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윷놀이 (yunnori) — 설날 거실 바닥이 가장 시끄러워지는 순간

윷놀이

**윷놀이 (yunnori)**는 편을 갈라 교대로 윷을 던져 윷판 위의 말을 움직여 승부를 겨루는 놀이라는 뜻이다. 준비물은 나무 막대 넷과 말판 하나가 전부인데, 이 단순한 놀이가 시작되는 순간 조용하던 거실이 갑자기 시끄러워진다.

설날 오후를 떠올려 보자. 떡국 상을 물리고, 거실 바닥에 담요를 깔고, 그 위에 말판을 편다. 어른들은 소파에 걸터앉아 훈수를 두고, 아이들은 윷가락이 담요 밖으로 튀어 나갈 때마다 소리를 지른다. 한국에서 명절을 한 번이라도 보낸 사람은 윷놀이를 규칙보다 이 소리로 먼저 기억한다. 그래서 윷놀이는 단어 하나라기보다 장면 하나에 가깝다.

윷가락은 한쪽 면이 평평하고 한쪽 면은 둥글다. 넷을 던져 평평한 면이 위로 몇 개 나왔느냐로 이름과 칸 수가 정해진다.

  • 평평한 면 1개 → 도 (do), 한 칸
  • 2개 → 개 (gae), 두 칸
  • 3개 → 걸 (geol), 세 칸
  • 4개 → 윷 (yut), 네 칸
  • 0개(전부 둥근 면) → 모 (mo), 다섯 칸

윷이나 모가 나오면 한 번 더 던진다. 상대편 **말 (mal)**을 잡아도 한 번 더 던진다. 그래서 다 이긴 것 같던 판이 마지막 한 번에 통째로 뒤집힌다. 윷놀이가 명절마다 살아남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 실력이 거의 필요 없어서 다섯 살 조카와 여든 살 할머니가 같은 편에서 진짜로 겨룰 수 있다.

여기서 학습자가 한 번은 걸리는 지점이 있다. **윷 (yut)**은 나무 막대 넷을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고, 그 넷을 던져 나온 결과 중 하나(네 칸)를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다. 판이 벌어지면 누군가 소리친다 — 윷이야! (yusiya!) 이건 도구를 말하는 게 아니라 네 칸짜리 결과가 나왔다는 뜻이다.

자주 붙어 다니는 말들도 통째로 익혀 두면 좋다. 윷놀이를 하다 (yunnorireul hada), 윷놀이에서 이기다·지다 (yunnorieseo igida·jida), 윷판을 펴다 (yutpaneul pyeoda), 윷을 던지다 (yuseul deonjida), 말을 업다 (mareul eopda, 말 두 개를 겹쳐 함께 움직이다), 말을 잡다 (mareul japda, 상대 말을 쳐서 출발점으로 돌려보내다).

국립국어원 사전으로 확인하기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은 윷놀이를 이렇게 풀이한다.

윷놀이 「명사」 편을 갈라 교대로 윷을 던져 윷판 위의 말을 움직여 승부를 겨루는 놀이. —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 (krdict.korean.go.kr)

뜻풀이의 첫 두 글자가 편을 갈라라는 점을 눈여겨보자. 이 놀이의 정의 안에 이미 ‘편’이 들어 있다. 혼자 앉아 윷을 던지는 것은 정의상 윷놀이가 아니다.

같은 사전의 다국어 대역은 다음과 같다.

[en] yunnori — playing yut; game of yut: A game in which players compete with pieces to reach the finish line first, as they throw a set of four yut sticks and move the pieces. [ja] ユンノリ — チーム分けして交互にユッを投げて、ユッパン上の駒を動かして勝負を競う遊び。 [es] yunnori, juego del yut — Juego tradicional coreano que consiste en lanzar dados para mover las piezas sobre la tabla de acuerdo al número indicado por los dados y llegar primero al punto de partida para ganar. [zh] 掷柶游戏,柶戏,掷柶戏,翻板子游戏,尤茨游戏 — 一种游戏,游戏双方分别投掷半圆形木棍做成的毂子,根据出现的点数来移动棋子,以此来决出胜负。 —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 (krdict.korean.go.kr)

포르투갈어 대역은 이 사전에 실려 있지 않아, 아래 한 줄은 우리가 직접 옮긴 번역임을 밝혀 둔다.

  • [pt] yunnori — jogo tradicional coreano em que duas equipes se revezam lançando quatro varetas de madeira e movem suas peças pelo tabuleiro; vence quem completar a volta primeiro. (자체 번역)

이제 사전이 싣고 있는 실제 사용 예문을 보자. 아래 네 문장은 모두 사전 원문 그대로다.

민준이는 모나 윷은 한 번도 못 던지고 계속 개만 던져 윷놀이에서 꼴찌를 했다. —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 (krdict.korean.go.kr)

운이 지독하게 안 풀린 사람을 묘사하는 문장이다. 다섯 칸짜리 모, 네 칸짜리 윷은 한 번도 안 나오고 두 칸짜리 개만 계속 나왔다는 것. 실제 판에서 가장 흔한 한탄이라 통째로 외워 둘 만하다 — 계속 개만 나와 (gyesok gaeman nawa).

나는 윷놀이에서 세 칸 앞에 있던 상대 팀 말을 걸로 잡았다. —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 (krdict.korean.go.kr)

윷놀이의 심장인 ‘잡기’가 나오는 문장이다. 세 칸 앞에 상대 말이 있을 때 정확히 세 칸짜리 걸이 나오면 그 말을 출발점으로 돌려보낼 수 있다. 이때 거실에서 비명이 터진다.

설날인데 가족끼리 윷놀이를 하는 게 어떨까? —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 (krdict.korean.go.kr)

권유하는 말투다. 명절에 어색하게 앉아 있는 식구들을 움직이는 가장 흔한 한마디이기도 하다. ‘-는 게 어떨까?‘는 반말이지만 부드럽게 제안하는 형태라 또래나 가까운 가족에게 쓴다.

설을 맞아 민속촌에서 윷놀이, 연날리기, 널뛰기 등 다채로운 민속놀이 체험 행사가 열린다. —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 (krdict.korean.go.kr)

이번엔 개인이 아니라 행사 안내문의 문장이다. 윷놀이가 연날리기 (yeonnalligi, 연 날리기), **널뛰기 (neolttwigi, 시소처럼 널빤지 양끝에서 번갈아 뛰어오르는 놀이)**와 나란히 묶여 ‘민속놀이’로 소개된다. 뉴스나 포스터에서 윷놀이를 만나면 대개 이런 문장 안에서다.

실제 대화로 보기

상황: 설날 오후. 떡국 상을 막 치우고 거실 바닥에 담요를 펴는 중이다. 곧 사촌들이 도착한다.

준경: 상 다 치웠으면 담요 좀 깔아 줘. 사촌들 오면 바로 윷놀이 시작할 거야. If you’re done clearing the table, spread the blanket out. When my cousins get here we’re starting yut right away.

에밀리: 아, 편 짜는 거 있잖아. 나 작년에 도만 나와서 꼴찌 했단 말이야. Ugh, about the teams — last year I only ever rolled “do” and came in dead last.

준경: 그러니까 올해는 나랑 같은 편 해. 던지는 법 알려 줄게. So be on my team this year. I’ll teach you how to throw.

에밀리: 던지는 법이 어딨어. 윷놀이는 그냥 운이지. There’s no “how to throw.” Yut is pure luck.

준경: 야, 그 말 어머니 앞에서는 하지 마. 우리 어머니 윷놀이 지면 삼 일 가. Hey, don’t say that in front of my mom. When she loses at yut she sulks for three days.

에밀리: …나 그냥 말만 옮길게. …I’ll just move the pieces then.

이렇게 쓰면 어색합니다

윷놀이를 던졌는데 모가 나왔어. ✓ 을 던졌는데 모가 나왔어. → 윷놀이는 놀이 전체의 이름이고, 손으로 던지는 것은 나무 막대 넷, 즉 윷이다. 놀이를 던질 수는 없다. 판 안에서 오가는 말은 거의 다 ‘윷’이다 — 윷 던져, 윷 굴러갔다, 윷이야!

✗ 어제 심심해서 혼자 윷놀이 했어. ✓ 어제 심심해서 혼자 윷 던지기 연습했어. → 사전 뜻풀이가 ‘편을 갈라’로 시작한다는 점을 기억하자. 윷놀이는 편이 있어야 성립하는 말이라, 혼자 앉아 막대를 던진 상황에 붙이면 한국 사람 귀에는 어딘가 쓸쓸하고 어색하게 들린다.

상황별 활용 예문

① 큰집 거실에서 어른께 한 판 권할 때

작은아버지, 저희랑 윷놀이 한 판 하실래요? 편은 남자 여자로 가르고요. (jageunabeoji, jeohuirang yunnori han pan hasillaeyo? pyeoneun namja yeojaro gareugoyo.)

Uncle, want to play a round of yut with us? Let’s split into a men’s team and a women’s team.

어른께 권하는 자리라 **-하실래요?**를 쓴다. 그리고 편을 가르는 기준을 함께 말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실제 명절 자리에서는 남자/여자, 어른/아이, 시댁 식구/며느리·사위 식으로 편을 가른다. 편 가르기 자체가 놀이의 절반이다.

② 회사 워크숍 진행자가 안내할 때

오후 첫 순서는 팀별 윷놀이입니다. 진 팀이 저녁 설거지 담당이에요. (ohu cheot sunseoneun timbyeol yunnoriimnida. jin timi jeonyeok seolgeoji damdangieyo.)

The first item this afternoon is a team yut tournament. The losing team is on dish duty tonight.

윷놀이가 명절 밖으로 나온 대표적인 자리다. 회사 워크숍, 대학 MT, 교회 수련회, 어르신 복지관 행사에서 아이스브레이킹으로 자주 쓰인다. 규칙 설명이 삼십 초면 끝나고, 처음 만난 사람끼리도 같은 편이 되면 바로 소리를 지르게 되기 때문이다. 공식 안내라 -입니다 / -예요 를 썼다.

③ 판이 뒤집히기 직전, 친구에게 반말로

한 칸만 더 가면 나는데 걸로 잡혔어. 윷놀이는 진짜 끝날 때까지 모르는 거야. (han kanman deo gamyeon naneunde geollo japyeosseo. yunnorineun jinjja kkeutnal ttaekkaji moreuneun geoya.)

One more space and I’d have finished, but they caught me with a “geol.” With yut you really never know until it’s over.

말이 판을 다 돌아 밖으로 나오는 것을 **나다 (nada)**라고 한다. 다 나온 줄 알았던 말이 마지막에 잡히는 순간이 윷놀이에서 가장 시끄러운 장면이다.

존댓말·반말과 비슷한 표현

윷놀이는 명사라서 그 자체에 높임이 없다. 높임은 뒤에 붙는 동사에서 갈린다. 친구에게는 윷놀이 하자 (yunnori haja), 어른께는 윷놀이 하실래요? (yunnori hasillaeyo?) 또는 조금 더 격식 있게 윷 한 판 하시죠 (yut han pan hasijyo). 명절에 어른께 권할 때 이 세 가지면 충분하다.

비슷해 보이지만 자리가 다른 말들을 견주어 보자.

표현온도·강도쓰는 자리
윷놀이 (yunnori)중립. 놀이 전체의 표준 이름어디서나. 사전·뉴스·안내문·일상 대화 모두
윷 (yut)판 안의 말. 도구이자 결과 이름놀이가 진행되는 중에. 윷 던져, 윷이야!
윷 한 판 (yut han pan)가볍고 권하는 온도가족·또래에게 제안할 때. 우리 윷 한 판 할까?
민속놀이 (minsongnori)격식 있는 묶음말, 살짝 딱딱함행사 포스터·기사. 놀이 도중에는 안 씀

놀이가 벌어지는 동안 계속 윷놀이라고 부르면 어색하다. 판이 시작되면 사람들은 그냥 윷이라고 부른다. 윷놀이라는 온전한 이름은 놀이 밖에서, 그 놀이를 가리켜 말할 때 쓴다.

문화 배경 — 담요 한 장이면 열리는 판

윷놀이의 자리는 원래 마당과 마을 회관이었다. 사전 예문에도 그 흔적이 남아 있다 — 마당에 큰 말판을 놓고, 정월을 맞아 마을 회관에 모여서. 정월 초하루부터 대보름까지, 농사가 쉬는 겨울 한복판이 윷놀이의 계절이었다. 지금은 마당이 아파트 거실로 바뀌었을 뿐, 담요 한 장과 막대 넷이면 판이 열린다는 점은 그대로다.

윷놀이가 명절 놀이의 자리를 지킨 이유는 분명하다. 첫째, 배우는 데 삼십 초면 된다. 둘째, 실력이 거의 개입하지 않아 세대와 나이가 완전히 섞인다. 셋째, 편을 갈라 하기 때문에 평소에 말 한마디 안 하던 친척과도 갑자기 한편이 된다. 명절에 어색하게 앉아 있던 사람들을 가장 빨리 섞어 놓는 장치가 이 놀이다.

도·개·걸·윷·모라는 이름의 유래에 대해 가장 널리 알려진 설명은 이것이 각각 돼지·개·양·소·말을 가리킨다는 것이다. 걸음이 느린 짐승부터 빠른 짐승 순으로 칸 수가 늘어난다는 풀이인데, 정설로 못 박힌 것은 아니니 ‘이런 이야기가 전해 온다’ 정도로 알아 두는 편이 좋다. 다만 이 설을 한 번 들으면 도가 왜 한 칸이고 모가 왜 다섯 칸인지 훨씬 쉽게 외워진다.

한국 드라마의 명절 회차에서 윷놀이 장면은 거의 공식에 가깝다. 온 가족이 거실 바닥에 둘러앉고, 편을 가르는 과정에서 이미 신경전이 시작되고, 결국 누군가 판을 엎으며 오래 묵은 이야기가 터져 나온다. 작가들이 이 장면을 즐겨 쓰는 이유도 같다 — 윷놀이는 서열도 나이도 잠깐 지워 버리는 자리라, 평소에 못 하던 말이 나오기 딱 좋은 판이기 때문이다.

한국인 친구 집에 명절에 초대받았다면, 규칙을 다 몰라도 괜찮다. 담요 앞에 앉아 윷 네 개를 받아 들고 던지기만 하면 그다음은 옆에서 다 알려 준다. 그게 이 놀이의 방식이다.

오늘의 퀴즈

에밀리가 설날에 준경이네 큰집에 갔다. 어른들이 거실에 담요를 깔고 말판을 펴신다. 준경이 나무 막대 넷을 건네며 ‘네가 먼저 던져’라고 한다. 이때 에밀리가 할 말로 가장 자연스러운 것은?

① 제가 먼저 윷놀이를 던질게요. ② 제가 먼저 을 던질게요. ③ 제가 먼저 말판을 던질게요.

정답: ②

손으로 던지는 것은 나무 막대 넷, 곧 윷이다. ①처럼 놀이 이름을 던질 수는 없고, ③의 말판은 바닥에 펴 놓는 판이라 던지면 큰일 난다. 어른들 앞이라 -ㄹ게요로 정중하게 말한 점도 함께 봐 두자.


이 글의 단어 뜻풀이와 예문은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krdict.korean.go.kr)에서 가져왔으며, 해당 부분(번역 포함)은 CC BY-SA 2.0 KR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배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