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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시다 — 어른이 어디에 "있다"고 말할 때 쓰는 단어

**계시다 (gyesida)**는 높은 분이나 어른이 어느 곳에 있거나 산다는 것을 높여 이르는 말이다. 있다 (itda)의 높임말인데, 어미만 갈아 끼운 게 아니라 단어의 몸통 자체가 바뀐다는 점이 특이하다. 한국어에는 이렇게 통째로 옷을 갈아입는 동사가 몇 개 있다 — 먹다는 잡수시다 (japsusida), 자다는 주무시다 (jumusida), 그리고 있다는 **계시다 (gyesida)**다.

학습자가 이 단어를 처음 마주치는 자리는 대개 둘 중 하나다. 하나는 헤어질 때의 인사 안녕히 계세요 (annyeonghi gyeseyo), 다른 하나는 가게 문을 밀고 들어가며 던지는 **사장님 계세요? (sajangnim gyeseyo?)**다. 둘 다 교과서 앞쪽에 나오는 문장이라 통째로 외워 두고는, 정작 그 안에 「계시다」가 들어 있다는 걸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 두 인사를 뜯어보면 계시다의 성격이 그대로 드러난다 — 사람이, 그것도 나보다 윗사람이, 어떤 자리에 있다는 것.

계시다

계시다가 쓰이는 자리는 크게 셋이다.

첫째, 어른이 어디에 산다. 「부모님은 지금 부산에 계세요 (bumonimeun jigeum busane gyeseyo)」처럼 거주를 말한다.

둘째, 어른이 어디에 있다. 「할머니 안방에 계셔 (halmeoni anbange gyesyeo)」처럼 지금 그 자리에 있음을 말한다. 셋 중 가장 흔한 쓰임이다.

셋째, 어른이 어떤 자리나 직위에 있다. 「아버지는 교육청에 계십니다 (abeojineun gyoyukcheonge gyesimnida)」처럼 소속과 지위를 에둘러 말한다. 한국에서 어른의 직업을 물을 때 「어디 계세요?」라고 묻는 일이 잦은 것도 이 세 번째 뜻 덕분이다. 「무슨 일 하세요?」보다 한결 조심스럽게 들린다.

세 뜻을 관통하는 조건이 하나 있다. 주어가 사람이어야 하고, 그 사람이 나보다 윗사람이어야 한다. 가방은 계시지 않고, 시간도 계시지 않고, 나 자신도 계시지 않는다. 이 조건 하나만 붙들고 있어도 오용의 절반은 걸러진다.

여기서 학습자가 가장 자주 걸려 넘어지는 갈림길이 나온다. 「있다」의 높임에는 사실 두 갈래가 있다. 사람 자체를 곧바로 높이면 계시다, 그 사람에게 딸린 무언가를 통해 돌려 높이면 **있으시다 (isseusida)**다. 「사장님 계세요?」는 사장님이라는 사람이 그 자리에 있느냐는 뜻이고, 「사장님, 시간 있으세요?」는 시간이라는 것이 사장님께 있느냐는 뜻이다. 시간은 사람이 아니니 계실 수 없다. 이 구분을 국어 문법에서는 직접높임과 간접높임이라고 부르는데, 이름은 몰라도 상관없다. 「그 자리에 몸이 있느냐」를 물으면 계시다라고 기억하면 실전에서는 거의 틀리지 않는다.

국립국어원 사전으로 확인하기

계시다 「동사」

  1. (높임말로) 높은 분이나 어른이 어느 곳에 살다.
  2. (높임말로) 높은 분이나 어른이 어느 곳에 있다.
  3. (높임말로) 높은 분이나 어른이 어느 위치나 직위에 있다. —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 (krdict.korean.go.kr)

뜻풀이 세 개가 모두 「(높임말로) 높은 분이나 어른이」로 시작한다는 점을 눈여겨보자. 높임의 대상이 뜻풀이 안에 못 박혀 있는 단어다.

다국어 대응도 사전에 함께 실려 있다.

[en] live / be — (honorific) For one’s senior or superior to live somewhere, to be somewhere, or to have position or status. [ja] いらっしゃる — 地位の高い人や目上の人がどこかに住んでいる/いる/ある位置や職位に就いていることを表す尊敬語。 [es] residir / encontrarse — (TRATAMIENTO HONORÍFICO) Vivir o estar en un lugar un superior o mayor; estar en un puesto o cargo. [zh] (尊称)身份高的人或长辈生活在某地/正在某个地方/身居某个地位或职位。 —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 (krdict.korean.go.kr)

포르투갈어 번역은 이 사전에 실려 있지 않다. 참고용으로 우리가 직접 옮기면 「estar / morar (tratamento honorífico)」 정도가 된다 — 사전 원문이 아니라 자체 번역임을 밝혀 둔다.

사전에 실린 실제 사용 예문도 함께 보자.

  • 가만 계시다.
  • 경로당에 계시다.
  • 한국에 계시다.
  • 회사에 계시다.
  • 민준이는 자기 아버지가 고위직에 계시다며 거들먹거들먹했다. —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 (krdict.korean.go.kr)

가만 계시다 (gaman gyesida) — 어른이 움직이지 않고 그대로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는 「가만히 계세요」 꼴로 자주 들린다. 병원에서 간호사가 어르신께 「어르신, 가만히 계세요」 하는 장면을 떠올리면 정확하다.

경로당에 계시다 (gyeongnodange gyesida) — 경로당은 동네 어르신들이 모이는 마을 사랑방이다. 「할아버지 어디 가셨어?」 「경로당에 계셔」는 한국 동네에서 하루에도 몇 번씩 오가는 대화다. 두 번째 뜻(어느 곳에 있다)의 교과서 같은 예다.

한국에 계시다 (hanguge gyesida) — 여기서는 거주, 즉 첫 번째 뜻에 가깝다. 해외에 사는 가족이 「어머니는 아직 한국에 계세요」라고 말하는 식이다.

회사에 계시다 (hoesae gyesida) — 이 예문은 두 갈래로 읽힌다. 「아버지 지금 회사에 계셔」면 지금 그 장소에 있다는 뜻이고, 「그분은 대기업에 계세요」면 그 회사에 소속되어 일한다는 뜻이다. 같은 말이 장소와 직위를 동시에 가리키는 셈이다.

민준이는 자기 아버지가 고위직에 계시다며 거들먹거들먹했다 — 세 번째 뜻이 문장 안에서 살아 움직이는 예다. 「고위직에 계시다」는 지위를 높여 말하는 표현이고, 「거들먹거들먹」이 붙으면서 그 높임이 자랑으로 넘어간 상황이 그려진다. 계시다 자체는 중립적인 높임말이지만, 이렇게 쓰이면 말하는 사람의 태도가 드러난다.

실제 대화로 보기

상황: 추석 전날 저녁, 준경이네 집 현관 앞. 에밀리가 처음으로 준경의 가족에게 인사하러 왔다. 신발을 벗으며 작은 소리로 묻는다.

에밀리: (작게) 야, 어른들 지금 다 안에 계셔? Hey, are all the elders inside right now?

준경: 응, 할머니는 안방에 계시고 아버지는 아직 회사야. 좀 늦으신대. Yeah, Grandma’s in the master bedroom and Dad’s still at work. He said he’d be late.

에밀리: 그럼 할머니한테 먼저 인사드려야겠다. 뭐라고 해야 돼? Then I should greet Grandma first. What do I say?

준경: 「안녕하세요」 하고 절 한 번. 아, 나갈 땐 「안녕히 계세요」 하는 거 알지? Just say “annyeonghaseyo” and bow once. Oh, you know to say “annyeonghi gyeseyo” on the way out, right?

에밀리: 알지. 남는 사람한테 계세요, 가는 사람한테 가세요. Of course. “Gyeseyo” to the one who stays, “gaseyo” to the one who leaves.

준경: 오, 15년 짬밥 어디 안 가네. Whoa, fifteen years here really shows.

이렇게 쓰면 어색합니다

✗ (사장님께) 사장님, 지금 시간 계세요? ✓ (사장님께) 사장님, 지금 시간 있으세요? → 계시다는 사람이 그 자리에 있을 때만 쓴다. 시간·질문·약속처럼 사람에게 딸린 것은 「있으시다」로 돌려 높인다. 시간은 계실 수 없다.

✗ (전화로 어머니께) 네, 저 지금 집에 계세요. ✓ (전화로 어머니께) 네, 저 지금 집에 있어요. → 한국어에는 자기 자신을 높이는 말이 없다. 계시다는 오직 남을 높일 때만 쓴다. 자신을 계시다로 말하면 겸손하려던 자리에서 오히려 우스워진다.

상황별 활용 예문

1) 문 열고 들어가며 (동네 가게)

사장님 계세요? (sajangnim gyeseyo?)

한국 골목 가게는 주인이 안쪽 방에 있다가 인기척에 나오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문을 열고 이 한마디를 던지는 게 자연스러운 절차다. 「거기 아무도 없어요?」보다 훨씬 부드럽고, 상대를 이미 대접하고 들어가는 인사가 된다.

2) 회사 전화 응대

죄송합니다, 김 부장님 지금 자리에 안 계십니다. (gim bujangnim jigeum jarie an gyesimnida.)

부재를 알릴 때의 표준 문장이다. 부정은 「안 계시다」 꼴로 앞에 붙인다. 「계시지 않습니다」도 문법상 맞지만 전화에서는 거의 「안 계십니다」를 쓴다.

3) 진행 중인 동작을 높일 때

할아버지께서 지금 신문 읽고 계세요. (harabeojikkeseo jigeum sinmun ilkko gyeseyo.)

계시다는 다른 동사 뒤에 붙어 「-고 계시다」 꼴로 진행형을 높이기도 한다. 「읽고 있어요」의 높임이 「읽고 계세요」다. 이 쓰임을 익히면 어른의 동작을 묘사하는 문장이 한 번에 자연스러워진다.

존댓말·반말과 비슷한 표현

표현온도·강도쓰는 자리
계시다 (gyesida)사람을 곧바로 높임어른·윗사람이 어느 장소·직위에 있을 때
있으시다 (isseusida)딸린 것을 통해 돌려 높임시간·질문·약속 등 사람이 아닌 것
있다 (itda)중립·평어나 자신, 또래, 아랫사람, 사물
-고 계시다 (-go gyesida)동작까지 높임어른이 무언가 하고 있을 때

반말로 내려올 때는 형태가 갈린다. 어른 이야기를 친구에게 전할 때는 「할머니 안방에 계셔」처럼 계시-는 남기고 어미만 반말로 낮춘다. 화제의 인물은 여전히 어른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친구가 어디 있는지 말할 때는 계시다를 쓰지 않는다 — 「걔 지금 학교에 있어」다.

문화 배경 — 남는 사람과 가는 사람

한국어 작별 인사가 둘로 갈리는 이유가 바로 이 단어에 있다. 그 자리에 남는 사람에게는 안녕히 계세요, 자리를 떠나는 사람에게는 안녕히 가세요 (annyeonghi gaseyo). 「평안히 계십시오」와 「평안히 가십시오」가 줄어든 형태다. 그래서 가게를 나오는 손님은 계세요라고 하고, 손님을 배웅하는 주인은 가세요라고 한다. 둘 다 나가는 상황이라면 서로 「안녕히 가세요」를 주고받는다. 이 사소한 갈림길 하나를 정확히 짚으면 한국 사람들이 바로 알아본다 — 대화 속 에밀리가 칭찬받는 지점도 여기다.

형태의 뿌리도 짚어 둘 만하다. 계시다는 옛 한국어에서 「겨시다」로 적혔고, 있다는 뜻의 옛말에 높임을 나타내는 -시-가 굳어 붙은 형태다. 즉 지금 우리가 보는 「계시-」 안에 이미 높임의 -시-가 녹아 있는 셈이다. 「계시시다」처럼 -시-를 한 번 더 붙이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드라마에서도 이 단어는 자주 들린다. 사극에서는 신하가 왕의 소재를 물을 때 「전하께서 어디 계시냐」는 식으로 묻고, 현대극에서는 병실 문 앞에서 「어머님 안에 계세요?」 하고 조심스럽게 확인하는 장면에 붙는다. 인용하지 않고 상황만 옮겨도 온도가 전해진다 — 계시다가 나오는 순간, 그 문장이 향하는 사람은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사람이다.

오늘의 퀴즈

사장님께 잠깐 이야기를 청하려 한다. 빈칸에 알맞은 것은?

사장님, 지금 잠깐 시간 ( )?

① 계세요 ② 있으세요 ③ 계십니까

정답: ② 시간은 사람이 아니므로 계시다를 쓸 수 없다. 사장님을 높이되 시간을 통해 돌려 높이는 「있으세요」가 맞다. 만약 문장이 「사장님, 지금 사무실에 ( )?」였다면 답은 ① 계세요가 된다. 묻는 대상이 사람의 몸인지, 그 사람에게 딸린 것인지 — 갈림길은 언제나 여기다.

이 글의 단어 뜻풀이와 예문은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krdict.korean.go.kr)에서 가져왔으며, 해당 부분(번역 포함)은 CC BY-SA 2.0 KR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배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