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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geureonikka) — 이유도 되고 맞장구도 되는 말

그러니까 (geureonikka) 는 ‘그런 이유로’, ‘다시 말해서’라는 뜻이다. 앞에서 한 말이 뒤에 오는 말의 근거가 될 때, 또는 방금 한 말을 다시 정리해 꺼낼 때 쓴다.

그런데 한국어 학습자가 이 말을 실제로 처음 만나는 자리는 대개 교과서가 아니다. 친구가 “요즘 월세 진짜 말도 안 돼”라고 하면, 듣던 사람이 고개를 끄덕이며 짧게 한마디 던진다. 그러니까 (geureonikka). 이때는 이유도 아니고 정리도 아니다. ‘내 말이 그 말이야’, 완전한 동의다. 사전에 적힌 세 가지 뜻이 이 말의 뼈대라면, 실제 대화에서는 그 뼈대 위에 맞장구와 뜸들이기가 얹힌다. 오늘은 그 두 층을 같이 본다.

먼저 뼈대. 그러니까는 ‘그러하다’에 이유를 나타내는 연결 어미 ‘-니까’가 붙어 굳어진 말이다. 그래서 이 말은 단순히 결과를 보고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듣는 사람을 향해 한 걸음 민다. 뒤에 명령이나 권유가 잘 붙는 이유가 여기 있다. 비 온대. 그러니까 우산 챙겨. 는 자연스럽지만, 비 온대. 그래서 우산 챙겨. 는 어딘가 어긋난다. 그래서 (geuraeseo) 는 ‘그래서 나는 우산을 챙겼다’처럼 이미 벌어진 결과를 잇는 말이고, 그러니까는 ‘그러니 너도 이렇게 해라’로 이어지는 말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 뜻인 ‘다시 말해서’는 회의실과 상담 창구에서 하루에도 몇 번씩 들린다. 상대의 긴 설명을 짧게 접어 되묻는 자리다. 세 번째 뜻은 아예 내용이 없다. 할 말을 고르는 동안 입에서 먼저 나오는 소리에 가깝다. 영어의 so…, 일본어의 えーと 자리에 놓인다고 보면 감이 온다.

국립국어원 사전으로 확인하기

그러니까 「부사」

  1. 그런 이유로. 또는 그런 까닭에.
  • [en] so — For that reason, or therefore.
  • [ja] それゆえ【それ故】 — そのような理由で。または、そんなわけで。
  • [es] por tal motivo, por eso, por lo tanto, por consiguiente, por lo mismo — Por tal motivo. O por tal razón.
  • [zh] 因此,所以 — 因为那个原因;或因为那样的缘故。 —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 (krdict.korean.go.kr)
  1. 다시 말해서. 또는 바꾸어 말하자면.
  • [en] that is to say — In other words, or put differently.
  • [ja] だから — すなわち。または、言い換えると。
  • [es] o sea, a saber, es decir — O sea. En otras palabras.
  • [zh] 换言之;或换句话说。 —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 (krdict.korean.go.kr)
  1. 말을 시작하자면.
  • [en] so — To begin with.
  • [ja] だから — 話をはじめると。
  • [es] para comenzar — Para empezar la conversación.
  • [zh] 怎么说呢 — 说起话来的话。 —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 (krdict.korean.go.kr)

포르투갈어 뜻풀이는 사전에 실려 있지 않아, 아래는 저희가 직접 옮긴 것입니다 — 1) por isso, portanto 2) ou seja, isto é 3) bem…, então…

사전이 함께 싣고 있는 실제 사용 예문을 그대로 옮기고, 각각 어떤 자리에서 나온 말인지 붙여 본다.

그러니까 말이야. 얼른 경기가 회복되었으면 좋겠어. —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 (krdict.korean.go.kr)

상대의 한탄에 얹는 맞장구다. 그러니까 말이야 (geureonikka mariya) 는 ‘그러니까’만 쓰는 것보다 한 뼘 더 길게 동의하는 형태로, 같이 답답해하는 온도가 실린다.

그러니까요. 만들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 (krdict.korean.go.kr)

같은 맞장구의 존댓말 판이다. ‘요’ 하나가 붙으면 직장 상사 앞에서도 쓸 수 있는 말이 된다. 학습자가 가장 먼저 외워야 할 형태가 바로 이것이다.

그러니까 너도 빨리 네 얘기를 하란 말이야. —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 (krdict.korean.go.kr)

첫 번째 뜻, 이유의 그러니까다. 앞에서 자기 사정을 다 털어놓은 사람이 ‘그런 까닭에 너도’ 하며 상대를 미는 자리다. 뒤에 명령형이 붙은 것에 주목하자.

그러니까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 (krdict.korean.go.kr)

두 번째 뜻이다. 말이 길어졌을 때 스스로 요약을 시작하는 신호로, 회의와 발표에서 특히 자주 들린다.

사장님, 그러니까, 이번 일은 말이죠. —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 (krdict.korean.go.kr)

세 번째 뜻. 앞뒤 어디에도 붙지 않고 문장 가운데 툭 끼어 있다. 어려운 말을 꺼내기 전에 숨을 고르는 소리다.

실제 대화로 보기

상황: 토요일 오후, 중고로 책상을 사기로 한 아파트 정문 앞. 판매자가 20분째 나타나지 않는다.

에밀리: 벌써 이십 분째야. 연락도 안 받아. It’s already been twenty minutes. And they’re not picking up.

준경: 그러니까. 못 올 거면 문자라도 하나 주든가. Tell me about it. If they can’t make it, they could at least send a text.

에밀리: 그냥 갈까? 나 다섯 시에 약속 있는데. Should we just go? I’ve got plans at five.

준경: 아니 그러니까 내 말은, 조금만 더 기다려 보자고. 이 가격에 이런 책상 없어. No, what I mean is, let’s wait just a little longer. You won’t find a desk like this at this price.

에밀리: 음… 그러니까, 딱 십 분만 더? Um… so… just ten more minutes?

준경: 딱 십 분. 그때도 안 오면 나도 포기야. Exactly ten. If they’re still not here, I’m giving up too.

짧은 대화 안에서 그러니까가 세 번 나오는데 뜻이 전부 다르다. 첫 번째는 맞장구, 두 번째는 ‘다시 말해서’, 세 번째는 말을 고르는 뜸이다. 한국어 대화에서 이 단어가 왜 그렇게 자주 들리는지 여기서 드러난다.

이렇게 쓰면 어색합니다

✗ (부장님 말씀에 맞장구치며) 네, 그러니까. ✓ (부장님 말씀에 맞장구치며) 네, 그러니까요. → 맞장구용 그러니까는 그 자체가 반말이다. 존댓말 문장 사이에 이것만 툭 떨어지면 순간 말을 놓은 것처럼 들린다. ‘요’ 한 글자가 온도를 맞춘다.

✗ (같은 내용을 세 번째 설명하며, 손윗사람에게) 그러니까 제가 아까부터 말씀드렸잖아요. ✓ 제 설명이 부족했네요. 다시 말씀드리면… → 문장은 존댓말인데 듣기에는 존댓말이 아니다. 그러니까에는 원래 상대를 미는 힘이 있어서, ‘아까부터’와 붙으면 ‘몇 번을 말해야 아시겠어요’로 읽힌다. 답답함이 묻어나는 자리라 윗사람 앞에서는 피하는 편이 안전하다.

상황별 활용 예문

1) 이유 — 상대에게 뭔가를 시킬 때

밤늦게 내일 일정을 확인하다가 일기예보를 본 상황이다.

내일 비 온대. 그러니까 우산 꼭 챙겨. (naeil bi ondae. geureonikka usan kkok chaenggyeo.)

여기서 그러니까를 그래서로 바꾸면 문장이 어색해진다. 명령·권유 앞자리는 그러니까의 자리다.

2) 다시 말해서 — 긴 설명을 접어 되물을 때

회의에서 상대가 일정 지연 사유를 5분 동안 설명한 뒤, 결론만 확인하고 싶은 상황이다.

그러니까 결론은, 이번 달 안에는 어렵다는 말씀이시죠? (geureonikka gyeollon-eun, ibeon dal ane-neun eoryeopdaneun malsseum-isijyo?)

상대의 말을 자르지 않으면서 요점을 잡아내는 문형이라, 업무 한국어에서 활용도가 매우 높다.

3) 말문 열기 — 요구가 조심스러울 때

미용실 의자에 앉아, 어떻게 잘라 달라고 할지 머릿속으로 정리하는 중이다.

그러니까… 앞머리는 그대로 두고 옆만 조금 다듬어 주세요. (geureonikka… ammeori-neun geudaero dugo yeopman jogeum dadeumeo juseyo.)

이 자리의 그러니까는 뜻이 거의 없다. 빼도 문장은 성립하지만, 넣으면 ‘지금 생각을 정리하는 중’이라는 신호가 되어 훨씬 자연스럽게 들린다.

존댓말·반말과 비슷한 표현

표현온도·강도쓰는 자리
그러니까 (geureonikka)반말, 편안함친구·가족·또래
그러니까요 (geureonikkayo)존댓말 맞장구직장·처음 만난 사이·손윗사람
그니까 (geunikka)더 가볍고 빠름또래 대화·메신저. 문서에는 쓰지 않음
그래서 (geuraeseo)중립, 결과만 이음어디서나. 단 뒤에 명령형은 어색
그러므로 (geureumeuro)딱딱하고 논리적글·발표·보고서. 말로는 거의 안 씀

표에서 특히 눈여겨볼 것은 마지막 두 줄이다. 학습자가 교재로 배운 그러므로 (geureumeuro) 를 일상 대화에 그대로 가져오면, 친구에게 판결문을 읽어 주는 것처럼 들린다. 반대로 그니까 (geunikka) 는 발음이 편해서 실제 대화에서 훨씬 자주 들리지만, 이메일이나 보고서에 쓰면 성의 없어 보인다. 말할 땐 그니까, 쓸 땐 그러니까 — 이 정도로 나눠 두면 실수가 없다.

문화 배경 — 맞장구가 만드는 온도

한국어 대화에서 듣는 사람은 조용히 있지 않는다. 상대가 말하는 동안 ‘어’, ‘진짜?’, ‘맞아’, ‘그러니까’ 같은 소리를 끊임없이 넣는다. 이걸 맞장구라고 한다. 침묵으로 경청하는 문화권에서 온 학습자는 이 소리들을 말 끊기로 오해하기 쉽지만, 한국에서는 정반대다.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듣기만 하면 ‘내 말에 관심이 없나?’ 하는 인상을 준다.

그 맞장구 목록에서 그러니까가 특별한 자리를 차지하는 이유가 있다. ‘맞아’는 상대 말이 사실이라는 확인이고, ‘진짜?‘는 놀람이다. 그런데 그러니까는 ‘나도 진작부터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는 뜻을 담는다. 동의의 시점을 상대보다 앞으로 당기는 말인 셈이다. 그래서 불평이나 한탄에 특히 잘 붙는다. 물가, 날씨, 상사, 교통 체증 — 둘이 같이 답답해할 거리 앞에서 이 말이 가장 많이 오간다.

어원도 이 성격을 설명해 준다. 그러니까는 ‘그러하다’의 어간에 이유를 나타내는 연결 어미 ‘-니까’가 붙어 굳어진 부사다. ‘-니까’는 원래 말하는 사람이 근거를 쥐고 있을 때 쓰는 어미다. 그러니까 안에는 ‘내가 그 이유를 알고 있다’는 태도가 처음부터 들어 있고, 그것이 맞장구로 쓰일 때는 ‘나도 안다’는 공감으로, 설명에 쓰일 때는 ‘내 말 들어라’는 압력으로 나타난다. 같은 단어가 따뜻하게도 들리고 답답하게도 들리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한국 드라마를 볼 때 자막 없이 이 단어만 세어 봐도 재미있다. 인물들이 카페에 마주 앉아 누군가를 흉볼 때, 한 사람이 말을 마치기 무섭게 상대가 짧게 던지는 그 한마디 — 대개 그러니까다.

오늘의 퀴즈

친구가 한숨을 쉬며 “요즘 물가 진짜 미쳤어”라고 말했다. 나도 똑같이 느끼고 있었다는 마음을 한마디로 전하려면?

① 그래서. ② 그러니까. ③ 그러므로.

정답: ②

①의 ‘그래서?‘는 ‘그래서 어쩌라고’로 들려 무례해진다. ③은 발표문에나 어울리는 문어체라 친구 앞에서 쓰면 농담처럼 들린다. 이 자리의 정답은 오직 ②, 그러니까다. 상대가 손윗사람이라면 그러니까요 (geureonikkayo) 로 바꾸면 된다.


이 글의 단어 뜻풀이와 예문은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krdict.korean.go.kr)에서 가져왔으며, 해당 부분(번역 포함)은 CC BY-SA 2.0 KR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배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