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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근무 — '집에서 일해요'를 한국어로 말하는 법

재택근무

**재택근무 (jaetaekgeunmu)**는 인터넷 등을 이용해 집에서 회사의 업무를 보는 일이라는 뜻이다. 평일 오후 세 시, 동네 편의점에서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아이스커피를 고르고 있는 직장인을 봤다면 그 사람은 아마 이 한 단어로 자기 하루를 설명할 것이다. “저 오늘 재택근무예요.” 이 한마디면 왜 이 시간에 여기 있는지, 왜 노트북 가방을 들고 있는지, 왜 삼십 분 뒤에 급히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지가 한꺼번에 설명된다.

한국어를 배우는 사람에게 이 단어가 중요한 이유는 따로 있다. 한국에서 일하거나, 한국인 친구와 평일 약속을 잡거나, 한국 회사와 메일을 주고받다 보면 이 말이 거의 매주 나온다. 그런데 사전 뜻만 외우고 쓰면 어긋나기 쉽다. 이 말은 ‘쉬는 날’이 아니라 ‘장소만 바뀐 근무’를 가리키기 때문이다. 이 차이 하나가 오늘 글의 알맹이다.

구조는 단순하다. **재택 (jaetaek)**은 한자 在宅, 즉 ‘집에 있음’이고 **근무 (geunmu)**는 勤務, ‘일을 함’이다. 둘을 붙이면 ‘집에 있으면서 하는 근무’가 된다. 뒤에 붙은 ‘근무’라는 두 글자가 이 단어의 온도를 결정한다. 놀고 있는 게 아니라 일하고 있다는 선언인 것이다.

온도로 보면 중립적이고 살짝 사무적인 말이다. 회사 공지문에도 그대로 쓰이고, 친구끼리 반말로 “나 오늘 재택근무야”라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신조어처럼 가볍지도 않고, 한자어라고 해서 딱딱하게 느껴지지도 않는 편안한 자리에 있다. 실제 대화에서는 뒤를 잘라 **재택 (jaetaek)**이라고만 하는 일이 아주 많다. “나 내일 재택이야”가 “나 내일 재택근무야”보다 오히려 더 자주 들린다.

국립국어원 사전으로 확인하기

재택근무 「명사」 인터넷 등을 이용해 집에서 회사의 업무를 보는 일. [en] telecommuting — The act of working from home by using the Internet, etc. [ja] ざいたくきんむ【在宅勤務】 — インターネットなどを利用して、自宅で会社の業務をすること。 [es] teletrabajo — Trabajo de la empresa que se realiza en el hogar utilizando herramientas como internet. [zh] 居家办公 — 通过网络等在家里做公司业务。 —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 (krdict.korean.go.kr)

포르투갈어 뜻풀이는 사전에 실려 있지 않아 아래는 우리가 직접 옮긴 것이다(자체 번역): teletrabalho — o trabalho da empresa feito em casa com o uso da internet.

뜻풀이에서 눈여겨볼 곳은 ‘인터넷 등을 이용해’라는 조건이다. 집에서 손으로 하는 부업이나 가내수공업은 이 단어로 부르지 않는다. 회사에 소속된 사람이, 회사의 업무를, 네트워크로 연결된 채 집에서 처리할 때 쓰는 말이다.

사전에 실린 실제 사용 예문을 그대로 옮기고 각각 어떤 자리에서 나온 말인지 붙여 본다.

저번에 고민했던 재택근무는 하기로 한 거야? —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 (krdict.korean.go.kr)

친구나 가까운 동료끼리 주고받는 반말이다. ‘고민했던’이라는 말에서 이 단어의 성격이 드러난다. 재택근무는 회사가 일방적으로 주는 것도, 혼자 정하는 것도 아니고 회사와 협의해서 정하는 선택지로 다뤄진다는 뜻이다.

재택근무가 늘어나면서 회사에서 비대면 회의를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 (krdict.korean.go.kr)

뉴스 기사나 보고서에서 볼 법한 문어체 문장이다. 여기서 **비대면 (bidaemyeon)**이라는 짝꿍 단어가 함께 나온다. 재택근무가 ‘어디서 일하는가’라면 비대면은 ‘어떻게 만나는가’다. 두 단어는 한 세트처럼 붙어 다닌다.

지수의 회사는 재택근무를 위한 인프라를 마련했다. —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 (krdict.korean.go.kr)

개인의 하루가 아니라 회사의 제도와 설비를 말하는 문장이다. 노트북, 사내망 접속 계정, 화상회의 프로그램 같은 것들이 ‘인프라’에 해당한다. 이 문장의 주어가 사람이 아니라 ‘회사’라는 점이 중요하다.

재택근무를 확대하다. / 재택근무를 하다. / 재택근무를 채택하다. / 재택근무를 요구하다. / 재택근무가 가능하다. —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 (krdict.korean.go.kr)

이 목록은 조사 쓰는 법을 통째로 알려 준다. ‘하다·확대하다·채택하다·요구하다’ 앞에는 을/를이 붙고, ‘가능하다’ 앞에는 이/가가 붙는다. 그리고 동사마다 어울리는 주어가 다르다. 회사가 주어면 ‘채택하다·확대하다’가 오고, 직원이 주어면 ‘하다·요구하다’가 온다. 이것만 외워 두면 대부분의 문장이 저절로 완성된다.

실제 대화로 보기

상황: 평일 오후 3시, 아파트 단지 앞 중고거래 직거래 장소. 준경이 안 쓰는 모니터 받침대를 팔러 나왔다.

준경: 어? 에밀리? 너 이 시간에 웬일이야, 회사 안 갔어? Huh? Emily? What are you doing here at this hour — didn’t you go in to work?

에밀리: 나 이번 주부터 재택근무야. 점심 먹고 잠깐 나온 거지. I’ve been working from home since this week. I just stepped out after lunch.

준경: 아 좋겠다. 우리 팀은 주 이틀만 재택근무 하고 나머지는 무조건 출근이야. Ah, lucky you. My team only works from home two days a week — the rest we have to come in.

에밀리: 이틀이 어디야. 근데 집에서 일하면 자꾸 냉장고 열게 되지 않아? Two days is plenty. But when you work at home, don’t you keep opening the fridge?

준경: 어, 그래서 나는 재택근무 하는 날도 일부러 아침에 옷 갈아입어. 안 그러면 하루 종일 늘어져. Yeah — that’s why even on my work-from-home days I deliberately change out of my pajamas in the morning. Otherwise I slouch all day.

에밀리: 야, 그거 진짜 맞는 말이다. 아, 이거 받침대 맞지? 잘 쓸게! Hey, that is so true. Oh — this is the stand, right? Thanks, I’ll put it to good use!

이렇게 쓰면 어색합니다

✗ (팀장님 전화에) 저 오늘 재택근무라서 지금 마트예요. 이따 밤에 볼게요. ✓ (팀장님 전화에) 저 오늘 재택근무 중이라 집에 있습니다. 지금 바로 확인해서 회신드릴게요. → 재택근무는 휴가가 아니라 근무다. 첫 문장은 ‘오늘은 일 안 하는 날’이라고 선언하는 것처럼 들려서, 말하는 사람 의도와 상관없이 근태 문제가 된다. 잠깐 나와 있더라도 ‘지금 자리에 없다’가 아니라 ‘언제까지 처리하겠다’로 말을 맺는 게 안전하다.

✗ (면접 첫 질문으로) 저는 재택근무만 하고 싶은데, 가능한가요? ✓ (면접 마지막 질문으로) 혹시 재택근무 제도는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 문법은 둘 다 맞다. 어긋나는 건 자리다. 앞은 조건을 내거는 말이라 아직 서로를 모르는 자리에서는 뻣뻣하게 들리고, 뒤는 제도를 확인하는 말이라 같은 내용을 물으면서도 예의가 지켜진다. 한국어에서는 원하는 것을 요구형이 아니라 질문형으로 바꾸면 온도가 크게 내려간다.

상황별 활용 예문

1) 아침에 팀 채팅방에 올리는 한 줄

출근 대신 집에서 일을 시작할 때, 한국 회사에서는 아침에 짧게 알리는 것이 관행이다. 길게 쓸 필요 없이 두 문장이면 충분하다.

오늘은 재택근무합니다. 급한 일 있으시면 전화 주세요. (oneureun jaetaekgeunmuhamnida. geuphan il isseusimyeon jeonhwa juseyo.) I’ll be working from home today. Please call me if anything urgent comes up.

‘전화 주세요’가 핵심이다. 집에 있어도 연락은 닿는다는 뜻이라 상대를 안심시킨다.

2) 친구가 평일 낮 약속을 잡자고 할 때

한국에서 평일 점심 약속은 보통 회사 근처에서 잡힌다. 그날 집에 있다면 이렇게 말하면 된다.

나 수요일엔 재택이라 점심때 잠깐 나올 수 있어. (na suyoiren jaetaegira jeomsimttae jamkkan naol su isseo.) I’m working from home on Wednesday, so I can pop out for lunch.

여기서는 ‘재택근무’를 줄여 **재택 (jaetaek)**이라고 했다. 친구 사이라면 이쪽이 훨씬 자연스럽다. ‘잠깐’이 붙은 것도 중요하다. 근무 중이라 오래는 못 있는다는 뜻이 그 한 단어에 담긴다.

3) 새 회사에서 제도를 확인할 때

저희 팀도 재택근무가 가능한가요? (jeohui timdo jaetaekgeunmuga ganeunghangayo?) Is working from home an option for our team as well?

‘재택근무를 하고 싶습니다’가 아니라 ‘재택근무가 가능한가요’로 물으면, 내 희망이 아니라 회사의 제도를 묻는 문장이 된다. 사전 예문에 실린 ‘재택근무가 가능하다’가 그대로 살아 있는 형태다.

존댓말·반말과 비슷한 표현

재택근무는 명사라서 그 자체에는 높임이 없다. 높임은 뒤에 붙는 서술어가 결정한다. 격식 있는 자리에서는 재택근무합니다 (jaetaekgeunmuhamnida), 부드러운 존댓말은 재택근무해요 (jaetaekgeunmuhaeyo), 친구에게는 재택근무해 (jaetaekgeunmuhae) 또는 명사로 끊어 **재택이야 (jaetaegiya)**라고 한다. 참고로 상사에게 “부장님, 오늘 재택근무하세요?”처럼 ‘-시-‘를 넣어 물으면 자연스럽다.

비슷해 보이지만 자리가 다른 말들을 견줘 본다.

표현온도·강도쓰는 자리
재택근무 (jaetaekgeunmu)중립·약간 공식적공지문·계약서부터 친구와의 대화까지 어디서나
재택 (jaetaek)편하고 빠름동료·친구끼리. “나 오늘 재택이야”
원격근무 (wongyeokgeunmu)중립·범위가 더 넓음집이 아니라 카페·지방·해외에서 일해도 포함
비대면 (bidaemyeon)방식을 가리키는 말회의·수업·진료 앞에 붙는다. 근무 형태 자체는 아님
출근 (chulgeun)정반대 자리사무실로 나가는 것. “내일 재택이야, 출근이야?”

가장 헷갈리는 짝은 재택근무와 원격근무다. 재택근무는 ‘집’을 못 박는 말이고, 원격근무는 ‘사무실이 아닌 곳’ 전부를 담는 넓은 말이다. 제주도 게스트하우스에서 노트북을 켰다면 그건 원격근무이지 재택근무가 아니다.

문화 배경 — 식탁이 책상이 되는 날

이 단어는 한자어 그대로 읽으면 뜻이 보인다. 在宅(재택)은 집에 있다는 말이고 勤務(근무)는 일에 힘쓴다는 말이다. 한자 문화권이 같은 글자를 공유하고 있어서, 사전에도 일본어 뜻풀이가 在宅勤務로, 중국어가 居家办公으로 실려 있다. 한국어 학습자 입장에서는 이 두 덩어리만 기억하면 뜻을 잊어버릴 일이 없다.

한국에서 이 말이 일상어가 된 시점은 비교적 뚜렷하다. 2020년을 지나며 회사 공지의 단골 단어가 되었고, 그전까지는 일부 업종에서만 쓰이던 말이 이제는 부모님 세대도 아는 단어가 되었다. 그래서 이 단어에는 특유의 생활 냄새가 배어 있다. 한국 도시의 집은 대체로 넓지 않아서 재택근무의 실제 풍경은 서재가 아니라 식탁인 경우가 많다. 아침에 밥그릇을 치우고 노트북을 올리면 그 자리가 사무실이 되고, 저녁이 되면 다시 밥상이 된다. 일하는 공간과 쉬는 공간이 겹친다는 점이 한국 재택근무 이야기의 절반을 차지한다.

또 하나는 응답 속도다. 사무실에서는 자리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 일하는 중임이 보이지만, 집에서는 그게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메신저 답장이 조금만 늦어도 신경이 쓰이고, 반대로 퇴근 시간이 지나도 노트북을 닫기 어려워진다. “재택근무가 더 편하냐”고 물으면 한국 직장인들의 대답이 반반으로 갈리는 이유가 여기 있다. 출퇴근 시간을 아끼는 대신, 일과 생활의 경계를 스스로 그어야 하기 때문이다. 대화 속 준경이 재택근무하는 날에도 굳이 옷을 갈아입는다고 한 것은 실제로 많은 사람이 쓰는 방법이다.

2020년 이후에 만들어진 한국 오피스 드라마를 보면 화상회의 화면이 통째로 한 장면이 되는 연출이 부쩍 늘었다. 각자 다른 집 배경 앞에 앉은 얼굴들이 격자로 나열되고, 누군가는 마이크가 꺼진 줄 모르고 혼잣말을 한다. 이 장면이 익숙해졌다는 것 자체가 재택근무가 한국의 일상으로 들어왔다는 증거다.

오늘의 퀴즈

평일 오후 두 시, 팀장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지금 어디예요?” 오늘 재택근무 중인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자연스러운 대답은?

① 오늘 재택근무라서 지금 놀고 있어요. ② 오늘 재택근무 중이라 집에서 자료 정리하고 있었습니다. ③ 오늘 재택근무라서 회사에 없습니다. 내일 얘기해요.

정답은 ②. 재택근무는 장소가 바뀐 근무이지 쉬는 날이 아니기 때문에,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었는지까지 말해 주는 것이 이 단어를 제대로 쓰는 방식이다. ①은 이 단어의 ‘근무’를 지워 버렸고, ③은 문법은 맞지만 연락을 끊겠다는 말처럼 들려 자리에 어긋난다. 이 세 문장의 차이를 느낄 수 있다면 오늘 표현은 완전히 내 것이 된 셈이다.

이 글의 단어 뜻풀이와 예문은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krdict.korean.go.kr)에서 가져왔으며, 해당 부분(번역 포함)은 CC BY-SA 2.0 KR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배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