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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안 (dongan): '2주 동안'과 '2주 만에'는 어떻게 다를까

동안

동안은 ‘어떤 때부터 다른 때까지 이어지는 시간의 길이’라는 뜻이다. 영어의 during, while, for가 한 단어 안에 다 들어 있다고 보면 된다. 동안 (dongan) 은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하고 두세 달 안에 반드시 만나는 말이면서, 동시에 3년을 배운 사람도 어느 순간 틀리는 말이다. 뜻이 어려워서가 아니라, 앞에 무엇을 놓아야 하는지가 까다롭기 때문이다.

장면 하나를 떠올려 보자. 2주 만에 고향에 다녀온 친구가 캐리어를 끌고 현관에 서 있다. 이때 한국 사람이 가장 먼저 꺼내는 말은 “잘 다녀왔어?”가 아니라 “내가 없는 동안 별일 없었지?”이고, 헤어질 때 하는 말은 “그동안 고마웠어”다. 공항, 병원 대기실, 이삿날, 퇴사 인사, 명절 밥상 — 시간이 한 덩어리로 흘러간 자리에는 거의 예외 없이 이 말이 놓여 있다.

핵심은 하나다. 동안 앞에는 ‘점’이 아니라 ‘길이’ 가 온다. ‘세 시’는 점이고 ‘세 시간’은 길이다. ‘어제’는 점에 가깝고 ‘어제 하루’는 길이다. 그래서 ‘세 시간 동안’은 되지만 ‘세 시 동안’은 안 된다. 이 하나만 몸에 익으면 동안은 평생 틀리지 않는다.

또 하나, 동안은 명사이지만 동사 뒤에도 붙는다. 이때는 ‘-는’ 을 끼워 넣는다. 기다리다 → 기다리는 동안, 자다 → 자는 동안, 공사하다 → 공사하는 동안. 앞에 명사가 오면 그냥 붙인다. 방학 동안, 일주일 동안, 회의 동안. 이 두 가지 결합 방식이 동안 문법의 전부다.

국립국어원 사전으로 확인하기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은 이 말을 이렇게 풀이한다.

동안 「명사」 한때에서 다른 때까지의 시간의 길이. [en] while — The period from one time to another. [ja] あいだ・ま【間】 — ある時から他の時までの時間の長さ。 [es] periodo, duración, intervalo — Duración del tiempo transcurrido entre un momento y otro. [zh] 期间 — 从某一时期另一时期之间的时间长度。 —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 (krdict.korean.go.kr)

포르투갈어 뜻풀이는 사전에 실려 있지 않아, 아래 한 줄은 우리가 직접 옮긴 것이다(사전 인용이 아니다). [pt] período, duração — o intervalo de tempo entre um momento e outro.

네 언어의 번역을 나란히 놓고 보면 이 말의 정체가 또렷해진다. 영어는 while(잇는 말), 스페인어와 중국어는 duración·期间(길이 자체를 가리키는 명사)로 옮겼다. 즉 동안은 ‘~하는 사이에’라는 접속의 기능과 ‘기간’이라는 명사의 몸을 동시에 가진 말이다.

사전에 실린 실제 사용 예문을 그대로 보자.

다리를 수리하는 동안 가교가 설치되어 차량들이 정상적으로 통행할 수 있었다. —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 (krdict.korean.go.kr)

뉴스에서 그대로 들릴 법한 문장이다. 여기서 동안은 ‘수리’라는 사건이 진행되는 그 기간 전체를 가리키고, 그 기간에 다른 일(가교 설치)이 겹쳐 일어났다. 동안이 가장 자주 하는 일이 바로 이것 — 배경을 깔아 주는 일 이다.

승규는 며칠 동안 씻지 않았는지 가까이 가니 몸에서 냄새가 났다. —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 (krdict.korean.go.kr)

앞에 ‘며칠’이라는 길이가 놓였다. ‘며칠’은 날짜(점)가 아니라 날의 개수(길이)라서 동안과 붙을 수 있다. 반면 ‘3일에 동안’이나 ‘월요일 동안’은 어색해진다.

나는 면접 순서를 기다리는 동안 초조함을 가누기가 힘들었다. —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 (krdict.korean.go.kr)

시계로 재면 십 분 남짓일 짧은 시간인데도 동안을 썼다. 동안은 길이의 실제 크기와 상관없이, 말하는 사람이 ‘한 덩어리로 느낀 시간’이면 얼마든지 쓸 수 있다. 감정이 실리는 자리다.

그동안 바빠서 못했던 집안일을 하다 보니 하루가 다 갔네요. —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 (krdict.korean.go.kr)

‘그 + 동안’이 한 단어로 굳은 형태다. 앞에서 말한 어떤 기간, 혹은 ‘요즘까지의 지난 시간’을 통째로 가리킨다. 한국어 인사말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형태이기도 하다.

실제 대화로 보기

상황: 에밀리가 2주 만에 캐나다 본가에 다녀온 날 저녁. 준경이 맡아 둔 열쇠를 돌려주러 에밀리네 현관 앞에 왔다.

준경: 어, 왔네. 자, 열쇠. Oh, you’re back. Here, your key.

에밀리: 고마워. 나 없는 동안 별일 없었지? Thanks. Nothing happened while I was gone, right?

준경: 응, 화분은 다 살아 있어. 근데 고양이가 사흘 동안 밥을 안 먹더라. Yeah, the plants all survived. But the cat didn’t eat for three days.

에밀리: 헐, 진짜? 지금은 괜찮고? What, seriously? Is he okay now?

준경: 어제부터 잘 먹어. 네 냄새 나는 티셔츠 꺼내 놨더니 그때부터 딱. He’s been eating since yesterday. I put out a T-shirt that smells like you, and he started right then.

에밀리: 야, 너 진짜… 그동안 고생 많았다. 들어와, 커피라도 마시고 가. Hey, you’re really something… thanks for putting up with all that. Come in, at least have a coffee.

마지막 대사를 눈여겨보자. 에밀리는 ‘2주 동안’이라고 다시 말하지 않고 그동안 한 마디로 지나간 2주를 통째로 집었다. 한국어 대화에서 이 단어는 계산기가 아니라 마음을 담는 그릇에 가깝다.

이렇게 쓰면 어색합니다

✗ 회의는 세 시부터 다섯 시 동안 해요. ✓ 회의는 세 시부터 다섯 시까지 해요. / 회의는 두 시간 동안 해요. → ‘세 시’, ‘다섯 시’는 시간의 점이다. 점과 점을 이을 때는 ‘부터~까지’가 맡고, 동안은 ‘두 시간’처럼 길이가 앞에 올 때만 쓴다. 학습자가 가장 많이 하는 실수다.

✗ (퇴임하시는 부장님께) 부장님, 그동안 고생 많았어요. ✓ (퇴임하시는 부장님께) 부장님, 그동안 정말 감사했습니다. → ‘그동안’은 아무 문제가 없다. 문제는 뒤에 붙은 ‘고생 많았어요’다. 이 말은 윗사람이 아랫사람의 노고를 치하할 때 쓰는 표현이라, 부장님께 쓰면 순간 공기가 서늘해진다. 손윗사람에게는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그동안 많이 배웠습니다’가 안전하다.

상황별 활용 예문

① 미용실에서, 파마 약을 바르고 기다릴 때 디자이너가 “삼십 분만 기다리실게요”라고 하고 자리를 뜬다. 이때 자연스러운 한마디.

약 바르는 동안 잡지 좀 봐도 될까요? (yak bareuneun dongan japji jom bwado doelkkayo?) Can I read a magazine while the solution sets?

동사 ‘바르다’ 뒤에 ‘-는 동안’이 붙었다. 미용실·병원·정비소처럼 ‘기다리는 시간’이 존재하는 모든 공간에서 이 문형이 그대로 쓰인다.

② 이삿날 현관 앞, 친구에게 반말로 사다리차가 오고 짐이 오르내리는 정신없는 오전. 강아지가 자꾸 문 밖으로 나가려 한다.

짐 옮기는 동안 강아지 좀 봐 줄래? (jim omgineun dongan gangaji jom bwa jullae?) Can you watch the dog while we move the boxes?

‘A하는 동안 B해 줘’는 부탁의 기본 골격이다. 상대에게 ‘이 일이 끝날 때까지’라는 시간의 테두리를 먼저 그려 주기 때문에, 부탁이 훨씬 덜 부담스럽게 들린다.

③ 일주일 병가를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온 첫날 메일함을 열기 전, 옆자리 선배에게 먼저 건네는 말.

제가 자리를 비운 동안 대신 처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jega jarireul bium dongan daesin cheori hae jusyeoseo gamsahamnida.) Thank you for handling things while I was away.

존댓말에서도 동안의 모양은 그대로다. 여기서는 ‘비우다’의 과거 관형형 ‘비운’이 앞에 왔다. 이미 끝난 기간이면 ‘-은/-ㄴ 동안’, 지금 진행 중이면 ‘-는 동안’을 쓴다.

존댓말·반말과 비슷한 표현

동안은 명사라서 그 자체는 존댓말·반말로 변하지 않는다. 높임은 언제나 문장 끝의 서술어가 맡는다. “며칠 동안 쉬었어”(반말)와 “며칠 동안 쉬었습니다”(존댓말)에서 ‘며칠 동안’은 한 글자도 바뀌지 않는다. 대신 비슷해 보이는 이웃 단어들과의 거리를 아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표현온도·강도쓰는 자리
동안 (dongan)중립. 시간의 길이 전체를 담담히 가리킴격식·비격식 어디서나. 가장 기본형
사이 (sai)중립이지만 ‘틈’의 느낌. 짧고 순간적”잠깐 사이에 다 팔렸다”처럼 그 틈에 사건이 벌어졌을 때
내내 (naenae)강함.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도 빠짐없이”하루 종일 내내 비가 왔다”처럼 지속을 강조할 때
만에 (mane)기다림·간격이 드러남”3년 만에 만났다” — 길이가 아니라 ‘끊겼다가 다시’를 가리킴
그동안 (geudongan)따뜻함이 실림. 인사말의 온도안부·작별·감사. “그동안 잘 지내셨어요?”

가장 헷갈리는 짝은 ‘동안’과 ‘만에’다. “2주 동안 못 만났어”는 못 만난 상태가 2주 내내 이어졌다는 뜻이고, “2주 만에 만났어”는 2주가 지난 그 순간 드디어 만났다는 뜻이다. 앞은 선을 그리고 뒤는 점을 찍는다.

문화 배경 — 그동안이라는 인사

한국어 인사에는 ‘지금’만 묻는 인사와 ‘지나간 시간 전체’를 묻는 인사가 따로 있다. 오랜만에 만난 사람에게 “잘 지내?”라고만 하면 오늘의 안부지만, “그동안 잘 지내셨어요?”라고 하면 못 본 몇 달 혹은 몇 년을 한 번에 껴안는 말이 된다. 그래서 이 말은 명절 친척 모임, 동창회, 퇴사하는 동료의 마지막 날, 유학 갔다 돌아온 친구와의 재회에서 거의 자동으로 튀어나온다.

한국 드라마의 재회 장면에서도 마찬가지다. 몇 년 만에 마주친 두 사람이 서로를 알아보고 나서 처음 내뱉는 말은 대개 길지 않다 —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한 줄로 묻고, 상대는 잘 지냈다고 짧게 답한다. 설명 대신 이 한 단어에 공백을 다 맡기는 것이 한국어 대사의 방식이다. 반대로 이별 장면에서는 “그동안 고마웠어”가 자주 마지막 문장이 된다. 관계가 끝나는 자리에서 지나온 시간 전체에 이름을 붙여 주는 말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인터넷에서 ‘동안’을 검색하면 화장품 광고와 ‘동안 피부’, ‘동안 외모’ 같은 말이 쏟아진다. 이건 완전히 다른 단어다. 한자 童顔(아이 동, 얼굴 안), 즉 ‘나이보다 어려 보이는 얼굴’을 뜻하는 한자어로, 시간의 길이를 뜻하는 고유어 동안과는 소리만 같은 남남이다. “저 배우 진짜 동안이다”는 ‘저 배우 정말 어려 보인다’는 칭찬이지, 시간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 한국어를 배우다 보면 이런 동음이의어 함정을 종종 만나는데, 이 둘은 그중에서도 가장 자주 마주치는 짝이다.

오늘의 퀴즈

다음 중 자연스러운 문장은 무엇일까?

① 저는 아홉 시부터 여섯 시 동안 일해요. ② 저는 하루에 여덟 시간 동안 일해요. ③ 저는 어제 동안 계속 일했어요.

정답 보기

정답은 다.

①은 ‘아홉 시’, ‘여섯 시’가 모두 시간의 점이라서 동안이 올 수 없다. “아홉 시부터 여섯 시까지 일해요”로 고쳐야 한다. ③의 ‘어제’도 하루를 가리키는 점에 가까운 말이라 그대로는 어색하다. “어제 하루 종일 일했어요” 또는 “어제 다섯 시간 동안 일했어요”처럼 길이를 넣어야 자연스러워진다. ②는 ‘여덟 시간’이라는 길이가 앞에 놓였으니 완벽하다.

오늘의 정리는 짧다. 점이면 ‘까지’, 길이면 ‘동안’. 그리고 지나간 시간을 한 덩어리로 껴안고 싶을 때는 그동안 한 마디면 충분하다.

이 글의 단어 뜻풀이와 예문은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krdict.korean.go.kr)에서 가져왔으며, 해당 부분(번역 포함)은 CC BY-SA 2.0 KR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배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