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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 첫 단어부터 고개를 숙이는 말

저희

**저희 (jeohui)**는 ‘우리 (uri)’를 한 칸 낮춰 말하는 겸양 표현으로, 말하는 사람이 자기보다 높은 사람 앞에서 자기를 포함한 여러 사람이나 자기와 관련된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한국 드라마에서 신입 사원이 임원 앞에서 “저희 팀이 준비했습니다”라고 말하거나, 가게 주인이 손님을 맞으며 “저희 매장은요”라고 운을 떼는 장면을 본 적이 있다면, 이미 수십 번 들은 단어다. 뜻은 ‘우리’와 똑같다. 달라지는 것은 뜻이 아니라 높이다.

한국어 존댓말은 보통 문장 끝에서 결정된다고 배운다. -요를 붙이면 존댓말, 안 붙이면 반말. 그런데 ‘저희’는 문장 끝까지 가기도 전에, 주어 자리에서 이미 고개를 숙인다. 말을 꺼내는 첫 단어부터 “저는 지금 낮은 자리에서 말하고 있습니다”라고 알리는 셈이다. 그래서 ‘저희’를 제때 쓰는 학습자는 문법이 조금 흔들려도 “이 사람, 한국어 예의를 안다”는 인상을 준다. 반대로 면접장에서 “우리 학교에서는…”이라고 시작하면 틀린 문장은 아닌데 어딘가 뻣뻣하게 들린다.

가장 중요한 규칙은 이것이다. ‘저희’가 낮추는 대상은 나와 내 쪽 사람들이다. 듣는 사람은 그 안에 들어가지 않는다. 부장님과 나를 함께 묶어 “저희 둘이 갈까요?”라고 하면 부장님까지 낮춰 버리는 말이 된다. 상대가 포함되는 ‘우리’는 아무리 윗사람 앞이어도 그냥 우리다. ‘저희’는 언제나 ‘우리 쪽 대(對) 당신’이라는 선을 그으며 시작하는 말이다.

국립국어원 사전으로 확인하기

저희 (대명사)

  1. 말하는 사람이 자기보다 높은 사람에게 자기를 포함한 여러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 [en] our — A word used by the speaker to refer to a group of people including himself/herself when speaking to another person who is superior to him/her. [ja] わたくしたち【私達】。じぶんたち【自分達】 — 話し手が目上の人に自分を含めた複数の人を指していう語。 [es] nosotros — Palabra que usa el hablante para señalar a varias personas incluyendo a sí mismo a un persona superior que él. [zh] 我们 — 说话人指代自己在内的一些人。

  2. 말하는 사람이 자기보다 높은 사람에게 자기와 관련된 것을 친근하게 나타낼 때 쓰는 말. [en] our — A word used by the speaker to endearingly refer to something related to himself/herself when speaking to another person who is superior to him/her. [ja] わたくし【私】。じぶん【自分】 — 話し手が目上の人に自分に関することを親しんでいう語。 [es] nuestro, nuestra — Palabra que usa el hablante para señalar íntimamente lo relacionado consigo mismo delante de un persona superior a él. [zh] 我们 — 说话人亲切地指代与自己有关的一些对象。一般对比自己身份地位高的人使用。

  3. 앞에서 이미 말했거나 나왔던 사람들을 다시 가리키는 말. [en] they — A word that refers to people that were already mentioned or appeared. [ja] かれら【彼等】。あれら【彼等】 — 前に言及した人たちを再び指す語。 [es] nosotros — Palabra que se usa para señalar de nuevo a la persona que ya se ha mencionado o que ha aparecido anteriormente. [zh] 那些人 — 重指前面已说过或出现过的人群。

—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 (krdict.korean.go.kr)

포르투갈어 뜻풀이는 이 사전에 실려 있지 않아, 아래는 저희가 직접 옮긴 번역입니다(사전 원문 아님). [pt] nosso, nossa — palavra que o falante usa diante de alguém superior para se referir humildemente a um grupo que o inclui, ou a algo relacionado a si.

뜻풀이 1과 2를 나란히 보면 ‘저희’의 두 얼굴이 보인다. 1은 사람의 묶음(저희 부서, 저희 가족)이고, 2는 내 쪽에 딸린 것(저희 집, 저희 회사, 저희 미술관)이다. 학습자가 실제로 더 자주 쓰게 되는 쪽은 2번이다. 한국에서는 자기 집·자기 회사·자기 가게를 남에게 말할 때 이 낮춤이 거의 자동으로 나온다. 뜻풀이 3은 사람들을 다시 가리키는 옛투에 가까운 용법이라, 일상 회화에서는 만날 일이 드물다.

다음은 사전에 실린 실제 사용 예문이다.

  • 어머니, 아버지, 저희들 가르치시느라고 고생 많으셨죠?
  • 그럼 저희 부서부터 발표하겠습니다.
  • 선생님, 이게 저희 집안에서 소장하고 있던 도자기인데 감정가가 얼마나 될까요?
  • 네, 저희 미술관은 전문가가 진품이라고 감정한 작품들만 전시하고 있어요.

—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 (krdict.korean.go.kr)

  • 어머니, 아버지, 저희들…: 부모님께 자식들을 묶어 말하는 자리다. ‘저희’ 뒤에 복수 접미사 ‘-들’이 한 번 더 붙어 ‘저희들’이 되었는데, 사람을 가리킬 때 이렇게 겹쳐 쓰는 일이 흔하다. 가족 안에서도 부모는 분명한 윗사람이라는 감각이 그대로 드러난다.
  • 그럼 저희 부서부터…: 회의실에서 여러 부서가 모인 자리. 내 부서를 남들 앞에 내놓을 때는 낮춰 말한다. 발표 첫 문장으로 통째로 외워 둘 만한 문형이다.
  • 선생님, 이게 저희 집안에서…: 감정을 부탁하러 온 사람의 말. 전문가를 ‘선생님’으로 높이면서 자기 집안은 ‘저희’로 낮춰, 한 문장 안에서 두 방향의 예의가 동시에 작동한다.
  • 네, 저희 미술관은…: 손님을 응대하는 쪽의 말. 한국의 가게·병원·호텔에서 가장 많이 들리는 ‘저희’가 바로 이 용법이다. 손님은 언제나 높은 자리에 놓인다.

실제 대화로 보기

상황: 추석 전날 저녁, 준경의 본가 부엌. 전을 부치는 중이고 십 분 뒤면 큰아버지 내외가 도착한다.

준경: 큰아버지 곧 오신대. 기름 냄새 빼게 창문 좀 열어 줘. My uncle’s arriving soon. Open the window to air out the oil smell.

에밀리: 어, 근데 나 아까 통화할 때 “우리 집에서 뵈어요” 했는데 그거 이상했나? Oh — but on the phone earlier I said “see you at our place.” Was that weird?

준경: 어른한테는 “저희 집에서 뵈어요”가 자연스럽지. 뜻은 똑같은데 한 칸 낮춰 드리는 거야. To an elder, “jeohui house” sounds better. Same meaning, you just lower yourself a notch.

에밀리: 아 맞다. 근데 너한테는 그냥 우리 집이지? Right. But with you it’s just “uri jip,” yeah?

준경: 응. 나한테 저희라고 하면 내가 갑자기 사장님 되는 거야. Yeah. If you say “jeohui” to me, I suddenly become your boss.

에밀리: 하하, 그건 좀. 그럼 이따 “저희가 전 다 부쳤어요” 이러면 되겠다. Haha, no thanks. So later I’ll say “we fried all the jeon.”

이렇게 쓰면 어색합니다

✗ (외국인 친구에게) 저희 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해요. ✓ (외국인 친구에게)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해요. → 나라는 개인이 남 앞에서 낮출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고 보는 것이 오랜 관습이다. 아무리 정중한 자리여도 나라는 ‘우리나라 (urinara)’ 한 단어로 쓴다.

✗ (부장님께) 부장님, 저희 둘이 같이 가시죠. ✓ (부장님께) 부장님, 우리 둘이 같이 가시죠. → ‘저희’ 안에는 듣는 사람이 들어가지 않는다. 부장님을 포함해 놓고 ‘저희’라고 하면 부장님까지 낮추는 꼴이 되어, 공손하려다 오히려 실례가 된다.

상황별 활용 예문

1) 손님을 맞는 가게에서 예약 없이 들어온 손님에게 미용실 직원이 사정을 설명하는 상황.

저희 가게는 예약제로 운영하고 있어서요. (jeohui gageneun yeyakjero unyeonghago isseoseoyo.) Our shop runs by appointment only, you see.

손님은 언제나 높은 자리다. 그래서 서비스업에서는 ‘우리 가게’ 대신 ‘저희 가게’가 기본값처럼 나온다. 문장을 -서요로 흐리게 끝내면 거절의 날이 한결 무뎌진다.

2) 거래처와의 첫 회의에서 두 회사가 처음 만나 역할을 나누는 자리.

초안은 저희 팀에서 먼저 보내 드리겠습니다. (choaneun jeohui timeseo meonjeo bonae deurigetseumnida.) Our team will send the first draft to you.

회사 대 회사에서는 상대가 나보다 나이가 어려도 ‘저희 회사’, ‘저희 팀’으로 쓴다. 여기서 낮추는 것은 사람의 나이가 아니라 내 쪽 소속이기 때문이다.

3) 부모님의 지인에게 집에 찾아온 어머니 친구분이 어머니를 찾는 상황.

저희 어머니는 지금 안 계세요. (jeohui eomeonineun jigeum an gyeseyo.) My mother isn’t home right now.

내 어머니를 남에게 말할 때는 ‘저희 어머니’로 낮춰 소개하면서도, 서술어는 ‘안 계세요’로 어머니를 높인다. 낮추는 것은 나와 상대의 관계이지 어머니 자신이 아니다. 이 이중 구조가 한국어 높임법의 묘미다.

존댓말·반말과 비슷한 표현

표현온도·강도쓰는 자리
저희 (jeohui)낮춤 — 격식·겸양윗사람·손님·거래처. 듣는 사람은 포함하지 않음
우리 (uri)중립어디서나. 듣는 사람이 포함될 때는 윗사람 앞에서도 이쪽
저 (jeo)낮춤 — 격식·겸양‘저희’의 단수형. 윗사람에게 나 한 사람을 가리킬 때
나 (na)중립·편안함친구·손아랫사람. 윗사람에겐 쓰지 않음

표를 세로로 읽으면 짝이 보인다. 나 → 저, 우리 → 저희. 즉 ‘저희’는 ‘저’의 복수형일 뿐이고, 한국어에는 일인칭 대명사가 이렇게 겸양형과 평어형 두 벌로 갖춰져 있다. 영어의 we, 스페인어의 nosotros에는 이 두 벌이 없어서, 학습자는 처음에 ‘저희’ 자리를 자주 놓친다.

문화 배경 — 낮추는 것은 나, 지키는 것은 우리

‘저희’의 짜임은 단순하다. ‘나’의 낮춤말인 **저 (jeo)**에 복수 접미사 **-희 (-hui)**가 붙었다. 같은 ‘-희’가 ‘너희 (neohui)’에도 들어 있다. 그러니 ‘저희’는 새로 만들어진 어려운 단어가 아니라, 이미 아는 두 조각이 붙은 말이다.

한국 드라마에서 이 단어가 가장 자주 튀는 자리는 세 곳이다. 첫째, 신입이 임원 앞에서 발표를 시작하는 회의실. 둘째, 결혼을 앞둔 사람이 상대의 부모님께 자기 집안을 소개하는 자리. 셋째, 사고를 수습하러 온 회사 직원이 피해자에게 머리를 숙이는 장면. 세 장면 모두 대사 자체보다 ‘저희’라는 첫 단어에서 이미 위아래가 정해진다. 그래서 드라마 속 인물이 화가 나서 관계를 끊을 때, 존댓말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저희’만 ‘우리’로 바꿔 버리는 연출도 나온다. 단어 하나로 “이제 당신 앞에서 몸을 낮추지 않겠다”고 말하는 셈이다.

반대로 ‘저희’를 지나치게 쓰면 벽이 생긴다. 회식 자리에서 이미 편해진 선배에게 계속 “저희가…”라고 하면, 예의 바르다기보다 아직 마음을 열지 않았다는 신호로 읽힌다. 한국 회사에서 관계가 가까워지는 순간을 언어로 짚자면, 술잔 앞에서 ‘저희’가 슬며시 ‘우리’로 바뀌는 그 지점이다. 그리고 그 위에 예외 하나가 얹힌다. 나와 내 회사와 내 집은 얼마든지 낮추지만, 나라만은 낮추지 않는다 — ‘저희 나라’가 아니라 언제나 ‘우리나라’다.

오늘의 퀴즈

다음 세 문장 중 어색한 것은?

  1. (교수님께) 저희 조는 다음 주 화요일에 발표하겠습니다.
  2. (외국인 친구에게) 저희 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해요.
  3. (거래처 담당자에게) 저희 회사 신제품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정답: 2번. 나라는 남 앞에서 낮추지 않으므로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해요’가 맞다. 1번은 교수님이라는 윗사람 앞에서 내 조를, 3번은 거래처 앞에서 내 회사를 낮춘 것이라 둘 다 자연스럽다.

이 글의 단어 뜻풀이와 예문은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krdict.korean.go.kr)에서 가져왔으며, 해당 부분(번역 포함)은 CC BY-SA 2.0 KR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배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