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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배 — 설날 아침, 말보다 먼저 하는 인사

세배

**세배 (sebae)**는 설에 웃어른에게 인사로 하는 절이라는 뜻이다. 설날 아침, 떡국 상을 물리고 나면 집 안이 잠깐 조용해진다. 어른들이 아랫목이나 소파 쪽에 나란히 앉고, 아이들과 젊은 사람들이 그 앞에 줄을 선다. 누군가 “이제 세배해야지” 하고 말을 꺼내면 그때부터 몇 분 동안은 대화가 거의 끊긴다. 무릎을 꿇고, 손을 포개고, 이마가 손등에 닿을 만큼 몸을 낮춘다. 한국의 설을 사진 한 장으로 줄이라면 아마 대부분의 한국 사람이 이 장면을 고를 것이다.

세배는 동작의 이름이면서 동시에 새해 첫 인사 전체를 가리키는 말이다. 그래서 “세배 왔습니다”라고 하면 절 한 번 하러 왔다는 뜻이 아니라, 새해 인사를 하러 찾아뵈었다는 뜻이 된다. 중요한 것은 이 말에 방향이 박혀 있다는 점이다. 세배는 아래에서 위로만 간다. 손아랫사람이 손윗사람에게 하는 것이고, 반대 방향은 성립하지 않는다. 어른은 절을 받은 뒤 덕담 (deokdam), 즉 한 해가 잘 풀리기를 비는 말을 건네고, 그다음에 **세뱃돈 (sebaetdon)**이 오간다. 절 → 덕담 → 세뱃돈, 이 세 박자가 한 묶음이다.

자주 붙는 서술어도 함께 외워 두면 좋다. **세배를 하다 (sebae-reul hada)**가 기본형이고, 어른을 높일 때는 **세배를 드리다 (sebae-reul deurida)**를 쓴다. 여러 집을 차례로 찾아다니는 것은 **세배를 다니다·돌다 (sebae-reul danida / dolda)**라고 한다.

국립국어원 사전으로 확인하기

세배 「명사」 설에 웃어른에게 인사로 하는 절. [en] sebae — new year’s bow: The act of performing a traditional bow to pay respect to one’s elders on Seol, New Year’s Day. [ja] セベ【歳拝】 — お正月に目上の人に対するあいさつとして行うお辞儀。 [es] sebae, reverencia de Año Nuevo — Genuflexión que se hace a los mayores en Año Nuevo como saludo y muestra de respeto. [zh] 拜年 — 春节向长辈行的跪拜礼。 —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 (krdict.korean.go.kr)

뜻풀이 한 줄에 세 가지 조건이 다 들어 있다. ① 때는 , ② 대상은 웃어른, ③ 성격은 인사. 이 셋 중 하나라도 어긋나면 세배가 아니게 된다. 포르투갈어 뜻풀이는 사전에 실려 있지 않아 우리가 직접 옮겼다 — sebae — reverência de Ano Novo: gesto tradicional de curvar-se aos mais velhos como saudação no Seol, o Ano Novo coreano. (자체 번역이며 사전 원문이 아니다.)

이제 사전에 실린 실제 사용 예문을 보자.

아이들이 구정을 맞아 할머니께 세배를 한다. —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 (krdict.korean.go.kr)

aideuri gujeong-eul maja halmeoni-kke sebae-reul handa. 가장 전형적인 그림이다. ‘구정(舊正)’은 음력설을 가리키는 옛 표현으로, 요즘은 ‘설’이나 ‘설날’을 더 많이 쓴다. 조사 가 붙은 것에 주목하자. 세배를 받는 쪽은 언제나 높임의 대상이라 ‘에게’가 아니라 ‘께’가 자연스럽다.

나는 설날에 부모님께 세배를 한 후 건강을 기원하는 덕담을 올렸다. —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 (krdict.korean.go.kr)

naneun seollal-e bumonim-kke sebae-reul han hu geongang-eul giwonhaneun deokdam-eul ollyeotda. 절이 끝난 뒤에 말이 오간다는 순서가 문장 안에 그대로 들어 있다. 보통은 어른이 아랫사람에게 덕담을 주지만, 다 자란 자식이 부모님의 건강을 비는 말을 올리는 것도 흔하다.

할아버지께 세배를 드리러 갔더니만 어딜 가셨는지 안 계시더라고. —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 (krdict.korean.go.kr)

harabeoji-kke sebae-reul deurireo gatdeoniman eodil gasyeonneunji an gyesideorago. 세배는 ‘찾아가서 하는 일’이라는 점이 드러나는 문장이다. ‘-러 가다’가 붙은 것을 보면 알 수 있듯, 어른이 계신 곳으로 이동하는 행위까지 세배에 포함된다. 여기서는 높임의 드리다가 쓰였다.

설날 아침 때때옷을 차려입은 아이는 어른들께 세배를 드렸다. —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 (krdict.korean.go.kr)

seollal achim ttaettae-os-eul charyeo-ibeun aineun eoreundeul-kke sebae-reul deuryeotda. ‘때때옷’은 아이가 명절에 입는 색동옷을 가리킨다. 세배가 옷차림까지 갖추는 격식 있는 인사라는 것을 보여 준다.

세배를 돌다. —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 (krdict.korean.go.kr)

sebae-reul dolda. 한 집만이 아니라 친척 집, 이웃집을 차례로 도는 것을 이렇게 말한다. 예전 시골 마을에서는 설날 오전 내내 아이들이 동네를 한 바퀴 돌며 세배를 다녔다.

실제 대화로 보기

상황: 설날 아침, 준경의 본가 거실. 떡국 상을 막 물렸고 어른들이 소파 쪽에 나란히 앉으셨다.

준경: 에밀리야, 떡국 다 먹었으면 이제 세배 할 차례야. 나 따라 하면 돼. Emily, if you’re done with the tteokguk, it’s time for sebae now. Just follow me.

에밀리: 나도 해? 나 며느리도 아니고 그냥 친구인데 껴도 되나… Me too? I’m not family, just a friend — is it okay for me to join?

준경: 되지, 그럼. 손 이렇게 포개고. 남자는 왼손이 위, 너는 오른손 위로 하면 돼. Of course it is. Fold your hands like this. Men put the left hand on top; you put your right on top.

에밀리: 절하면서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하는 거 아니었어? 나 그거 연습했는데. Aren’t you supposed to say “Happy New Year” while bowing? I practiced that.

준경: 아니, 절 자체가 인사야. 끝나고 어른이 덕담 주시면 그때 말씀드려. No — the bow itself is the greeting. Say it after, when the elders give you their blessing.

에밀리: 아, 그렇구나. 나 세배 처음이라 손 떨려. 세뱃돈은 됐어, 나 서른둘이야. Ah, I see. My hands are shaking — it’s my first sebae. And no New Year’s money for me, I’m thirty-two.

이렇게 쓰면 어색합니다

✗ 추석에 할머니 댁에 가서 세배를 드렸어요. ✓ 설날 아침에 할머니 댁에 가서 세배를 드렸어요. → 세배는 오직 에만 쓰는 말이다. 추석에도 어른께 절을 하지만 그건 그냥 ‘인사드리다’나 ‘절하다’이고, 조상께 지내는 것은 ‘차례’다. 명절이면 다 세배라고 생각하는 것이 학습자가 가장 많이 하는 실수다.

✗ (동갑 친구에게) 야, 너도 나한테 세배 한 번 해 봐. ✓ (조카에게) 지호야, 큰아버지께 세배부터 드리고 오렴. → 세배는 방향이 정해진 말이라 아랫사람이나 또래에게 요구할 수 없다. 친구에게 이렇게 말하면 “내가 네 어른이냐”는 농담으로 받아치는 게 보통이고, 회사에서 후배에게 쓰면 진심으로 무례하게 들린다.

상황별 활용 예문

① 고향에 못 내려간 해, 영상통화로 인사드릴 때

할머니, 올해는 못 내려가서 화면으로 세배 드릴게요.

harmeoni, olhaeneun mot naeryeoga-seo hwamyeon-euro sebae deurilgeyo. (Grandma, I couldn’t come down this year, so I’ll do my sebae over the screen.) 명절에 귀성하지 못한 사람들이 실제로 이렇게 말한다. 카메라 앞에서 절을 하는 것이 조금 우스워 보여도, 어른들은 대개 그 마음을 더 기특해하신다.

② 설 연휴에 여러 집을 도는 상황

오전엔 큰집에서 차례 지내고, 오후엔 외가 쪽으로 세배를 돌 거예요.

ojeon-en keunjib-eseo charye jinaego, ohu-en oega jjog-euro sebae-reul dol geoyeyo. (In the morning we hold the charye rite at the eldest uncle’s, and in the afternoon we’ll go around doing sebae at my mother’s side of the family.) ‘차례’와 ‘세배’가 어떻게 다른지 한 문장에서 드러난다. 차례는 돌아가신 조상께, 세배는 살아 계신 어른께 한다.

③ 아이에게 순서를 알려 줄 때

세뱃돈부터 받으면 어떡해. 세배부터 드리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해야지.

sebaetdon-buteo badeumyeon eotteokhae. sebae-buteo deurigo “saehae bok mani badeuseyo” haeyaji. (You can’t take the money first! Do your sebae, then say “Happy New Year.”) 설날 아침 한국의 거실에서 거의 매년 들리는 잔소리다.

존댓말·반말과 비슷한 표현

표현온도·강도쓰는 자리
세배를 드리다 (sebae-reul deurida)정중, 상대를 확실히 높임조부모·부모·스승 등 실제 어른을 대상으로 말할 때. 가장 안전한 형태
세배를 하다 (sebae-reul hada)중립·서술사실을 설명하거나 아이가 주어일 때. 어른께 직접 말할 땐 살짝 덜 공손
큰절 (keunjeol)동작 자체를 가리킴세배뿐 아니라 혼례·상례 등 격식 있는 절 전반. 세배는 큰절로 한다
새해 인사 (saehae insa)부드럽고 넓음절을 하지 않는 자리 — 전화·메시지·회사. 외국인이 쓰기 가장 편하다
차례 (charye)엄숙, 의례돌아가신 조상께 지내는 제사. 세배와 대상이 완전히 다르다

헷갈리기 쉬운 것은 마지막 두 줄이다. 회사 단체 대화방에 “세배 드립니다”라고 쓰면 어색하다. 절을 하지 않았으니까. 그 자리엔 “새해 인사 드립니다”가 맞다.

문화 배경 — 절 한 번에 담긴 한 해

세배(歲拜)는 한자어다. 해를 뜻하는 **세(歲)**와 절을 뜻하는 **배(拜)**가 붙어 ‘새해의 절’이라는 뜻이 되었다. 글자만 보면 건조한데, 실제로 이 말이 굴러가는 방식은 훨씬 따뜻하다.

형식은 정해져 있다. 세배는 큰절로 하고, 손을 포개는 방식(공수)은 남자는 왼손을 위로, 여자는 오른손을 위로 두는 것이 보통이라고 배운다. 그리고 한국 사람도 자주 헷갈리는 지점이 하나 있는데, 절을 하면서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saehae bok mani badeuseyo)”라고 말하지 않는 것이 국립국어원 표준 언어 예절의 기준이다. 절 자체가 이미 인사이기 때문이다. 어른이 “올해는 시험 꼭 붙어라” 같은 덕담을 건네면, 그때 “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하고 답하면 된다. 대화 속 에밀리가 걸려 넘어진 지점이 바로 여기다.

세뱃돈은 원래 아이들 몫이었다. 취직하고 나면 받는 쪽에서 주는 쪽으로 넘어가는데, 한국에서는 이 전환을 어른이 되는 표시처럼 이야기한다. “올해부터 세뱃돈 주는 입장 됐다”는 말은 곧 “나 이제 돈 번다”는 말이다.

드라마에서 세배 장면은 대사보다 배치로 말한다. 《응답하라 1988》(tvN, 2015)처럼 한 동네의 명절을 통째로 보여 주는 작품에서, 누가 누구 앞에 무릎을 꿇는지는 그 집안의 지도를 그대로 드러낸다. 그래서 명절 에피소드의 갈등은 대개 세배 직전이나 직후에 터진다 — 오랜만에 모인 가족이 한 방에 앉는 유일한 순간이기 때문이다. 한국 드라마를 보다가 어른들이 나란히 앉고 젊은 사람들이 그 앞에 서는 구도가 나오면, 곧 무슨 일이 벌어질 거라고 예상해도 좋다.

오늘의 퀴즈

다음 중 세배를 자연스럽게 쓸 수 있는 자리는?

① 추석 아침, 할머니 댁에서 ② 설날 아침, 할아버지께 ③ 친구 생일 파티에서 ④ 회사 신년회에서 후배에게

정답: ②

세배에는 세 가지 조건이 붙는다. 때는 설, 대상은 웃어른, 성격은 인사. ①은 명절이 설이 아니라서, ③은 설이 아닌 데다 상대가 어른도 아니라서, ④는 방향이 거꾸로라 모두 어긋난다. ④처럼 후배에게 세배를 요구하면 농담으로도 위험하다.


이 글의 단어 뜻풀이와 예문은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krdict.korean.go.kr)에서 가져왔으며, 해당 부분(번역 포함)은 CC BY-SA 2.0 KR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배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