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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장 (bonbujang) — 부장님보다 위, 그런데 정확히 어디쯤일까

본부장

**본부장 (bonbujang)**은 회사에서 여러 부서를 하나로 묶은 ‘본부’라는 조직 단위를 책임지고 이끄는 사람, 또는 그 사람을 부르는 직함이라는 뜻이다. 한국 드라마를 보다 보면 유리벽으로 둘러싸인 사무실에 혼자 앉아 있는 사람, 회의실 문이 열리는 순간 앉아 있던 사람들이 우르르 일어서는 그 사람, 회식 자리에서 딱 한 잔만 받고 먼저 일어나는 그 사람이 있다. 영어 자막에는 보통 director나 head of division이라고 뜨는데, 정작 배우들 입에서 나오는 소리는 언제나 똑같다. “본부장님.”

한국어 학습자에게 직함은 유난히 까다롭다. 단어 자체는 외우면 그만이지만, 그 단어가 호칭으로 쓰이는 순간 규칙이 하나 더 붙기 때문이다. 한국 회사에서는 이름을 부르지 않는다. 자리를 부른다. 그래서 이 단어를 안다는 건 뜻을 안다는 뜻이 아니라, 그 사람을 어떻게 불러야 하는지를 안다는 뜻이다.

‘본부(本部)’는 여러 부서를 묶은 상위 조직이다. 사람이 모여 팀이 되고, 팀이 모여 부(部)가 되고, 부가 몇 개 모이면 본부가 된다. 그러니 본부장은 부장보다 넓은 판을 본다. 한국 회사의 대략적인 사다리는 이렇다 — 사원 → 대리 → 과장 → 차장 → 부장 → 본부장 → 임원(상무·전무·부사장) → 사장·대표. 다만 이건 절대적인 순서가 아니다. 어떤 회사에서는 본부장이 곧 임원이고, 어떤 회사에서는 부장급 중 한 명이 본부장을 맡는다. 학습자가 잡아야 할 감각은 딱 하나다. 부장님 위, 사장님 아래.

뉘앙스는 ‘결정권’이다. 사무실에서 이 단어가 나오면 대개 일이 멈추거나 굴러간다. 본부장님 결재 났어? (Bonbujang-nim gyeoljae nasseo?) — 이 한마디에 팀 전체의 오후 일정이 바뀐다. 그래서 본부장은 중립적인 명사이면서 동시에 무게를 가진 말이다. 가볍게 던지는 자리가 아니다.

호칭으로 쓸 때의 규칙도 미리 정리해 두자. 본인 앞에서는 본부장님 (bonbujang-nim), 제3자에게 말할 때도 본부장님이 (bonbujang-nimi), 그런데 자기 자신을 소개할 때는 ‘님’ 없이 본부장입니다 (bonbujang-imnida). 명함과 문서에서는 ‘영업본부 본부장 김준경’처럼 이름 앞에 붙는다. 이 네 자리가 각각 다르다는 점이 이 단어의 핵심이다.

실제 대화로 보기

상황: 거래처 빌딩 1층 로비. 미팅 5분 전,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며 명함을 챙기는 중.

준경: 잠깐, 오늘 누구 들어오는지 봤어? 팀장님만 오시는 거 아니래. Wait, did you check who’s coming today? Apparently it’s not just the team lead.

에밀리: 응, 아까 메일 왔더라. 본부장님도 들어오신대. Yeah, an email came earlier. The division head is coming too.

준경: 헐, 진짜? 그럼 자료 순서 바꿔야겠는데. Whoa, seriously? Then we should reorder the deck.

에밀리: 야, 근데 나 아직도 헷갈려. 본부장이 부장님보다 위야? Hey, but I still get confused. Is a bonbujang above a bujang?

준경: 위지. 부서 몇 개를 통째로 맡는 자리야. 그냥 “본부장님” 하고 부르면 돼. Above, yeah. It’s the seat that runs several departments at once. Just call him “bonbujang-nim.”

에밀리: 아, 이름은 안 붙이고? 오케이, 외웠다. Ah, without the name? Okay, got it.

이렇게 쓰면 어색합니다

✗ (본부장 본인에게) 김준경 본부장, 이 자료 확인 부탁드립니다. ✓ (본부장 본인에게) 본부장님, 이 자료 확인 부탁드립니다. → ‘이름 + 직함’은 문서에 적거나 제3자에게 소개할 때의 형식이다. 본인 면전에서 이렇게 부르면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호명하는 말투가 되어, 상하가 뒤집힌 것처럼 들린다. 얼굴을 보고 부를 때는 이름을 떼고 ‘-님’을 붙인다.

✗ (전화를 받으며) 네, 제가 본부장님입니다. ✓ (전화를 받으며) 네, 제가 본부장입니다. → 자기 직함에 ‘-님’을 붙이면 스스로를 높이는 말이 된다. 한국어에서 높임은 상대에게만 쓴다. 자기소개에서는 ‘님’을 반드시 뗀다.

상황별 활용 예문

1. 회의 일정을 잡는 자리

본부장님 일정부터 잡고 나머지를 맞추죠. (Bonbujang-nim iljeongbuteo japgo nameojireul matchujyo.)

여러 사람의 시간을 조율할 때, 한국 회사는 가장 윗사람의 일정을 먼저 고정하고 나머지를 거기에 끼워 넣는다. 이 문장은 그 순서를 그대로 드러낸다. 학습자가 이 말을 자연스럽게 쓰면 “회사 문화를 아는 사람”으로 보인다.

2. 승진 소식을 전하는 자리

이번에 최 부장님이 본부장으로 올라가셨대. (Ibeone Choe bujang-nimi bonbujang-euro ollagasyeottae.)

동료끼리 반말로 소식을 주고받는 상황이다. ‘올라가다’는 승진을 뜻하는 아주 흔한 구어 표현이고, ‘-대’는 들은 이야기를 옮길 때 쓰는 어미다. 여기서 ‘본부장’ 뒤에 ‘님’이 붙지 않는 이유는, 직함이 호칭이 아니라 ‘도착한 자리’를 가리키는 명사로 쓰였기 때문이다.

3. 명함을 건네며 자기를 소개하는 자리

영업본부 본부장 김준경입니다. (Yeongeop-bonbu bonbujang Gim Jun-gyeong-imnida.)

소속 본부 이름 → 직함 → 이름 순서로 말한다. 한국어 자기소개는 큰 단위에서 작은 단위로 좁혀 들어가는데, 주소를 말하는 순서와 똑같다. 여기서도 ‘님’은 절대 붙지 않는다.

존댓말·반말과 비슷한 표현

존댓말과 반말의 차이는 이 단어에서 어미가 아니라 ‘님’의 유무로 먼저 드러난다. 본인 앞이면 무조건 ‘본부장님’, 친구에게 그 사람 얘기를 할 때는 ‘우리 본부장’ 정도로도 쓴다. 비슷한 직함들과 나란히 놓으면 자리의 무게가 선명해진다.

표현온도·강도쓰는 자리
팀장 (timjang)가장 가깝고 실무적매일 얼굴 보는 직속 상사. 회사 밖에서도 흔히 씀
부장 (bujang)한 부서의 무게팀 여럿을 관리. 드라마 속 ‘꼰대 상사’ 역할의 단골 직함
본부장 (bonbujang)결정권이 실린 무게부서 여러 개를 묶은 본부의 책임자. 회의·결재의 마지막 관문
대표 (daepyo)조직 전체의 이름회사를 대외적으로 대표하는 자리. 작은 회사에서 특히 많이 씀

문화 배경 — 드라마 속 재벌 2세의 첫 직함

조어 방식은 투명하다. **본부(本部)**의 ‘본(本)’은 근본, ‘부(部)’는 부서, 그리고 **장(長)**은 우두머리다. 즉 ‘여러 부서를 묶은 큰 단위 + 그 우두머리’. 이 ‘-장’은 한국어에서 무섭도록 생산적이어서, 팀장·부장·사장·회장·반장·역장·관장이 전부 같은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새 단어를 만나도 앞부분만 알면 뒷부분은 계산이 된다.

드라마에서 이 직함이 유난히 자주 등장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재벌가의 아들딸이 회사에 들어와 처음 다는 직함으로 ‘본부장’이 반복적으로 쓰이는 것은 한국 드라마의 오래된 클리셰다. 왜 하필 본부장일까. 사장이나 회장으로 시작하면 아버지 세대와 자리가 겹쳐 갈등이 만들어지지 않고, 대리나 과장으로 시작하면 결정권이 없어 이야기를 굴릴 수 없다. 본부장은 그 사이에 정확히 걸쳐 있다. 큰 조직을 흔들 만큼의 힘은 있지만 여전히 위에 결재를 올려야 하는 자리 — 작가 입장에서는 갈등을 만들기에 가장 좋은 높이다.

한편 실제 직장을 사실적으로 그린 작품에서는 이 사다리 자체가 이야기의 뼈대가 된다. 드라마 《미생》(tvN, 2014)이 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이라는 직급 체계를 한국인뿐 아니라 해외 시청자에게까지 익숙하게 만든 대표적인 예다. 한국 회사에서 직급은 단순한 라벨이 아니라, 누가 먼저 말하고 누가 먼저 일어서고 누가 마지막에 결재하는지를 정하는 문법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어 학습자가 이 단어를 제대로 익히면 얻는 것이 하나 더 있다. 회의실에서 문이 열렸을 때, 자막을 읽기 전에 누구를 향해 인사해야 하는지를 알게 된다.

오늘의 퀴즈

회의실에 들어온 본부장에게 직접 말을 건네려고 한다. 빈칸에 들어갈 가장 자연스러운 말은?

“______, 자료 준비됐습니다.”

① 김준경 본부장 ② 본부장님 ③ 제가 본부장님입니다 ④ 본부장

정답: ②

얼굴을 보고 부를 때는 이름을 떼고 직함에 ‘-님’만 붙인다. ①은 문서나 소개 자리의 형식이라 본인 앞에서 쓰면 상하가 뒤집혀 들리고, ③은 자기 자신을 높이는 말이라 아예 성립하지 않는다. ④는 ‘님’이 빠져 반말처럼 들린다. 한국 사무실에서 안전한 답은 언제나 본부장님 (bonbujang-nim) 하나뿐이다.

이 글의 단어 뜻풀이와 예문은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krdict.korean.go.kr)에서 가져왔으며, 해당 부분(번역 포함)은 CC BY-SA 2.0 KR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배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