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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락드리겠습니다 — 답을 쥔 사람이 건네는 한마디

연락드리겠습니다

**연락드리겠습니다 (yeollak-deurigetseumnida)**는 “제가 상대에게 먼저 소식을 전하겠다”는 약속을, 나를 낮추고 상대를 높이는 말투로 건네는 표현이다. 영어로 옮기면 “I’ll be in touch” 한 줄이면 끝나지만, 한국어에서 이 문장은 대화를 닫는 동시에 다음 차례가 누구인지 못 박는 역할을 한다.

이 말이 가장 자주 오가는 자리를 떠올려 보자. 면접장을 나서는 문 앞, 은행 창구, 부동산 사무실, 병원 예약 데스크, 처음 명함을 주고받은 자리. 공통점이 있다. 지금 당장은 답이 없고, 답을 쥔 쪽은 나이고, 상대는 기다려야 한다. 한국어는 이 어색한 침묵을 “나중에요” 한마디로 넘기지 않는다. 대신 “제가 연락드리겠습니다” 하고,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다는 마음을 말투 자체에 실어 함께 건넨다. 그래서 이 표현은 뜻보다 온도로 먼저 익혀야 한다.

문장은 네 조각으로 되어 있다. **연락 (yeollak)**은 소식을 주고받는 일, **-드리다 (-deurida)**는 그 행위를 상대를 높여서 한다는 표시, **-겠- (-get-)**은 “내가 그렇게 하겠다”는 의지, **-습니다 (-seumnida)**는 한국어에서 가장 격식 있는 말끝이다. 그래서 정보량만 보면 **연락하겠습니다 (yeollak-hagetseumnida)**와 똑같다. 둘 다 “내가 연락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귀에 닿는 느낌은 꽤 다르다. “연락하겠습니다”는 통보에 가깝고, “연락드리겠습니다”는 부탁과 예의에 가깝다.

여기서 반드시 붙잡아야 할 것이 방향이다. -드리다가 높이는 사람은 말하는 내가 아니라 연락을 받을 상대다. 이 방향을 놓치는 순간 아래 오용 섹션의 실수가 그대로 나온다.

실제 대화로 보기

상황: 에밀리가 면접을 막 끝내고 건물 밖으로 나왔다. 준경이 계단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

준경: 어떻게 됐어? 표정이 왜 그래. How’d it go? Why the face?

에밀리: 몰라. 마지막에 “결과는 다음 주에 연락드리겠습니다” 이러고 끝났어. I don’t know. At the end they just said “we’ll be in touch with the result next week.”

준경: 야, 그거 원래 다 그렇게 말해. 붙일 때도 그 말, 떨어뜨릴 때도 그 말. Hey, everyone says that. They say it when they take you and when they reject you.

에밀리: 그러니까 무섭지. 나도 나오면서 “그럼 서류 정리해서 연락드리겠습니다” 했는데 목소리가 떨렸어. That’s exactly why it’s scary. On my way out I said “then I’ll get my documents together and be in touch,” and my voice shook.

준경: 잘했네. 그 한마디가 “저 아직 안 끝났습니다” 하는 거거든. Nice move. That one line is basically saying “I’m not done here yet.”

에밀리: 오, 그런 거였어? 난 그냥 인사인 줄 알았지. Oh, that’s what it does? I thought it was just a goodbye.

이렇게 쓰면 어색합니다

✗ (친구에게) 나 지금 출발해. 도착하면 연락드리겠습니다. ✓ (친구에게) 나 지금 출발해. 도착하면 연락할게. → -드리다는 상대를 높이는 말이라, 또래에게 진지하게 쓰면 갑자기 벽을 세우는 느낌이 된다. 친구 사이에서는 장난으로 격식을 흉내 낼 때나 쓰고, 진심으로 쓰면 “우리 사이가 왜 이래?” 하는 반응이 돌아온다.

✗ (내 명함을 건네며) 궁금한 점 있으시면 저에게 연락드리세요. ✓ (내 명함을 건네며) 궁금한 점 있으시면 저에게 연락 주세요. → 높임의 방향이 뒤집혔다. -드리다는 연락을 받는 쪽을 높이는 말인데, 이 문장에서 받는 쪽은 나다. 결국 내가 나를 높이는 말이 되어 버린다. 다만 받는 사람이 제3자이면서 윗사람일 때는 완전히 정상이다 — **부장님께 연락드리세요 (bujangnimkke yeollak-deuriseyo)**는 전혀 어색하지 않다.

상황별 활용 예문

상황 1 — 창구에서 즉답이 어려울 때. 은행 직원이 서류 한 건을 더 확인해야 한다. 그 자리에서 “잘 모르겠는데요”라고 하면 신뢰가 깎이므로, 확인할 사람과 시점을 함께 못 박는다.

확인해 보고 오늘 오후 안에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hwaginhae bogo oneul ohu ane dasi yeollak-deurigetseumnida.)

“다시”와 시간 범위가 붙는 순간 막연한 인사가 약속으로 바뀐다. 한국 직장에서 이 표현의 무게는 대부분 뒤에 붙은 시점이 결정한다.

상황 2 — 교수님께 보내는 메일의 마지막 줄. 면담 날짜를 아직 못 정했고, 정하는 쪽은 나다.

일정이 조율되는 대로 바로 연락드리겠습니다. (iljeongi joyuldoeneun daero baro yeollak-deurigetseumnida.)

한국어 이메일은 이렇게 “다음 행동은 제가 하겠습니다”로 끝맺는 형식을 좋아한다. 상대가 뭘 더 하지 않아도 되게 만들어 주는 것이 예의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상황 3 — 방문 예정인 수리 기사. 에어컨 기사가 출발 전에 보내는 문자 한 줄.

출발 10분 전에 미리 연락드리겠습니다. (chulbal sip-bun jeone miri yeollak-deurigetseumnida.)

서비스업에서 이 문장은 “당신 시간을 존중하고 있습니다”라는 신호로 읽힌다. 그래서 실제 방문보다 이 문자 한 통이 평점을 좌우하기도 한다.

존댓말·반말과 비슷한 표현

표현온도·강도쓰는 자리
연락드리겠습니다 (yeollak-deurigetseumnida)가장 격식, 나를 낮춤면접·고객 응대·처음 뵙는 윗사람
연락드릴게요 (yeollak-deurilgeyo)겸양은 그대로, 훨씬 부드러움아는 선배·단골 손님·편해진 거래처
연락하겠습니다 (yeollak-hagetseumnida)격식이지만 나를 낮추진 않음동료·공지·통보하는 자리
연락할게 (yeollak-halge)반말, 친근친구·후배
연락 주세요 (yeollak juseyo)방향이 반대 — 상대에게 부탁내가 기다리는 쪽일 때

위에서 아래로 격식이 한 칸씩 내려오다가, 마지막 줄에서 화살표가 통째로 반대로 돌아간다. 앞의 네 개는 “내가 하겠다”이고 마지막 하나만 “당신이 해 주세요”다. 이 표를 통째로 외워 두면 전화를 끊을 때 어느 문장을 골라야 할지 헷갈리지 않는다.

문화 배경 — 공을 누가 쥐고 있는가

**드리다 (deurida)**는 **주다 (juda)**의 겸양형이다. 같은 행동이라도 받는 사람이 윗사람이면 동사를 갈아 끼우는 것이 한국어의 방식이라, 말하다는 말씀드리다, 돕다는 도와드리다, 알리다는 알려드리다가 된다. 연락드리다도 같은 가족이다. 이 규칙이 학습자에게 까다로운 이유는 분명하지만, 반대로 이 한 조각만 익혀도 문장 전체가 단숨에 정중해진다.

한국에서 이 표현이 가장 무겁게 울리는 자리는 역시 면접장이다. “결과는 추후 연락드리겠습니다”는 사실상 관용구여서, 합격도 불합격도 같은 문장으로 통보된다. 그래서 이 말을 듣는 순간부터 며칠간의 기다림이 시작된다. 취업 준비생을 다룬 한국 드라마에서 면접 장면이 늘 비슷한 표정으로 끝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 하나 알아 둘 것이 있다. 이 표현은 헤어질 때의 예의이기도 하다. 한국어 대화는 “그럼 이만”으로 뚝 끊기보다 다음 접촉을 예고하며 닫는 쪽을 선호한다. “연락드리겠습니다”는 관계를 끝내는 문장이 아니라 잠깐 접어 두는 문장이다. 그래서 실제로 연락이 오지 않아도 무례로 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학습자를 가장 헷갈리게 하는 지점인데, 구분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시점이 붙어 있으면 약속, 붙어 있지 않으면 인사에 가깝다. “내일 오전에 연락드리겠습니다”는 기다려도 되고, 그냥 “연락드리겠습니다”는 기다리며 다른 일을 해도 된다.

오늘의 퀴즈

다음 네 문장 중 어색한 것은?

  1. (면접관에게) 서류 준비되면 바로 연락드리겠습니다.
  2. (친구에게) 나 도착하면 연락드리겠습니다.
  3. (고객에게) 확인 후 30분 안에 연락드리겠습니다.
  4. (교수님께) 초안 정리해서 내일 연락드리겠습니다.

정답: 2번. -드리다는 연락을 받을 상대를 높이는 말인데 친구는 높임의 대상이 아니다. 이 자리에서는 **도착하면 연락할게 (dochakhamyeon yeollak-halge)**가 자연스럽다. 나머지 셋은 모두 상대가 나보다 윗사람이거나 손님이므로 그대로 쓰면 된다.


이 글의 뜻풀이·예문·대화는 사전 인용 없이 직접 작성한 창작물입니다(해당 표현은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의 표제어로 조회되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