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글

명동 (Myeongdong) — 서울에서 가장 붐비는 세 글자, 제대로 쓰는 법

명동

명동(Myeongdong)은 서울특별시 중구에 있는 동네 이름으로, 백화점과 화장품 가게와 식당이 빼곡히 들어서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서울의 대표 번화가라는 뜻이다. 한국어 교재의 여행 단원에서 거의 빠지지 않고 등장하고, 서울에 처음 도착한 사람이 숙소에 짐을 풀자마자 향하는 곳이기도 하다. 그런데 막상 문장 안에 넣으려고 하면 학습자들이 한 번씩 멈칫한다. 이게 시장 이름인지, 백화점 이름인지, 지하철역 이름인지 헷갈리기 때문이다. 오늘은 명동 (Myeongdong) 이 세 글자를 한국 사람들이 실제로 어떤 자리에서 어떤 온도로 꺼내는지까지 들여다본다.

명동은 감정이 실리지 않은 고유명사다. 화가 나서 하는 말도, 다정하게 건네는 말도 아니고 그냥 지명이다. 그런데도 이 단어에는 한국 사람 대부분이 공유하는 그림 두 개가 거의 자동으로 딸려 온다. 첫째는 사람이다. 주말 오후의 명동은 앞사람 뒤통수를 보며 걷는 곳이라, “명동 갔다 왔어”라고 하면 “사람 많았지?”라는 대답이 거의 반사적으로 돌아온다. 둘째는 소비다. 화장품 로드숍, 길거리 음식 노점, 면세점, 환전소가 한 골목에 몰려 있어서 “명동에서 샀어”라고 하면 대개 옷이나 화장품이나 기념품 이야기다. 그래서 명동은 지도 위의 행정구역 이름이면서, 동시에 ‘붐비는 쇼핑 거리’라는 보통명사처럼도 쓰인다. 이 두 겹을 알고 나면 아래 예문들이 훨씬 선명하게 읽힌다.

국립국어원 사전으로 확인하기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은 이 단어를 이렇게 풀이한다.

명동 「명사」 서울특별시 중구에 있는 동. 백화점, 음식점, 극장 등 서비스 시설이 많으며,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서울의 명소이다. —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 (krdict.korean.go.kr)

사전은 같은 뜻을 여러 언어로도 제공한다.

[en] Myeongdong — A region, ‘dong’ in Jung-gu, Seoul; there are many service facilities such as department stores, music stores, and theaters, and it is a popular tourist attraction in Seoul. [ja] ミョンドン【明洞】 — ソウル特別市中区にある洞。デパート、飲食店、劇場などサービス施設が多く、観光客が多く訪れるソウルの名所である。 [es] Myeongdong — Una de las unidades administrativa en Jung-gu, Seúl. Tiene muchas instalaciones de servicios como grandes almacenes, restaurantes y teatros, y es una atracción turística popular en Seúl. [zh] 明洞 — 位于首尔特别市中区的一个区域,有众多百货店、餐厅、剧场等服务设施,是吸引众多游客的首尔著名景点。 —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 (krdict.korean.go.kr)

포르투갈어 뜻풀이는 사전에 실려 있지 않아, 아래는 우리가 직접 옮긴 것이다(사전 인용이 아님). Myeongdong — Um bairro (‘dong’) em Jung-gu, Seul; concentra lojas de departamentos, restaurantes e teatros, e é um dos pontos turísticos mais visitados da cidade.

같은 사전이 싣고 있는 실제 사용 예문을 하나씩 보자.

명동 거리. —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 (krdict.korean.go.kr)

가장 기본형이다. 명동 뒤에 ‘거리’를 붙이면 행정구역이 아니라 걸어 다니는 상점가 전체를 가리킨다. 관광 안내판이나 지도 표기에서 이 형태를 자주 만난다.

명동은 언제나 사람들이 복작거리는 것 같아요. —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 (krdict.korean.go.kr)

한국 사람이 명동을 말할 때 가장 먼저 꺼내는 인상이 이 문장에 그대로 들어 있다. ‘복작거리다 (bokjakgeorida)‘는 좁은 공간에 사람이 많아 어수선한 모습을 그리는 말이다. 여행 이야기를 나누다가 맞장구칠 때 통째로 외워 두면 좋다.

명동에 있는 본점에 가서 음식을 먹어 보니 우리 동네의 분점보다 맛이 있었다. —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 (krdict.korean.go.kr)

명동이 왜 특별한 자리인지 보여 주는 예문이다. 오래된 식당이나 유명 브랜드의 ‘본점 (bonjeom, 본점)‘이 명동에 있는 경우가 많아서, 명동은 종종 ‘원조가 있는 곳’이라는 뜻으로도 읽힌다.

명동이라든가, 동대문 시장이라든가 옷 가게가 많은 곳으로 가 봐. —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 (krdict.korean.go.kr)

쇼핑 장소를 추천하는 반말 대화다. ‘-이라든가’로 후보를 나열할 때 명동이 첫 번째로 나오는 것 자체가, 이 이름이 한국인에게 어떤 위치인지 알려 준다.

실제 대화로 보기

상황: 토요일 오후 명동역 6번 출구 앞. 만나기로 했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 서로를 못 찾고 통화 중이다.

준경: 야, 어디야? 나 6번 출구 계단 바로 앞인데. Hey, where are you? I’m right at the top of Exit 6.

에밀리: 나도 6번이거든?! 근데 주말 명동은 진짜 앞이 안 보여. I’m at Exit 6 too! But on a weekend I literally can’t see past the crowd in Myeongdong.

준경: 아, 파란 모자! 손 흔드는 사람 너지? Oh — blue cap! That’s you waving, right?

에밀리: 어 보인다 보인다. 십 분을 헤맸네, 진짜. Yeah, I see you. I’ve been wandering for ten minutes.

준경: 그러니까 내가 을지로입구 쪽에서 만나자고 했잖아. That’s why I said let’s meet over by Euljiro 1-ga.

에밀리: 그래도 사촌 오면 명동부터 데려와야지. 여기 안 보면 서울 봤다고 못 하잖아. Still, when my cousin visits I have to bring her to Myeongdong first. You haven’t seen Seoul until you’ve seen this.

이렇게 쓰면 어색합니다

명동은 사람을 가리지 않고 쓸 수 있는 고유명사라 무례해지는 자리는 없다. 대신 학습자가 실제로 자주 하는 오해 두 가지를 짚는다.

✗ 이번 주말에 명동시장에 가서 옷 살 거예요. ✓ 이번 주말에 명동에 가서 옷 살 거예요. → 명동은 ‘동대문시장·광장시장’처럼 시장 이름이 아니라 동네 이름이다. ‘명동시장’이라는 곳은 없고, 그냥 ‘명동에’라고 하면 된다.

✗ 저는 서울 중구 명동동에 삽니다. ✓ 저는 서울 중구 명동에 삽니다. → ‘명동’의 ‘동’이 이미 행정구역 단위다. 역삼동·신사동처럼 뒤에 ‘동’을 또 붙이면 단위가 두 번 겹친다.

상황별 활용 예문

① 서울에 처음 온 친구에게 코스를 짜 줄 때

반나절밖에 시간이 없는 친구에게는 이동 거리를 줄이는 게 최선이다.

시간이 반나절뿐이면 명동에서 남산까지 걸어 올라가는 코스가 제일 나아. (Sigani banjjalppunimyeon Myeongdongeseo Namsankkaji georeo ollaganeun koseuga jeil na-a.) If you only have half a day, walking up from Myeongdong to Namsan is the best route.

② 화장품을 어디서 살지 물어봤을 때

명동은 로드숍이 한 골목에 몰려 있어 비교하기 좋은 곳으로 통한다.

화장품은 명동에서 사 — 가게가 붙어 있어서 값 비교하기 편해. (Hwajangpumeun Myeongdongeseo sa — gageaga buteo isseoseo gap bigyohagi pyeonhae.) Buy your cosmetics in Myeongdong — the shops are right next to each other, so it’s easy to compare prices.

③ 다녀와서 후기를 말할 때

붐빈다는 인상은 명동 이야기의 단골 마무리다.

어제 명동 갔다가 사람에 치여서 삼십 분 만에 나왔어요. (Eoje Myeongdong gattaga sarame chiyeoseo samsip bun mane naonnwasseoyo.) I went to Myeongdong yesterday and left after thirty minutes — it was too packed.

존댓말·반말과 비슷한 표현

명동은 고유명사여서 형태가 변하지 않는다. 높임은 문장 끝에서만 갈린다 — 윗사람에게는 명동에 가시겠어요? (Myeongdonge gasigesseoyo?), 친구에게는 명동 가자 (Myeongdong gaja). 대신 어느 동네 이름을 고르느냐가 사실상 ‘온도’를 정한다. 서울 사람들은 목적과 상대에 따라 아래처럼 나눠 쓴다.

표현온도·강도쓰는 자리
명동 (Myeongdong)중립 · 관광과 쇼핑의 대명사서울이 처음인 손님 안내, 화장품·기념품 이야기
동대문 (Dongdaemun)실용적 · 밤이 중심옷을 싸게 많이 살 때, 새벽 쇼핑
홍대 (Hongdae)젊고 들뜸또래끼리 놀 때, 공연·클럽·카페
인사동 (Insa-dong)차분하고 전통적어른을 모시고 갈 때, 전통 기념품

“명동 갈까?”와 “홍대 갈까?”는 목적지만 다른 게 아니라 그날의 성격을 정하는 말이다. 앞은 구경과 쇼핑, 뒤는 놀이와 밤이다.

문화 배경 — 이름에 남은 ‘밝을 명’

명동은 한자로 明洞, ‘밝을 명(明)‘에 ‘고을 동(洞)‘을 쓴다. 조선 시대 이 일대의 이름이 명례방(明禮坊)이었고 거기서 ‘명(明)’ 자를 물려받았다는 설명이 일반적이다. 한국 천주교의 상징인 명동성당의 옛 이름이 명례방성당이었던 것도 같은 뿌리에서 나온다. 즉 이름 자체에는 ‘유명한 동네’라는 뜻이 들어 있지 않다. 유명해진 것은 나중 일이다.

실제로 명동의 얼굴은 세대마다 바뀌었다. 1970~80년대에는 음악감상실과 극장, 다방이 모인 청춘의 거리였고, 사전 예문에도 그 시절의 인상이 남아 있다.

명동은 젊은이들이 좋아할 만한 구경거리가 넘쳐 주말만 되면 젊은이들의 천국이 된다. —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 (krdict.korean.go.kr)

2000년대 이후에는 화장품 로드숍과 면세점이 골목을 채우면서 외국인 관광객의 거리가 되었다. 그래서 요즘 젊은 서울 사람들 사이에서는 “명동은 관광객들이 가는 데지”라는 말도 흔히 들린다. 드라마에서도 명동은 자주 등장하지만, 주인공이 사는 동네보다는 인파 속에서 누군가를 놓치거나 우연히 마주치는 장면의 배경으로 쓰인다. 사람이 너무 많아 서로를 못 찾는 곳 — 위의 대화 상황이 바로 그 클리셰다. 명동성당 앞 언덕과 골목의 노점, 그리고 저녁이면 켜지는 간판들은 지금도 ‘서울’을 한 장면으로 보여 줄 때 가장 자주 선택되는 그림이다.

오늘의 퀴즈

다음 중 ‘명동’을 가장 자연스럽게 쓴 문장은?

  1. 이번 주말에 명동시장에 가서 옷을 살 거예요.
  2. 저는 서울 중구 명동동에 살고 있습니다.
  3. 사람이 너무 많아서 주말 명동은 걸어 다니기가 힘들어요.
  4. 어제 명동역에서 쇼핑하고 화장품을 샀어요.

정답: 3번. 1번의 ‘명동시장’은 존재하지 않는 이름이고, 2번은 ‘동’이 두 번 겹쳤다. 4번은 지하철역 구내가 아니라 거리에서 쇼핑한 것이므로 ‘명동에서’가 맞다. 3번은 사전 예문의 ‘복작거리다’와 같은 인상을 담은, 가장 한국 사람다운 문장이다.

이 글의 단어 뜻풀이와 예문은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krdict.korean.go.kr)에서 가져왔으며, 해당 부분(번역 포함)은 CC BY-SA 2.0 KR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배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