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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 (Sokcho) — 설악산과 동해를 한 도시에 담은 이름

속초

**속초 (Sokcho)**는 강원특별자치도 동해안에 자리한 도시의 이름으로, 뒤로는 설악산이 서고 앞으로는 동해가 열리는 한국의 대표적인 여행 도시라는 뜻이다. 금요일 저녁 사무실에서 “이번 주말에 뭐 해?”라는 말이 돌면, 한국 사람 입에서 꽤 높은 확률로 튀어나오는 대답이 바로 이 두 글자다. 서울에서 고속버스로 두 시간 반. 아침에 출발해 점심에 회를 먹고 저녁에 돌아올 수 있는 거리라, 한국인에게 속초는 “멀리 떠난다”보다 “잠깐 바다 보고 온다”에 가깝다.

지명이니 뜻풀이 자체는 짧다. 하지만 한국어 학습자에게 정말 필요한 건 좌표가 아니라 온도다. **속초 (Sokcho)**라는 말이 대화에 떨어지면 한국 사람 머릿속에는 몇 가지가 한 세트로 딸려 온다. 갓 잡은 회와 여름의 물회, 오징어순대, 새벽 항구의 비릿한 바람, 단풍철 설악산 케이블카 앞의 긴 줄, 그리고 아무도 없는 겨울 바다. 그래서 “속초 간다”는 말은 도시 이름 하나를 말한 것 같지만, 듣는 사람은 이미 주말 일정표 한 장을 건네받은 셈이다.

한자로는 束草, ‘묶을 속(束)‘과 ‘풀 초(草)‘를 쓴다. 글자만 보면 ‘풀을 묶다’라는 그림이 그려지는데, 이 이름이 어쩌다 붙었는지에 대해서는 지역에서도 설이 여러 갈래로 갈린다. 하나로 정해진 유래를 자신 있게 말하기 어려우니, 여기서는 한자 표기까지만 기억해 두면 충분하다.

실제 대화로 보기

상황: 토요일 새벽 다섯 시 반, 동서울종합터미널 대합실. 첫차를 기다리며 편의점 김밥을 뜯는 중.

준경: 야, 표 잘 챙겼지? 속초 6시 10분 거. Hey, you’ve got the ticket, right? The 6:10 to Sokcho.

에밀리: 응, 여기. 근데 우리 도착하면 몇 시야? Yeah, here it is. But what time do we get there?

준경: 두 시간 반쯤? 내리자마자 바로 회 먹으러 가자. About two and a half hours? Let’s go straight for raw fish the moment we get off.

에밀리: 나 속초는 진짜 처음이야. 갯배 그거, 사람이 줄 당겨서 건너는 거 맞아? It’s honestly my first time in Sokcho. That gaetbae thing — people really pull it across by hand?

준경: 어, 진짜야. 타 보면 일 분도 안 걸리는데 이상하게 오래 기억에 남아. Yeah, really. The ride takes less than a minute, but somehow it stays with you.

에밀리: 좋다. 그럼 속초 가서 순대도 먹자. 아바이순대. Nice. Then let’s eat sundae in Sokcho too — abai sundae.

이렇게 쓰면 어색합니다

속초는 사람을 가리는 말이 아니라 무례해질 일은 거의 없다. 대신 학습자가 실제로 자주 걸려 넘어지는 두 가지를 짚는다.

✗ 이번 주말에 속초시에 놀러 가요. ✓ 이번 주말에 속초에 놀러 가요. → ‘시(市)‘는 행정 단위라 뉴스와 공문서의 말투다. 일상 대화에서는 도시 이름만 말한다. 서울시가 아니라 서울, 부산시가 아니라 부산이라고 하는 것과 같다.

✗ 지난주에 속초 커피거리 갔다 왔어. ✓ 지난주에 강릉 커피거리 갔다 왔어. 속초에선 회 먹었고. → 동해안 도시들이 버스로 한 시간 안쪽에 붙어 있어 자주 섞인다. 커피거리(안목해변)와 경포대는 강릉, 서핑은 양양, 설악산과 아바이마을은 속초다. 한국인에게는 꽤 또렷한 구분이라, 헷갈려 말하면 바로 정정이 들어온다.

상황별 활용 예문

상황 1 · 금요일 퇴근길, 동료에게 주말 계획을 말한다

이번 주말에 속초 가려고. (ibeon jumare Sokcho garyeogo.) I’m thinking of heading to Sokcho this weekend.

문장을 ‘-려고’로 흐리면 “가기로 마음은 먹었는데 아직 확정은 아니야” 정도의 여유가 생긴다. 여기에 조사 ‘에’를 빼고 “속초 가려고”라고 붙여 말하는 것이 가장 흔한 구어 형태다. 상대가 관심을 보이면 자연스럽게 “같이 갈래?”로 이어진다.

상황 2 · 터미널에 내려 시장을 찾아간다

속초관광수산시장까지 어떻게 가요? (Sokcho-gwan-gwang-susan-sijang-kkaji eotteoke gayo?) How do I get to Sokcho Tourist and Fishery Market?

속초 시내는 크지 않아 터미널에서 시장까지 버스로 몇 정거장이면 닿는다. 목적지 뒤에 ‘-까지’를 붙이고 “어떻게 가요?”로 끝내면, 길·교통편·소요 시간을 한꺼번에 묻는 가장 안전한 문장이 된다.

상황 3 · 다녀온 뒤 감상을 말한다

속초는 겨울 바다가 진짜예요. (Sokchoneun gyeoul badaga jinjjayeyo.) Sokcho’s winter sea is the real deal.

‘진짜다’를 이렇게 쓰면 “진실이다”가 아니라 “제대로다, 물건이다”라는 감탄이 된다. 사람이 빠진 겨울 동해를 두고 한국 사람들이 즐겨 쓰는 말투다. 여름 성수기의 속초와 한겨울의 속초는 아주 다른 도시라, 이 문장은 은근히 “비수기에 가 봐라”라는 추천이기도 하다.

존댓말·반말과 비슷한 표현

지명 자체에는 존댓말도 반말도 없다. 높낮이는 속초를 감싼 문장이 정한다. 반말은 속초 가? (Sokcho ga?), 존댓말은 속초 가세요? (Sokcho gaseyo?), 격식을 갖추면 **속초에 다녀왔습니다. (Sokcho-e danyeowatseumnida.)**가 된다. 조사 ‘에’도 온도 조절 장치다. 편한 자리에서는 “속초 간다”처럼 떼어 버리고, 보고나 발표 자리에서는 “속초에 갑니다”처럼 살려 둔다.

헷갈리기 쉬운 이웃 말들과 나란히 놓으면 자리가 분명해진다.

표현온도·강도쓰는 자리
속초 (Sokcho)중립적인 도시 이름. 말하는 순간 여행 일정이 함께 떠오른다어디서나. “속초 간다” 한마디로 주말 계획이 설명된다
설악산 (Seoraksan)산 하나. 등산화와 단풍의 이미지속초·양양·인제에 걸친 국립공원이라, “설악산 간다”가 곧 “속초 간다”는 아니다
동해 (Donghae)바다 전체를 아우르는 큰 말도시를 특정하지 않을 때. 다만 ‘동해시’라는 도시도 따로 있어 문맥이 필요하다
강릉 (Gangneung)이웃 도시. 커피와 경포대의 이미지속초에서 한 시간 남짓. 가깝지만 엄연히 다른 도시다

문화 배경 — 갯배와 실향민의 도시

속초를 다른 동해안 도시와 갈라놓는 것은 경치가 아니라 사람의 내력이다. 한국전쟁 시기에 함경도에서 남쪽으로 내려온 피난민들이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이 막히자, 청초호 건너편 모래톱에 자리를 잡고 마을을 이뤘다. 그곳이 지금의 아바이마을이다. ‘아바이’는 함경도 말로 나이 지긋한 남자 어른을 부르는 말이고, 속초의 대표 음식으로 알려진 아바이순대도 본래 속초 토박이 음식이 아니라 함경도에서 내려온 음식이 이 도시에 뿌리내린 것이다. 속초 시내 식당 간판에서 ‘함흥’이나 ‘아바이’ 같은 말을 유난히 자주 만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 마을로 건너가는 갯배는 엔진이 없는 배다. 물길 양쪽에 걸린 쇠줄을 승객이 갈고리로 직접 당겨 건넌다. 다 건너는 데 일 분이 채 걸리지 않는데, 타 본 사람은 대개 이 짧은 시간을 오래 기억한다. 돌아갈 수 없는 고향을 등지고 물 건너에 살림을 차린 사람들이 매일 그 줄을 당겼다는 사실을 알고 나면 더 그렇다. 이 갯배는 2000년 드라마 《가을동화》(KBS, 2000)의 배경으로 등장하면서 전국에 알려졌다. 주인공들이 이 물길 위에서 마음을 확인하는 장면이 방송된 뒤, 속초는 오랫동안 ‘드라마 보고 찾아가는 도시’가 되었다.

여기에 설악산이 얹힌다. 울산바위의 거대한 화강암 능선과 신흥사, 그리고 케이블카 한 대면 닿는 전망대까지, 바다에서 산까지의 거리가 삼십 분이 되지 않는 도시는 한국에도 흔하지 않다. 2017년 서울양양고속도로가 열리면서 서울에서의 거리가 크게 줄었고, 이후 속초는 ‘큰맘 먹고 가는 곳’에서 ‘갑자기 가는 곳’으로 성격이 바뀌었다. 요즘 한국 사람이 금요일 밤에 “내일 속초 갈까?”라고 툭 던질 수 있게 된 것은 사실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오늘의 퀴즈

친구가 이렇게 말했다. “나 이번 주말에 속초 간다.” 다음 중 가장 자연스러운 반응은?

  1. “우와, 비행기 몇 시야?”
  2. “좋겠다! 회 먹고 와.”
  3. “속초시에 무슨 일 있어?”

정답은 2번이다. 1번은 서울에서 버스로 두 시간 반이면 닿는 거리라 어색하고, 3번은 일상 대화에 행정 단위 ‘시’를 붙여 공문서 말투가 되어 버렸다. 2번처럼 “회 먹고 와”, “바다 사진 보내” 같은 말을 얹으면 속초라는 이름에 딸려 오는 그림을 함께 알고 있다는 신호가 된다.

이 글의 단어 뜻풀이와 예문은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krdict.korean.go.kr)에서 가져왔으며, 해당 부분(번역 포함)은 CC BY-SA 2.0 KR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배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