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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든요 (-geodeunnyo): 묻지 않았는데 사정을 먼저 꺼내 놓는 말

-거든요

**-거든요 (-geodeunnyo)**는 상대가 아직 모르고 있을 이유나 사정을 두루높임으로 부드럽게 밝히는 말끝이다. 밤 열 시 오 분, 카페 문을 밀고 들어간 손님에게 직원이 이렇게 말한다. 저희가 열 시에 문을 닫거든요 (jeohuiga yeol siae muneul datgeodeunnyo). 「안 됩니다」도 아니고 「나가 주세요」도 아니다. 그런데 손님은 대개 고개를 끄덕이며 돌아 나온다. 거절을 당한 게 아니라 사정을 들었기 때문이다.

한국어가 어느 정도 트인 학습자들이 공통으로 부딪히는 벽이 있다. 문법은 다 맞는데 말이 딱딱하다는 소리를 듣는 것이다. 그 딱딱함의 상당 부분은 「-거든요」가 들어갈 자리에 「-습니다」를 넣어서 생긴다. 오늘은 이 짧은 세 글자가 문장의 온도를 어떻게 바꾸는지, 그리고 어디서는 절대 쓰면 안 되는지를 본다.

「-거든요」에는 늘 숨은 전제가 하나 붙어 있다. 당신은 이걸 모를 텐데요. 그래서 이 말을 들은 사람은 정보를 받은 쪽이 되고, 말한 사람은 사정을 나눠 준 쪽이 된다. 규정을 통보하는 대신 사정을 공유하면 상대는 같은 편에 서게 된다 — 한국어 서비스 현장이 이 말끝에 기대는 이유다.

반대로, 상대가 이미 아는 사실에 「-거든요」를 붙이면 어색해진다. 그 자리는 「-잖아요 (-janayo)」의 자리다. 「-거든요」는 당신이 모른다는 전제 위에, 「-잖아요」는 당신도 안다는 전제 위에 서 있다. 두 표현은 생김새가 비슷하지만 서 있는 땅이 정반대다.

그리고 이 말끝에는 얼굴이 하나 더 있다. 제가 어제 지하철에서 지갑을 주웠거든요 (jega eoje jihacheoreseo jigabeul juwotgeodeunnyo). 이 문장은 끝난 문장이 아니다. 듣는 사람은 자동으로 「그래서요?」를 준비한다. 이야기의 배경을 깔아 두고 본론으로 넘어가는 다리 역할이다. 한국 사람이 무슨 일을 겪은 이야기를 꺼낼 때 열에 아홉은 이 말끝으로 문을 연다.

억양도 함께 기억해 두자. 끝을 평평하게 내리면 사정 설명이지만, 끝을 살짝 올려 힘을 주면 「그것도 모르셨어요?」 하는 반박이 된다. 글자는 같은데 온도는 정반대다. 이 차이는 뒤에서 다시 다룬다.

국립국어원 사전으로 확인하기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은 「-거든요」의 뜻을 두 갈래로 나눠 싣고 있다. 먼저 첫 번째 뜻이다.

-거든요 ① (두루높임으로) 앞의 내용에 대해 말하는 사람이 생각한 이유나 원인, 근거를 나타내는 표현. [en] -geodeunnyo — (informal addressee-raising) An expression used to indicate the speaker’s reasoning or the basis for the preceding content. [ja] んですよ。んですもの。んですから — (略待上称) 前の内容について話し手がそう考えた理由や原因、根拠を表す表現。 [es] (TRATAMIENTO HONORÍFICO GENERAL) Expresión que se usa cuando el hablante quiere mostrar su propia opinión sobre la causa o el fundamento de lo que se ha dicho en el comentario anterior de la cláusula. [zh] (普尊)表示说话人就前面的内容表达理由、原因或根据。 —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 (krdict.korean.go.kr)

여기서 눈여겨볼 단어는 두루높임이다. 한국어의 높임에는 격식을 갖춘 「-습니다」 계열과, 부드럽고 두루 쓰이는 「-어요」 계열이 있는데 「-거든요」는 후자에 속한다. 즉 높임말이지만 격식체는 아니다. 이 한 줄이 오늘 글의 절반이다. 공손하기 때문에 처음 만난 사람에게도 쓸 수 있고, 격식체가 아니기 때문에 공식 발표나 보고서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두 번째 뜻은 이야기의 문을 여는 쪽이다.

-거든요 ② (두루높임으로) 앞으로 이어질 내용의 전제를 이야기하면서 뒤에 이야기가 계속 이어짐을 나타내는 표현. [en] -geodeunnyo — (informal addressee-raising) An expression used to express the premise of the following content, indicating that the story continues later. [ja] んですよ — (略待上称) これから続く内容の前提を述べながら後にも話が続くという意を表す表現。 [es] (TRATAMIENTO HONORÍFICO GENERAL) Expresión que usa el hablante para insinuar que lo que acaba de hablar es la premisa de lo que va a decir a continuación, y que su historia continúa. [zh] (普尊)表示叙述接下来内容的前提,同时表示后面还有继续叙述的内容。 —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 (krdict.korean.go.kr)

영어 뜻풀이의 the story continues later, 일본어의 後にも話が続く를 보라. 사전이 직접 말해 주고 있다 — 이 말끝으로 문장을 맺으면 대화는 끝나지 않는다. 한 박자 뒤에 본론이 온다.

포르투갈어 번역은 이 사전에 실려 있지 않다. 아래는 브라질·포르투갈 독자를 위해 우리가 직접 옮긴 것이며, 사전 원문이 아님을 밝힌다.

  • ① (tratamento honorífico geral) Expressão que indica a razão, a causa ou o fundamento que o falante tem em mente a respeito do conteúdo anterior. (자체 번역)
  • ② (tratamento honorífico geral) Expressão que apresenta a premissa do que vem a seguir, indicando que a fala ainda continua. (자체 번역)

또한 이 사전의 「-거든요」 항목에는 실제 사용 예문이 함께 실려 있지 않다. 그래서 아래에 나오는 대화와 예문은 전부 우리가 직접 지은 것이며 사전 인용이 아니다.

실제 대화로 보기

상황: 토요일 오후, 아파트 단지 앞 벤치. 중고 거래 앱으로 약속을 잡고 에어프라이어를 사고파는 자리. 두 사람은 오늘 처음 만났다.

준경: 아, 죄송해요. 좀 늦었죠? 엘리베이터를 한참 기다렸거든요. Ah, sorry — I’m a bit late, aren’t I? I was stuck waiting for the elevator.

에밀리: 아니에요, 저도 방금 왔어요. 근데 이거 왜 파세요? 거의 새것 같은데. No worries, I just got here too. But why are you selling this? It looks almost new.

준경: 다음 달에 이사를 가거든요. 주방이 좁아져서 큰 건 다 정리하는 중이에요. I’m moving next month, you see. The kitchen’s smaller, so I’m clearing out all the bulky stuff.

에밀리: 아, 그렇구나. 저 이거 두 달 기다렸어요. 새로 사면 이십만 원 넘거든요. Ah, I see. I waited two months for this. A new one runs over 200,000 won, you know.

준경: 아 그리고 이거 하나만 미리 말씀드릴게요. 바스켓 코팅이 살짝 벗겨졌거든요. 그래서 값을 좀 낮춘 거예요. Oh, and let me flag one thing up front. The basket coating is slightly peeled. That’s why I dropped the price.

에밀리: 아 네, 사진에서 봤어요. 이 정도면 완전 이득이죠. 잘 쓸게요! Yeah, I saw it in the photo. At this price it’s a total steal. I’ll put it to good use!

네 번 나온 「-거든요」가 전부 같은 일을 한다. 상대가 모르는 사정을 꺼내 놓는 것이다. 특히 마지막 준경의 대사를 보라. 코팅이 벗겨졌다는 말로 문장을 맺고 곧바로 그래서 값을 좀 낮춘 거예요가 이어진다. 사전 뜻풀이 ②번 그대로다. 흠을 먼저 밝히고 그 위에 이유를 얹는 이 순서가 중고 거래 자리에서 신뢰를 만든다.

이렇게 쓰면 어색합니다

✗ (부장님께) 부장님, 그 자료는 제가 어제 다 보냈거든요. ✓ (부장님께) 부장님, 그 자료는 어제 보내 드렸습니다. → 「-거든요」에는 「그걸 모르셨나 본데요」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 윗사람 앞에서 쓰면 사정 설명이 아니라 되받아치는 말투로 들린다. 특히 끝을 올려 말하면 항의가 된다.

✗ (분기 실적 발표 자리에서) 3분기 매출이 20% 늘었거든요. ✓ (분기 실적 발표 자리에서) 3분기 매출이 20% 증가했습니다. → 사전이 말한 두루높임은 공손하되 격식은 없는 자리다. 발표·보고서·계약서처럼 격식을 갖춰야 하는 자리에서는 온도가 맞지 않아 가볍게 들린다. 「-거든요」는 마주 앉아 이야기할 때의 말이다.

상황별 활용 예문

① 약속을 미룰 때 — 미안함을 사정으로 바꾸기

미안해요, 이번 주말은 어려울 것 같아요. 어머니가 갑자기 입원하셨거든요. (mianhaeyo, ibeon jumareun eoryeoul geot gatayo. eomeoniga gapjagi ibwonhasyeotgeodeunnyo.) Sorry, this weekend looks tough. My mother was suddenly hospitalized.

약속을 미룰 때 이유 없이 거절만 하면 관계가 상한다. 한국어에서는 거절 뒤에 사정을 한 줄 붙이는 것이 예의에 가깝고, 그 한 줄에 가장 자주 쓰이는 말끝이 「-거든요」다. 「입원하셨습니다」라고 하면 통보가 되고, 「입원하셨거든요」라고 하면 사정을 나눈 것이 된다.

② 가게에서 — 거절을 부드럽게 만들기

죄송한데 이 자리는 예약석이거든요. 저쪽 창가로 안내해 드릴게요. (joesonghande i jarineun yeyakseogigeodeunnyo. jeojjok changgaro annaehae deurilgeyo.) Sorry, this table is reserved. Let me show you to that window seat instead.

식당·미용실·병원 접수처에서 하루에도 몇 번씩 들리는 문형이다. 앞 문장에서 사정을 깔고 뒤 문장에서 대안을 준다. 이 순서를 뒤집어 대안을 먼저 말하면 손님은 이유를 몰라 되묻게 된다.

③ 이야기를 시작할 때 — 본론으로 가는 다리

제가 어제 지하철에서 지갑을 주웠거든요. 근데 그 안에 사진이 한 장 있는 거예요. (jega eoje jihacheoreseo jigabeul juwotgeodeunnyo. geunde geu ane sajini han jang inneun geoyeyo.) So yesterday I picked up a wallet on the subway. And inside there was this one photo.

사전 뜻풀이 ②번의 전형이다. 첫 문장은 무대를 세우는 문장이고, 진짜 이야기는 「근데」 뒤부터다. 한국 사람의 수다를 들어 보면 이 다리가 계속 놓인다. 이 말끝을 쓰는 순간 상대는 이야기를 들을 자세를 잡는다.

존댓말·반말과 비슷한 표현

표현온도·강도쓰는 자리
-거든요 (-geodeunnyo)부드럽게 사정을 밝힘. 「당신은 모를 텐데요」가 전제일상 대화·가게·전화·중고 거래. 발표·보고서엔 안 씀
-거든 (-geodeun)같은 뜻의 반말. 끝을 올리면 따지는 느낌친구·손아랫사람에게만
-잖아요 (-janayo)「이미 아시잖아요」가 전제. 자칫 핀잔으로 들림상대도 아는 사실일 때만. 윗사람에겐 조심
-아서요 / -어서요 (-aseoyo / -eoseoyo)감정 없이 이유만 담백하게어디서나 무난. 윗사람에게도 안전
-니까요 (-nikkayo)근거를 세게 밀어붙임. 우기는 느낌이 날 수 있음가까운 사이. 윗사람에겐 피하는 편이 낫다

가장 헷갈리는 짝은 「-거든요」와 「-잖아요」다. 처음 만난 사람에게 저 채식주의자잖아요라고 하면 상대는 당황한다. 자기가 그걸 알고 있었어야 한다는 말이 되기 때문이다. **저 채식주의자거든요 (jeo chaesikjuuijageodeunnyo)**가 맞다. 반대로 어제 함께 회의했던 동료에게 사정을 새 정보인 양 「-거든요」로 말하면 상대는 「나 알고 있는데」 하는 표정을 짓는다.

윗사람에게 이유를 말해야 하는데 「-거든요」가 걸린다면 「-아서요」로 바꾸면 대부분 안전하다. 차가 막혀서요 (chaga makyeoseoyo) 는 어느 자리에서도 무난하다.

문화 배경 — 규정 대신 사정을 건네는 말

한국의 가게나 관공서에서 무언가 안 될 때, 담당자가 규정만 말하고 끝내는 경우는 의외로 드물다. 대개는 안 되는 이유를 한 줄 덧붙인다. 그 한 줄을 실어 나르는 말끝이 「-거든요」다. 규정입니다는 벽을 세우지만, 그게 규정이 그렇거든요는 벽 앞에 나란히 서는 느낌을 준다. 말하는 사람도 그 규정에 갇힌 처지라는 뜻이 묻어나기 때문이다.

요즘 이 말끝이 가장 촘촘하게 쌓이는 곳은 중고 거래 앱과 배달 앱의 채팅창이다. 얼굴을 모르는 사이에 흠·지연·변경을 알려야 하니, 사정을 먼저 꺼내 놓는 이 말끝이 기본값처럼 쓰인다. 위의 대화를 중고 거래 자리에 놓은 이유가 그것이다.

한국 드라마를 보다 보면 인물이 자기 사정을 처음 털어놓는 장면이 꼭 한 번씩 나온다. 「사실은…」 하고 운을 뗀 뒤 이어지는 문장의 끝이 대개 이 말끝이다. 《나의 아저씨》(tvN, 2018)처럼 인물들이 각자의 짐을 조금씩 드러내며 가까워지는 작품에서는, 「-거든요」가 나오는 순간이 곧 관계가 한 칸 좁아지는 순간이다. 대사를 그대로 옮기지 않아도 이 리듬만 알아두면 장면의 온도가 다르게 들린다.

한 가지 덧붙이면, 한국어에는 조건·전제를 나타내는 연결어미 「-거든」이 따로 있다. 비가 오거든 우산을 챙겨라 (biga ogeodeun usaneul chaenggyeora) 같은 문장이다. 오늘 다룬 종결 표현과 형태가 같고, 사전 뜻풀이 ②번의 전제라는 말과도 감각이 겹친다. 어원을 단정하지는 말고, 「-거든」이라는 글자에 원래부터 뒤에 무언가가 따라온다는 기운이 있다는 정도로 기억해 두면 충분하다.

오늘의 퀴즈

카페 직원이 처음 온 손님에게 오늘 재료가 떨어졌다는 사실을 알리려 한다. 빈칸에 가장 자연스러운 것은?

죄송합니다, 오늘 재료가 다 __________.

① 떨어졌잖아요 ② 떨어졌거든요 ③ 떨어졌습니다만

정답: ②

손님은 재료가 떨어졌다는 사실을 모른다. 새 정보를 부드럽게 건네는 자리이므로 「-거든요」가 맞다. ①은 상대도 이미 안다는 전제가 깔려서 손님을 나무라는 말이 되어 버린다. ③은 뜻은 통하지만 격식체라 카운터 너머의 짧은 대화에는 온도가 차갑고, 뒷말이 잘린 듯한 인상을 준다. 참고로 ②로 답하고 끝을 평평하게 내려 읽는 것까지가 정답이다. 끝을 올리면 「그것도 모르고 오셨어요?」가 된다.


이 글의 단어 뜻풀이와 예문은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krdict.korean.go.kr)에서 가져왔으며, 해당 부분(번역 포함)은 CC BY-SA 2.0 KR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배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