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글

도련님 — 사극에서만 쓰는 말이 아닙니다

도련님

도련님 (doryeonnim) 은 결혼하지 않은 남자를 높여 이르는 말이자, 남편의 결혼하지 않은 남동생을 가리키거나 부르는 호칭이라는 뜻이다. 한국 드라마를 보다 보면 두 가지 얼굴로 만나게 된다. 하나는 사극에서 하인이 갓 쓴 젊은 주인을 부를 때, 또 하나는 며느리가 시댁 현관에서 남편 동생과 눈이 마주쳤을 때다. 첫 번째는 옛말처럼 들리지만, 두 번째는 지금도 명절 아침마다 전국의 거실에서 살아 움직인다.

한국어를 배우는 사람에게 이 단어가 어려운 이유는 뜻이 어려워서가 아니다. 나이가 아니라 자리가 정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나보다 열 살 어린 남자에게도 “님”을 붙여 불러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 형의 아내(형수)는 남편의 미혼 남동생을 도련님 (doryeonnim) 이라고 부르고, 그 남동생은 형수를 형수님 (hyeongsunim) 이라고 부른다. 서로 높이는 짝이 정해져 있는 것이다.

온도로 말하자면 도련님은 따뜻한 말이 아니라 정중하고 조금 거리 있는 말이다. 애정을 담아 부르는 말이 아니라, 관계의 자리를 정확히 표시하는 말이다. 그래서 친해진 뒤에도 이 호칭은 잘 바뀌지 않는다. 다만 하나 바뀌는 순간이 있다 — 그 사람이 결혼하는 날이다. 결혼하면 도련님에서 서방님 (seobangnim) 으로 갈아탄다. 사전 뜻풀이에 “결혼하지 않은”이라는 조건이 붙어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립국어원 사전으로 확인하기

도련님 「명사」

  1. (높임말로) 결혼하지 않은 남자. [en] young gentleman — (honorific) An unmarried man. [ja] ぼっちゃん【坊ちゃん】。わかだんな【若旦那】 — 結婚していない男子の尊敬語。 [es] doryeonnim, soltero — (EXPRESIÓN DE RESPETO) Hombre que no está casado. [zh] 公子,少爷 — (尊称)未婚的男子。 —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 (krdict.korean.go.kr)

도련님 「명사」 2. (높이는 말로) 남편의 결혼하지 않은 남동생을 이르거나 부르는 말. [en] younger brother-in-law — (polite form) A word used to refer to or address an unmarried younger brother of one’s husband. [ja] トリョンニム — 結婚していない夫の弟を敬っていう語。 [es] doryeonnim, cuñado, hermano político — (EXPRESIÓN DE RESPETO) Hermano menor soltero del esposo. [zh] 小叔子 — (敬语)用于指称或称呼丈夫未结婚的弟弟。 —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 (krdict.korean.go.kr)

사전에 포르투갈어 뜻풀이는 실려 있지 않다. 포르투갈어권 독자를 위해 아래 번역을 덧붙이되, 이것은 사전 내용이 아니라 우리가 직접 옮긴 자체 번역임을 밝힌다.

  • [pt] doryeonnim — (forma de tratamento respeitosa) homem solteiro; irmão mais novo e solteiro do marido. (자체 번역 / tradução nossa)

아래는 사전이 제시한 실제 사용 예문이다. 각 예문 뒤에 어떤 상황에서 나온 말인지 풀어 두었다.

부잣집 도련님으로 귀하게 자란 김 씨는 사업이 망하고 남의 집에서 더부살이를 하는 신세가 되자 자존심이 무척 상했다. —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 (krdict.korean.go.kr)

첫 번째 뜻이 그대로 살아 있는 문장이다. 부잣집 도련님 (bujatjip doryeonnim) 은 “돈 걱정 없이 곱게 자란 젊은 남자”를 그리는 말이다. 여기서는 그 사람이 몰락한 뒤의 이야기라서, ‘도련님’이라는 단어가 지금의 처지와 부딪히며 대비를 만들어 낸다. 드라마에서 재벌 2세가 빈털터리가 되는 장면의 자막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문장이다.

도련님이 집안에서 반대하는 여자와 결혼을 하겠다고 해서 어머님의 근심이 크셔. —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 (krdict.korean.go.kr)

두 번째 뜻이다. 말하는 사람은 며느리, 듣는 사람은 아마 남편이거나 손윗동서일 것이다. 어머님 (eomeonim) 이라는 호칭이 함께 나오는 데 주목하자. 시어머니를 ‘어머님’이라 부르는 사람만이 그 집 아들을 ‘도련님’이라 부른다. 즉 이 한 문장 안에 화자가 누구인지가 다 들어 있다.

막내 도련님. —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 (krdict.korean.go.kr)

미혼 시동생이 여럿일 때 구별해서 부르는 방식이다. 막내 (maknae) 는 형제 중 가장 어린 사람을 뜻하니, 시동생이 둘 이상이면 ‘큰 도련님, 작은 도련님, 막내 도련님’처럼 앞에 말을 붙여 나눈다.

도련님을 두다. —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 (krdict.korean.go.kr)

사전이 보여 주는 짧은 연결형이다. 두다 (duda) 는 여기서 “가족으로 있다”는 뜻이라, ‘도련님을 두다’는 “미혼인 시동생이 있다”는 상태를 가리킨다. 회화보다는 설명하는 글에서 만나는 형태다.

실제 대화로 보기

상황: 설 연휴 첫날 아침. 시댁으로 가는 차 안, 준경이 운전하고 에밀리는 조수석에서 휴대폰 메모를 들여다보고 있다.

에밀리: 야, 나 또 헷갈려. 너희 동생 민호, 내가 뭐라고 불러야 되지? Hey, I’m mixed up again. Your brother Minho — what am I supposed to call him?

준경: 아직 결혼 안 했으니까 도련님. 그냥 “도련님, 오셨어요?” 하면 돼. He’s not married yet, so “doryeonnim.” Just say, “Doryeonnim, you’re here?”

에밀리: 걔 나보다 여섯 살 어린데? 어린애한테 님을 붙이라고? He’s six years younger than me. I have to put “-nim” on a kid?

준경: 나이가 아니라 자리야. 대신 걔도 너한테 형수님이라고 하잖아. It’s not age, it’s position. Besides, he calls you “hyeongsunim” too.

에밀리: 아, 그럼 민호 결혼하면 계속 도련님이야? Ah, so once Minho gets married, is he still “doryeonnim”?

준경: 아니, 그때부턴 서방님. 우리 엄마가 그건 진짜 칼같이 따져. No, from then on it’s “seobangnim.” My mom is dead serious about that one.

이렇게 쓰면 어색합니다

✗ (카페 젊은 남자 직원에게) 도련님, 여기 물 좀 주세요. ✓ (카페 젊은 남자 직원에게) 저기요, 여기 물 좀 주세요. → 도련님은 집안 안쪽에서 자리를 표시하는 호칭이지, 모르는 젊은 남자를 부르는 말이 아니다. 밖에서 쓰면 사극 흉내를 내거나 놀리는 것처럼 들린다.

✗ (남편의 형에게) 도련님, 오시느라 고생하셨어요. ✓ (남편의 형에게) 아주버님, 오시느라 고생하셨어요. → 도련님은 남편보다 손아래인 남동생에게만 쓴다. 형에게 쓰면 손위 사람을 손아래로 내려 부른 셈이 되어 그 자리 공기가 순식간에 굳는다. 한국의 가족 호칭에서 위아래를 바꿔 부르는 실수는 문법 실수보다 훨씬 크게 받아들여진다.

상황별 활용 예문

1) 부부가 저녁을 먹으며 시동생 생일 선물을 의논하는 상황

여보, 이번 주에 도련님 생일인데 선물 뭐 하지? (yeobo, ibeon jue doryeonnim saengirinde seonmul mwo haji?) Honey, it’s doryeonnim’s birthday this week — what should we get him?

남편에게 하는 말이라 반말이지만, 시동생을 가리키는 자리에는 그대로 ‘도련님’이 들어간다. 옆에 없어도, 편한 사이에 말해도 호칭은 바뀌지 않는다.

2) 시댁 어른 칠순 잔치, 늦게 도착한 시동생에게 자리를 안내하는 상황

도련님, 여기 자리 맡아 뒀어요. 이쪽으로 앉으세요. (doryeonnim, yeogi jari maga dwosseoyo. ijjogeuro anjeuseyo.) Doryeonnim, I saved you a seat. Please sit over here.

나보다 나이가 어려도 문장 전체가 존댓말로 간다. ‘도련님’을 부르고 나서 반말로 이어지면 호칭과 말투가 어긋나 오히려 이상하게 들린다.

3) 친구가 라면도 못 끓인다고 해서 놀리는 상황

너 진짜 도련님처럼 자랐구나. 라면도 못 끓여? (neo jinjja doryeonnimcheoreom jarannguna. ramyeondo mot kkeuryeo?) You really were raised like a young master. You can’t even make ramyeon?

첫 번째 뜻에서 갈라져 나온 가벼운 놀림이다. 여기서 도련님은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히고 자란 남자”를 가리킨다. 친구 사이에서만 쓰고, 윗사람에게는 절대 쓰지 않는다.

존댓말·반말과 비슷한 표현

표현온도·강도쓰는 자리
도련님 (doryeonnim)높임. 정중하고 조금 거리 있음남편의 미혼 남동생에게. 사극 속 젊은 주인에게
서방님 (seobangnim)높임. 도련님과 같은 급남편의 결혼한 남동생에게
아주버님 (ajubeonim)높임. 가장 조심스러움남편의 형에게
처남 (cheonam)높임 없음. 편안함아내의 남동생에게, 남편이 부름
총각 (chonggak)격식 없고 친근함모르는 젊은 미혼 남자에게, 손윗사람이 씀

표를 세로로 훑어보면 한국 가족 호칭의 구조가 보인다. 결혼 여부가 도련님과 서방님을 가르고, 손위냐 손아래냐가 아주버님과 도련님을 가른다. 그리고 마지막 줄의 처남을 보면 또 하나가 보인다 — 남편이 아내의 남동생을 부를 때는 ‘님’이 붙지 않는다는 것.

문화 배경 — 호칭이 자리를 정한다

도련님도령 (doryeong) 에 높임의 ‘님’이 붙어 만들어진 말이다. 사전은 도련님을 ‘도령’의 높임말로 풀이한다. 도령은 결혼하지 않은 젊은 남자를 대접해 이르던 말이니, 도련님은 그 위에 한 겹 더 예를 얹은 셈이다. 사극에서 하인들이 주인집 아들을 부르던 말이 그대로 굳어 남았고, 요즘 드라마에서는 재벌집 아들 캐릭터에게 비서나 집사가 붙이는 말로 자주 등장한다. 시청자에게 “이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위에 있었다”는 정보를 대사 한 단어로 전달하는 장치다.

두 번째 뜻은 결이 다르다. 이쪽은 며느리가 시댁 식구를 부르는 호칭 체계의 한 칸이다. 시아버지는 아버님, 시어머니는 어머님, 남편의 형은 아주버님, 남편의 누나는 형님, 남편의 미혼 여동생은 아가씨, 그리고 남편의 미혼 남동생이 도련님이다. 결혼과 동시에 이 이름표들을 한꺼번에 외워야 하니, 한국에서 결혼하는 외국인 며느리들이 가장 먼저 부딪히는 벽이기도 하다.

다만 요즘은 이 체계가 조용히 흔들리고 있다. 아내의 남동생은 ‘처남’으로 편하게 부르는데 남편의 남동생은 ‘도련님’으로 높여 불러야 한다는 비대칭이 여러 차례 지적되어 왔고, 이름이나 “○○ 씨”로 서로 부르기로 합의하는 집도 늘고 있다. 그러니 이 단어를 배울 때는 두 가지를 함께 알아 두는 편이 좋다 — 뜻과 쓰는 자리, 그리고 이 말이 지금 논의의 한가운데 있다는 사실. 드라마에서 며느리가 “도련님” 하고 부르는 장면을 볼 때, 그 말투에 담긴 미세한 긴장을 읽어 낼 수 있다면 자막보다 한 걸음 더 들어간 것이다.

오늘의 퀴즈

결혼한 지 1년 된 에밀리가 시댁에 갔다. 남편에게는 결혼한 형과 아직 미혼인 남동생이 있다. 에밀리가 남편의 미혼 남동생을 부를 때 알맞은 말은?

① 아주버님 ② 도련님 ③ 처남 ④ 총각

정답: ② — 남편의 결혼하지 않은 남동생은 도련님 (doryeonnim) 이다. ①은 남편의 형에게 쓰는 말이고, ③은 남편이 아내의 남동생을 부르는 말이라 방향이 반대다. ④는 집안 밖에서 모르는 젊은 남자에게 쓰는 말이다. 참고로 이 도련님이 결혼하는 순간 호칭은 서방님 (seobangnim) 으로 바뀐다.

이 글의 단어 뜻풀이와 예문은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krdict.korean.go.kr)에서 가져왔으며, 해당 부분(번역 포함)은 CC BY-SA 2.0 KR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배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