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글

설마 그럴 리가 — 놀람과 의심을 담은 한마디 '설마'

한국 드라마를 보다 보면 주인공이 눈을 크게 뜨며 “설마…” 하고 말끝을 흐리는 장면을 자주 만나게 됩니다. 믿고 싶지 않은 소식을 들었을 때, 혹은 나쁜 예감이 스칠 때 저절로 튀어나오는 이 한마디. 오늘은 한국인이 하루에도 몇 번씩 쓰는 감탄사 같은 부사, 설마 (seolma) 를 깊이 있게 배워 봅니다.

설마

설마 (seolma) 는 “그럴 리는 없겠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을 한 단어에 담은 표현입니다. 어떤 일이 사실이 아니길 바라면서도, 마음 한구석에서는 ‘혹시 진짜면 어떡하지?’ 하는 불안이 섞여 있을 때 씁니다. 영어의 No way…You don’t say…, 일본어의 まさか (masaka) 와 뉘앙스가 아주 비슷하지요.

핵심은 두 가지 감정이 동시에 들어 있다는 점입니다. 첫째는 ‘그럴 리 없다’는 부정·기대, 둘째는 ‘그래도 혹시’라는 불안·의심. 그래서 설마 뒤에는 보통 ~겠어?, ~ㄹ 리가 있겠니?, ~ㄹ까? 같은 반문이 따라붙어 “그럴 리 없잖아, 그렇지?” 하고 상대나 자신에게 확인하는 말투가 됩니다.

국립국어원 사전으로 확인하기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은 설마를 다음과 같이 풀이합니다.

설마 (부사) 그럴 리는 없겠지만 혹시나. [en] really — Probably not, but it is possible [ja] まさか — そんなはずはないだろうが、もしかして。 [es] de ninguna manera, jamás — Imposible pero tal vez sí. [zh] 难도;难不成 — 不会是那样而说不定。 —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 (krdict.korean.go.kr)

사전에 실린 실제 사용 예문도 함께 살펴볼까요.

걱정 마세요. 설마 고 사이에 무슨 일이 있겠어요? —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 (krdict.korean.go.kr)

누군가를 안심시키는 상황입니다. “그 짧은 사이에 별일이야 있겠어요?” 하고 걱정을 덜어 주는 따뜻한 쓰임이지요.

설마, 고의적으로 인사 안 하고 가는 건 아니겠지? —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 (krdict.korean.go.kr)

상대의 행동이 서운하면서도 ‘일부러 그런 건 아닐 거야’ 하고 좋게 해석하려는 마음이 보입니다.

설마 친했던 사람들이 갑자기 너를 차갑게 대할 리가 있겠니? —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 (krdict.korean.go.kr)

낙담한 상대를 다독이는 말입니다. ~ㄹ 리가 있겠니?가 붙어 ‘절대 그럴 리 없다’는 확신에 가까운 위로가 됩니다.

설마가 사람 잡는답디다. —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 (krdict.korean.go.kr)

이건 아주 유명한 속담입니다. ‘설마 그런 일이야 있겠어?’ 하고 방심하다가 정말 큰일을 당한다는 뜻으로, 만일에 대비하라는 교훈이지요.

상황별 활용 예문

이제 직접 만든 예문으로 감을 익혀 봅시다.

① 시험 결과를 기다리며 (혼잣말)

나 이번엔 진짜 열심히 했는데… 설마 (seolma) 또 떨어진 건 아니겠지?

불안한 마음을 스스로 달래는 장면입니다. ‘그럴 리 없어’와 ‘혹시 진짜면?‘이 뒤섞여 있지요.

② 친구의 놀라운 소식에

A: 민수랑 지현이 사귄대! B: 설마 (seolma)! 둘이 맨날 싸웠잖아.

여기서 설마는 거의 감탄사처럼 홀로 쓰여 “말도 안 돼!”라는 놀람을 나타냅니다.

③ 나쁜 예감이 들 때

지갑이 안 보여… 설마 (seolma) 아까 버스에 두고 내린 거야?

믿고 싶지 않은 가능성을 조심스레 입에 올리는 순간입니다.

존댓말·반말과 유사 표현 비교

설마 자체는 높임과 상관없는 부사라 문장 끝맺음으로 격식을 조절합니다.

  • 반말: 설마 그럴 리가 있겠어? (seolma geureol riga itgesseo?)
  • 존댓말: 설마 그럴 리가 있겠어요? (…itgesseoyo?)

비슷한 표현과도 견주어 볼까요.

  • 에이 (ei): 가볍게 부정할 때. “에이, 아니겠지”처럼 설마보다 불안이 옅습니다.
  • 아무리 그래도 (amuri geuraedo): ‘그래도 이 정도까지는’ 하고 한계를 긋는 표현.
  • 혹시 (hoksi): ‘혹시’는 순수한 가능성 타진이라 불안·기대의 색이 옅고, ‘설마’는 감정이 훨씬 진합니다.

문화 배경 — 드라마 속 ‘설마’

반전 장면에서 인물이 진실을 눈치채는 순간, 대본에는 어김없이 이 한마디가 등장합니다. 배신을 직감한 주인공이 상대를 향해 던지는 상황을 떠올려 보세요.

설마 너 지금 나를 도둑으로 의심하는 거니? —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 (krdict.korean.go.kr)

믿었던 사람에게 의심받는 억울함과 ‘그럴 리 없다고 말해 줘’ 하는 기대가 한 문장에 폭발하지요. 이렇게 설마는 놀람·의심·서운함·불안을 한 번에 실어 나르는, 감정의 압축 파일 같은 단어입니다. 그래서 한 마디만 잘 써도 원어민처럼 들립니다.

오늘의 퀴즈

친구가 “우리 팀 이번 결승 진출했대!”라고 소식을 전했습니다. 믿기지 않는 기쁜 놀람을 담아 설마를 넣어 대답한다면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요? (힌트: 반문 형태 ~겠어?를 활용해 보세요.)


이 글의 단어 뜻풀이와 예문은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krdict.korean.go.kr)에서 가져왔으며, 해당 부분(번역 포함)은 CC BY-SA 2.0 KR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배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