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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티 (emti): 청량리역에 모인 스무 명, 삼겹살 열 팩의 여행

엠티

**엠티 (emti)**는 같은 단체에 속한 사람들이 서로 더 가까워지려고 다 같이 떠나는 짧은 여행이라는 뜻이다. 3월 첫째 주 한국 대학교 학과 게시판 앞에 서면 이 단어를 반드시 만난다. “국어국문학과 새내기 엠티 — 3월 21일(금)22일(토), 가평, 회비 4만 원.” 개강하고 23주가 지나면 학과마다, 동아리마다 이런 공지가 붙는다. 그리고 그 주 금요일 오후, 청량리역 대합실에는 배낭을 멘 스무 명이 모여 있다. 손에 든 검은 봉지 안에는 삼겹살과 상추와 종이컵이 들어 있다. 그게 엠티다.

한국어를 배우는 사람에게 이 단어가 까다로운 이유는, 뜻풀이보다 훨씬 두꺼운 그림을 데리고 다니기 때문이다. “여행 갔다 왔어”라고 하면 한국 사람은 어디에 갔는지 묻는다. 그런데 “엠티 갔다 왔어”라고 하면 아무도 장소를 묻지 않는다. 대신 “몇 명이나 갔어?”, “재밌었어?”, “몇 시에 잤어?”를 묻는다. 목적지가 아니라 같이 간 사람이 핵심인 여행이라는 걸 모두가 이미 알고 있어서다.

엠티의 목적은 관광이 아니라 친목이다. 그래서 조건이 셋 붙는다. 첫째, 혼자는 못 간다 — 반드시 단체다. 둘째, 그 단체는 소속이 이미 정해져 있다(학과, 동아리, 회사 팀, 학생회). 셋째, 짧다. 보통 1박 2일, 길어야 2박 3일이다. 셋 중 하나라도 빠지면 그건 엠티가 아니라 그냥 여행이다.

품사는 명사라서 뒤에 동사를 붙여 쓴다. 가장 흔한 꼴은 **엠티를 가다 (emti-reul gada)**인데, 말할 때는 조사를 떼고 **엠티 가다 (emti gada)**라고 하는 쪽이 더 자연스럽다. 엠티를 계획하다 (emti-reul gyehoekhada), **엠티에 가다 (emti-e gada)**도 함께 쓴다. 앞에 소속을 붙여 학과 엠티 (hakkwa emti), 동아리 엠티 (dongari emti), **신입생 엠티 (sinipsaeng emti)**처럼 쓰는 것도 아주 흔하다.

국립국어원 사전으로 확인하기

국가 기관이 만든 사전은 이 단어를 어떻게 적어 두었을까.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의 뜻풀이와 각 언어 번역은 다음과 같다.

엠티 「명사」 단체 구성원들이 서로 더 가까워지기 위해 어울려 떠나는 짧은 여행. [영어] outing; trip — An excursion that a group goes on together to foster solidarity or camaraderie. [일본어] しょうりょこう【小旅行】 — 団体の構成員たちが親睦のために出かける短い旅行。 [스페인어] viaje con compañeros, viaje con colegas — Corto viaje que hacen entre los miembros de un grupo con el propósito de conocerse mejor. [중국어] 联谊会,MT — 为团体成员变得更加亲近而一起出游的短暂旅行。 —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 (krdict.korean.go.kr)

뜻풀이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서로 더 가까워지기 위해”다. 목적이 뜻 안에 박혀 있다. 영어 풀이의 to foster solidarity or camaraderie, 중국어의 联谊, 스페인어의 conocerse mejor가 모두 같은 곳을 가리킨다. 참고로 포르투갈어 번역은 이 사전에 실려 있지 않다. 그래서 이 한 줄만은 우리가 직접 옮긴다 — viagem curta de confraternização entre os membros de um grupo. (사전 인용이 아니라 자체 번역임을 밝혀 둔다.)

같은 사전에 실린 실제 사용 예문도 함께 본다.

엠티 장소로 정해진 곳이 어디냬요? —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 (krdict.korean.go.kr)

(emti jangsoro jeonghaejin gosi eodinyaeyo?) 단체 카톡방에서 가장 먼저 오가는 질문이다. “어디냬요”는 “어디냐고 해요”가 줄어든 간접 인용형이라, 누군가 다른 사람의 질문을 대신 전달하는 상황이다. 엠티는 장소를 먼저 정하고 나머지를 붙이는 일정이다.

직원들이 다 같이 엠티를 가면 친목이 도모될 수 있지 않을까요? —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 (krdict.korean.go.kr)

(jigwondeuri da gachi emti-reul gamyeon chinmogi domodoel su itji aneulkkayo?) 엠티가 대학만의 것이 아님을 보여 주는 문장이다. 회사에서 팀 분위기를 풀어 보자고 제안하는 자리에서 이렇게 말한다. **친목을 도모하다 (chinmogeul domohada)**는 “사이를 가깝게 만들다”라는 뜻의 다소 격식 있는 표현이다.

동기 엠티. —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 (krdict.korean.go.kr)

(donggi emti.) **동기 (donggi)**는 같은 해에 입학하거나 입사한 사람들이다. 선배 없이 동기끼리만 가는 엠티는 위계가 없어서 가장 편한 엠티로 꼽힌다. 이렇게 앞에 소속을 붙여 종류를 나누는 것이 이 단어의 기본 사용법이다.

내일 엠티에 선배들도 올 수 있는지 연락해 볼게요. —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 (krdict.korean.go.kr)

(naeil emti-e seonbaedeuldo ol su inneunji yeollakhae bolgeyo.) 후배가 준비를 맡아 어른 역할을 하는 장면이다. 여기서 조사가 **엠티에 (emti-e)**로 쓰인 점을 보자. “엠티를 가다”는 행위 전체를, “엠티에 오다/참석하다”는 그 자리에 합류하는 것을 가리킨다.

엠티를 가다. —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 (krdict.korean.go.kr)

(emti-reul gada.) 가장 기본이 되는 꼴이다. 이 한 덩어리를 통째로 외워 두면 나머지는 시제와 높임만 갈아 끼우면 된다.

실제 대화로 보기

상황: 토요일 오전 대형마트 정육 코너. 카트에 삼겹살이 산더미다.

에밀리: 야, 이거 너무 많은 거 아니야? 삼겹살 열 팩이 뭐야. Hey, isn’t this way too much? Ten packs of pork belly?

준경: 스무 명이 엠티 가는 거야. 이 정도는 첫날 밤에 다 없어져. Twenty people are going on an MT. This much disappears the first night.

에밀리: 스무 명? 나 한국 산 지 십오 년인데 아직 엠티는 한 번도 못 가 봤어. Twenty? I’ve lived in Korea fifteen years and I’ve still never been on an MT.

준경: 진짜? 그럼 이번에 같이 가자. 회비 삼만 원이면 돼. Really? Then come along this time. The fee’s just thirty thousand won.

에밀리: 밤새 게임하고 술 마시는 거 아니야? 나 새벽엔 자야 되는데. Isn’t it staying up all night playing games and drinking? I need to sleep at some point.

준경: 요즘 엠티는 안 그래. 열두 시면 다들 뻗어. MTs aren’t like that these days. Everyone’s out cold by midnight.

이렇게 쓰면 어색합니다

✗ 지난 주말에 가족끼리 엠티 갔다 왔어요. ✓ 지난 주말에 가족끼리 여행 갔다 왔어요. → 엠티는 “원래 남이었다가 한 조직으로 묶인 사람들”이 친해지려고 가는 여행이다. 가족은 친해질 필요가 이미 없는 사이라 이 말이 붙지 않는다. 친구끼리 놀러 가는 것도 마찬가지로 그냥 **여행 (yeohaeng)**이다.

✗ (거래처 부장님께) 부장님, 저희 팀이랑 엠티 한번 가시죠. ✓ (거래처 부장님께) 부장님, 저희 팀이랑 식사 한번 하시죠. → 엠티는 소속 안쪽 사람들끼리 쓰는 말이라 바깥 손님에게 권하면 선을 넘은 느낌이 든다. 게다가 대학 냄새가 나는 단어라서 공식적인 관계에서는 가볍게 들린다. 회사 대 회사라면 워크숍 (wokeusyop) 쪽이 맞는 자리다.

상황별 활용 예문

1) 동아리 단체 채팅방에서 날짜를 잡을 때

이번 엠티 언제로 할까? 시험 끝나고 바로 가는 게 낫지 않아? (ibeon emti eonjero halkka? siheom kkeunnago baro ganeun ge natji anha?) When should we do the MT this time? Wouldn’t right after exams be better?

총무를 맡은 사람이 던지는 첫 메시지다. 엠티는 늘 이렇게 날짜 투표부터 시작한다.

2) 회사 팀 회의에서 팀장이 제안할 때

다음 달에 팀 엠티 한번 가시죠. 1박 2일로 짧게요. (daeum dare tim emti hanbeon gasijyo. ilbak-iil-lo jjalkkeyo.) Let’s go on a team MT next month. Just a short overnighter.

**-시죠 (-sijyo)**는 존댓말이면서도 “같이 하자”는 권유의 온도를 담는 어미다. 뒤에 “짧게요”를 붙인 건, 엠티가 길면 부담스럽다는 걸 서로 알기 때문이다.

3) 엠티 다녀온 다음 날, 친구에게

나 어제 엠티 갔다 와서 목이 다 쉬었어. (na eoje emti gatda waseo mogi da swieosseo.) I came back from an MT yesterday and my voice is completely gone.

**목이 쉬다 (mogi swida)**는 목이 잠긴다는 뜻이다. 밤새 떠들고 노래했다는 이야기를 한 단어로 전달하는, 아주 엠티다운 문장이다.

존댓말·반말과 비슷한 표현

엠티는 명사라서 높임은 뒤에 붙는 동사가 담당한다. 사다리를 아래에서 위로 세워 보면 이렇다. 엠티 가자 (emti gaja) — 친구에게 하는 제안. 엠티 갈래? (emti gallae?) — 반말로 묻기. 엠티 가요 (emti gayo) — 부드러운 존댓말. 엠티 가시죠 (emti gasijyo) — 윗사람에게 권유. 엠티를 갔습니다 (emti-reul gatseumnida) — 보고나 발표에서 쓰는 격식체.

비슷해 보이지만 자리가 다른 말들도 함께 정리해 둔다.

표현온도·강도쓰는 자리
엠티 (emti)들뜨고 편함. 목적은 친목학과·동아리·젊은 팀. 1박 이상 자고 옴
워크숍 (wokeusyop)공식적, 일 냄새회사 공문·상사 앞. 교육이나 회의 일정이 낌
야유회 (yayuhoe)점잖고 낮음회사·단체의 봄가을 나들이. 보통 당일치기
회식 (hoesik)먹고 마시는 자리저녁 한 끼. 이동도 숙박도 없음
수련회 (suryeonhoe)규율·훈련 냄새학교·교회 단체. 프로그램이 빡빡하게 짜여 있음

같은 1박 2일이라도 회사 공문에 적을 때는 워크숍, 팀원끼리 말할 때는 엠티가 되는 일이 흔하다. 단어가 자리를 고르는 셈이다.

문화 배경 — 엠티는 왜 하필 ‘MT’인가

엠티는 영어 알파벳 M과 T를 한글로 적은 말이고, Membership Training의 머리글자를 한국에서 조합해 만든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영어 두 단어를 재료로 썼을 뿐 영어권에서는 쓰지 않는 한국식 조어라서, 그대로 “MT”라고 말하면 외국인은 알아듣지 못한다. 사전이 영어 번역을 outing, trip으로 달아 둔 것도 그래서다.

장소에는 오래된 공식이 있다. 서울에서는 경춘선을 타고 대성리, 청평, 가평, 강촌으로 간다. 이 일대에는 스무 명이 한꺼번에 들어가는 방과 마당의 바비큐 그릴을 갖춘 펜션이 줄지어 있고, 사람들은 그 동네를 통틀어 엠티촌이라고 부른다. 도착하면 순서도 거의 정해져 있다. 짐을 풀고, 근처 마트에서 장을 보고, 삼겹살을 굽고, 밤에는 둘러앉아 게임을 하고, 새벽에는 잠 안 오는 사람들끼리 진지한 이야기를 하고, 아침에는 라면을 끓여 먹고 해산한다. “엠티 갔다 왔어” 한마디에 한국 사람이 떠올리는 것이 바로 이 순서다.

3월에는 **오티 (oti, 오리엔테이션)**와 헷갈리기 쉬운데, 오티는 학교와 학과를 소개받는 공식 행사고 엠티는 그 뒤에 친해지려고 가는 자리다. 순서도 오티가 먼저다.

최근 10년 사이 이 문화는 꽤 달라졌다. 술을 강요하거나 선후배 위계를 앞세우는 관행이 강하게 비판받으면서, 술을 아예 빼는 무알코올 엠티, 자지 않고 돌아오는 당일 엠티가 늘었다. 준경이 “요즘 엠티는 안 그래”라고 말한 것도 이 변화를 가리킨다. 《응답하라 1994》(tvN, 2013)처럼 90년대 대학가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를 보면 학과 단위로 몰려다니던 시절의 공기가 어떤 것이었는지 감이 오는데, 지금의 엠티는 그보다 훨씬 가볍고 짧아졌다.

오늘의 퀴즈

다음 중 엠티를 자연스럽게 쓴 문장은?

  1. 어제 혼자 계곡으로 엠티 다녀왔어요.
  2. 다음 주에 동아리 엠티 가는데 같이 갈래?
  3. 부모님 모시고 제주도로 엠티를 갔다 왔습니다.
정답 보기

정답은 2번이다. 동아리라는 소속된 단체가 있고, 여럿이 함께 가며, 짧은 일정이라는 세 조건을 모두 채운다. 1번은 혼자 갔으므로 엠티가 될 수 없다(“계곡에 놀러 갔다 왔어요”가 맞다). 3번은 가족 여행이라 친목을 도모할 단체가 아니다(“가족 여행을 갔다 왔습니다”가 자연스럽다).

이 글의 단어 뜻풀이와 예문은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krdict.korean.go.kr)에서 가져왔으며, 해당 부분(번역 포함)은 CC BY-SA 2.0 KR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배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