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110-
비빔국수 (bibimguksu) — 국물 없이 비벼 먹는 여름 한 그릇
비빔국수(bibimguksu)는 국물 없이 고기, 채소 등과 여러 가지 양념을 넣어 비벼 먹는 국수라는 뜻이다. 8월 한낮, 뜨거운 국물은 쳐다보기도 싫은 날 한국 사람들이 분식집 문을 열고 들어가 가장 먼저 찾는 것이 바로 이 한 그릇이다. 찬물에 헹궈 물기를 턴 하얀 소면 위에 빨간
-
빈대떡 — 비 오는 날, 녹두를 갈아 부치는 전 한 장
**빈대떡 (bindaetteok)** 은 물에 불린 녹두를 갈아서 채소와 고기 등을 넣고 둥글넓적하게 부친 전이라는 뜻이다. 한국어를 배우는 사람이 이 단어를 처음 만나는 자리는 대개 셋 중 하나다. 비 오는 날 골목에서 풍겨 오는 기름 냄새, 재래시장 좌판 앞의 긴 줄, 그리고 명절
-
초밥 (chobap) — 밥이 없으면 초밥이 아닙니다
**초밥 (chobap)**은 식초와 소금으로 간을 한 밥을 작게 뭉쳐 그 위에 생선을 얹거나 김·유부 같은 것으로 싸서 만든 일본 음식, 곧 영어의 sushi를 가리키는 한국어 단어다. 그런데 한국에서 이 말이 가장 자주 오가는 자리는 뜻밖에도 조용한 고급 일식집이 아니다. 저녁 여덟
-
닭볶음탕 (dakbokkeumtang) — 비 오는 날, 한 냄비에 둘러앉는 매콤한 닭 요리
**닭볶음탕 (dakbokkeumtang)** 은 닭고기를 토막 내서 마늘·간장·설탕 같은 양념과 물을 넣고 끓인 매콤한 닭 요리라는 뜻이다. 창밖에 비가 오고, 냄비에서 고춧가루 냄새가 올라오고, 감자가 국물을 먹어 노랗게 물러 있고, 젓가락 네 짝이 같은 냄비로 들어간다 — 한국 사
-
돈까스 (donkkaseu) — 접시보다 큰 튀김 한 장에 담긴 한국의 외식 기억
**돈까스 (donkkaseu)**는 돼지고기를 얇게 펴서 소금과 후추로 간한 뒤 밀가루·달걀·빵가루를 차례로 입혀 기름에 튀겨 낸 요리라는 뜻이다. 한국어를 배우는 사람이라면 교실보다 식당에서 이 단어를 먼저 만나게 된다. 점심시간에 동료들이 "오늘 뭐 먹지?" 하고 십 분째 결론을
-
겉절이 (geotjeori) — 김장날 하루만 나는 맛, 익기 전에 먹는 김치
겉절이는 배추나 상추, 무 같은 채소에 양념을 해서 발효를 기다리지 않고 바로 먹을 수 있게 만든 반찬이라는 뜻이다. 한국 식당에서 밥을 시켰는데 김치가 두 접시 나온 적이 있는가. 하나는 색이 짙고 국물이 붉으며 시큼한 냄새가 난다. 다른 하나는 배추 잎이 아직 초록빛이고 양념이 겉에
-
길거리 음식 (gilgeori eumsik) — 파는 자리가 이름을 정한다
**길거리 음식 (gilgeori eumsik)**은 길거리에서 간단히 먹을 수 있도록 판매하는 음식이라는 뜻이다. 앉아서 차례대로 나오는 밥이 아니라, 서서 종이컵을 들고 후후 불어 가며 먹는 밥이다.
-
입이 짧다 — 밥상 앞에서 젓가락이 안 나가는 사람에게 쓰는 말
**입이 짧다 (ibi jjalda)**는 가리는 음식이 많고 한 번에 먹는 양도 적다는 뜻이다. 한국 사람들이 밥상 앞에서 젓가락이 잘 안 나가는 사람을 두고 가장 먼저 꺼내는 말이 이것이다. 회식 자리에서 앞접시가 그대로인 사람, 반찬을 열 가지 차려도 김 한 장만 집는 조카, 새로
-
입이 심심하다 — 배가 고픈 게 아니라, 입이 할 일이 없는 것
저녁을 든든히 먹었다. 배는 분명히 부르다. 그런데 소파에 앉아 드라마를 한 편 켜는 순간, 손이 자꾸 부엌 서랍 쪽으로 간다. **입이 심심하다 (ibi simsimhada)**는 배가 고픈 것은 아닌데 무언가 씹고 싶어 입안이 허전하다는 뜻이다. 한국 사람이 밤 열한 시에 편의점 문
-
칼국수 (kalguksu) — 비 오는 날, 한국인이 제일 먼저 떠올리는 국수 한 그릇
**칼국수 (kalguksu)**는 밀가루 반죽을 얇게 밀어 칼로 가늘게 썰어 만든 국수, 또는 그 국수를 넣고 끓인 국물 음식이라는 뜻이다. 이름을 그대로 풀면 '칼 (kal, knife)'로 썬 '국수 (guksu, noodles)'다. 기계로 뽑아 매끈하게 떨어지는 면이 아니라,
-
콩국수 (kongguksu) — 여름이 오면 국숫집 유리문에 붙는 말
**콩국수 (kongguksu)**는 콩을 갈아 만든 뽀얀 국물에 국수를 말아 차갑게 먹는 여름 음식이라는 뜻이다. 한국의 7~8월, 낮 기온이 30도를 넘기기 시작하면 동네 국숫집 유리문에 “콩국수 개시”라고 쓴 종이가 붙는다. 그날부터 점심시간의 대화는 대체로 이렇게 시작된다. “오
-
손이 크다 (soni keuda) — 여섯 명 오는데 잡채를 대야로 만드는 사람
**손이 크다 (soni keuda)** 는 한 번에 준비하거나 베푸는 양이 유난히 많다, 즉 씀씀이가 후하고 넉넉하다는 뜻이다. 손의 실제 크기를 재는 말이 아니라, 그 사람이 무언가를 집어 담을 때 손에 얼마나 많이 딸려 오는가를 말한다.
-
떡꼬치 — 학교 앞 골목에서 배우는 한국어
**떡꼬치 (tteok-kkochi)**는 가래떡을 짧게 잘라 나무 꼬챙이에 서너 개씩 꿰어 기름에 구운 뒤, 매콤달콤한 양념을 붓으로 발라 먹는 한국의 길거리 음식이라는 뜻이다. 국물이 전혀 없어서 한 손에 들고 걸어가며 먹을 수 있다는 점이 이 음식의 정체성이다.
-
떡갈비 — 떡이 안 들어가는데 왜 떡갈비일까
한국 식당 메뉴판에서 이 세 글자를 처음 보면 대부분 잠깐 멈칫한다. 떡? 갈비? 둘이 왜 붙어 있지? **떡갈비 (tteokgalbi)** 는 다져서 양념한 갈빗살을 떡처럼 빚어서 구운 요리라는 뜻이다. 이름에 떡이 들어 있지만 실제로 떡은 한 조각도 들어가지 않는다. 갈빗살을 뼈에서
-
아귀찜 (agwijjim) — 겨울 회식 자리에서 가장 먼저 튀어나오는 이름
겨울 저녁, 퇴근길 골목에서 “오늘 뭐 먹을까?”라는 말이 나오면 높은 확률로 튀어나오는 이름이 있다. **아귀찜 (agwijjim)** 은 아귀라는 생선에 콩나물과 미나리를 듬뿍 얹고 매운 양념으로 버무려 걸쭉하게 쪄 낸 한국 음식이라는 뜻이다. 이름에 ‘찜’이 붙어 있어서 순하게 김
-
백숙 (baeksuk) — 양념 없이 푹 삶아낸 한 그릇, 복날의 한국어
여름이 절정에 이르면 한국의 계곡 입구나 시장 골목에는 커다란 솥에서 하얀 김이 오르는 가게들이 줄지어 문을 연다. 그 앞에 사람들이 길게 늘어서 있다면, 십중팔구 오늘은 복날이다. **백숙 (baeksuk)**은 고기나 생선을 특별한 양념 없이 물에 넣고 푹 삶아 익히는 일, 또는 그
-
반반무많이 — 다섯 글자로 끝나는 치킨 주문
**반반무많이 (banbanmumanhi)**는 "치킨 한 마리를 양념 반, 후라이드 반으로 하고 치킨무는 많이 달라"라는 뜻이다. 금요일 밤 아홉 시, 전화기 너머에서 "네, 주문하시겠어요?" 하는 소리가 들리면 한국 사람은 인사도 생략하고 이 다섯 글자를 던진다. 그러면 상대는 되묻
-
초당옥수수 — 삶지 않고 그냥 베어 무는 여름 옥수수
**초당옥수수 (chodangoksusu)**는 삶거나 찌지 않고 생으로 베어 먹어도 달 만큼 당도가 높은 여름 옥수수 품종을 가리키는 말이다. 6월 말이 되면 한국의 마트 채소 코너와 온라인 장터에 초록색 껍질째 쌓이기 시작하고, 사람들은 그 상자를 보고 '아, 여름 왔네' 한다. 껍
-
곰탕 — 밤새 끓인 국물 한 그릇에 담긴 말
곰탕 (gomtang)은 소고기와 소뼈를 오랫동안 푹 끓인 국이라는 뜻이다. 한국 사람이 이 단어를 꺼내는 자리는 의외로 정해져 있다. 전날 과음한 다음 날 아침, 누군가 며칠째 앓아누웠을 때, 이삿짐을 다 옮기고 온 식구가 기진맥진한 저녁. 말하자면 "지금 몸에 뭔가를 채워 넣어야 한
-
곱빼기 — 한 그릇에 두 그릇을 담는 말
**곱빼기 (gopppaegi)**는 두 그릇 분량의 음식을 한 그릇에 담은 것, 나아가 ‘두 배의 분량’을 뜻하는 말이다. 한국의 동네 중국집에 들어가 자리에 앉으면, 옆 테이블에서 이런 주문이 들려온다. **짜장면 곱빼기요 (jjajangmyeon gopppaegiyo)**. 그러면
-
핫도그 — 빵에 낀 것도, 막대기에 꽂은 것도 핫도그입니다
**핫도그 (hatdogeu)** 는 긴 빵을 세로로 갈라 소시지를 끼운 음식, 그리고 긴 소시지에 막대기를 꽂고 밀가루 반죽을 입혀 기름에 튀긴 음식을 함께 가리키는 말이다. 한 문장으로 줄이면, 핫도그는 ‘소시지를 빵이나 튀김옷으로 감싼 음식’이라는 뜻이다. 영어의 hot dog에서
-
잔치국수 (janchi-guksu): 잔치가 없어도 먹는 국수, 그리고 '국수 먹여 주다'
잔치국수(janchi-guksu)는 가늘게 뽑은 소면을 삶아 멸치와 다시마로 낸 맑은 국물에 말고, 그 위에 볶은 애호박·당근·달걀지단·김가루 같은 고명을 얹어 먹는 한국의 국수 요리라는 뜻이다. 이름을 글자 그대로 풀면 '잔치에서 먹는 국수'인데, 정작 요즘 한국 사람이 이 국수를 가
-
짬짜면 — 짜장면이냐 짬뽕이냐, 못 고르겠을 때의 한 그릇
**짬짜면 (jjamjjamyeon)** 은 짜장면과 짬뽕을 한 그릇에 반씩 나눠 담아 주는 중국집 메뉴라는 뜻이다. 그릇 한가운데에 칸막이가 서 있어서, 한쪽에는 까만 짜장면이 한쪽에는 빨간 짬뽕이 각각 반 인분씩 담겨 나온다.
-
짜파구리 — 봉지 두 개를 한 냄비에 넣으면 이름이 생긴다
**짜파구리 (jjapaguri)**는 짜장 라면인 '짜파게티'와 얼큰한 해물 라면인 '너구리'를 한 냄비에 같이 끓여 먹는 한국식 인스턴트 라면 요리를 뜻한다. 두 제품 이름의 앞뒤를 잘라 붙여 만든 말이라, 이 단어는 요리 이름이면서 동시에 '섞어 먹기'라는 놀이의 이름이기도 하다.
-
컵밥 (keopbap) — 서서 5분 만에 비우는 한 끼
컵밥은 종이컵처럼 생긴 일회용 용기에 밥을 담고 그 위에 반찬과 소스를 얹어 숟가락 하나로 비벼 먹는, 값싸고 빠른 한 끼를 뜻한다. 학원 수업이 끝나고 다음 수업까지 20분, 점심시간은 짧고 앉을 자리는 없을 때 — 사람들은 노점 앞에 선 채로 이 한 컵을 비우고 다시 뛰어간다. 그래
-
콩나물국밥 — 어젯밤을 지워 주는 뜨거운 한 그릇
어젯밤이 조금 길었다면, 다음 날 아침 한국 사람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단어가 하나 있다. 커피도 아니고 물도 아니다. 뚝배기에서 아직 끓고 있는, 콩나물이 수북한 국물이다.
-
물회 (mulhoe) — 얼음 동동 띄운 여름 동해안의 한 그릇
물회(mulhoe)는 얇게 썬 생선회에 오이·배·깻잎 같은 채소를 얹고 새콤달콤한 양념과 얼음처럼 차가운 국물을 부어 숟가락으로 떠먹는 동해안식 회 요리라는 뜻이다. 이름 그대로 ‘물’에 말아 먹는 ‘회’다.
-
라볶이 — 사리 하나 넣었을 뿐인데 이름이 바뀐다
한국 분식집 메뉴판을 보면 떡볶이 바로 아래에 이름이 하나 더 붙어 있다. **라볶이 (rabokki)** 다. 라볶이는 떡볶이에 라면 사리를 넣고 함께 끓여 먹는 분식이라는 뜻이다. 떡볶이 양념 국물은 그대로인데 거기에 라면 면발이 들어가는 순간, 한국 사람들은 그 음식을 더 이상 떡
-
수제비 (sujebi) — 비 오는 날, 손으로 뚝뚝 떼어 넣는 국물 한 그릇
**수제비 (sujebi)**는 밀가루를 반죽해 끓는 국물에 손으로 조금씩 떼어 넣어 익힌 음식이라는 뜻이다. 창밖에 장맛비가 쏟아지고, 부엌에서는 멸치 국물이 끓고, 누군가 커다란 반죽 덩어리를 들고 서서 엄지와 검지로 얇게 뜯어 냄비에 떨어뜨린다 — 한국 사람이 '수제비'라는 말을
-
뜨아 — 한국 카페에서 두 글자로 끝나는 주문
**뜨아 (tteua)**는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두 글자로 줄여 부르는 말이다. 카페 계산대 앞에서, 사무실에서 커피 주문을 취합할 때, 메신저로 '나 뜨아'라고 한마디 던질 때 쓴다. 한국에서 카페에 들어가 본 사람이라면 하루에도 몇 번씩 듣게 되는 말인데, 정작 교과서에는 나오지
-
밥심 — 밥을 먹어야 힘이 난다는 한국어 표현
**밥심 (bapsim)**은 밥을 먹은 후에 생긴 힘이라는 뜻이다. 한국에서는 누가 축 늘어져 있으면 “좀 쉬어”보다 “밥은 먹었어?”가 먼저 나온다. 지친 사람에게 휴식보다 밥을 먼저 권하는 이 순서 안에 밥심이라는 말이 서 있다. 이삿날 짐을 나르다 말고 바닥에 신문지를 깔고 짜장
-
복날 (boknal) — 일 년에 딱 세 번, 가장 더운 날에 가장 뜨거운 것을 먹는 날
7월 중순이 되면 한국의 삼계탕집 앞에는 점심시간마다 골목을 돌아 나가는 줄이 생긴다. 에어컨 바람이 시원한 카페를 두고, 굳이 뚝배기에서 김이 펄펄 나는 국물 앞에 앉겠다고 사람들이 30분씩 서서 기다린다. 그 줄의 이유가 오늘의 표현이다. **복날 (boknal)**은 여름 중 가장
-
청국장 — 냄새로 겁주고 맛으로 잡는 발효 찌개
**청국장 (cheonggukjang)**은 삶은 콩을 발효시켜 만든 된장의 한 가지, 또는 그것으로 끓인 찌개라는 뜻이다. 한국 친구 집 현관문을 열었는데 코가 먼저 놀라는 냄새가 훅 끼쳤고, 정작 집주인은 태연하게 밥상을 차리고 있다면, 부엌에서 끓고 있는 것은 십중팔구 청국장이다.
-
닭강정 (dakgangjeong) — 식어야 진짜 맛있는 한국식 치킨
오늘의 표현은 **닭강정 (dakgangjeong)** 이다. 닭강정은 한입 크기로 자른 닭고기를 두 번 튀긴 뒤 물엿과 고추장을 섞은 끈적한 양념에 버무린 음식이라는 뜻이다. 한국 시장 골목을 걷다가 유난히 줄이 긴 가게를 봤다면, 그중 하나는 거의 틀림없이 닭강정 가게다. 커다란 철
-
어묵 — 겨울 포장마차 앞에서 배우는 한 마디, 그리고 '오뎅'과의 거리
**어묵 (eomuk)** 은 생선의 살을 으깨어 소금과 밀가루 등을 넣고 반죽해 익힌 음식이라는 뜻이다. 한국의 겨울 저녁, 지하철역 출구를 올라오면 김이 뿌옇게 서린 포장마차가 서 있고, 그 안에서 긴 나무 꼬치에 접혀 꽂힌 채 뜨거운 국물 속에 줄지어 흔들리는 것 — 그게 어묵이다
-
갈비탕 — 결혼식장에도, 해장에도 나오는 그 국 한 그릇
갈비탕(galbitang)은 소의 갈비를 토막 내어 넣고 오랫동안 푹 끓여 낸 국이라는 뜻이다. 한국에서 이 말이 오가는 자리는 생각보다 정해져 있다. 토요일 낮 예식장 지하 연회장, 회식 다음 날 열두 시의 사무실, 오랜만에 부모님을 모시고 들어간 한식집. 셋 다 오늘은 아무거나 먹는
-
감자전 — 비 오는 날, 창밖을 보다가 꺼내는 말
장맛비가 유리창을 때리기 시작하면 한국 사람들은 거의 반사적으로 같은 말을 꺼낸다. “비 온다. 감자전이나 부칠까?” **감자전 (gamjajeon)**은 감자를 곱게 갈거나 가늘게 채 썰어 기름 두른 팬에 얇게 부쳐 낸 부침개라는 뜻이다. 이름 그대로 감자로 부친 전이고, 재료라고는
-
계란말이 — 이름 안에 조리법이 들어 있는 반찬
계란말이(gyeranmari)는 푼 계란을 팬에 부치면서 돌돌 말아 낸 음식이라는 뜻이다. 한국 사람이 이 단어를 들으면 머릿속에 뜨는 그림이 거의 똑같다. 노란 원기둥을 도톰하게 썰어 놓은 접시, 단면마다 보이는 초록 파와 주황 당근, 그리고 밥상에 놓이자마자 젓가락이 제일 먼저 향하
-
계란빵 — 겨울 노점에서 손이 먼저 기억하는 빵
**계란빵 (gyeranppang)**은 밀가루 반죽에 계란을 넣어 찌거나 구운 빵이라는 뜻이다. 겨울 저녁 지하철역 출구 앞이나 학교 앞 골목에서, 네모난 무쇠 틀 위로 하얀 김이 올라오는 노점을 지나쳐 본 적이 있다면 그 틀 안에 줄지어 앉아 있던 것이 바로 이 빵이다. 길쭉한 틀에
-
짜장면 — 이삿날 박스 위에서 먹는 검은 면 한 그릇
**짜장면 (jjajangmyeon)**은 중국식 된장에 고기와 채소 등을 넣어 볶은 양념에 면을 비벼 먹는 음식이라는 뜻이다. 검고 걸쭉한 양념을 하얀 면 위에 부어 주면, 받은 사람이 젓가락으로 아래위를 뒤집어 가며 비벼서 먹는다. 한국의 중국집 어디를 가도 메뉴판 맨 윗줄에 있고,
-
찜닭 (jjimdak) — 한 접시를 가운데 놓고 당면부터 건지는 말
**찜닭 (jjimdak)**은 토막 낸 닭을 감자·당근·양파 같은 채소, 당면과 함께 간장 양념에 자작하게 졸여 낸 한국식 닭 요리라는 뜻이다. 한 사람 앞에 한 접시씩 놓이는 음식이 아니라, 커다란 접시 하나가 상 한가운데 놓이고 네 사람이 동시에 젓가락을 뻗는 음식이다. 그래서 이
-
매운탕 — 회를 다 먹고 나면 올라오는 빨간 냄비
**매운탕 (maeuntang)**은 생선과 채소를 넣고 고추장을 풀어 얼큰하게 끓인 찌개라는 뜻이다. 한국 드라마에서 바닷가 장면이 나오면 거의 빠지지 않는 그 빨간 냄비, 횟집에서 회를 다 먹고 접시를 물린 뒤에야 뒤늦게 상에 올라오는 그 국물이 바로 매운탕이다. 낚시터에서 방금 건
-
막국수(makguksu) — 메밀 면을 시원한 국물에 말아 먹는 여름 한 그릇
**막국수 (makguksu)**는 메밀가루로 만든 면을 김치 국물이나 육수에 말아 먹는 국수라는 뜻이다. 한여름 한낮, 에어컨 바람으로도 도무지 안 되겠다 싶을 때 한국 사람들이 떠올리는 그릇이 바로 이것이다. 얼음이 동동 뜬 국물에 면을 말아 먹기도 하고(물막국수), 새콤달콤한 양념
-
무한리필 — 값은 한 번, 고기는 끝까지
**무한리필 (muhanripil)**은 한 번 값을 치르면 정해진 메뉴를 추가 요금 없이 원하는 만큼 계속 다시 받아 먹을 수 있는 판매 방식이라는 뜻이다. 한국에서 고깃집 골목을 걸어 본 사람이라면 이 네 글자를 반드시 마주쳤을 것이다. 붉은 글씨에 느낌표까지 붙은 '삼겹살 무한리필
-
탕수육 (tangsuyuk) — 짜장면 옆에 한 접시 더 시키는 이유
오늘의 표현은 **탕수육 (tangsuyuk)** 이다. 탕수육은 튀김옷을 입혀 튀긴 고기에 식초, 간장, 설탕, 채소 등을 넣고 끓인 녹말 물을 부어 만든 중국요리라는 뜻이다. 영어의 sweet and sour pork, 일본어의 酢豚(すぶた)에 해당하는 음식이라고 보면 크게 틀리지
-
육개장 — 슬픔에도 더위에도 같은 국물 한 그릇
**육개장 (yukgaejang)** 은 삶은 쇠고기를 잘게 뜯어 넣고 얼큰하게 양념을 하여 끓인 국이라는 뜻이다. 붉은 국물에 결대로 찢은 소고기, 대파, 고사리, 토란대, 숙주가 한데 들어가 있고, 고춧가루를 기름에 개어 넣기 때문에 색이 유난히 진하다. 표기는 ‘육개장’이지만 발음
-
육회 (yukhoe) — 시장 골목에서 배우는 오늘의 한국어 표현
**육회 (yukhoe)**는 쇠고기를 가늘게 썰어 여러 가지 양념을 하여 날로 먹는 음식이라는 뜻이다. 한국 사람이 이 단어를 꺼내는 자리는 거의 정해져 있다. 고깃집에 앉아 메뉴판을 펼치자마자 “일단 **육회 (yukhoe)** 하나 시킬까?”라고 묻는 순간, 그리고 서울 광장시장의
-
보쌈 (bossam) — 고기 한 접시가 아니라 상 하나를 부르는 말
**보쌈 (bossam)** 은 삶은 돼지고기를 얇게 썰어 배춧잎이나 김치에 싸 먹는 음식이라는 뜻이다. 이름 안에 이미 먹는 법이 들어 있는 말이라, 한국 사람에게 ‘보쌈 시킬까?’는 메뉴를 하나 고르는 말이라기보다 ‘오늘은 상 펴고 둘러앉자’는 제안에 가깝다. 이사한 날 저녁, 집들
-
불고기 (bulgogi) — '불'이 들어가는데 왜 맵지 않을까
**불고기 (bulgogi)**는 얇게 썰어 양념한 쇠고기나 돼지고기를 불에 구운 한국 전통 음식이라는 뜻이다. 한국 사람에게 이 단어는 메뉴판의 한 줄이기 전에 하나의 장면에 가깝다. 손님이 오기로 한 저녁, 부엌에서 간장과 설탕 졸아드는 냄새가 나고 프라이팬 위에서 고기와 양파가 자
-
닭갈비 (dakgalbi) — 이름은 갈비인데 뼈가 없는 이유
**닭갈비 (dakgalbi)**는 닭의 갈비나 살로 만든 음식이라는 뜻이다. 한국에서 누가 "우리 닭갈비 먹을까?"라고 하면, 그건 메뉴 하나를 고르는 말이라기보다 저녁 시간 전체의 모양을 정하는 제안에 가깝다. 넓은 철판이 나오고, 고기와 양배추와 떡이 익을 때까지 십 분쯤 기다려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