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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드라마 고백 신의 그 단어, ‘사귀다’ — 친구에서 연인으로

K-드라마를 정주행하다 보면 유독 심장이 쿵 내려앉는 장면이 있어요. 두 사람이 말없이 오래 서로를 바라보다가, 마침내 한 사람이 떨리는 목소리로 용기를 냅니다. 오늘의 표현은 바로 그 고백의 순간에 등장하는 단어, **사귀다 (sagwida)**입니다. 이 단어 하나를 제대로 알면 로맨스 드라마의 명장면이 완전히 다르게 들리기 시작합니다.

사귀다

**사귀다 (sagwida)**는 하나의 단어이지만 두 개의 얼굴을 가지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친구를 사귀다”처럼 누군가와 알고 지내며 친해진다는 뜻이고, 두 번째는 “남자 친구를 사귀다”처럼 연인 관계를 맺는다는 뜻입니다. 신기하게도 사전의 뜻풀이는 하나뿐인데, 한국인은 앞뒤 문맥만으로 이 둘을 자연스럽게 구분해 듣습니다. “회사에서 좋은 사람들을 많이 사귀었어요 (sagwieosseoyo)“라고 하면 인간관계를 넓혔다는 뜻이지만, “저 두 사람 사귀어요 (sagwieoyo)?”라고 하면 백이면 백 연애를 묻는 말입니다.

참고로 포르투갈어 번역은 국립국어원 사전에 실려 있지 않아, 우리가 직접 옮기면 namorar / conviver 정도가 가깝습니다 (사전 미제공, 자체 번역).

국립국어원 사전으로 확인하기

먼저 국가 기관인 국립국어원의 《한국어기초사전》이 이 단어를 어떻게 정의하는지 살펴봅시다.

사귀다 (동사)

  1. 서로 알게 되어 친하게 지내다. [en] get along with; go around with; go out with [ja] つきあう【付き合う】。こうさいする【交際する】 [es] juntarse, tratarse [zh] 交,结交,交往 —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 (krdict.korean.go.kr)

영어 풀이에 “go out with(사귀다·연애하다)“가 들어 있는 게 눈에 띕니다. 이 하나의 뜻 안에 우정과 연애가 함께 담겨 있다는 걸 보여 주죠. 사전이 제공하는 실제 사용 예문도 함께 봅시다.

남자 친구를 사귀다. —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 (krdict.korean.go.kr)

가장 전형적인 연애의 뜻입니다. “남자 친구가 있다”보다 관계가 진행 중이라는 느낌이 강합니다.

동급생과 사귀다. —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 (krdict.korean.go.kr)

같은 반, 같은 학년 친구와 친하게 지낸다는 뜻입니다. 여기서는 연애가 아니라 우정 쪽이죠.

깊이깊이 사귀다. —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 (krdict.korean.go.kr)

“깊이깊이”라는 부사가 붙으니 얕은 인사 사이가 아니라 속을 터놓는 깊은 관계라는 뉘앙스가 살아납니다.

가까이하며 사귀다. —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 (krdict.korean.go.kr)

가까이 두고 자주 어울리며 정을 쌓는다는 뜻으로, 관계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여 줍니다.

실제 대화로 보기

상황: 금요일 밤, 편의점 앞 파라솔에 앉아 캔맥주를 마시는 중. 에밀리가 준경의 휴대폰에 자꾸 뜨는 알림을 눈치챘다.

에밀리: 야, 아까부터 폰 계속 보잖아. 누구야, 누구. Hey, you’ve been glued to your phone this whole time. Who is it, who?

준경: …그냥 아는 사람. …Just someone I know.

에밀리: 아는 사람은 무슨. 너 요즘 사귀는 사람 생겼지? “Someone you know,” yeah right. You’ve got someone you’re seeing these days, don’t you?

준경: 아직 정식으로 사귀자고는 안 했어. 한 달쯤 됐나. I haven’t officially asked her to go out yet. It’s been about a month, I guess.

에밀리: 한 달을? 야, 너무 재지 말고 빨리 고백해! A whole month? Hey, stop overthinking it and just confess already!

준경: 좀 천천히 가자. 잘 알고 나서 사귀어야 오래가지. Let’s take it slow. You’ve gotta really know someone before you date — that’s how it lasts.

상황별 활용 예문

직접 만든 예문으로 다양한 상황을 익혀 봅시다.

  1. 새 학기, 우정의 뜻 — “저는 낯을 안 가려서 반 친구들하고 금방 사귀는 (sagwineun) 편이에요.” (Jeoneun nateul an garyeoseo ban chingudeulhago geumbang sagwineun pyeonieyo.) 새로운 환경에서 친구를 잘 만든다는 뜻입니다.

  2. 연애의 뜻 — “두 사람 사귄 (sagwin) 지 벌써 백 일이래.” (Du saram sagwin ji beolsseo baegil-lae.) 한국 커플이 소중히 여기는 ‘백일’ 기념일과 함께 쓰인 문장입니다.

  3. 조심스러운 거절 — “미안한데, 우리 지금은 그냥 친구로 지내자. 아직 사귀는 건 좀….” (Mianhande, uri jigeumeun geunyang chinguro jinaeja.) 고백을 부드럽게 미루거나 거절하는 상황입니다.

존댓말·반말과 유사 표현 비교

드라마 속 고백은 대개 반말로 터집니다. **“나랑 사귈래? (narang sagwillae?)”**는 가장 널리 쓰이는 고백 대사 형태죠. 조금 더 정중하게 말하고 싶다면 **“저랑 사귈래요? (jeorang sagwillaeyo?)”**처럼 ‘-요’를 붙이면 됩니다.

비슷한 표현도 알아 둡시다. **만나다 (mannada)**는 “요즘 만나는 사람 있어?”처럼 ‘사귀다’와 거의 같은 뜻으로 쓰이고, **연애하다 (yeonaehada)**는 좀 더 딱딱한 한자어 표현입니다. 아직 사귀기 전, 서로 호감이 오가는 애매한 단계는 요즘 말로 **썸을 타다 (sseomeul tada)**라고 합니다. 즉 ‘썸 → 고백 → 사귀다’가 한국식 연애의 순서인 셈이죠.

문화 배경

한국의 연애 문화에서 ‘사귀다’는 하나의 선언에 가깝습니다. 그냥 자주 만나던 두 사람이 “우리 오늘부터 1일이야”라고 정하는 순간, 관계의 성격이 공식적으로 바뀝니다. 그래서 드라마에서도 주인공이 “우리 사귀는 거야, 아니야?”라며 관계를 확인하려는 장면이 자주 나옵니다. 또 명절에 친척들이 모이면 어김없이 “너 요즘 사귀는 사람 없니?”라는 질문이 밥상 위로 날아드는데, 이건 한국 청년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단골 잔소리입니다. 이렇게 ‘사귀다’는 사전 속 단어를 넘어, 한국인의 관계와 일상 깊숙이 들어와 있는 말입니다.

마무리 퀴즈

다음 빈칸에 들어갈 가장 자연스러운 말은 무엇일까요?

“우리 한 달 넘게 매일 연락했잖아. 이제 우리 정식으로 ____?” ① 헤어질래 ② 사귈래 ③ 잊을래

(정답: ② 사귈래 — 오래 가까이 지낸 두 사람이 연인 관계를 시작하자고 제안하는 상황이니 ‘사귈래’가 정답입니다.)

이 글의 단어 뜻풀이와 예문은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krdict.korean.go.kr)에서 가져왔으며, 해당 부분(번역 포함)은 CC BY-SA 2.0 KR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배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