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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하다 — 아이돌과 팬 사이를 잇는 말

한국 아이돌을 좋아하면 “소통”이라는 단어를 피해 갈 수가 없다. **소통하다 (sotonghada)**는 막히지 않고 서로의 뜻이나 생각이 잘 통한다는 뜻이다. 팬 플랫폼 게시글에도, 콘서트 마지막 멘트에도, 연말 시상식 수상 소감에도 이 말이 나온다. “팬 여러분과 더 많이 소통하겠습니다 (paen yeoreobun-gwa deo mani sotonghagetseumnida)” — 이 문장은 이제 거의 관용구에 가깝다.

그런데 이 말은 원래 사람 사이의 말이 아니었다. 물길과 도로에서 출발한 말이다. 막힌 것을 뚫어서 흐르게 한다는 그림이 사람 사이로 옮겨 온 것이 지금의 소통하다다. 그래서 이 단어에는 지금도 “원래는 막혀 있었다”는 전제가 희미하게 깔려 있다. 처음부터 잘 통하는 사이에는 굳이 소통이라는 말을 꺼내지 않는다.

소통하다

소통하다에는 방향이 둘 다 들어 있다. 한쪽이 말하고 다른 쪽이 듣기만 하는 것은 소통이 아니라 통보다. 그래서 이 단어의 반대편에는 늘 **일방적이다 (ilbangjeogida)**가 서 있다. 회사가 공지를 올리고 끝내면 “일방적”이고, 팬 의견을 듣고 결정을 바꾸면 “소통했다”가 된다. 말의 양이 아니라 방향이 기준이다.

무게도 알아 두면 좋다. 소통하다는 가벼운 수다에 붙는 말이 아니다. 친구랑 두 시간 카톡한 걸 두고 “오늘 친구랑 소통했어”라고 하면 이상하게 들린다. 이 말은 사이가 벌어질 수 있는 두 쪽 — 회사와 직원, 정부와 시민, 아이돌과 팬 — 의 관계 전체를 평가할 때 쓴다. 그래서 조금 공적이고 진지한 온도를 갖는다.

케이팝에서 이 단어가 유독 자주 보이는 이유가 여기 있다. 팬덤에서 “소통”은 사실상 아이돌의 평가 항목이다. “소통 잘하는 아이돌”은 큰 칭찬이고, “소통이 없다”는 꽤 무거운 비판이다. 실력이나 비주얼과 나란히 놓이는 항목이라고 보면 된다.

국립국어원 사전으로 확인하기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은 소통하다를 동사로 싣고, 뜻을 두 갈래로 나눈다. 첫 번째가 원래의 물리적인 뜻이다.

소통하다 「동사」

  1. 막히지 않고 서로 잘 통하다. [en] pass — To pass well, without being clogged. [ja] そつうする【疎通する・疏通する】 — 滞らなくてよく通る。 [es] circularse fluidamente — Moverse fluidamente sin atascos. [zh] 疏通,疏导,畅通 — 不堵塞,互相通畅。 —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 (krdict.korean.go.kr)

두 번째가 우리가 케이팝에서 만나는 뜻이다. 여기서 사전이 “오해가 없도록”이라는 조건을 붙여 놓은 점을 눈여겨보자. 단순히 말이 오간 것이 아니라, 오해가 남지 않은 상태까지를 소통이라고 부른다.

소통하다 「동사」 2. 오해가 없도록 뜻이나 생각을 서로 잘 통하다. [en] communicate — To share wills or thoughts with each other or one another well, without leaving a misunderstanding. [ja] そつうする【疎通する・疏通する】。きょうかんする【共感する】 — 誤解がなく、意思や考えがよく通じ合う。 [es] entenderse, compenetrarse — Compenetrarse en ideas o pensamientos sin que haya malentendidos. [zh] 沟通,交流 — 彼此的意思或想法相通连,不产生误会。 —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 (krdict.korean.go.kr)

포르투갈어 번역은 이 사전에 실려 있지 않다. 참고용으로 옮기면 comunicar-se, entender-se 정도가 되는데, 이 줄은 사전 인용이 아니라 우리가 붙인 자체 번역이다.

같은 사전이 싣고 있는 실제 사용 예문 가운데 다섯 개를 원문 그대로 옮긴다.

  • 대중과 소통하다.
  • 동시대인과 소통하다.
  • 원활하게 소통하다.
  • 한 방향으로 소통하다.
  • 도로가 소통하다. —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 (krdict.korean.go.kr)

대중과 소통하다 (daejung-gwa sotonghada) — 예술가나 공인이 자기 세계에만 갇히지 않고 보통 사람들에게 가 닿는다는 뜻이다. 아이돌 인터뷰에서 거의 그대로 나오는 문장이라, 케이팝 팬이라면 이 한 줄만 외워 둬도 쓸 데가 많다.

동시대인과 소통하다 (dongsidaein-gwa sotonghada) — 같은 시대를 사는 사람들과 통한다는, 조금 무게 있는 표현이다. 작품 평이나 시상식 소감처럼 격식 있는 자리에서 쓰인다.

원활하게 소통하다 (wonhwalhage sotonghada) — “막힘 없이”라는 뜻의 부사가 붙었다. 회사 공지, 팀 소개, 지원서 자기소개에 자주 등장하는 짝이다.

한 방향으로 소통하다 (han banghyangeuro sotonghada) — 소통이 방향의 문제라는 걸 그대로 보여 주는 예문이다. 한 방향뿐이라면 사실상 소통이 아니라는 비판으로 쓰인다.

도로가 소통하다 (doroga sotonghada) — 첫 번째 뜻, 즉 물리적으로 막히지 않는다는 쪽이다. 교통 방송에서 “도로가 원활하게 소통되고 있습니다”처럼 들을 수 있다. 사람 얘기가 아니라 차 얘기라는 점이 재미있다.

실제 대화로 보기

상황: 밤 11시, 준경의 집 거실. 라면을 먹던 준경 옆에서 에밀리가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좋아하는 아이돌이 예고 없이 라이브 방송을 켠 것이다.

준경: 야, 깜짝이야. 갑자기 왜 소리를 질러. Hey, you scared me. Why are you suddenly screaming?

에밀리: 라이브 켰어! 지금 팬들이랑 소통하고 있다고! He’s live! He’s talking with the fans right now!

준경: 이 시간에? 내일 스케줄 없대? At this hour? Doesn’t he have a schedule tomorrow?

에밀리: 몰라. 근데 봐 봐, 댓글을 하나하나 다 읽어 줘. 이렇게까지 소통하는 아이돌 진짜 없어. I don’t know. But look, he reads every single comment. There really aren’t idols who communicate this much.

준경: 아, 그래서 너희가 안 떠나는구나. Ah, so that’s why you fans don’t leave.

에밀리: 그치. 앨범보다 이게 더 커. …야, 조용히 해 봐. 내 댓글 읽어 준다! Right. This matters more than the album. …Hey, be quiet. He’s reading my comment!

이렇게 쓰면 어색합니다

✗ (친구에게) 야, 우리 오늘 저녁에 소통하자. ✓ (친구에게) 야, 우리 오늘 저녁에 얘기 좀 하자. → 소통하다는 관계 전체를 두고 하는 무거운 말이라, 친구끼리 수다 떠는 자리에 쓰면 회의를 소집하는 것처럼 들린다. 일상 대화에는 **이야기하다 (iyagihada)**가 맞다.

✗ (부장님께) 부장님, 저희 앞으로 좀 더 소통합시다. ✓ (부장님께) 부장님, 제가 진행 상황을 더 자주 말씀드리겠습니다. → 소통하다는 두 쪽이 다 바뀌어야 성립하는 말이다.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소통합시다”라고 하면 “당신도 문제가 있으니 고치라”는 요구로 들린다. 손윗사람에게는 내가 하겠다는 쪽으로 문장을 바꾸는 편이 안전하다.

상황별 활용 예문

상황 1. 팬사인회에 다녀와서 친구에게 후기를 말할 때.

“멤버들이 팬 한 명 한 명이랑 눈 맞추면서 소통해서 좋았어.” (membeodeuri paen han myeong han myeong-irang nun majchumyeonseo sotonghaeseo joasseo.)

짧은 시간이었지만 형식적으로 넘기지 않고 진짜로 주고받았다는 칭찬이다. “좋았어” 대신 “감동이었어”를 넣어도 자연스럽다.

상황 2. 소속사 공지에 팬덤이 항의문을 올릴 때.

“회사가 팬들과 소통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결정했습니다.” (hoesaga paendeulgwa sotonghaji anko ilbangjeogeuro gyeoljeonghaetseumnida.)

부정형 **소통하지 않다 (sotonghaji anta)**는 팬덤 성명문에서 가장 자주 나오는 형태 중 하나다. 뒤에 “일방적으로”가 붙는 것도 거의 세트다.

상황 3. 한국어가 아직 서툰 해외 팬이 한국 팬에게 말을 걸 때.

“말은 서툴러도 마음은 소통할 수 있잖아요.” (mareun seotulleodo maeumeun sotonghal su itjanayo.)

“마음이 소통하다”처럼 추상적인 것을 주어로 놓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 주는 문장이다. 이럴 때 이 단어는 꽤 따뜻해진다.

존댓말·반말과 비슷한 표현

존댓말과 반말은 규칙적으로 변한다. 격식체 소통합니다 (sotonghamnida), 일상 존댓말 소통해요 (sotonghaeyo), 반말 소통해 (sotonghae), 청유형 반말 소통하자 (sotonghaja). 다만 위에서 봤듯 반말 청유형은 실제로 쓸 자리가 드물다.

비슷한 말들과 견주면 자리가 분명해진다.

표현온도·강도쓰는 자리
소통하다 (sotonghada)진지하고 살짝 공적관계 전체를 평가할 때. 아이돌과 팬, 회사와 직원
대화하다 (daehwahada)중립말을 주고받는 행위 자체. 회의·상담
이야기하다 (iyagihada)편하고 일상적어디서나. 친구끼리 가장 자연스럽다
통하다 (tonghada)따뜻하고 사적말 안 해도 아는 사이. “우리 좀 통하네”

특히 소통하다와 통하다의 차이가 재미있다. 통하다는 애쓰지 않아도 맞는 사이에 쓰고, 소통하다는 애써서 맞춰 가는 관계에 쓴다.

문화 배경 — 막힌 물길을 뚫는다는 말

소통(疏通)은 한자어다. 疏는 막힌 것을 트다, 通은 통하다라는 뜻이다. 원래 물길이나 길이 막혔을 때 그걸 뚫어서 흐르게 한다는 말이었다. 사전의 첫 번째 뜻이 지금도 “차량이 소통하다”, “도로가 소통하다”인 이유가 그것이다. 물이 흐르듯 사람의 뜻도 흐른다 — 그 비유가 굳어져 두 번째 뜻이 되었고, 오늘날에는 두 번째 뜻이 훨씬 자주 쓰인다.

케이팝에서 이 단어가 특별해진 것은 팬 플랫폼 시대와 겹친다. 위버스, 버블 같은 서비스가 생기면서 아이돌이 팬에게 직접 메시지를 보내고 답하는 일이 일상이 되었고, 팬덤은 그 양과 태도를 “소통”이라는 한 단어로 부르기 시작했다. 새벽에 라이브를 켜서 댓글을 읽어 주는 것, 팬카페에 손글씨를 올리는 것, 콘서트에서 팬 이름을 기억해 부르는 것이 전부 여기 들어간다. 팬덤 안에서는 이 소통의 양이 팀의 수명을 좌우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한국 SNS에서 자주 보이는 #소통해요 (#sotonghaeyo) 해시태그도 같은 뿌리다. “서로 팔로우하고 댓글 주고받아요”라는 뜻인데, 무거운 단어를 가볍게 굴려 쓴 재미있는 용례다.

드라마에서는 오히려 이 단어가 관계가 삐걱거릴 때 등장한다. 밥상에 마주 앉은 부모와 자식이 말없이 밥만 먹다가, 한쪽이 참지 못하고 “우리 대화 좀 하자”고 입을 떼는 장면 — 그 상황을 한 단어로 요약하면 소통의 부재다. 화면 안에서 인물이 “소통”이라고 말하지 않아도, 시청자는 그게 무슨 얘기인지 안다.

오늘의 퀴즈

다음 세 문장 중 빈칸에 소통하다를 넣기에 가장 자연스러운 것은?

  1. 어젯밤에 친구랑 세 시간 동안 ______.
  2. 새 앨범 준비하면서 멤버들끼리 충분히 ______ 못했대요.
  3. 배가 고파서 편의점에서 김밥이랑 라면을 ______.

정답은 2번이다. 멤버들이라는 두 쪽이 있고, 그 사이가 잘 통하지 않았다는 관계에 대한 평가이기 때문이다. **소통하지 못했대요 (sotonghaji mothaetdaeyo)**가 들어간다. 1번은 친구끼리의 일상 수다라 “얘기했어”나 “통화했어”가 맞고, 3번은 아예 다른 동사가 필요한 자리다. 소통하다는 주고받을 두 쪽이 있어야 성립한다는 것 — 이것만 기억하면 대부분의 자리에서 틀리지 않는다.


이 글의 단어 뜻풀이와 예문은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krdict.korean.go.kr)에서 가져왔으며, 해당 부분(번역 포함)은 CC BY-SA 2.0 KR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배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