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투리 (saturi): 표준어가 아니라서 더 정겨운 말
사투리
**사투리 (saturi)**는 일부 지방에서만 쓰는, 표준어가 아닌 말이라는 뜻이다. 한국 드라마를 보다 보면 어느 순간 귀가 갸웃해지는 장면이 온다. 분명 같은 한국어인데 억양이 파도처럼 오르내리고, 문장 끝이 ‘-노’, ‘-예’, ‘-당께’, ‘-유’ 같은 처음 듣는 소리로 닫힌다. 그러면 옆에 있던 인물이 픽 웃으며 한마디 던진다. “너 사투리 쓰네?” 이건 지적이 아니다. 대부분은 반가움이다.
한국은 남북으로 길게 뻗은 반도지만 면적은 그리 크지 않다. 그런데도 말은 골짜기마다 다르게 굳었다. 부산에서 서울까지 KTX로 두 시간 반이면 닿는데, 그 두 시간 반 사이에 말의 높낮이가 통째로 뒤집힌다. 이 차이를 부르는 가장 일상적인 이름이 바로 사투리다.
사투리의 반대편에는 **표준어 (pyojuneo)**가 있다. 한국의 표준어 규정은 표준어를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로 정해 두었다. 즉 표준어란 서울말을 다듬어 만든 공용어이고, 그 바깥에 있는 지역의 말이 전부 사투리다. 여기서 학습자가 꼭 붙잡아야 할 점이 하나 있다. 사투리는 틀린 말이 아니라 다른 말이다. 사투리에도 고유한 어휘가 있고 규칙적인 어미가 있다.
다만 이 단어에는 두 가지 온도가 겹쳐 있다. 하나는 따뜻한 쪽이다. ‘구수한 사투리’, ‘정감 있는 사투리’처럼, 꾸미지 않은 사람 냄새를 가리킬 때 쓴다. **구수하다 (gusuhada)**는 원래 숭늉이나 된장 같은 음식의 깊고 투박한 맛을 가리키는 말인데, 말투에 붙으면 ‘거칠지만 정이 간다’는 뜻이 된다. 다른 하나는 서늘한 쪽이다. ‘사투리를 고치다’, ‘사투리가 심하다’처럼 쓰일 때, 사투리는 사회생활에서 지워야 할 흔적이 된다. 실제로 적지 않은 한국인이 서울에 올라와 몇 년간 자기 말투를 눌러 본 경험을 갖고 있다.
그래서 사투리는 언어학 용어가 아니라 고향·거리감·소속감을 한꺼번에 건드리는 단어다. 이걸 알고 쓰면 대화의 온도가 달라진다.
국립국어원 사전으로 확인하기
사투리 (명사) 일부 지방에서만 쓰는, 표준어가 아닌 말. [en] dialect — A type of language different from a standard language and used only in some local provinces. [ja] ほうげん【方言】。なまり【訛り】 — 一部の地方だけで使う、標準語でない言葉。 [es] dialecto, jerga — Lengua que no es el estándar y es utilizada en algunas regiones. [zh] 方言,土话 — 只在一部分地区使用的非标准语。 —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 (krdict.korean.go.kr)
참고: 위 사전에는 포르투갈어 번역이 실려 있지 않습니다. 포르투갈어권 독자를 위해 옮기자면 ‘dialeto — fala usada apenas em certas regiões, diferente da língua padrão’ 정도가 되는데, 이 포르투갈어 문장은 사전 원문이 아니라 저희가 직접 붙인 번역입니다.
이제 사전에 실린 실제 사용 예문을 보자. 뜻풀이 한 줄보다 예문 다섯 개가 이 단어의 결을 훨씬 정확히 보여 준다.
구수한 사투리. —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 (krdict.korean.go.kr)
명사 앞에 형용사 하나만 붙인 짧은 구인데, 한국인이 사투리를 좋게 말할 때의 기본값이 여기 있다. 사투리를 칭찬하는 자리에서 가장 먼저 튀어나오는 형용사가 바로 ‘구수하다’다.
저 사람 사투리 정말 정감 있지 않아? —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 (krdict.korean.go.kr)
식당이나 회식 자리에서 옆 테이블 사람의 말투를 듣고 친구에게 소곤거리는 상황이다. 평가가 아니라 호감의 표현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서울로 이사를 온 지 삼 년이 된 그즈음에도 어머니는 가끔 사투리를 쓰셨다. —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 (krdict.korean.go.kr)
이주와 말투에 관한 문장이다. ‘삼 년이 된 그즈음에도’라는 표현에 이미 사연이 들어 있다. 말투는 짐처럼 하루 만에 옮겨지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화자가 그 사실을 애틋하게 보고 있다는 것.
민준은 말을 할 때 사투리 억양을 넣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 (krdict.korean.go.kr)
**사투리 억양 (saturi eogyang)**이라는 짝을 눈여겨보자. 지역 어휘는 이미 다 표준어로 바꿨는데 소리의 높낮이만 남는 경우가 아주 흔하다. 한국인이 상대의 고향을 알아채는 단서도 대개 어휘가 아니라 이 억양이다.
우리 고향에서만 쓰는 사투리를 쓰는 걸로 봐서 나와 동향인 것 같아. —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 (krdict.korean.go.kr)
사투리의 또 다른 기능, 곧 신호로서의 쓰임이다. 낯선 도시에서 자기 고향 말이 귀에 꽂히면 그 사람은 순식간에 ‘남’에서 ‘우리’로 옮겨 온다. **동향 (donghyang)**은 고향이 같음을 뜻한다.
실제 대화로 보기
상황: 토요일 오후 준경의 집 거실. 준경이 고향에 계신 어머니와 통화를 막 끊었다. 옆에서 듣고 있던 에밀리가 눈이 동그래졌다.
준경: 어, 왜 그렇게 봐. Huh, why are you looking at me like that?
에밀리: 야, 방금 그거 뭐야? 목소리가 완전 딴사람인데. Hey, what was that just now? You sounded like a totally different person.
준경: 아, 엄마랑 통화하면 나도 모르게 사투리 나와. 서울 온 지 십오 년인데도 안 고쳐지네. Ah, when I talk to my mom the dialect just comes out. Fifteen years in Seoul and it still won’t go away.
에밀리: 고치긴 뭘 고쳐. 나 방금 진짜 좋았는데. 뭔가 되게 따뜻하더라. Why would you fix it? I really liked it just now. It sounded so warm.
준경: 그래? 회사에선 좀 눌러. 발표할 때 사투리 억양 나오면 괜히 신경 쓰여서. Really? At work I hold it back. If the dialect intonation slips out during a presentation I get self-conscious.
에밀리: 에이, 아깝다. 나도 그런 거 하나 있었으면 좋겠는데. 그럼 나 다음에 부산 데려가. 사투리 배워 올게. Aw, what a waste. I wish I had something like that. Take me to Busan next time — I’ll come back knowing the dialect.
이렇게 쓰면 어색합니다
✗ (오늘 처음 만난 거래처 담당자에게) 어, 사투리 쓰시네요? 어디 출신이세요? ✓ (몇 번 만나 편해진 뒤에) 말투 들으니까 고향이 남쪽이신가 봐요? → 처음 본 사람의 말투부터 짚는 건 ‘당신은 표준어를 못 쓰는군요’라는 평가처럼 들릴 수 있다. 상대가 먼저 고향 이야기를 꺼내기 전엔 기다리는 편이 안전하다.
✗ 할머니가 사투리를 쓰셔서 한국어를 잘 못하세요. ✓ 할머니가 사투리를 쓰셔서 처음엔 제가 알아듣기 좀 어려웠어요. → 사투리는 ‘모자란 한국어’가 아니라 ‘다른 지역의 한국어’다. 못 알아듣는 쪽은 나인데 상대의 언어 능력 문제로 말하면 실례가 된다. 주어를 나로 돌리면 같은 내용이 무례해지지 않는다.
상황별 활용 예문
1) 회식 자리에서 동료의 고향을 알아차렸을 때
술이 한 잔 돌고 분위기가 풀린 뒤, 평소 서울말을 쓰던 동료의 말끝이 살짝 늘어졌다.
어? 방금 사투리 나왔는데요? 부산 쪽이시죠? (Eo? Banggeum saturi nawanneundeyo? Busan jjogisijyo?) Oh? Your dialect just slipped out. You’re from around Busan, right?
2) 오랜만에 만난 고향 친구에게
십 년 만에 만난 친구가 어쩐지 낯설게 느껴진다. 얼굴이 아니라 말투가 달라졌다.
너 서울 올라가더니 사투리 다 없어졌다. 좀 섭섭하네. (Neo Seoul ollagadeoni saturi da eopseojyeotda. Jom seopseophane.) You lost all your dialect after moving to Seoul. Honestly, I kind of miss it.
3) 드라마를 보다가 자막이 필요해졌을 때
한국어 실력이 꽤 늘었다고 생각했는데, 시골이 배경인 드라마 앞에서 무너졌다.
이 드라마는 사투리가 심해서 자막 없이는 못 보겠어요. (I deuramaneun saturiga simhaeseo jamak eopsineun mot bogesseoyo.) This drama’s dialect is so strong that I can’t watch it without subtitles.
존댓말·반말과 비슷한 표현
사투리는 명사라서 그 자체에는 높임이 없다. 높임은 뒤에 붙는 동사가 짊어진다. 친구에게는 “너 사투리 쓰네”, 윗사람에게는 “사투리 쓰시네요”가 되고, 더 조심스럽게 가려면 “고향 말씀이 그대로 남아 계시네요”처럼 아예 다르게 돌려 말한다. 자주 붙는 짝은 세 가지다 — 사투리를 쓰다 (saturireul sseuda), 사투리를 하다 (saturireul hada), 사투리가 심하다 (saturiga simhada). 앞의 둘은 중립이지만 마지막은 ‘알아듣기 힘들다’는 불평이 섞이기 쉽다.
| 표현 | 온도·강도 | 쓰는 자리 |
|---|---|---|
| 사투리 (saturi) | 일상적. 정겹기도, 때로 낮잡기도 | 친구·가족·예능. 가장 널리 쓰임 |
| 방언 (bangeon) | 중립·학술적 | 논문·수업·언어학 이야기 |
| 지역어 (jiyeogeo) | 중립, 존중의 결 | 공적인 글·방송 자막. 요즘 늘고 있음 |
| 표준어 (pyojuneo) | 중립, 기준점 | 사투리의 반대편을 가리킬 때 |
| 억양 (eogyang) | 중립, 소리만 가리킴 | 어휘 말고 말의 높낮이만 짚을 때 |
같은 대상을 두고도 ‘사투리’라고 하면 정이 묻고, ‘지역어’라고 하면 예의가 묻는다. 학술 발표에서는 방언, 친구와 웃으며 이야기할 때는 사투리 — 이 정도만 구분해도 충분하다.
문화 배경 — 서울말 아래 접혀 있는 지도
한국의 사투리는 보통 크게 여섯 갈래로 나뉜다. 경상도는 소리의 높낮이가 뚜렷해서 말이 노래처럼 오르내리고, 전라도는 말끝이 부드럽게 늘어지며, 충청도는 유명할 만큼 느긋해서 ‘-유’로 끝나는 말끝이 상징처럼 통한다. 강원도, 경기·서울, 그리고 제주가 나머지를 채운다. 이 중 제주의 말은 사정이 다르다. 다른 지역 사람이 들으면 거의 알아들을 수 없을 만큼 차이가 커서, 유네스코는 2010년 제주어를 소멸 위기 언어로 분류했다. 지금 제주에서는 이 말을 지키려는 교육과 기록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방송에서 사투리가 놓인 자리도 크게 바뀌었다. 예전 드라마에서 사투리는 대체로 웃기는 조연이나 거친 인물의 표식이었다. 그러다 2010년대 들어 사투리가 주인공의 언어가 됐다. 부산을 배경으로 십 대의 시간을 그린 《응답하라 1997》(tvN, 2012)은 등장인물 대부분이 처음부터 끝까지 부산 사투리로 이야기했고, 충청도의 가상 도시를 무대로 한 《동백꽃 필 무렵》(KBS2, 2019)에서는 느릿한 말끝 자체가 그 동네의 인심을 그리는 장치였다. 제주를 배경으로 한 《우리들의 블루스》(tvN, 2022)는 한국인 시청자에게도 자막이 필요할 만큼 제주 말을 그대로 살렸다. 세 작품 모두 대사를 옮겨 적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다 — 사투리가 배경음이 아니라 인물 그 자체였다는 것.
그래서 한국인에게 “사투리 쓰시네요”라는 말은 단순한 관찰이 아니다. 상황에 따라 반가움이 되기도 하고, 지워 온 것을 들킨 순간이 되기도 한다. 이 두 가지가 같은 문장 안에 들어 있다는 걸 아는 학습자는, 한국어를 문법으로만 아는 사람보다 한 걸음 더 깊이 들어가 있는 셈이다.
오늘의 퀴즈
다음 중 사투리를 가장 자연스럽게 쓴 문장은?
- 그분은 사투리를 쓰셔서 한국어를 잘 못하세요.
- 할머니의 구수한 사투리를 들으면 마음이 편해져요.
- 사투리를 배우고 싶어서 표준어 교재를 샀어요.
정답 보기
정답: 2번
1번은 사투리를 ‘부족한 한국어’로 취급해서 실례가 된다. 사투리는 틀린 말이 아니라 다른 지역의 말이다. 3번은 앞뒤가 어긋난다 — 사투리를 배우려면 그 지역의 말을 들어야지 표준어 교재로는 배울 수 없다. 2번의 ‘구수한 사투리’는 사전 예문에도 그대로 실려 있는, 가장 전형적이고 따뜻한 짝이다.
이 글의 단어 뜻풀이와 예문은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krdict.korean.go.kr)에서 가져왔으며, 해당 부분(번역 포함)은 CC BY-SA 2.0 KR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배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