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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코르 (angkoreu) — 불이 꺼져도 자리를 뜨지 않는 이유

앙코르

앙코르 (angkoreu) 는 공연을 마친 출연자에게 박수와 환호를 보내며 “한 번 더” 해 달라고 청하는 일을 뜻하는 말이다. K-pop 콘서트를 한 번이라도 가 본 사람이라면 이 말이 나오는 정확한 순간을 안다. 마지막 곡이 끝나고, 멤버들이 인사를 하고, 무대 조명이 툭 꺼진다. 그런데 아무도 일어나지 않는다. 코트를 챙기지도, 가방을 메지도 않는다. 대신 객석 여기저기서 같은 세 글자가 터져 나온다. 앙코르, 앙코르, 앙코르. 공연은 사실 그때부터 한 번 더 시작된다.

한국어 학습자에게 이 단어가 반가운 이유는 발음이 이미 익숙하기 때문이다. 영어의 encore, 일본어의 アンコール, 중국어의 安可와 뿌리가 같다. 그래서 뜻은 금방 외워진다. 문제는 어디에 쓰느냐다. 이 말은 “다시 해 주세요”라는 요청처럼 생겼지만, 온도는 요청이 아니라 칭찬에 가깝다. 관객이 앙코르를 외친다는 건 “당신의 무대가 이대로 끝나기에는 아깝다”는 뜻이다. 그래서 잘하지 못한 공연에는 앙코르가 나오지 않는다. 값이 매겨진 박수인 셈이다.

뜻은 크게 두 갈래다. 하나는 방금 말한 무대 위의 재연 요청이고, 다른 하나는 반응이 좋았던 영화나 드라마를 다시 상영·방송하는 일이다. 앞의 것은 객석에서 튀어나오는 뜨거운 말이고, 뒤의 것은 편성표에 적히는 차분한 말이다. 같은 단어인데 온도가 꽤 다르다.

국립국어원 사전으로 확인하기

앙코르 「명사」

  1. 음악회 등에서 연주를 마친 출연자에게 환호를 보내고 박수를 치며 다시 한번 연주를 청하는 일. [en] encore — The act of asking for another performance in a concert, etc., by applauding and cheering to the musician after he/she finishes his/her performance. [ja] アンコール — 音楽会などで演奏を終えた演奏者に聴衆が掛け声や拍手で再演を望むこと。 [es] repetición, otra vez, de nuevo — En un concierto musical, etc., acción de pedir al artista la inmediata repetición de una actuación con vítores y aplausos. [zh] 安可,再唱,再来一个 — 在音乐会等演出结束后,向演出者欢呼拍手,并要求再一次演奏。 —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 (krdict.korean.go.kr)

앙코르 「명사」 2. 관객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은 영화나 드라마 등을 다시 상영하거나 방송하는 일. [en] encore — The act of showing or broadcasting again a movie or soap opera, etc., which received a positive response from the audience. [ja] アンコール。さいじょうえい【再上映】。さいほうそう【再放送】 — 観客に高い評価を受けた映画やドラマなどを再び上映・放送すること。 [es] reposición — Acción de volver a poner en escena o transmitir una obra dramática o cinematográfica ya una vez estrenada y aclamada por el público. [zh] 重播,重演,重映 — 重新放映或播放获得观众好评的电影或电视剧等。 —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 (krdict.korean.go.kr)

포르투갈어 뜻풀이는 사전에 실려 있지 않다. 참고로만 옮기면 bis / repetição 정도가 되는데, 이건 사전 자료가 아니라 우리가 붙인 자체 번역이라는 점을 밝혀 둔다.

사전에 실린 실제 사용 예문을 원문 그대로 옮기고, 각각 어떤 상황인지 붙여 본다.

가수의 열정적인 무대에 감동한 관객들은 앙코르를 외쳤다. —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 (krdict.korean.go.kr)

가장 전형적인 자리다. 앙코르를 외치다 (angkoreu-reul oechida) 라는 짝이 눈에 들어와야 한다. 앙코르는 조용히 말하는 게 아니라 외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앞에 “감동한”이 붙어 있다는 데 주목하자. 감동이 먼저고 외침이 나중이다.

나는 콘서트가 끝나고 앙코르 무대가 이어질 때까지 자리를 뜨지 않고 관람했다. —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 (krdict.korean.go.kr)

여기서는 앙코르 무대 (angkoreu mudae) 라는 덩어리로 쓰였다. 관객이 청하는 행위를 넘어, 그 결과로 실제 펼쳐지는 추가 공연 자체를 가리킨다. “자리를 뜨지 않고”라는 표현이 한국 공연장의 풍경을 그대로 보여 준다.

김 감독의 연극이 앙코르로 다시 공연된대. —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 (krdict.korean.go.kr)

두 번째 뜻이다. 그날 그 자리에서 한 곡 더 하는 게 아니라, 반응이 좋아서 아예 다시 무대에 올린다는 얘기다. “-대”로 끝나는 반말 전언체라 친구끼리 소식을 전하는 말투다.

앙코르로 상영하다. / 앙코르로 공연하다. —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 (krdict.korean.go.kr)

앙코르로 (angkoreu-ro) 라는 부사 꼴이 굳어져 쓰인다는 걸 보여 주는 짝이다. “앙코르 때문에”도 “앙코르를 위해”도 아니고 “앙코르로”다. 통째로 외워 두면 편하다.

앙코르 영화. / 앙코르 연극. / 앙코르 드라마. —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 (krdict.korean.go.kr)

뒤에 오는 말에 그냥 붙여 “다시 올리는 그것”을 만든다. 이 방식은 지금도 살아 있어서, 방송 편성표에서 앙코르 방송 (angkoreu bangsong) 같은 말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실제 대화로 보기

상황: 서울의 대형 공연장. 본 공연 마지막 곡이 끝나고 조명이 꺼졌다. 두 사람은 자리에 그대로 서 있다.

준경: 야, 아직 가지 마. 지금부터가 진짜야. Hey, don’t leave yet. The real thing starts now.

에밀리: 알아, 알아. 나 여기 산 지 15년이야. I know, I know. I’ve lived here for fifteen years.

준경: (소리치며) 앙코르! 앙코르! (shouting) Encore! Encore!

에밀리: 목소리 좀… 귀 바로 옆이야. 근데 오늘 앙코르 몇 곡 할 것 같아? Your voice… it’s right next to my ear. Anyway, how many encore songs do you think they’ll do tonight?

준경: 보통 세 곡인데, 오늘 투어 마지막 날이잖아. 네 곡은 하지 않을까? Usually three, but today’s the last day of the tour. Won’t they do four?

에밀리: 그럼 나 응원봉 배터리 아껴야겠다. 아까 다 써 버렸는데. Then I should save my lightstick battery. I used it all up earlier.

이렇게 쓰면 어색합니다

✗ (팀 회의에서 동료가 분기 실적 발표를 끝내자) 와, 앙코르! ✓ (사내 연말 장기자랑에서 동료가 노래를 끝내자) 와, 앙코르! → 앙코르는 무대에서 보여 주는 것에 붙는 말이다. 업무 보고에 쓰면 칭찬이 아니라 비꼬는 농담으로 들린다. 발표가 좋았다면 “발표 정말 좋았어요 (balpyo jeongmal joasseoyo)” 쪽이 맞다.

✗ (식당에서 반찬을 더 받고 싶을 때) 사장님, 앙코르요! ✓ (식당에서 반찬을 더 받고 싶을 때) 사장님, 이것 좀 더 주세요. → 외래어라고 아무 데나 “한 번 더”의 뜻으로 쓸 수 없다. 앙코르가 청하는 것은 공연이지 음식이나 서비스가 아니다. 음료를 더 받을 때는 “리필 (ripil)”, 음식은 “더 주세요 (deo juseyo)”다.

상황별 활용 예문

① 콘서트가 끝난 밤, 친구에게 보내는 메시지

오늘 앙코르 때 부른 마지막 곡이 제일 좋았어. oneul angkoreu ttae bureun majimak gogi jeil joasseo. (The last song they sang during the encore was the best today.)

앙코르 무대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할 때는 앙코르 때 (angkoreu ttae) 라는 꼴을 쓴다. 짧고 자연스러워서 후기 글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형태다.

② 팬미팅 사회자가 무대 위에서, 존댓말로

여러분, 다 함께 앙코르 부탁드립니다! yeoreobun, da hamkke angkoreu butakdeurimnida! (Everyone, let’s all ask for an encore together!)

앙코르는 명사라서 그 자체에는 높임이 없다. 높임은 뒤에 오는 동사가 진다. 앙코르 해 주세요 (angkoreu hae juseyo), 앙코르 부탁드립니다 (angkoreu butakdeurimnida) 처럼 붙이면 공손해진다.

③ 놓친 드라마를 다시 보고 싶을 때

그 드라마 앙코르 방송 언제 해요? geu deurama angkoreu bangsong eonje haeyo? (When is the encore broadcast of that drama?)

사전의 두 번째 뜻이 그대로 살아 있는 표현이다. 이 자리에서는 목소리를 높일 일이 없다. 아주 사무적인 말이 된다.

존댓말·반말과 비슷한 표현

표현온도·강도쓰는 자리
앙코르 (angkoreu)뜨겁고 들뜸. 칭찬이 섞임공연장 객석, 재상영·재방송 안내
앵콜 (aengkol)같은 뜻, 더 구어적팬들 사이 채팅·SNS. 표준 표기는 앙코르라 공식 문서에는 쓰지 않음
재방송 (jaebangsong)중립·사무적. 감정 없음편성표, 방송 안내. 반응이 좋았는지와 무관
한 번 더요! (han beon deoyo)부드러운 요청노래방, 수업, 공연이 아닌 자리

표에서 눈여겨볼 것은 앙코르재방송의 차이다. 둘 다 “다시 튼다”는 뜻이지만, 재방송은 그냥 편성이고 앙코르에는 “반응이 좋았기 때문에”라는 이유가 들어 있다. 그래서 방송사는 인기 있었던 회차를 다시 틀 때 굳이 “앙코르 방송”이라고 이름 붙인다. 같은 행위에 훈장을 하나 달아 주는 셈이다.

또 하나, 앵콜은 팬 커뮤니티에서 압도적으로 많이 보이지만 표준 표기는 아니다. 학습자라면 읽을 줄만 알고 쓸 때는 앙코르로 쓰는 편이 안전하다.

문화 배경 — 불 꺼진 뒤의 몇 분

앙코르는 프랑스어 encore에서 온 말이다. 원래 뜻은 “다시, 아직”이다. 유럽의 공연장에서 관객이 외치던 말이 그대로 세계 여러 나라의 공연 문화에 실려 들어왔고, 한국에는 외래어로 자리 잡아 지금은 국어사전에 실린 명사가 되었다.

재미있는 건 이 말이 한국의 K-pop 콘서트에서 겪은 변화다. 원래 앙코르는 “예정에 없던 추가 공연”이다. 관객이 충분히 열광했을 때만 일어나는, 계획되지 않은 선물이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 한국 콘서트에서 앙코르 무대는 사실상 정해진 순서다. 세트리스트에 들어가 있고, 의상도 따로 준비되어 있고, 보통 무대 의상 대신 공연 굿즈 티셔츠를 입고 나온다. 관객도 그걸 안다. 그래도 다들 목이 쉬도록 외친다. 예정된 순서라는 걸 알면서도 외치는 그 몇 분이, 어쩌면 한국 공연 문화에서 가장 정직한 시간일지도 모른다. 이건 요청이 아니라 감사 인사에 가깝기 때문이다.

여기서 파생된 말도 있다. 앙코르 콘서트 (angkoreu konseoteu) 는 투어가 끝난 뒤, 반응이 좋아서 같은 도시에서 한 번 더 여는 공연을 가리킨다. 티켓팅에 실패한 팬들이 “제발 앙코르 콘서트 해 주세요”라고 쓰는 이유가 이것이다. 티켓 예매 사이트를 한국어로 들여다볼 생각이라면 이 단어는 반드시 알아 두는 게 좋다.

그리고 하나 더. 앙코르 무대에서는 아이돌이 마이크를 객석 쪽으로 돌리는 일이 잦다. 그 순간 노래를 이어 부르는 것은 관객이다. 그래서 한국 팬들 사이에는 “앙코르는 팬이 부르는 무대”라는 농담 섞인 말이 있다. 공연을 끝내는 사람이 무대 위가 아니라 객석에 있다는 뜻이다.

오늘의 퀴즈

다음 중 앙코르를 자연스럽게 쓴 문장은 무엇일까요?

  1. 커피 다 마셨어요. 앙코르 주세요.
  2. 반응이 좋아서 그 연극을 앙코르로 다시 공연한대.
  3. 부장님 보고가 끝나자 회의실에서 앙코르가 터져 나왔다.
정답 보기

정답: 2번

1번은 음료를 더 달라는 뜻이므로 “리필 해 주세요”가 맞다. 앙코르는 마실 것에 쓰지 않는다. 3번은 공연이 아닌 업무 보고 자리라서, 칭찬이 아니라 비꼬는 말로 들린다. 2번은 사전의 두 번째 뜻 그대로다. 반응이 좋았던 작품을 다시 무대에 올린다는 뜻이고, 앙코르로 (angkoreu-ro) 라는 굳어진 꼴도 정확하게 쓰였다.

오늘 밤 K-pop 콘서트 영상을 보게 된다면, 마지막 곡이 끝난 뒤 조명이 꺼지는 순간에 재생을 멈추지 말자. 그다음 몇 분에 이 단어가 살아 있다.

이 글의 단어 뜻풀이와 예문은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krdict.korean.go.kr)에서 가져왔으며, 해당 부분(번역 포함)은 CC BY-SA 2.0 KR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배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