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근 (yageun) — 퇴근 시간이 지났는데 아직 자리에 앉아 있다면
야근
**야근 (yageun)**은 퇴근 시간이 지나 밤늦게까지 하는 일이라는 뜻이다. 정시에 나갈 수 있었는데 나가지 못하고 자리에 남아 이어서 하는 일, 그게 야근이다.
밤 9시의 사무실을 떠올려 보자. 형광등은 절반만 켜져 있고 모니터 서너 대만 파랗게 빛난다. 책상에는 식어 버린 커피와 편의점 삼각김밥 포장지가 굴러다닌다. 한국 드라마에 직장인이 등장하면 거의 반드시 한 번은 지나가는 장면이고, 그 장면에 붙는 이름이 바로 이 단어다. 한국어를 배우는 사람이 회사 이야기를 하려고 할 때 퇴근 (toegeun) 다음으로 빨리 만나게 되는 말이기도 하다.
야근은 명사여서 혼자서는 잘 쓰이지 않고, 거의 항상 짝이 되는 말과 붙어 다닌다.
- 야근하다 (yageunhada) — 야근을 하다. 가장 기본이 되는 형태다.
- 야근을 시키다 (yageuneul sikida) — 남에게 야근을 하게 만들다. 주어는 대개 회사나 상사다.
- 야근이 잡히다 (yageuni japhida) — 야근이 결정되어 버리다. 내 의지가 아니라는 뉘앙스가 ‘잡히다’에 들어 있다.
- 잦은 야근 (jajeun yageun) — 자주 반복되는 야근. 건강이 상했다는 이야기가 뒤따르는 경우가 많다.
뉘앙스도 알아 두면 좋다. 사전의 뜻풀이 자체는 중립적이지만, 실제 대화에서 야근은 거의 언제나 하소연의 자리에 놓인다. ‘나 오늘 야근이야 (na oneul yageuniya)‘는 정보 전달인 동시에 위로를 청하는 말이다. 그래서 듣는 사람은 ‘고생한다’, ‘밥은 먹었어?’ 정도로 받아 준다. ‘잘됐네’로 받으면 농담이거나 싸움이다.
또 하나, 야근의 핵심은 ‘밤’이다. 토요일 낮에 회사에 나가 일했다면 그것은 **주말 출근 (jumal chulgeun)**이지 야근이 아니다. 아래 사전 예문에서도 야근과 주말 출근이 나란히, 그러나 따로 놓여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국립국어원 사전으로 확인하기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은 이 단어를 이렇게 풀이한다.
야근 「명사」 퇴근 시간이 지나 밤늦게까지 하는 일. [en] working overtime; night duty — An act of working overtime till late at night. [ja] ざんぎょう【残業】。ちょうかきんむ【超過勤務】 — 退勤する時刻を過ぎてからも残って夜遅くまでする仕事。 [es] trabajo extra por la noche, trabajo suplementario nocturno — Trabajo que se realiza fuera de la jornada laboral hasta muy tarde por la noche. [zh] 加班 — 过了下班时间后工作到很晚。 —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 (krdict.korean.go.kr)
영어 풀이에 working overtime과 night duty가 나란히 붙어 있는 점을 눈여겨보자. 야근은 ‘초과 근무’이면서 동시에 ‘밤 근무’다. 이 두 겹이 한 단어에 들어 있다는 것이 이 말의 특징이다. 참고로 포르투갈어 번역은 이 사전에 실려 있지 않아, 이해를 돕기 위해 편집부가 직접 옮겨 둔다 — trabalho noturno, hora extra à noite. (사전 수록 번역이 아니라 자체 번역임을 밝힌다.)
사전에 실린 실제 사용 예문도 함께 보자.
아버지는 야근을 마치고 새벽 두 시 가까이가 되어서야 집에 들어오셨다. —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 (krdict.korean.go.kr)
가족의 시선에서 본 야근이다. ‘새벽 두 시 가까이’라는 시간이 야근의 끝이 얼마나 늦을 수 있는지를 보여 준다. 한국에서 야근을 이야기할 때 자주 딸려 나오는 것이 이렇게 구체적인 귀가 시각이다.
공장 기계를 24시간 지켜봐야 하는데 지금으로서는 야근이 가능한 사람이 없다. —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 (krdict.korean.go.kr)
여기서의 야근은 사무실의 초과 근무가 아니라 교대제의 ‘밤 근무’에 가깝다. 앞에서 본 night duty 쪽 뜻이다. 공장, 병원, 방송국처럼 24시간 돌아가는 일터에서는 야근이 벌이 아니라 근무표의 한 칸이다.
가뜩 힘들어 죽겠는데 사장님이 야근을 하라고 하셔서. —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 (krdict.korean.go.kr)
문장이 ‘-해서’로 끝나고 만 것에 주목하자. 뒷말을 삼킨 이 미완성 문장 자체가 하소연의 형식이다. 야근이 대화에 등장할 때의 전형적인 온도가 이 한 줄에 다 담겨 있다.
왜 갑자기 야근에 주말 출근까지 하라는 거야? —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 (krdict.korean.go.kr)
야근과 주말 출근이 별개의 항목으로 나열되어 있다. 앞서 말한 대로 야근은 밤이고, 주말 출근은 요일이다. 둘을 붙여 쓰면 ‘평일 밤도 주말 낮도 없다’는 뜻이 된다.
그는 잦은 야근 탓에 강마르고 수척해졌다. —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 (krdict.korean.go.kr)
‘잦은 야근 탓에’는 거의 굳어진 짝이다. 야근이 한 번이면 사건이지만 잦아지면 몸의 이야기가 된다. 뉴스 기사에서도 이 표현은 그대로 자주 쓰인다.
실제 대화로 보기
상황: 밤 11시 반, 회사 앞 편의점. 준경이 컵라면에 물을 붓고 있는데 문이 열리고 에밀리가 들어온다.
준경: 어? 너 아직 안 갔어? Huh? You haven’t left yet?
에밀리: 방금 나왔어. 너야말로 또 야근이야? 이번 주에만 몇 번째야. I just got out. Look who’s working late again. How many times is that this week?
준경: 세 번째. 내일 아침까지 보고서 넘겨야 돼. Third time. I have to hand in the report by tomorrow morning.
에밀리: 근데 저녁을 컵라면으로 때워? 그러다 진짜 쓰러진다. And you’re making do with cup ramyeon for dinner? You’re going to collapse.
준경: 어쩌겠어. 야근할 때는 이게 제일 빠르지. What can I do. When you’re working late, this is the quickest thing.
에밀리: 잠깐만, 나 삼각김밥 두 개 살게. 같이 먹고 들어가자. Hold on, I’ll grab two rice balls. Let’s eat and then head home.
준경: 야, 너 진짜… 고맙다. 이 맛에 야근 버틴다. Hey, you’re really… thanks. This is what gets me through the late nights.
이렇게 쓰면 어색합니다
✗ (먼저 퇴근하며 남아 있는 선배에게) 선배, 오늘도 야근 많이 하세요! ✓ (먼저 퇴근하며 남아 있는 선배에게) 선배, 고생 많으셨어요. 너무 늦게까지 하지 마세요. → 야근은 원해서 하는 일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떠안는 일이다. ‘많이 하세요’는 형식만 덕담이고 내용은 벌에 가까워서, 놀리는 말로 들린다. 남아 있는 사람에게는 고생하세요 (gosaenghaseyo) 나 고생 많으셨어요 (gosaeng manasseoyo) 쪽이 안전하다.
✗ 어제 기말고사 공부하느라 새벽 세 시까지 야근했어. ✓ 어제 기말고사 공부하느라 새벽 세 시까지 밤새웠어 (bamsaewosseo). → 야근은 직장에서 맡은 일을 정해진 퇴근 시간 이후까지 하는 것이다. 학생의 공부, 집안일, 취미 작업에는 쓰지 않는다. 이 자리에는 밤새우다가 맞다.
상황별 활용 예문
1. 저녁 약속 두 시간 전에 팀장이 자료를 다시 요청했다. 친구에게 보내는 메시지.
미안, 오늘 야근 잡혔어. 다음 주로 미뤄도 될까? (mian, oneul yageun japhyeosseo. daeum juro mirwodo doelkka?) Sorry, I got stuck with overtime today. Can we push it to next week?
약속을 깰 때 한국 직장인이 가장 많이 쓰는 문장 중 하나다. ‘야근했어’가 아니라 ‘야근 잡혔어’라고 한 것이 핵심이다. 내가 고른 것이 아니라 나에게 떨어진 일이라는 뜻이라서, 미안함이 조금 덜어진다.
2. 밤 10시, 어머니에게서 전화가 왔다.
저 아직 회사예요. 오늘은 야근이라 좀 늦을 것 같아요. (jeo ajik hoesayeyo. oneureun yageunira jom neujeul geot gatayo.) I’m still at the office. I have to work late today, so I’ll be a bit late.
‘야근이라’는 ‘야근이어서’의 준말로, 이유를 댈 때 가장 흔하게 쓰이는 형태다. 이 말을 들은 한국 부모의 다음 대사는 거의 정해져 있다 — ‘밥은 먹었니?’
3. 월요일 아침 팀 회의에서 팀장이 한마디.
이번 주는 야근 없이 갑시다. (ibeon jueun yageun eopsi gapsida.) Let’s get through this week without any overtime.
‘야근 없이’는 명사 뒤에 바로 붙는 간결한 형태다. 회의실에서 이 문장이 나오면 잠깐 분위기가 밝아진다. 물론 목요일쯤 뒤집히는 일도 많다.
존댓말·반말과 비슷한 표현
야근 자체는 명사라서 높임이 없다. 존댓말과 반말은 뒤에 붙는 동사가 결정한다.
- 반말: 나 오늘 야근해. (na oneul yageunhae.)
- 존댓말: 저 오늘 야근해요. (jeo oneul yageunhaeyo.)
- 격식체: 오늘 야근하겠습니다. (oneul yageunhagetseumnida.)
- 상대를 높일 때: 부장님, 오늘도 야근하세요? (bujangnim, oneuldo yageunhaseyo?)
비슷해 보이는 말들의 차이는 다음과 같다.
| 표현 | 온도·강도 | 쓰는 자리 |
|---|---|---|
| 야근 (yageun) | 중립. 일상 대화의 기본어 | 어디서나. 동료·가족·상사에게 모두 |
| 잔업 (janeop) | 딱딱하고 사무적 | 제조·생산 현장, 공지문·근로계약서 |
| 초과 근무 (chogwa geunmu) | 제도·서류의 언어 | 수당 계산, 근태 기록, 공공기관 |
| 철야 (cheorya) | 세다. 밤을 통째로 새움 | 마감 직전, 방송·건설 현장 |
| 밤새우다 (bamsaeuda) | 개인적. 일이 아니어도 됨 | 공부·게임·간병 등 무엇에나 |
| 칼퇴 (kaltoe) | 가볍고 신남. 야근의 반대편 | 또래·SNS. 윗사람 앞에서는 조심 |
문화 배경 — 야(夜)와 근(勤), 그리고 막차 시간
야근은 한자어다. **야(夜)**는 밤, **근(勤)**은 근무를 뜻한다. 글자 그대로 ‘밤 근무’다. 조어가 단순한 만큼 뜻도 흔들리지 않아서, 처음 보는 학습자도 한자만 알면 바로 의미를 잡을 수 있다. 같은 한자를 쓰는 일본어에서는 夜勤(やきん)이 주로 교대제의 밤 근무를 가리키고 초과 근무는 残業(ざんぎょう)이 따로 맡는데, 한국어의 야근은 이 두 영역을 한 단어로 덮는다. 앞서 본 사전 예문에서 사무실의 보고서와 공장의 24시간 기계가 같은 단어로 묶였던 이유다.
야근에 딸려 오는 생활의 조각들도 함께 알아 두면 대화가 훨씬 자연스러워진다. 하나는 **막차 (makcha)**다. 서울 지하철은 자정 무렵 끊기기 때문에, 야근하는 사람의 시계는 퇴근 시간이 아니라 막차 시간을 향해 간다. ‘막차 놓쳤어’는 그 자체로 야근이 길었다는 뜻이 된다. 다른 하나는 **야근 수당 (yageun sudang)**이다. 한국은 근로기준법으로 연장·야간 근로에 가산 수당을 붙이도록 정해 두었고, 2018년부터 주 52시간 상한제가 단계적으로 시행되면서 야근은 개인의 하소연을 넘어 제도의 문제로 이야기되기 시작했다. 요즘 젊은 세대가 자주 쓰는 **워라밸 (worabael, work-life balance의 한국식 줄임말)**이라는 말도 이 흐름 위에 있다.
드라마에서도 야근은 단골 장면이다. 종합상사의 신입 사원을 그린 tvN 《미생》(2014)은 야근으로 채워진 사무실의 공기를 가장 정확하게 담아낸 작품으로 꼽히고, tvN 《나의 아저씨》(2018)에서는 늦은 밤 회사 건물과 집 사이의 긴 귀갓길이 인물의 마음을 보여 주는 장치로 쓰인다. 한국 드라마를 볼 때 밤늦은 사무실 장면이 나오면, 인물들이 이 단어를 어떤 표정으로 발음하는지 한번 눈여겨보자. 사전이 알려 주지 않는 온도가 거기 있다.
오늘의 퀴즈
다음 중 야근을 쓸 수 없는 상황은?
- 마감이 밀려서 밤 10시까지 사무실에 남아 일했다.
- 기말고사 때문에 새벽 3시까지 도서관에서 공부했다.
- 병원에서 밤 근무조로 들어가 환자를 돌봤다.
정답: 2번.
야근은 직장에서 맡은 일을 퇴근 시간 이후까지 하는 것을 가리킨다. 1번은 전형적인 초과 근무형 야근이고, 3번은 사전 풀이의 night duty에 해당하는 교대제 야근이라 둘 다 쓸 수 있다. 2번은 일이 아니라 개인의 공부이므로 ‘밤새웠다 (bamsaewotda)‘나 ‘밤샘 공부를 했다’가 맞다. 오늘 밤 늦게까지 일하는 모든 분께 — 고생하셨습니다.
이 글의 단어 뜻풀이와 예문은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krdict.korean.go.kr)에서 가져왔으며, 해당 부분(번역 포함)은 CC BY-SA 2.0 KR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배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