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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시다 (apeusida) — 아픈 사람이 어른일 때 쓰는 한 글자의 차이

아프시다

**아프시다 (apeusida)**는 동사 **아프다 (apeuda)**에 높임의 어미 **-(으)시- (-(eu)si-)**를 붙인 말로, 몸이나 마음이 아픈 사람이 내가 높여야 할 윗사람일 때 그 사람의 아픔을 높여서 말하는 표현이다. 아주 거칠게 나누면 이렇다. “아프다”는 나와 친구의 말이고, “아프시다”는 부모님·선생님·상사·어르신의 말이다.

이 말이 실제로 오가는 자리는 대체로 정해져 있다. 병원 대기실에서 어른의 팔을 붙잡고 어디가 불편하신지 묻는 순간, 주말 저녁에 부모님께 전화를 걸어 허리가 아직도 안 좋으신지 여쭙는 순간, 회사에서 안색이 안 좋은 팀장님께 조심스럽게 말을 붙이는 순간이다. 한국어 학습자는 “아프다”를 첫 주에 배우지만 “아프시다”는 한참 뒤에야 제대로 쓰게 되는데, 이 말이 단어가 아니라 관계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누가 아픈지를 말하는 동시에, 그 사람이 나에게 어떤 자리에 있는 사람인지를 함께 말해 버린다.

한국어의 높임은 두 갈래로 갈라져서 따로 움직인다. 하나는 듣는 사람을 높이는 것이고(-요, -습니다), 다른 하나는 문장의 주어를 높이는 것이다(-(으)시-). 이 둘이 따로 논다는 사실을 잡으면 아프시다는 한 번에 정리된다.

  • 동생이 아파. (dongsaeng-i apa) — 듣는 사람도 주어도 안 높임. 친구에게 동생 얘기.
  • 동생이 아파요. (dongsaeng-i apayo) — 듣는 사람만 높임. 선생님께 동생 얘기.
  • 할머니께서 아프셔. (halmeoni-kkeseo apeusyeo) — 주어만 높임. 친구에게 할머니 얘기.
  • 할머니께서 아프세요. (halmeoni-kkeseo apeuseyo) — 둘 다 높임. 선생님께 할머니 얘기.

세 번째 문장이 낯설게 느껴진다면 그게 정상이다. 반말인데 -시-가 붙어 있다. 친구에게 편하게 말하면서도 할머니는 높이는 것이라, 한국 사람은 이 문장을 하루에도 몇 번씩 쓴다.

활용형은 다음과 같이 갈라진다. 아프세요 (apeuseyo) 지금 아프시다, 아프셨어요 (apeusyeosseoyo) 아프셨다, 아프시겠어요 (apeusigesseoyo) 많이 아프시겠다는 공감, 아프신 곳 (apeusin got) 아픈 부위, 아프셔서 (apeusyeoseo) 아프신 탓에, 아프시대요 (apeusidaeyo) 아프시다고 하더라는 전달. 병원과 전화 통화에서는 이 여섯 가지가 거의 전부다.

한 가지 더. 아픈 것이 사람이 아니라 몸의 일부일 때도 -시-가 붙는다. **“할머니께서 무릎이 아프세요”**에서 아픈 주체는 문법적으로 ‘무릎’이지만, 그 무릎이 높여야 할 분의 몸이기 때문에 높임이 따라 붙는다. 이것을 간접높임이라고 부른다. 무릎, 허리, 목, 손목, 눈 — 어르신의 몸에 붙은 것이면 다 그렇다.

실제 대화로 보기

상황: 토요일 오전, 동네 정형외과 대기실. 준경이 아버지를 모시고 접수를 기다리는데 손목에 붕대를 감은 에밀리가 들어온다.

준경: 어, 에밀리? 너 손목 왜 그래. 어디 아파? Oh, Emily? What’s wrong with your wrist? Does it hurt somewhere?

에밀리: 어제 자전거 타다 넘어졌어. 근데 너는 멀쩡해 보이는데? I fell off my bike yesterday. But you look fine?

준경: 나 말고. 아버지가 무릎이 좀 아프셔서 모시고 왔어. Not me. My dad’s knee has been hurting, so I brought him in.

에밀리: 아, 아버님. 안녕하세요. 많이 아프세요? Ah, sir. Hello. Does it hurt a lot?

준경: (작게) 한 달째 아프시다면서 계속 참으셨나 봐. 어제야 말씀하시더라. (quietly) Seems he’s been putting up with it for a month, saying it hurt. He only told me yesterday.

에밀리: 어른들은 진짜 다 그러시더라. 우리 시아버지도 똑같아. Elders are all like that, seriously. My father-in-law is exactly the same.

이렇게 쓰면 어색합니다

✗ (조퇴를 청하며) 팀장님, 제가 오늘 배가 좀 아프세요. ✓ (조퇴를 청하며) 팀장님, 제가 오늘 배가 좀 아파요. → -(으)시-는 문장의 주어를 높이는 말이다. 주어가 ‘제가’인데 -시-를 붙이면 자기 입으로 자기를 높인 꼴이 된다. 공손하게 들리려고 넣은 한 글자가 오히려 말을 이상하게 만든다. 듣는 사람을 높이는 일은 이미 ‘-요’가 하고 있으니 그것으로 충분하다.

✗ (오래 입원 중인 할아버지 얘기를 하며) 할아버지께서 요즘 많이 아프세요. ✓ (오래 입원 중인 할아버지 얘기를 하며) 할아버지께서 요즘 많이 편찮으세요 (pyeonchaneuseyo). → 틀린 문장은 아니지만 온도가 가볍다. 아프시다는 ‘무릎이’, ‘목이’처럼 부위와 순간이 있는 통증에 어울리고, 어르신이 오래 앓고 계신 병환 전체를 말할 때는 편찮으시다 쪽이 훨씬 무겁고 정중하게 들린다. 문병을 가서 첫마디로 꺼내야 하는 말은 이쪽이다.

상황별 활용 예문

1. 회사에서 상사의 안색이 안 좋을 때

팀장님, 혹시 어디 아프세요 (apeuseyo)? 안색이 안 좋으신데 잠깐 쉬셨다 하시죠.

한국 회사에서 윗사람의 몸 상태를 묻는 일은 조심스럽다. 대놓고 “아파 보여요”라고 하면 실례가 되기 쉬워서, ‘혹시’를 앞에 붙이고 ‘어디’로 부위를 흐린 다음 아프세요로 마무리하는 이 형태가 거의 공식처럼 쓰인다.

2. 주말 저녁, 부모님께 안부 전화

엄마, 허리는 좀 어떠세요? 지난주에 아프시다고 하셨잖아요. 병원은 다녀오셨어요?

안부 전화의 뼈대다. 부모는 대개 “괜찮다”고 하시고, 자식은 그 대답을 믿지 않고 병원에 다녀오셨는지를 한 번 더 묻는다. 지난번에 하신 말씀을 그대로 되짚는 아프시다고 하셨잖아요가 “나는 기억하고 있다”는 신호가 된다.

3. 제3자에게 소식을 전할 때

오늘 수업 없대요. 선생님께서 목이 아프셔서 (apeusyeoseo) 병원에 가셨다고 하시네요.

내가 아픈 것도, 듣는 사람이 아픈 것도 아니고 자리에 없는 사람이 아픈 경우다. 이때도 선생님은 높여야 하므로 -시-가 그대로 살아 있고, 뒤의 ‘가셨다’에도 똑같이 붙는다. 한 문장 안에서 높여야 할 사람의 행동에는 빠짐없이 -시-를 붙이는 것이 자연스럽다.

존댓말·반말과 비슷한 표현

표현온도·강도쓰는 자리
아프다 (apeuda)중립, 기본형나 자신·친구·손아랫사람. 나에게는 무조건 이 형태
아프시다 (apeusida)일상적인 높임부모님·상사·어르신의 구체적인 통증. 병원, 안부 전화
편찮으시다 (pyeonchaneusida)가장 정중하고 무겁다어르신의 병환 전반. 문병, 명절 인사, 부고에 가까운 자리
몸이 안 좋으시다 (momi an joeusida)완곡하고 부드럽다병명을 밝히기 곤란할 때, 회사에서 결근 사유를 대신 전할 때

실전에서는 이렇게 갈린다. 어디가 아픈지 물을 때는 아프세요, 전반적인 안부를 여쭐 때는 편찮으신 데는 없으세요, 남에게 사정을 대신 전할 때는 몸이 좀 안 좋으셔서가 가장 매끄럽다.

문화 배경 — 어른은 좀처럼 아프다고 하지 않는다

편찮으시다의 ‘편찮다’는 편(便)하지 아니하다가 줄어 굳은 말이다. 아프다고 직접 말하는 대신 “편안하지 않으시다”라고 에둘러 표현한 것인데, 병을 정면으로 부르지 않으려는 조심스러움이 단어 자체에 화석처럼 남아 있는 셈이다. 아픔을 직설적으로 말하지 않는 태도는 지금도 그대로다. 한국의 어른들은 웬만해서는 아프다고 먼저 말하지 않는다. 한 달을 참다가 자식이 눈치를 채고서야 병원에 따라나서는 풍경은 드라마 속 클리셰이면서 동시에 대부분의 집에서 실제로 벌어지는 일이다. 그래서 자식 쪽이 먼저 어디 아프세요라고 묻는 일이 하나의 의무처럼 여겨진다.

간접높임을 이야기할 때 반드시 함께 나오는 반례가 있다. 카페에서 흔히 들리는 “주문하신 커피 나오셨습니다”다. 커피는 높임의 대상이 아니고 손님의 몸의 일부도 아니어서, 이런 사물 존대는 잘못된 높임의 대표 사례로 자주 지적된다. 반면 **“어머니께서 손목이 아프세요”**의 -시-는 손목이 어머니의 몸이기 때문에 정당하다. 손목은 되고 커피는 안 된다 — 이 경계선이 간접높임의 전부다.

덧붙여, 한국에서 병원 대기실은 세대가 가장 자주 뒤섞이는 공간 중 하나다. 자식이 접수를 하고 부모가 앉아 기다리며, 의사는 환자가 노인이면 자연스럽게 아프시다를 쓴다. 드라마에서도 진료실 장면이 나오면 의사의 첫마디는 대개 어디가 어떻게 불편하신지를 묻는 문장이다. 이 표현을 익혀 두면 병원 장면의 대사가 통째로 들리기 시작한다.

오늘의 퀴즈

다음 중 어색한 문장은?

① 부장님, 혹시 어디 아프세요? ② 저 오늘 좀 아프세요. ③ 할머니께서 무릎이 아프시대요.

정답 보기

정답: ②

-(으)시-는 문장의 주어를 높이는 어미다. ②는 주어가 ‘저’인데 -시-를 붙여 자기 자신을 높인 문장이 되어 버렸다. **저 오늘 좀 아파요 (jeo oneul jom apayo)**가 맞다. ①은 주어가 부장님이라 맞고, ③은 아픈 무릎이 할머니의 몸이므로 간접높임이 적용되어 맞다.

이 글의 단어 뜻풀이와 예문은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krdict.korean.go.kr)에서 가져왔으며, 해당 부분(번역 포함)은 CC BY-SA 2.0 KR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배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