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 (wonjak) — 드라마 첫 화 자막에 늘 뜨는 그 말
원작
원작 (wonjak) 은 연극이나 영화의 대본으로 만들거나 다른 나라 말로 고치기 전의 원래 작품이라는 뜻이다. 한국 드라마를 틀면 1화가 시작되기 직전, 화면 구석에 작은 자막이 하나 뜬다. “이 드라마는 웹툰 《○○○》을 원작으로 합니다.” 그리고 방영 첫 주가 지나면 커뮤니티 게시판은 두 종류의 글로 반씩 나뉜다 — “원작이랑 너무 다르다”와 “원작에 진짜 충실하다”. 한국 콘텐츠 이야기에 한 마디라도 끼고 싶은 학습자에게 이 단어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중요한 건 원작 (wonjak) 이 혼자 설 수 있는 말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 말에는 반드시 짝이 있어야 한다. 뒤따라 나온 작품 — 드라마, 영화, 연극, 뮤지컬, 번역서 — 이 존재할 때에야 비로소 앞의 것이 ‘원작’이 된다. 소설을 막 탈고한 작가가 “제 원작을 소개합니다”라고 말하면 한국 사람 귀에는 어딘가 붕 뜬 소리로 들린다. 아직 각색된 것이 없으니 그건 그냥 ‘소설’이다. 뜻의 온도는 중립적이지만, 팬들의 입에 오르는 순간 이 말은 조용히 기준점 노릇을 한다. “원작보다 낫다”, “원작 훼손이다” — 평가의 자를 대는 자리에 늘 이 단어가 놓인다.
국립국어원 사전으로 확인하기
원작 「명사」 연극이나 영화의 대본으로 만들거나 다른 나라 말로 고치기 전의 원래 작품. —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 (krdict.korean.go.kr)
다른 언어 뜻풀이도 함께 실려 있다.
[en] original work; original — The original work before being turned into the script of a play or movie, or translated into a foreign language. [ja] げんさく【原作】 — 演劇や映画の脚本にしたり翻訳したりする前の、元の作品。 [es] original — Obra teatral o película producida directamente por su autor sin traducción en otro idioma o guión. [zh] 原作 — 创作成话剧或电影的剧本,或翻译成他国语言之前的原来的作品。 —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 (krdict.korean.go.kr)
※ 포르투갈어 뜻풀이는 사전에 실려 있지 않다. 아래는 우리가 직접 옮긴 번역이다 — obra original — a obra original, antes de ser adaptada para o roteiro de uma peça ou filme, ou traduzida para outro idioma.
사전에 실린 실제 사용 예문 중 네 개를 그대로 옮기고, 각각 어떤 자리에서 나올 법한 문장인지 붙여 둔다.
원작 소설의 인기가 그대로 드라마로 반영되기 때문이겠죠. —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 (krdict.korean.go.kr)
방송 관계자나 기자가 인터뷰에서 할 법한 말투다. 문장 끝의 ‘-겠죠’가 조심스러운 추측을 얹는다. 여기서 눈여겨볼 것은 원작 소설처럼 뒤에 장르 이름을 바로 붙여 쓰는 형태다. 실제 대화에서는 이 꼴이 압도적으로 많다 — 원작 소설, 원작 웹툰, 원작 만화, 원작 영화.
소설이 영화로 각색되면서 시나리오는 원작의 내용과 많이 달라졌다. —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 (krdict.korean.go.kr)
영화평이나 리뷰의 전형적인 문장이다. 각색 (gaksaek) 은 원작의 단짝 단어라서, 이 두 말은 거의 늘 한 문단 안에서 만난다. ‘A가 B로 각색되다’, ‘원작과 달라지다’ — 이 골격만 외워 두면 리뷰 한 편은 읽어 낼 수 있다.
연극을 흥미롭게 하기 위해 각색 과정에서 원작에 없던 등장인물이 추가되었다. —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 (krdict.korean.go.kr)
원작에 없던 — 팬 커뮤니티에서 하루에도 수백 번 쓰이는 표현이다. 원작에 없던 인물, 원작에 없던 장면, 원작에 없던 대사. 각색을 두고 벌어지는 논쟁은 대개 이 다섯 글자로 시작한다.
원작과 달리 개작된 작품에서는 주인공들이 행복한 결말을 맺는다. —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 (krdict.korean.go.kr)
결말이 바뀐 경우다. 개작 (gaejak) 은 각색보다 손을 더 크게 대는 쪽에 가깝다. 한국 드라마가 원작 소설의 비극적 결말을 해피엔딩으로 바꾸는 일은 실제로 드물지 않고, 그때마다 시청자는 정확히 이 문장 구조로 이야기한다.
실제 대화로 보기
상황: 토요일 오후, 동네 중고 서점 소설 코너. 에밀리가 요즘 보는 드라마의 바탕이 된 책을 찾으러 왔고, 준경이 따라왔다.
에밀리: 준경아, 찾았다! 나 이거 사러 온 거야. 요즘 보는 드라마 원작이래. Jun-kyung, found it! This is what I came for. They say it’s the original novel of the drama I’m watching.
준경: 어? 그거 소설이 먼저였어? 난 드라마가 처음인 줄 알았는데. Huh? That was a novel first? I thought the drama came first.
에밀리: 응. 근데 결말이 완전 다르대. 드라마는 해피엔딩인데 원작은 아니라던데? Yeah. But apparently the ending is totally different. The drama has a happy ending, but the original doesn’t.
준경: 야, 그럼 읽지 마. 다 알고 보면 김새잖아. Hey, then don’t read it. It ruins it if you already know everything.
에밀리: 아니야, 나는 꼭 원작까지 봐야 직성이 풀리더라고. No way, I’m not satisfied until I’ve read the original too.
준경: 하여튼 별나. 다 읽으면 나도 좀 빌려줘. You’re something else. Lend it to me when you’re done.
이렇게 쓰면 어색합니다
✗ (미술관에서 그림을 보며) 우와, 이게 그 화가 원작이구나! ✓ (미술관에서 그림을 보며) 우와, 이게 그 화가 원본이구나! / 진품이구나! → 원작은 각색이나 번역으로 ‘다시 만들어진 작품’이 따로 있을 때 쓰는 말이다. 눈앞의 그림이 복제품이 아니라 진짜라는 뜻이라면 원본 (wonbon) 이나 진품 (jinpum) 이 맞다. 원작이라고 하면 한국 사람은 “그럼 이걸 영화로 만들었나?” 하고 되묻게 된다.
✗ (시 낭송회에서) 제가 어제 쓴 원작 시를 읽어 드릴게요. ✓ (시 낭송회에서) 제가 어제 쓴 시를 읽어 드릴게요. / 제 자작시를 읽어 드릴게요. → 원작은 늘 ‘무엇의 원작’인지 짝을 요구한다. 파생된 작품이 없는데 이 말을 붙이면 뜻이 허공에 뜬다. 내가 직접 지었다는 뜻을 강조하고 싶으면 자작 (jajak) 을 쓴다.
상황별 활용 예문
1. 친구에게 드라마를 추천하면서 (반말) 이 드라마 웹툰이 원작이야. 원작도 진짜 재밌어. (i deurama weptuni wonjagiya. wonjakdo jinjja jaemisseo.) This drama is based on a webtoon. The original is really good too. → 가장 자주 쓰이는 형태다. ‘A가 원작이다’ 하나만 익혀 두면 웬만한 추천 대화는 굴러간다.
2. 영화가 기대에 못 미쳤을 때, 직장 동료에게 (존댓말) 원작을 너무 많이 잘라내서 조금 아쉬웠어요. (wonjageul neomu mani jallanaeseo jogeum aswiwosseoyo.) They cut too much from the original, so it was a bit disappointing. → 정면으로 “별로였다”고 하지 않고 ‘아쉽다’로 눌러 말하는 것이 한국식 완곡어법이다. 원작을 기준점으로 놓고 평가하는 전형적인 문장.
3. 서점 직원에게 물어볼 때 (존댓말) 혹시 그 드라마 원작 소설도 들어와 있나요? (hoksi geu deurama wonjak soseoldo deureowa innayo?) By any chance, do you have the original novel of that drama in stock? → 문장 앞의 ‘혹시’가 부탁의 문턱을 낮춰 준다. 이 한 마디만 붙여도 훨씬 부드럽게 들린다.
존댓말·반말과 비슷한 표현
원작은 명사라서 그 자체가 높임말이나 반말로 갈리지 않는다. 갈리는 것은 문장의 끝이다. 친구에게는 원작이야 (wonjagiya), 웃어른이나 처음 만난 사람에게는 원작이에요 (wonjagieyo), 발표나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원작입니다 (wonjagimnida) 를 쓴다.
헷갈리기 쉬운 이웃 단어들은 표로 갈라 두는 편이 낫다.
| 표현 | 온도·강도 | 쓰는 자리 |
|---|---|---|
| 원작 (wonjak) | 중립, 일상어 | 각색·번역된 작품이 따로 있을 때. 드라마·영화·웹툰 이야기의 기본어 |
| 원본 (wonbon) | 중립, 사물 쪽 | 사본·복사본이 있을 때. 문서·그림·파일 |
| 원저 (wonjeo) | 딱딱한 문어체 | 번역서의 바탕이 된 책. 출판 정보나 논문에서 |
| 원작자 (wonjakja) | 중립 | 작품이 아니라 사람을 가리킴. “원작자의 허락을 받다” |
| 오리지널 (orijineol) | 가볍고 캐주얼 | SNS·리뷰. “오리지널 버전이 낫다” 정도로 |
한 줄로 줄이면 이렇다. 옮겨 만든 작품이 있으면 원작, 베낀 사본이 있으면 원본, 사람을 가리키면 원작자.
문화 배경 — 웹툰이 원작인 나라
원작은 한자어다. 원(原, 근원 원)과 작(作, 지을 작)이 붙어 ‘근원이 되는 작품’이 된다. 같은 원(原)을 쓰는 말을 한 줄에 세워 보면 뜻이 저절로 잡힌다 — 원본(原本, 근원이 되는 책·문서), 원문(原文, 번역하기 전의 글), 원어(原語, 옮기기 전의 말). 이 한자는 한국·중국·일본이 함께 쓰기 때문에, 위 사전의 번역란에서도 일본어 原作(げんさく)과 중국어 原作이 글자 그대로 나타난다. 한자권 학습자에게는 공짜로 얻는 단어인 셈이다.
이 단어가 한국에서 유독 자주 들리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2010년대 이후 한국 드라마의 상당수가 웹툰과 웹소설에서 출발했다. 직장인의 하루를 그린 《미생》(tvN, 2014), 청년들의 창업기를 다룬 《이태원 클라쓰》(JTBC, 2020), 학교를 배경으로 한 《지금 우리 학교는》(넷플릭스, 2022) — 모두 웹툰이 먼저 있었고 드라마가 나중에 왔다. 그래서 한국 시청자에게는 작품을 두 번 만나는 일이 아주 익숙하다. 원작으로 한 번, 드라마로 또 한 번.
두 번 만나다 보니 비교가 문화가 되었다. 방영 중에는 ‘원작 팬’과 ‘드라마 시청자’가 서로 다른 언어로 이야기한다. 원작 팬은 “원작에 없던 인물이 왜 나오냐”고 하고, 드라마 시청자는 “각색이 잘돼서 더 낫다”고 한다. 여기서 나온 말이 원작 훼손 (wonjak hweson) — 각색이 원래 이야기를 망쳤다는 뜻의, 꽤 날 선 표현이다. 반대쪽에는 칭찬의 말인 원작에 충실하다 (wonjage chungsilhada) 가 있다. 한국 드라마를 보며 한국어를 익히는 사람이라면, 자막보다 먼저 댓글창에서 이 두 표현을 만나게 될 것이다.
오늘의 퀴즈
다음 중 원작 (wonjak) 을 바르게 쓴 문장은?
① 이 계약서는 복사본이 아니라 원작입니다. ② 그 드라마는 일본 만화가 원작이에요. ③ 제가 어제 처음 쓴 원작 시를 읽어 드릴게요.
정답 보기
정답: ②
만화가 먼저 있었고 드라마가 그것을 옮겨 만들었으니, 만화가 원작이 된다. ①은 사본과 짝을 이루는 말이므로 원본이 맞다. ③은 아직 각색된 작품이 없어서 원작이라는 말이 성립하지 않는다 — 그냥 “제가 쓴 시”라고 하면 된다.
이 글의 단어 뜻풀이와 예문은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krdict.korean.go.kr)에서 가져왔으며, 해당 부분(번역 포함)은 CC BY-SA 2.0 KR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배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