 재미있어하며 붙이는 이름표다. 손윗사람의 인간관계에 대고 그 이름표를 붙이면, 어른의 관계를 가벼운 구경거리로 만드는 말이 된다. 윗사람 앞에서는 “두 분 오래 알고 지내셨다면서요” 정도가 안전하다.

✗ 언니랑 나는 진짜 브로맨스야. ✓ 언니랑 나는 진짜 **워맨스 (womaenseu)**야. → 앞의 “브로(bro)“가 형제를 뜻하므로 브로맨스는 남자들 사이에만 쓴다. 여자들 사이의 같은 관계는 워맨스라고 따로 부른다. 남녀 사이라면 아예 다른 말이 필요하다.

상황별 활용 예문

1. 드라마를 몰아 보다가 친구에게 (반말)

상황: 남자 주인공 둘이 서로를 감싸주는 장면에서, 원래 있던 남녀 주인공 로맨스보다 이쪽이 더 재미있어졌을 때.

야, 나 솔직히 이 드라마 멜로보다 브로맨스 보려고 봐. (Ya, na soljikhi i deurama mello-boda beuromaenseu boryeogo bwa.) — 야, 나 솔직히 이 드라마 멜로보다 브로맨스 보려고 봐. Honestly, I watch this drama for the bromance more than the romance.

2. 회사 동료와 사내 이야기를 하며 (존댓말)

상황: 늘 티격태격하던 선배 두 명이 야근을 같이 버티는 걸 보고, 옆자리 동료에게 한마디 건넬 때.

저 두 분 맨날 싸우시더니 요즘 브로맨스 생기신 것 같아요. (Jeo du bun maennal ssaus’sideoni yojeum beuromaenseu saenggisin geot gatayo.) — 저 두 분 맨날 싸우시더니 요즘 브로맨스 생기신 것 같아요. Those two used to fight all the time, but lately they seem to have a bit of a bromance going.

3. 온라인 커뮤니티에 후기를 쓰며

상황: 영화를 보고 나와 감상평을 짧게 남기는데, 이야기의 중심이 사랑이 아니라 두 남자의 신뢰였을 때.

이 영화는 러브라인이 없어서 오히려 브로맨스가 제대로 살았다. (I yeonghwa-neun reobeurain-i eopseoseo ohiryeo beuromaenseu-ga jedaero saratda.) — 이 영화는 러브라인이 없어서 오히려 브로맨스가 제대로 살았다. This film has no love line, and that’s exactly why the bromance works so well.

존댓말·반말과 비슷한 표현

브로맨스는 명사라서 문장 끝만 바꾸면 높임이 정리된다. 반말은 브로맨스야 (beuromaenseu-ya), 존댓말은 브로맨스예요 (beuromaenseu-yeyo) 또는 브로맨스입니다 (beuromaenseu-imnida). 다만 형태가 공손해져도 단어 자체의 가벼운 온도는 그대로 남는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공식 보고서나 어른께 드리는 말에는 형태와 상관없이 잘 어울리지 않는다.

표현온도·강도쓰는 자리
브로맨스 (beuromaenseu)높고 다정함. 감탄 섞인 장난기또래·SNS·드라마 감상. 남자들 사이에만
워맨스 (womaenseu)브로맨스와 같은 온도여자들 사이의 각별한 우정에
케미 (kemi)중립. 관계의 궁합만 가리킴남녀·동성·팀 어디에나. 예능·드라마 평
우정 (ujeong)차분하고 진지함어디서나. 글말·연설·윗사람 앞에서도
의리 (uiri)묵직하고 남성적. 지켜야 할 도리조폭물·스포츠·오래된 친구 사이

같은 관계를 두고도 골라 쓰는 말이 다르다. 두 남자가 서로를 위해 목숨을 거는 장면을 보고 어른이 진지하게 말하면 “의리가 있네”가 되고, 또래가 즐겁게 말하면 “브로맨스 터졌다”가 된다. 뜻이 아니라 말하는 사람의 자세가 다른 것이다.

문화 배경 — 로맨스 없이도 굴러가는 이야기

브로맨스는 영어 bromance를 그대로 들여온 외래어다. brother(형제)와 romance(로맨스)를 붙여 만든 말이고, 한국어에서는 소리만 옮겨 와 명사로 자리를 잡았다. 그래서 국어사전보다 드라마 게시판과 기사 제목에서 훨씬 먼저, 훨씬 자주 만나게 된다.

이 말이 한국에서 유난히 잘 자란 데는 이유가 있다. 한국 드라마에는 남자 둘이 오래 붙어 있어야 하는 장르가 아주 많다. 형사와 검사, 선배와 후배, 사장과 사원, 왕과 호위무사 — 이야기의 축이 사랑이 아니라 신뢰와 배신일 때, 두 남자가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 자체가 로맨스의 자리를 대신한다. 《미생》처럼 회사 안의 선배·후배 관계를 밀도 있게 그린 작품, 《슬기로운 의사생활》처럼 오래된 친구들의 일상을 쌓아 올린 작품이 사랑받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시청자들은 여기서 연애 서사 못지않은 감정을 읽어냈고, 그 감정을 부를 이름이 필요했다.

그래서 이 말에는 은근한 칭찬이 들어 있다. “브로맨스가 좋다”는 말은 대개 “두 배우의 호흡이 좋다”, “관계를 대충 그리지 않았다”는 뜻이다. 요즘은 드라마 홍보 문구에도 대놓고 쓰인다. 남자 배우 둘의 이름을 나란히 놓고 “역대급 브로맨스”라고 적어 두면, 그것만으로 어떤 이야기인지 짐작이 가기 때문이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브로맨스는 어디까지나 연애가 아님을 전제로 하는 말이다. 실제 연인 관계나 성 정체성을 가리키는 표현이 아니므로, 사람의 관계를 단정하는 자리에 함부로 가져다 쓰지 않는 편이 좋다. 화면 속 관계를 즐겁게 부르는 이름 정도로 두면 충분하다.

오늘의 퀴즈

다음 중 브로맨스를 쓰기에 가장 자연스러운 자리는 어디일까요?

  1. 회사 워크숍에서 부장님과 상무님께 “두 분 브로맨스 정말 멋지십니다”라고 말할 때
  2. 친구와 드라마를 보다가 남자 주인공 둘을 가리키며 “쟤네 브로맨스 장난 아니다”라고 할 때
  3. 결혼을 앞둔 남녀 커플에게 “두 분 브로맨스 부러워요”라고 인사할 때
  4. 사이좋은 자매를 보고 “두 분 브로맨스 보기 좋네요”라고 할 때
정답 보기

정답: 2번

브로맨스는 또래끼리, 남자 둘의 관계를 흐뭇하게 구경하며 쓰는 말입니다. 1번은 손윗사람의 관계에 가벼운 이름표를 붙이는 셈이라 무례하게 들리고, 3번은 남녀 사이라 아예 대상이 맞지 않으며, 4번은 여자들 사이이므로 **워맨스 (womaenseu)**를 써야 합니다.


‘브로맨스’는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krdict.korean.go.kr)의 표제어로 등재되어 있지 않아, 이 글의 뜻풀이·예문·대화·퀴즈는 모두 직접 작성한 창작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