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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견례 (sanggyeonnye) — 두 집안이 처음 마주 앉는 날

상견례

**상견례 (sanggyeonnye)**는 여러 사람이 공식적으로 처음 만나 서로 인사하는 일, 그중에서도 결혼할 두 사람의 부모와 가족이 처음 만나 인사하는 자리를 뜻하는 말이다. 글자로만 보면 ‘처음 만나 인사한다’는 담담한 뜻인데, 한국 사람에게 이 단어는 좀처럼 담담하게 들리지 않는다. 결혼을 앞둔 사람이 ‘다음 주에 상견례예요’라고 말하면 듣는 쪽은 거의 반사적으로 ‘긴장되겠다’고 답한다.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을 만나는 자리가 아니라, 두 집안이 서로를 처음 마주 보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표기는 ‘상견례’지만 소리는 [상견녜]로 난다는 점도 함께 외워 두자.

뜻은 크게 둘로 갈린다. 하나는 넓은 뜻으로, 새로 모인 사람들이 공식적으로 처음 인사를 나누는 자리다. 새 감독이 선수단과 처음 만나는 자리, 신입생과 선배가 처음 인사하는 자리에도 이 말을 쓴다. 다른 하나는 좁은 뜻이자 오늘날 훨씬 자주 쓰이는 뜻으로, 결혼을 앞둔 양가 가족의 첫 만남이다. 아무 설명 없이 ‘상견례’라고만 하면 한국 사람은 열에 아홉 이 두 번째 뜻으로 알아듣는다.

온도는 무겁고 격식이 있다. 명사이므로 상견례를 하다 (sanggyeonnyereul hada), 상견례를 가지다 (sanggyeonnyereul gajida), 조금 더 무게를 실어 **상견례를 치르다 (sanggyeonnyereul chireuda)**처럼 쓴다. ‘치르다’가 붙는다는 것 자체가 이 자리의 성격을 말해 준다 — 시험이나 장례처럼, 한번 겪어 내야 하는 일에 붙는 동사이기 때문이다.

국립국어원 사전으로 확인하기

먼저 국가 기관의 사전이 이 말을 어떻게 풀어 놓았는지 보자.

상견례 「명사」

  1. 여러 사람들이 공식적으로 처음 만나 서로 인사하는 일. [en] first meeting — An official meeting where many people see and get introduced to each other for the first time. [ja] かおあわせ【顔合わせ】 — 多数の人が公式的に初めて会合し、互いに挨拶すること。 [es] reunión — Acto en que se reúnen un conjunto de personas por primera vez, particularmente para saludar o conocerse entre sí. [zh] 见面礼,见面仪式 — 许多人正式初次见面并互相打招呼的仪式。 —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 (krdict.korean.go.kr)

상견례 「명사」 2. 결혼할 남녀의 부모나 가족이 처음 만나 서로 인사하는 일. [en] first meeting between the bride and bridegroom’s families — The first meeting between the bride and bridegroom’s families where they are introduced to each other. [ja] りょうけのかおあわせ【両家の顔合わせ】 — 結婚予定の二人の両親や家族が初めて会い挨拶すること。 [es] reunión — Acto en que se reúnen familias de una pareja por primera vez, particularmente para saludar o conocerse entre sí. [zh] 见面礼 — 即将结婚的男女的父母及家人初次见面并互相打招呼的仪式。 —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 (krdict.korean.go.kr)

포르투갈어 뜻풀이는 이 사전에 실려 있지 않다. 참고로 옮기면 ‘primeiro encontro formal entre as famílias dos noivos’ 정도가 되는데, 이것은 사전의 번역이 아니라 이 글에서 직접 옮긴 것임을 밝혀 둔다.

같은 사전에 실린 실제 사용 예문도 함께 보자. 뜻풀이보다 예문이 이 단어의 공기를 더 잘 보여 준다.

상견례 자리에 무슨 옷을 입고 가야 할지 고민이야. —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 (krdict.korean.go.kr)

상견례를 앞둔 사람이 가장 먼저 하는 걱정이 그대로 담긴 문장이다. 밥을 먹으러 가는 자리인데 옷부터 고민한다는 데서, 이 자리가 얼마나 격식을 의식하는 자리인지 드러난다.

어른들께서 상견례 장소는 어디로 정하느냬. —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 (krdict.korean.go.kr)

‘정하느냬’는 ‘정하느냐고 해’를 줄인 구어체다. 부모님의 말을 결혼할 두 사람이 서로 옮기는 상황으로, 장소 선정이 어른들과 상의해서 정해진다는 점을 보여 준다.

상견례에서는 무슨 말이 오갔어? —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 (krdict.korean.go.kr)

상견례가 끝난 뒤 친구나 가족이 묻는 말이다. ‘무슨 말이 오갔느냐’고 묻는 것 자체가, 그 자리에서 오가는 대화 하나하나가 의미를 갖는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최 감독은 내일 새로 부임한 구단 선수들과 상견례를 가질 예정이다. —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 (krdict.korean.go.kr)

여기서는 결혼과 아무 상관이 없다. 첫 번째 뜻, 곧 조직의 공식적인 첫 인사 자리다. 스포츠 기사에서 자주 보이는 쓰임이다.

입학식이 끝나면 곧바로 신입생과 재학생 선배들의 상견례가 있다고 한다. —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 (krdict.korean.go.kr)

학교에서 쓰인 예다. 같은 단어가 결혼식 준비와 입학식 뒤풀이에 함께 쓰인다는 점이 재미있다. 공통점은 하나다 — 개인이 아니라 ‘무리와 무리’가 격식을 갖추고 처음 만난다는 것.

실제 대화로 보기

상황: 토요일 오후, 백화점 남성복 매장. 준경이 다음 주 일정 때문에 재킷을 고르고 있고 에밀리가 옆에서 훈수를 두는 중이다.

준경: 이거 너무 튀나? 다음 주에 상견례 있어서. Is this too flashy? I’ve got the first meeting with my fiancée’s family next week.

에밀리: 어, 드디어? 그 자리엔 무난한 게 나아. 그냥 남색으로 가. Oh, finally? For that occasion, plain is better. Just go with navy.

준경: 넥타이는 매야 되나. 안 매면 성의 없어 보이려나? Should I wear a tie? Would it look careless if I don’t?

에밀리: 매. 나 예전에 친구 상견례 따라갔다가 놀랐잖아. 다들 각 잡고 나왔더라. Wear one. I tagged along to a friend’s family meeting once and was shocked. Everyone showed up all dressed up.

준경: 하… 장소는 아버지가 정하신대. 아마 한정식집일걸. Ugh… my dad says he’ll pick the place. Probably a Korean set-menu restaurant.

에밀리: 잘됐네. 거긴 조용해서 말 끊길 일 없어. 긴장 풀고 다녀와. That’s good. Those places are quiet, so the conversation won’t die. Relax and go.

이렇게 쓰면 어색합니다

✗ (친구에게, 소개팅 나가면서) 나 오늘 저녁에 소개팅남이랑 상견례 해. ✓ (친구에게) 나 오늘 저녁에 소개팅남이랑 처음 만나. → 상견례는 둘이 아니라 집안과 집안, 무리와 무리가 격식을 갖춰 만나는 자리다. 사적인 첫 만남에 쓰면 결혼을 전제한 자리처럼 들려서 상대가 놀란다.

✗ (예비 장인어른께) 아버님, 저희 상견례 언제 번개로 한번 하시죠. ✓ (예비 장인어른께) 아버님, 상견례 날짜는 두 집안 편하신 때로 잡아 주시면 저희가 맞추겠습니다. → 문법은 멀쩡하지만 온도가 어긋난다. ‘번개’는 즉흥적인 약속에 쓰는 가벼운 말이라, 격식이 핵심인 상견례와 붙으면 어른을 가볍게 대하는 인상을 준다. 날짜와 장소는 보통 어른들의 뜻을 먼저 여쭙는다.

상황별 활용 예문

① 결혼 준비 중인 친구에게 (반말)

상황: 청첩장 이야기가 나오기 전, 진행 상황을 슬쩍 묻는다.

상견례 날짜는 잡혔어? 어디서 하기로 했어? (sanggyeonnye naljjaneun japyeosseo? eodiseo hagiro haesseo?) 결혼 준비의 진도를 묻는 가장 흔한 질문이다. 한국에서는 상견례가 끝나야 비로소 결혼 준비가 ‘시작됐다’고 본다.

② 회사에서 (존댓말·공식)

상황: 팀 채팅방에 다음 주 일정을 공지한다.

다음 주 월요일 오전 열 시에 새로 오신 본부장님과 팀 전체 상견례가 있습니다. (daeum ju woryoil ojeon yeol sie saero osin bonbujangnimgwa tim jeonche sanggyeonnyega itseumnida.) 결혼과 무관한 첫 번째 뜻이다. ‘첫 미팅’이라고 해도 되지만, 상견례라고 하면 ‘가볍게 얼굴만 보는 자리’라는 뉘앙스가 더해진다.

③ 예비 배우자의 부모님께 (아주 정중하게)

상황: 결혼 승낙을 받은 뒤, 다음 절차를 말씀드린다.

상견례 자리는 저희가 몇 군데 알아보고 말씀드리겠습니다. (sanggyeonnye jarineun jeohuiga myeot gunde arabogo malsseumdeurigetseumnida.) ‘말씀드리겠습니다’로 끝맺어 결정권을 어른께 남겨 두는 표현이다. 준비는 젊은 사람이 하되 결정은 어른이 하는 한국식 예의가 그대로 담겨 있다.

존댓말·반말과 비슷한 표현

상견례는 명사라서 높임은 뒤에 붙는 동사에서 갈린다. 어른께는 상견례는 잘하셨어요? (sanggyeonnyeneun jalhasyeosseoyo?), 친구에게는 **상견례 잘했어? (sanggyeonnye jalhaesseo?)**가 된다. 단어 자체가 이미 격식을 품고 있어서, 반말로 말해도 그 자리의 무게는 사라지지 않는다.

표현온도·강도쓰는 자리
상견례 (sanggyeonnye)무겁고 격식 있다양가 가족의 첫 만남, 조직의 공식적인 첫 인사 자리
첫 만남 (cheot mannam)중립어디서나. 사적·공적 구분 없이
얼굴 한번 보다 (eolgul hanbeon boda)부드럽고 가볍다가까운 사이끼리 편하게 만날 때
인사드리다 (insadeurida)정중하지만 짧다손윗사람에게 소개받아 인사만 할 때

같은 만남이라도 ‘얼굴 한번 보는 자리’라고 하면 어깨에 힘이 빠지고, ‘상견례’라고 하면 곧바로 정장과 한정식집이 떠오른다. 실제로 부담을 덜어 주려는 어른들은 일부러 ‘그냥 밥이나 한번 먹자’고 돌려 말하기도 한다.

문화 배경 — 두 집안이 처음 마주 앉는 날

상견례는 한자 相(서로 상), 見(볼 견), 禮(예도 례)로 이루어진 말이다. 그대로 풀면 ‘서로 보는 예(禮)‘다. 핵심은 ‘만남’이 아니라 ‘예’에 있다. 그저 마주치는 것이 아니라, 예를 갖추어 서로를 마주 본다는 뜻이 뼈대이기 때문에 격식 있는 자리에만 이 말이 붙는다.

실제 상견례는 대개 이렇게 흘러간다. 양가 부모와 결혼할 두 사람이 조용한 한정식집이나 호텔 한식당에 모인다. 어른들이 먼저 인사를 나누고, 자녀들이 각자 상대 부모께 인사를 드린다. 자기 자식 자랑보다는 상대 집안을 배려하는 말이 오가고, 분위기가 풀리면 자연스럽게 결혼 날짜와 예식장 이야기가 나온다. 옷은 튀지 않게, 자리는 조용한 곳으로, 말은 조심스럽게 — 이 세 가지가 오랜 관습이다. 요즘은 많이 간소해져서 카페나 일반 레스토랑에서 짧게 끝내는 집도 늘었지만, ‘이 자리를 넘겨야 결혼 준비가 시작된다’는 감각만큼은 여전하다.

한국 드라마에서 상견례 장면이 자주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두 집안의 형편, 말투, 가치관 차이가 밥상 하나 위에서 한꺼번에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상견례 신은 보통 훈훈하게 끝나지 않는다. 반찬을 권하는 손짓 하나, 직업을 묻는 말투 하나에 신경전이 실리고, 그 자리에서 나온 한마디가 이후 몇 회 분량의 갈등으로 이어진다. 한국 드라마를 보다가 등장인물들이 정장을 차려입고 한정식집에 앉는 장면이 나오면, 곧 무슨 일이 벌어질지 미리 짐작할 수 있다.

한편 첫 번째 뜻으로 쓰이는 상견례는 훨씬 담백하다. 새 감독이 선수단과, 신임 임원이 직원들과, 신입생이 선배들과 처음 인사하는 자리다. 이때의 상견례는 긴장보다는 ‘앞으로 잘 지내 봅시다’에 가깝다. 같은 단어가 이렇게 다른 온도로 쓰인다는 점이, 이 말을 배우는 재미이기도 하다.

오늘의 퀴즈

다음 중 ‘상견례’를 자연스럽게 쓴 문장은 무엇일까요?

  1. 어제 소개팅에서 그 사람이랑 상견례 했는데 괜찮더라.
  2. 다음 달에 양가 부모님 모시고 상견례를 하기로 했어요.
  3. 오랜만에 만난 친구랑 카페에서 상견례를 했다.

정답은 2번입니다. 상견례는 집안과 집안, 또는 무리와 무리가 격식을 갖춰 처음 만나는 자리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1번과 3번처럼 개인끼리 사적으로 만나는 자리에는 ‘처음 만났다’, ‘얼굴 봤다’가 자연스럽습니다.

이 글의 단어 뜻풀이와 예문은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krdict.korean.go.kr)에서 가져왔으며, 해당 부분(번역 포함)은 CC BY-SA 2.0 KR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배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