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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끼하다 — 피자 네 조각째에 나오는 그 말, 그리고 사람에게 쓰면 위험한 이유

느끼하다

**느끼하다 (neukkihada)**는 음식에 기름기가 너무 많아 속이 메스꺼울 정도라는 뜻이다. 삼겹살 3인분을 굽고 난 뒤, 피자 네 조각째에서, 치즈가 늘어지는 파스타 그릇 바닥에서 한국 사람이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하는 말이 이것이다. 그리고 그다음 행동은 거의 정해져 있다 — 김치를 찾는다.

학습자가 이 단어를 처음 만나는 자리는 대개 식탁이지만, 쓰임새는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느끼하다는 네 갈래로 뻗는다. ① 음식에 기름기가 많다 ② 그 음식을 먹어서 내 속이 니글거린다 ③ 맛이나 냄새가 비위에 안 맞아 역겹다 ④ 사람의 말투나 행동이 능글맞아 거북하다. 여기서 ①과 ②는 방향이 정반대라는 점을 눈여겨볼 만하다. **피자가 느끼하다 (pijaga neukkihada)**는 음식 쪽의 성질이고, **속이 느끼하다 (sogi neukkihada)**는 그걸 먹은 내 몸의 상태다. 한 단어가 원인과 결과를 동시에 가리키는 셈이라, 주어만 보면 어느 뜻인지 바로 갈린다.

온도로 말하자면 느끼하다는 강한 불평이 아니다. “맛없다”처럼 요리를 부정하는 말이 아니라 “지금 내 속이 이걸 더는 못 받겠다”는 신호에 가깝다. 그래서 앞에 **좀 (jom)**을 붙여 **좀 느끼하다 (jom neukkihada)**라고 하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다. 다만 네 번째 뜻, 사람을 두고 쓸 때만은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그건 절대 칭찬이 아니다.

국립국어원 사전으로 확인하기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은 이 형용사에 뜻을 네 개나 달아 두었다. 하나씩 옮긴다.

1. 속이 메스꺼울 정도로 음식에 기름기가 많다. [en] oily; greasy; fatty — Food containing oil so much as to make someone feel nausea. [ja] あぶらっこい【脂っこい・油っこい】 — むかつくほど食品などのあぶら気が多い。 [es] grasiento, graso — Que hay mucha grasa en el alimento como para sentir náuseas. [zh] 油腻,甜腻 — 食物油多得令人恶心。 —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 (krdict.korean.go.kr)

2.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어 속이 메스꺼운 느낌이 있다. [en] nauseated; queasy — Feeling nausea because one has eaten a lot of oily food. [ja] むかむかする。むかつく — 脂っこい食べ物をたくさん食べて、吐き気がする。 [es] nauseabundo, repugnante, repulsivo, asqueroso — Que uno siente náuseas por haber comido una comida grasienta. [zh] 腻,腻得慌 — 吃完油腻的食物,胃里有种恶心的感觉。 —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 (krdict.korean.go.kr)

3. 음식의 맛이나 냄새 등이 비위에 맞지 않아 역겹다. [en] nauseating; disgusting — Food being sickening because its taste, smell, etc., does not meet one’s liking. [ja] まずい【不味い】。くさい【臭い】 — 食べ物の味やにおいなどが良くなくて、気持ちが悪い。 [es] nauseabundo, repugnante, repulsivo, asqueroso — Que causa repugnancia el olor o el sabor de un alimento por no caerle bien. [zh] 腻 — 由于食物的味道或气味等不合胃口而感到恶心。 —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 (krdict.korean.go.kr)

4. 어떤 사람의 행동이나 말투 등이 능글맞아 역겨운 구석이 있다. [en] disgusting; sickening — Someone’s way of behaving, speaking, etc., being greasy and thus making others feel rather nauseated. [ja] いやらしい【嫌らしい・厭らしい】 — 行動や言い方などが不愉快で気持ちが悪い。 [es] repugnante, desagradable, asqueroso, hediondo — Que causan repugnancia y horror los dichos y hechos de una persona. [zh] 肉麻,腻人 — 某人的行为或口气等油滑且令人反感。 —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 (krdict.korean.go.kr)

포르투갈어 번역은 사전에 실려 있지 않아, 아래는 우리가 직접 옮긴 것이다(사전 인용이 아님): 1·3번은 oleoso, gorduroso, enjoativo, 2번은 enjoado, com náusea, 4번은 meloso, melífluo 정도가 가깝다.

사전이 함께 싣고 있는 실제 사용 예문 중 다섯 개를 그대로 가져와 본다.

맛이 느끼하다. 냄새가 느끼하다. 피자가 느끼하다. 행동이 느끼하다. 말투가 느끼하다. —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 (krdict.korean.go.kr)

  • 맛이 느끼하다 (masi neukkihada) — 한 입 먹고 바로 나오는 반응이다. 버터나 크림이 진하게 들어간 요리를 처음 맛본 순간을 떠올리면 된다.
  • 냄새가 느끼하다 (naemsaega neukkihada) — 아직 먹지도 않았는데 튀김 기름 냄새만으로 속이 부담스러워지는 경우. 식당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에 쓸 수 있다.
  • 피자가 느끼하다 (pijaga neukkihada) — 음식 이름이 주어로 오는 가장 전형적인 형태다. 한국에서 피자에 피클과 핫소스가 따라 나오는 이유가 이 한 문장에 다 들어 있다.
  • 행동이 느끼하다 (haengdongi neukkihada) — 여기서부터 음식이 아니다. 과장되게 다정한 척하거나 필요 이상으로 능글맞게 구는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이다.
  • 말투가 느끼하다 (maltuga neukkihada) — 목소리를 끌거나 어미를 늘여 빼며 은근하게 말할 때. 사람에게 쓰는 이 용법이 학습자에게는 가장 낯설고, 동시에 가장 자주 마주치게 된다.

사전은 **느글느글 느끼하다 (neugeulneugeul neukkihada)**라는 예문도 싣고 있다. 속이 뒤집히는 느낌을 그대로 소리로 옮긴 부사와 나란히 붙어 다닌다는 점이, 이 단어가 머리보다 배에서 나온 말이라는 걸 보여준다.

실제 대화로 보기

상황: 이사 당일 오후. 아직 풀지 못한 짐 상자 사이에 주저앉아 배달시킨 피자를 먹는 중이다.

준경: 세 조각째인데 왜 이렇게 속이 답답하지. 아, 좀 느끼하다. I’m on my third slice and my stomach feels so heavy. Ah, this is kind of greasy.

에밀리: 그럴 줄 알고 김치 챙겨 왔지. 저 상자 맨 위에 있어. I figured that would happen, so I brought kimchi. It’s on top of that box.

준경: 야, 너 진짜 캐나다 사람 맞아? 나보다 더 한국인 같아. Hey, are you really Canadian? You’re more Korean than I am.

에밀리: 15년 살면 위장도 국적이 바뀌더라고. After fifteen years here, even your stomach changes nationality.

준경: 아이고~ 우리 에밀리 없었으면 오늘 형이 어쩔 뻔했을까~ 응? Oh my~ what would I have done today without my dear Emily~ hmm?

에밀리: 야, 말투. 피자보다 네 말투가 훨씬 더 느끼해. Hey, that tone. Your tone is way greasier than the pizza.

마지막 두 줄이 이 단어의 두 얼굴을 한 장면에 담고 있다. 앞에서는 음식이 주어였고, 뒤에서는 사람의 말투가 주어다. 한국인은 이 전환을 농담의 펀치라인으로 쓴다.

이렇게 쓰면 어색합니다

✗ (선배의 새 헤어스타일을 칭찬하며) 선배님, 오늘 되게 느끼하세요. ✓ (선배의 새 헤어스타일을 칭찬하며) 선배님, 오늘 되게 멋있으세요. → 영어 학습자가 “greasy hair”를 떠올려 머릿결 이야기를 하려다 자주 저지르는 실수다. 사람에게 붙은 느끼하다는 외모 묘사가 아니라 네 번째 뜻, 즉 “능글맞고 거북하다”로만 읽힌다. 칭찬이 순식간에 인신공격이 된다.

✗ (초대받은 집에서 어머님이 차려 주신 상을 받으며) 어머님, 이거 좀 느끼한데요. ✓ (초대받은 집에서 어머님이 차려 주신 상을 받으며) 어머님, 맛있어요. 저 김치 좀만 더 주시겠어요? → 문법은 완벽하지만 자리가 어긋난다. 대접받는 자리에서 음식의 기름기를 지적하면 요리에 대한 평가로 들린다. 같은 상황에서 한국 사람은 느끼함을 직접 말하는 대신 김치나 물을 청하는 방식으로 에둘러 표현한다.

상황별 활용 예문

1. 고깃집에서, 2차 메뉴를 정할 때

고기 다 먹었으니까 냉면 시키자. 나 지금 좀 느끼해. (gogi da meogeosseunikka naengmyeon sikija. na jigeum jom neukkihae.)

삼겹살이나 갈비를 배불리 먹은 뒤 냉면·된장찌개로 마무리하는 것은 한국 식사의 거의 공식에 가까운 순서다. 이때 느끼하다는 불평이 아니라 “다음 코스로 넘어가자”는 제안의 근거로 쓰인다. 여기서는 주어가 생략된 채 화자 본인의 속 상태(사전 2번 뜻)를 가리킨다.

2. 식당을 추천할 때 — 칭찬으로 쓰는 부정형

이 집 크림 파스타는 느끼하지 않아서 좋아요. (i jip keurim paseuta-neun neukkihaji anaseo joayo.)

한국에서 크림 파스타·카르보나라·치즈 요리에 대한 최고의 칭찬 중 하나가 바로 이 부정형이다. 맛있다는 말보다 구체적이고 신뢰가 간다. 학습자가 리뷰나 추천 상황에서 바로 꺼내 쓰기 좋은 형태다.

3. 친구에게 사람 얘기를 할 때

그 사람 나쁜 건 아닌데, 말투가 좀 느끼해서 부담스러워. (geu saram nappeun geon aninde, maltuga jom neukkihaeseo budamseureowo.)

사전 4번 뜻이다. “나쁜 사람은 아니지만 대하기가 불편하다”는 미묘한 감정을 한 단어로 처리한다. 다만 이건 어디까지나 뒷담화나 사담의 언어이고, 당사자 앞에서 쓰면 상당히 무례하다.

존댓말·반말과 비슷한 표현

말끝은 규칙적으로 변한다. 반말은 느끼해 (neukkihae), 두루높임은 느끼해요 (neukkihaeyo), 격식체는 **느끼합니다 (neukkihamnida)**이다. 혼잣말처럼 감탄을 섞을 때는 느끼하네 (neukkihane) / **느끼하네요 (neukkihaneyo)**를 쓴다. 단, 앞의 오용 예에서 보았듯 존댓말로 바꾼다고 해서 상대의 음식을 평하는 자리가 안전해지지는 않는다.

비슷한 말들과 견주면 자리가 뚜렷해진다.

표현온도·강도쓰는 자리
느끼하다 (neukkihada)중간. 속이 부담스럽다는 신호음식 전반, 그리고 사람의 말투·행동
기름지다 (gireumjida)중립. 판단 없는 사실 묘사음식의 성질만. 사람에게 안 씀
느글거리다 (neugeulgeorida)강함. 실제로 토할 것 같은내 속 상태를 강조할 때
능글맞다 (neunggeulmatda)강함. 명백한 부정 평가사람에게만. 느끼하다 4번 뜻의 직설 버전
오글거리다 (ogeulgeorida)가볍고 웃김낯간지러운 말·장면. 또래·SNS

특히 기름지다와의 차이를 잡아 두면 좋다. “이 고기는 기름져요”는 고기의 상태를 설명하는 말이라 부정적이지 않을 수 있지만, “이 고기는 느끼해요”는 내 속이 감당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들어간다. 그리고 사람에게 쓸 때 능글맞다가 상대의 성격 자체를 규정한다면, 느끼하다는 “내가 받아들이기 거북하다”는 내 감각 쪽에 조금 더 무게가 실린다.

문화 배경 — 느끼함을 잡는 상

한국 밥상에는 느끼함을 중화하는 장치가 구조적으로 깔려 있다. 고기에는 상추와 마늘, 피자에는 피클, 치킨에는 무와 콜라, 기름진 전 요리에는 동치미 국물. 심지어 파스타를 파는 한국식 양식당에서도 김치를 내주는 곳이 적지 않다. 외국인 손님이 이 조합을 신기하게 여길 때 한국 사람이 내놓는 설명이 대개 한 마디로 끝난다 — “느끼하니까.”

명절 뒤에 이 단어의 사용 빈도는 정점을 찍는다. 전을 부치고 잡채를 무치고 갈비찜을 올린 상을 이틀쯤 먹고 나면, 사흗날 아침 식탁에서 누군가 반드시 “속이 느끼하다”며 김칫국이나 시원한 국물을 찾는다. 계절 인사처럼 반복되는 장면이다.

네 번째 뜻, 사람에게 쓰는 용법은 한국 드라마와 예능이 키워 온 쪽이 크다. 과장되게 부드러운 목소리로 사랑을 속삭이는 남자 캐릭터를 두고 시청자들이 붙이는 별명이 “느끼한 남자”이고, 배우가 일부러 어미를 길게 늘이며 능청을 떠는 연기를 방송 자막이 “느끼美(미)“라고 받아치기도 한다. 대사를 그대로 옮기지 않아도 감은 온다 — 진심인지 장난인지 애매하게 다정한 말투, 그게 한국인이 느끼하다고 부르는 온도다. K-팝에도 이런 능청스러운 콘셉트를 밀고 나가는 곡들이 있는데, 팬들이 그 분위기를 이야기할 때 쓰는 단어 역시 같은 말이다.

어원에 대해서는 널리 합의된 설명이 없어 여기서는 단정하지 않는다. 다만 사전 예문에 남아 있는 **느글느글 (neugeulneugeul)**과의 짝을 보면, 이 말이 정의에서 출발한 개념어가 아니라 속이 울렁이는 몸의 감각에서 자라난 말이라는 것만은 분명하다.

오늘의 퀴즈

다음 세 문장 중 한국인이 들었을 때 칭찬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문장은?

  1. 이 집 돈가스는 느끼하지 않아서 자주 와요.
  2. 팀장님, 오늘 정장 입으시니까 진짜 느끼하시네요.
  3. 튀김을 먹었더니 속이 좀 느끼하네. 사이다 좀 줄래?

정답: 2번. 사람에게 붙은 느끼하다는 사전 4번 뜻, 즉 “말투나 행동이 능글맞아 거북하다”로만 읽힌다. 옷차림을 칭찬하려던 의도와 정반대의 말이 되어 버린다. 1번은 기름기가 과하지 않다는 뜻이라 명백한 칭찬이고, 3번은 자기 속 상태(2번 뜻)를 말하며 마실 것을 청하는 아주 자연스러운 문장이다.


이 글의 단어 뜻풀이와 예문은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krdict.korean.go.kr)에서 가져왔으며, 해당 부분(번역 포함)은 CC BY-SA 2.0 KR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배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