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시다 (mosida) — '데리고'가 아니라 '모시고' 가는 순간
모시다
모시다 (mosida) 는 윗사람이나 존경하는 사람을 가까이에서 시중들거나, 그런 분을 어디로 데리고 가거나 어떤 자리에 앉게 하는 일을 뜻하는 높임말 동사다. 토요일 아침 아파트 주차장에서 차 뒷자리를 비우고 있는 사람, 회사 워크숍 안내문에 적힌 ‘강연자로 ○○○ 교수님을 모셨습니다’, 명절 아침 상 앞에서 어른들이 주고받는 ‘올해도 제사 모셔야지’ — 세 장면은 전혀 달라 보이지만 전부 이 동사 하나로 묶인다. 공통점은 딱 하나다. 그 자리에 나보다 높은 사람이 있고, 말하는 내가 스스로 한 칸 내려선다는 것.
한국어를 꽤 하는 학습자도 이 동사에서 자주 미끄러진다. ‘데리고 가다’와 뜻이 겹쳐 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둘은 바꿔 쓸 수 있는 말이 아니다. 데리다 (derida) 는 나와 같거나 나보다 아래인 사람에게 쓰고, 모시다 (mosida) 는 나보다 위인 사람에게 쓴다. 그래서 ‘할머니를 데리고 병원에 갔다 (halmeoni-reul derigo byeongwon-e gatda)‘는 문법이 멀쩡한데도 듣는 순간 귀에 걸린다. 할머니가 짐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더 흥미로운 건 이 동사가 ‘누구를’ 높이느냐다. 한국어의 높임은 크게 셋으로 갈린다. 주어를 높이는 -시- (가시다), 듣는 사람을 높이는 -습니다, 그리고 문장 속 목적어를 높이는 특수 동사 무리. 마지막 무리에 드리다 (deurida), 여쭈다 (yeojuda), 뵙다 (boepda), 그리고 모시다 (mosida) 가 들어간다. ‘내가 할머니를 모시고 갔다’에서 주어는 나인데 높아지는 사람은 목적어인 할머니다. 즉 모시다는 듣는 상대에게 예의를 차리는 말이 아니라, 말 속에 등장하는 제3의 인물을 들어 올리는 말이다. 그래서 반말로도 얼마든지 쓴다 — 친구에게 ‘나 할머니 모시러 가’라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이 점이 존댓말 어미와 결정적으로 다르다.
국립국어원 사전으로 확인하기
모시다 (동사)
- 윗사람이나 존경하는 사람 가까이에서 시중을 들거나 함께 살다. [en] serve; attend; wait on — To serve one’s elder or someone respected near him/her, or live with him/her. [ja] つかえる【仕える】 — 目上の人や尊敬する人のそばで、世話をしたり一緒に暮らしたりする。 [es] ocuparse, cuidar — Vivir con los mayores o superiores, encargarse de ellos y asistirlos. [zh] 伺候,照顾,赡养 — 在长辈或自己所尊敬的人身边服侍或一起生活。
- (높임말로) 데리다. [en] live with; stay with; accompany — (honorific) To have someone go, stay or live with oneself. [ja] おともする【お供する】 — 「伴う」の謙譲語。 [es] acompañar, traer — (TRATAMIENTO HONORÍFICO) Llevar. [zh] 陪同,随行,请 — (尊称)带领。
- 제사 등을 지내다. [en] perform; worship — To perform ancestral rites, etc. [ja] あげる【挙げる】。まつる【祭る】 — 祭祀などを行う。 [es] oficiar un ritual — Practicar ritos en conmemoración de los ancestros. [zh] 进行,供奉 — 办祭祀等活动。
- 윗사람이나 존경하는 사람을 받들어 어떤 자리나 신분을 차지하도록 하다. [en] invite; appoint; ask — To invite one’s superior or a respected person to take a position or status. [ja] おしいただく【押し頂く・押し戴く】。すいたいする【推戴する】 — 目上の人や尊敬する人を、礼を尽くしてある席や地位に立てる。 [es] apreciar, reverenciar — Elevar a una persona de categoría, cargo, o condición porque se admira mucho. [zh] 认作,奉为,推举,拜 — 拥戴长辈或所尊敬的人以获得某个地位或身份。
- 윗사람이나 귀중하게 여기는 물건을 어디에 자리 잡게 하다. [en] guide; place — To make someone superior, one’s elder or a valuable object be positioned somewhere. [ja] あんちする【安置する】。ほうあんする【奉安する】 — 目上の人や貴重な物をどこかに据え置く。 [es] enclaustrar — Encerrar en un claustro o convento. [zh] 供奉,安放,安顿 — 把长辈或珍惜的东西放在某处。 —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 (krdict.korean.go.kr)
사전에는 포르투갈어 뜻풀이가 실려 있지 않다. 아래는 우리가 직접 옮긴 것이다 — servir, cuidar de alguém mais velho; acompanhar (levar alguém que se respeita); realizar ritos aos antepassados.
뜻이 다섯 갈래로 뻗어 있지만 뿌리는 하나다. ‘위에 있는 존재를 그에 맞는 자리에 둔다’는 그림이다. 그 자리가 우리 집이면 1번(함께 살며 봉양), 목적지면 2번(동행), 제사상이면 3번, 고문이나 회장 자리면 4번, 납골당이나 사당이면 5번이 된다.
다음은 사전에 실린 실제 사용 예문이다.
- 강연자를 모시다.
- 고문으로 모시다.
- 공경히 모시다.
- 공원묘지에 모시다.
- ‘모시다’, ‘여쭈다’ 등의 특수한 어휘는 어떤 역할을 하나요? —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 (krdict.korean.go.kr)
- 강연자를 모시다 (gangyeonja-reul mosida) — 4번 뜻이다. 행사 안내문과 사회자 멘트에서 거의 공식처럼 굳어진 표현이라, 한국 회사나 학교 행사에 한 번이라도 가 본 사람은 반드시 듣게 된다.
- 고문으로 모시다 (gomun-euro mosida) — 역시 4번. ‘-으로 모시다’ 꼴이면 직함이 따라붙는다. 그냥 사람을 부른 게 아니라 예를 갖춰 그 자리에 앉혔다는 뜻이 된다.
- 공경히 모시다 (gonggyeonghi mosida) — 태도를 나타내는 부사가 붙은 형태. 모시다에 이미 존경이 들어 있는데 그 위에 ‘공경히’를 얹었으니, 봉양이나 제의처럼 무게 있는 자리에 쓰인다.
- 공원묘지에 모시다 (gongwonmyoji-e mosida) — 5번 뜻. 돌아가신 분을 어디에 안치했다고 말할 때 한국어는 ‘묻다’보다 이 동사를 고른다. 죽음 앞에서도 높임을 거두지 않는 언어 습관이 그대로 드러난다.
- 마지막 예문은 사전이 이 단어를 어떻게 분류하는지 보여 준다. ‘모시다’와 ‘여쭈다’는 나란히 묶이는 특수 어휘, 즉 문장 속 대상을 높이는 객체 높임 동사다.
실제 대화로 보기
상황: 토요일 아침 아파트 지하 주차장. 준경이 차 뒷자리를 정리하고 있고, 에밀리가 장을 보고 돌아오는 길이다.
준경: 어, 에밀리. 주말 아침부터 부지런하네. Oh, Emily. You’re up early for a Saturday.
에밀리: 마트 갔다 와. 근데 너 어디 가? 옷을 각 잡고 입었네? Just back from the store. Where are you headed? You’re all dressed up.
준경: 할머니 모시러 가. 오늘 병원 가시는 날인데 혼자는 못 가셔. I’m going to pick up my grandmother. She has a hospital appointment today and can’t go alone.
에밀리: 아, 그래서 뒷자리를 싹 비웠구나. 나도 다음 주에 부모님 오셔서 공항에 모시러 가야 해. Ah, that’s why the back seat is cleared out. My parents are coming next week, so I have to go get them at the airport too.
준경: 오, 캐나다에서? 그럼 그날 우리 집으로 모시고 와. 엄마가 밥 해 주신대. Oh, from Canada? Then bring them over to my place that day. My mom says she’ll cook.
에밀리: 진짜? 우리 엄마 한식 완전 좋아하는데. 대박, 고마워. Really? My mom absolutely loves Korean food. Wow, thank you.
에밀리는 반말을 쓰면서도 자기 부모님에게는 ‘모시러’를 썼다. 이게 핵심이다. 말을 건네는 상대(준경)와 말 속에서 높이는 사람(부모님)이 따로 논다.
이렇게 쓰면 어색합니다
✗ 어제 친구를 모시고 영화 보러 갔어요. ✓ 어제 친구랑 같이 영화 보러 갔어요. → 모시다는 나보다 윗사람에게만 쓴다. 동갑 친구에게 쓰면 떠받드는 농담이나 비꼬는 말로 들린다. 또래끼리는 아예 ‘데리고’도 잘 안 쓰고 ‘-랑 같이’가 자연스럽다.
✗ 사장님 가방을 모시고 왔습니다. ✓ 사장님 가방을 가져다 놓았습니다. → 사물에 모시다를 쓰는 건 신주나 불상처럼 제의의 대상일 때뿐이다. 아무리 윗사람 물건이라도 일상 사물은 그냥 ‘가져오다’. 사물까지 높이면 과잉 존대가 되어 오히려 예의 없어 보인다.
상황별 활용 예문
1. 회사 워크숍 안내 메일을 쓸 때
이번 워크숍에는 김민수 교수님을 강연자로 모셨습니다. (ibeon wokeusyop-eneun Gim Minsu gyosunim-eul gangyeonja-ro mosyeotseumnida)
외부 인사를 초청했다는 사실을 알리는 가장 표준적인 문장이다. ‘불렀습니다’라고 쓰면 결례가 되고, ‘초대했습니다’는 사적인 모임처럼 들린다. 공식 안내문에서는 거의 예외 없이 이 동사를 고른다.
2. 주말 계획을 묻는 친구에게
토요일엔 할머니 모시고 병원 다녀와야 해서 좀 늦을 것 같아. (toyoil-en halmeoni mosigo byeongwon danyeowaya haeseo jom neujeul geot gata)
반말 문장 한가운데 높임 동사가 들어앉은 형태다. 어색해 보이지만 완벽하게 자연스러운 한국어다. 병원, 공항, 시골집 — 이동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이 꼴이 등장한다.
3. 면접에서 경력을 말할 때
3년 동안 김 팀장님을 모시고 일했습니다. (sam nyeon dongan Gim timjangnim-eul mosigo ilhaetseumnida)
1번 뜻이 회사로 옮겨 온 용법이다. ‘누구 밑에서 일했다’는 사실을 스스로 낮추면서 전한다. 한국 직장인이 정말 자주 쓰는 표현인데 교재에는 잘 안 나오니 여기서 챙겨 두면 좋다.
존댓말·반말과 비슷한 표현
| 표현 | 온도·강도 | 쓰는 자리 |
|---|---|---|
| 모시다 (mosida) | 높임 — 상대를 위에 두고 내가 내려선다 | 부모·조부모·상사·손님·조상 |
| 데리다 (derida) | 중립 — 내가 주도해서 데려간다 | 아이·후배·반려동물 |
| 초빙하다 (chobinghada) | 격식, 문어체 | 공식 안내문·보도자료. 대화에서는 거의 안 씀 |
| 동행하다 (donghaenghada) | 중립, 딱딱함 | 기사·보고서. 위아래 정보가 없음 |
표에서 보듯 모시다의 짝은 데리다다. 나머지 둘은 격식의 높낮이만 다를 뿐 위아래를 표시하지 않는다. 그래서 ‘아버지를 동행해서 병원에 갔다’는 문장은 뜻은 통해도 차갑게 들린다. 한국어는 가족 이야기에서 온도를 지우는 걸 어색해한다.
문화 배경 — 뒷자리를 비우는 마음
한국 가족 드라마에서 부모 부양은 수십 년째 마르지 않는 갈등의 샘이다. 형제들이 모여 ‘누가 어머니를 모실 것인가’를 두고 목소리를 높이는 장면은 장르의 기본기에 가깝다. 여기서 ‘모시다’는 단순한 동거가 아니라 책임·비용·시간을 통째로 떠안는다는 선언이다. 그래서 이 동사가 나오면 시청자는 곧바로 무게를 읽는다.
3대가 한집에 사는 일이 드물어진 지금도 이 동사는 사라지지 않았다. 대신 자리를 옮겼다. 병원 진료일에 차를 몰고 부모님 댁으로 가는 일, 명절에 큰집으로 태워 드리는 일, 공항으로 마중 나가는 일 — 함께 살지 않아도 그 순간만큼은 ‘모시고’ 간다. 뒷자리를 비우고, 짐을 대신 들고, 먼저 내려 문을 여는 몸짓 전체가 이 두 글자에 들어 있다.
제사 쪽 용법도 알아 둘 만하다. 한국어는 제사를 ‘지내다’라고도 하지만 ‘모시다’라고도 한다. 조상을 손님처럼 맞아 상 앞자리에 앉혀 드린다는 그림이 그대로 남아 있는 표현이다. 요즘은 차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지내지 않는 집도 많은데, 그래도 명절 대화에서는 여전히 ‘올해 제사 모셔?‘라는 물음이 오간다.
오늘의 퀴즈
다음 중 모시다 (mosida) 를 자연스럽게 쓸 수 있는 문장은 무엇일까요?
- 강아지를 모시고 산책을 나갔다.
- 동생을 모시고 학원에 갔다.
- 할아버지를 모시고 병원에 갔다.
- 사장님 서류를 모시고 왔다.
정답 보기
정답: 3번
모시다의 목적어는 나보다 윗사람이어야 한다. 1번의 강아지와 2번의 동생은 나보다 아래이니 ‘데리고’가 맞고, 4번의 서류는 사람이 아니라 사물이라 ‘가져왔다’가 맞다. 3번의 할아버지만이 조건에 딱 맞는다. 참고로 3번은 반말 문장으로 바꿔 ‘할아버지 모시고 병원 갔다 왔어’라고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 높이는 대상은 듣는 사람이 아니라 문장 속 할아버지이기 때문이다.
이 글의 단어 뜻풀이와 예문은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krdict.korean.go.kr)에서 가져왔으며, 해당 부분(번역 포함)은 CC BY-SA 2.0 KR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배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