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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한국어: 미신 (misin) — 믿는 사람 앞에서는 함부로 쓰지 않는 말

미신

**미신 (misin)**은 점이나 굿처럼 비과학적이고 비합리적인 것으로 여겨지는 믿음, 또는 그런 믿음을 가지는 것이라는 뜻이다. 한국 드라마에서 이사 갈 집을 계약한 주인공이 달력을 넘기며 “손 없는 날”을 찾거나, 시험 전날 어머니가 미역국 대신 찹쌀떡을 내미는 장면을 본 적이 있다면, 그 장면들은 전부 이 한 단어 주위를 맴돌고 있는 셈이다.

한국은 세계에서 손꼽히게 기술이 발달한 나라지만, 동시에 엘리베이터 버튼에서 숫자 4를 지우고 알파벳 F를 넣어 두는 나라이기도 하다. 이 두 얼굴이 부딪치는 자리에서 나오는 말이 **미신 (misin)**이다. 그래서 이 단어는 사전 뜻만 외워서는 절반밖에 쓸 수 없다. 나머지 절반은 “누가, 누구 앞에서, 무엇을 가리키며 이 말을 꺼내는가”에 달려 있다.

가장 먼저 기억할 것은 미신이 중립적인 단어가 아니라는 점이다. 이 말에는 이미 “그건 사실이 아니다”라는 판정이 들어 있다. 그래서 어떤 믿음을 진심으로 믿는 사람은 자기 믿음을 미신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실제로 이 단어가 나오는 자리는 대체로 셋이다. 첫째, 남의 믿음을 한 발짝 떨어져 평가할 때. 둘째, 자기 행동을 겸연쩍게 낮출 때 — “나도 미신인 거 아는데, 그냥 마음이 편해서.” 셋째, 신문 기사나 설명문에서 사회 현상을 가리킬 때. 이 세 자리의 온도가 각각 다르다는 것이 오늘 글의 핵심이다.

국립국어원 사전으로 확인하기

미신 「명사」 점이나 굿과 같이 비과학적이고 비합리적인 것으로 여겨지는 믿음. 또는 그런 믿음을 가지는 것. [en] superstition — Belief that is considered unscientific and irrational, such as a divination and gut, shamanistic ritual; the state of having such belief. [ja] めいしん【迷信】 — 占いや「クッ(巫女による祈りの儀式)」など、非科学的で非合理的なことと思われる信仰。また、その信仰をもつこと。 [es] superstición — Creencia considerada poco científica e irracional, como la adivinanza o el exorcismo. O el desarrollo de tales creencias. [zh] 迷信 — 如占卜或巫术等被认为不科学或不合理的信仰;或指具有那种信仰。 —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 (krdict.korean.go.kr)

포르투갈어 뜻풀이는 사전에 실려 있지 않아, 아래 문장은 우리가 직접 옮긴 것이다(사전 인용이 아님): superstição — Crença considerada pouco científica e irracional, como a adivinhação ou o ritual xamânico “gut”; ou o fato de se ter tal crença.

뜻풀이에서 눈여겨볼 표현은 “여겨지는”이다. 사전은 “비과학적인 믿음”이라고 단정하지 않고 “비과학적이고 비합리적인 것으로 여겨지는 믿음”이라고 썼다. 즉 미신은 대상 자체의 성질이 아니라,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판단이 붙은 이름이라는 뜻이다. 이 한 글자 차이가 뒤에 나올 “이렇게 쓰면 어색합니다”의 근거가 된다.

사전에 실린 실제 사용 예문도 함께 보자.

너도 참. 이 개명한 시대에 아직도 그런 미신을 믿는단 말야? —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 (krdict.korean.go.kr)

친한 사이에서 나오는 반말 핀잔이다. “너도 참”이라는 감탄이 앞에 붙어 있어 비난보다는 어이없어하는 웃음에 가깝다. 다만 이 문장은 상대의 믿음을 정면으로 부정하고 있어서, 손윗사람이나 처음 만난 사람에게 그대로 옮겨 쓰면 매우 무례해진다.

그런 건 과학성이 입증되지 않은 미신인데 그걸 믿니? —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 (krdict.korean.go.kr)

앞 예문보다 한층 논리적으로 따지는 말투다. “과학성이 입증되지 않은”이라는 수식이 붙으면서 미신이라는 단어의 판정 기능이 더 뚜렷해진다. 부모가 아이에게, 혹은 이과 전공 친구가 답답해하며 던지는 말로 상상하면 딱 맞는다.

엄마가 미신을 광신하셔서 걱정이야. 점쟁이 말이라면 무조건 믿으셔. —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 (krdict.korean.go.kr)

가족 이야기를 친구에게 털어놓는 장면이다. 여기서 미신은 남을 공격하는 말이 아니라 걱정의 이름으로 쓰였다. 실제 대화에서 이 단어가 가장 자주 등장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 부모님이나 조부모님의 믿음을 두고, 당사자가 없는 곳에서.

미신은 과학이 발달하지 않았던 옛날 사람들의 무지에서 비롯된 것으로 여기는 사람이 많다. —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 (krdict.korean.go.kr)

앞의 세 문장과 결이 완전히 다른 설명문 문체다. 신문 사설이나 교과서에서 볼 법한 문장으로, “~로 여기는 사람이 많다”라며 판단을 남에게 넘기고 있다. 미신이라는 단어를 감정 없이 쓰고 싶을 때 참고할 만한 틀이다.

지수는 거울을 깨뜨리면 불행해진다는 미신을 믿는다. —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 (krdict.korean.go.kr)

~다는 미신”이라는 구조를 보여 주는 예문이다. 미신 앞에 그 내용을 통째로 붙이는 이 형태는 실제로 가장 많이 쓰는 형태다. “빨간 펜으로 이름을 쓰면 안 된다는 미신”, “밤에 손톱을 깎으면 안 된다는 미신”처럼 응용할 수 있다.

실제 대화로 보기

상황: 준경의 원룸. 다음 달 이사 날짜를 정하려고 달력 앱을 켜 놓고 둘이 머리를 맞대고 있다.

준경: 야, 그 주말은 안 돼. 손 없는 날로 잡아야지. Hey, not that weekend. We’ve got to pick a “son eomneun nal” — a lucky moving day.

에밀리: 손 없는 날? 너 아직도 그런 거 따져? 완전 미신이잖아. A lucky moving day? You still care about that? That’s pure superstition.

준경: 미신인 거 나도 알아. 근데 엄마가 물어볼 거란 말이야. I know it’s superstition. But my mom’s definitely going to ask.

에밀리: 아, 그거구나. 엄마용이네. Ah, I get it. It’s for your mom.

준경: 응. 근데 그날 이삿짐센터 값이 십오만 원 더 비싸. Yeah. Problem is, movers charge 150,000 won more that day.

에밀리: 야, 그 십오만 원이면 나 삼겹살 세 번 사 주겠다. 그게 더 확실한 복이야. Dude, that’s three pork-belly dinners for me. Now that’s guaranteed good luck.

이렇게 쓰면 어색합니다

✗ (할머니께) 할머니, 그런 거 다 미신이에요. 그만하세요. ✓ (할머니께) 할머니가 마음 편하시면 저는 괜찮아요. → 미신에는 “비합리적”이라는 판정이 이미 들어 있다. 믿는 사람 앞에서 그 사람의 믿음을 미신이라 부르면, 틀렸다고 지적하는 정도가 아니라 그 사람을 무지한 쪽에 세우는 말이 된다. 한국에서 손윗사람에게는 특히 피한다.

✗ (다른 나라 종교 의식을 보고) 세상에, 이런 미신도 다 있네요. ✓ (다른 나라 종교 의식을 보고) 이런 풍습도 있군요. 처음 봐요. → 남의 종교나 전통을 미신이라 부르면 곧바로 비하가 된다. 판단을 담고 싶지 않을 때 쓰는 중립어는 풍습 (pungseup), 전통 (jeontong), **속설 (sokseol)**이다.

상황별 활용 예문

① 중요한 발표 날, 늘 같은 넥타이를 매고 온 동료에게

  • 한국어: 저 넥타이 또 매셨네요.
  • 동료의 대답: 미신인 건 아는데, 이거 맬 때마다 발표가 잘 되더라고요. (misin-in geon aneunde, igeo mael ttaemada balpyoga jal doedeoragoyo.)
  • 뜻: “미신인 줄은 알지만, 이걸 맬 때마다 발표가 잘 되더라고요.”

자기 행동을 먼저 미신이라고 인정해 버리는 이 화법은 한국 직장에서 아주 흔하다. “나도 안다”라고 선수를 치면 상대가 지적할 자리가 사라져서, 웃으며 넘어갈 수 있다.

② 집들이에서, 이사 날짜를 왜 그날로 잡았느냐는 질문에

  • 엄마가 손 없는 날로 하라고 하셔서요. 미신이라고 하기엔 좀 무섭잖아요. (eommaga son eomneun nallo harago hasyeoseoyo. misiniragohagien jom museopjanayo.)
  • 뜻: “어머니가 손 없는 날로 하라고 하셔서요. 미신이라고 잘라 말하기엔 좀 무섭잖아요.”

“미신이라고 하기엔”은 믿지도 안 믿지도 않는 애매한 마음을 정확히 담는 표현이다. 한국인이 이런 관습을 대하는 실제 태도가 대개 여기쯤에 있다.

③ 신문 기사나 발표문 같은 문어체에서

  • 숫자 4를 피하는 것은 동아시아에 널리 퍼진 미신이다. (sutja sareul pihaneun geoseun dongasia-e neolli peojin misinida.)

앞의 두 예문과 달리 감정이 전혀 없다. 사전 예문에서 본 “~로 여기는 사람이 많다” 같은 표현과 짝을 이루는 문체다.

존댓말·반말과 비슷한 표현

미신은 명사라서 그 자체에는 존댓말·반말이 없다. 높낮이는 뒤에 붙는 서술어가 만든다. 같은 내용도 그거 미신이야 (geugeo misiniya, 반말) → 그거 미신이에요 (geugeo misinieyo, 존댓말) → 그것은 미신입니다 (geugeoseun misinimnida, 격식체)로 갈수록 단정하는 힘이 세진다. 재미있는 것은 반말이 가장 세게 들린다는 점이다. 격식체는 설명처럼 들리지만, 반말은 눈앞의 상대를 향해 던지는 판정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비슷하지만 온도가 다른 단어들을 견주면 이렇다.

표현온도·강도쓰는 자리
미신 (misin)부정 판정이 들어 있음. 세다남의 믿음을 낮춰 말할 때, 또는 자기 행동을 겸연쩍게 낮출 때
속설 (sokseol)거의 중립. 판단 보류“~라는 속설이 있다” — 사실 여부를 정하지 않고 소개할 때
징크스 (jingkeuseu)가볍고 개인적시험·경기·발표처럼 개인의 반복된 경험을 말할 때
풍습 (pungseup)중립을 넘어 존중 쪽지역이나 민족의 오래된 관습을 소개할 때

헷갈릴 때의 기준은 간단하다. 여러 사람이 믿는데 내가 그걸 틀렸다고 볼 때는 미신, 누가 믿든 말든 그냥 떠도는 이야기일 때는 속설, 나 혼자 지키는 규칙일 때는 징크스다. 앞의 대화에서 준경이 자기 행동을 미신이라 부른 것은, 스스로도 근거 없다고 인정한다는 신호였다.

문화 배경 — 4층 없는 엘리베이터

미신은 한자어다. 迷信 — 미혹할 미(迷)에 믿을 신(信). 글자 그대로 “홀린 믿음”, 즉 무언가에 홀려서 갖게 된 믿음이라는 뜻이다. 단어를 만든 사람이 이미 부정적인 판정을 글자 안에 넣어 둔 셈이라, 이 말이 중립적으로 들리지 않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한국에서 실제로 살아 있는 예는 생각보다 많다. 병원과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4층을 F로 표기하는 것은 넉 사(四)와 죽을 사(死)의 소리가 같아서다. 사람 이름을 빨간 펜으로 쓰지 않는 관습도 널리 남아 있다. 시험 전날에는 미끄러운 미역국을 피하고 대신 잘 붙는 엿이나 찹쌀떡을 먹는다 — 시험에 “붙는다”는 말과 이어지는 말장난에 가깝지만, 수능 시즌 편의점 매대는 실제로 이 논리대로 채워진다.

대화에 나온 **손 없는 날 (son eomneun nal)**도 그중 하나다. 여기서 ‘손’은 신체의 손이 아니라, 날짜에 따라 방위를 옮겨 다니며 사람의 일을 방해한다는 귀신을 가리키는 옛말이다. 음력으로 끝자리가 9와 0인 날에는 이 귀신이 하늘로 올라가 자리를 비운다고 보아, 이사나 개업 날짜를 그날로 잡는다. 지금도 이삿짐센터 요금이 그날만 눈에 띄게 오른다는 사실이, 이 관습이 여전히 살아 있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다.

한국 드라마에 점집과 무당이 자주 등장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다만 드라마에서 그 장면은 대개 “어리석은 사람”을 그리려는 것이 아니라, 인물이 더는 손쓸 방법이 없을 만큼 절박해졌다는 신호로 쓰인다. 결혼을 앞두고 사주나 궁합을 보는 관습도 마찬가지다. 많은 사람이 그것을 재미로 여긴다고 말하면서도 결국 한 번은 보고 간다. 그래서 어떤 관습을 미신이라 부를지 말지는 한국에서도 사람마다, 세대마다 다르다. 학습자에게 안전한 태도는 하나다 — 자기 행동에는 써도 되고, 남의 행동에는 함부로 쓰지 않는다.

오늘의 퀴즈

다음 중 **미신 (misin)**을 가장 자연스럽고 무례하지 않게 쓴 문장은?

  1. (할머니께) 할머니, 그런 건 다 미신이니까 이제 그만하세요.
  2. (동료에게) 미신인 거 아는데, 시험 날엔 꼭 이 펜을 써요.
  3. (처음 만난 사람에게) 그 나라 명절 행사요? 그런 미신도 아직 있어요?
정답 보기

정답: 2번

2번은 미신이라는 판정을 자기 자신에게 먼저 붙였다. 스스로 근거 없음을 인정하고 시작하기 때문에 상대가 지적할 자리가 없고, 오히려 친근하게 들린다.

1번은 믿는 당사자 앞에서, 그것도 손윗사람에게 그 믿음을 미신이라 부른 경우다. 문법은 완벽하지만 무례하다. 3번은 남의 나라 전통을 미신으로 규정해 버린 경우로, 여기서는 미신 대신 **풍습 (pungseup)**을 써야 한다.


이 글의 단어 뜻풀이와 예문은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krdict.korean.go.kr)에서 가져왔으며, 해당 부분(번역 포함)은 CC BY-SA 2.0 KR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배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