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볼 때 가슴이 답답하다면? 오늘의 표현 '고구마'
드라마를 보다가 주인공이 오해를 풀지 못하고, 하고 싶은 말을 꾹 참고, 나쁜 사람에게 당하고만 있을 때가 있죠. 그 순간 시청자의 가슴은 콱 막힙니다. 물 없이 고구마를 급하게 삼킨 것처럼요. 그래서 한국 드라마 팬들은 이런 답답한 전개를 두고 “고구마 (goguma)” 라고 부릅니다. 오늘은 채소 이름을 넘어 감정을 표현하는 단어가 된 이 재미있는 표현을 파헤쳐 봅니다.
고구마
고구마 (goguma) 는 원래 껍질이 갈색이고 속은 노란, 달콤한 뿌리채소를 뜻합니다. 영어로는 sweet potato죠. 그런데 이 고구마에는 한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퍽퍽해서 물 없이 먹으면 목이 메고 가슴이 답답해진다는 점이에요.
바로 이 느낌에서 새로운 뜻이 생겨났습니다. 드라마나 이야기의 전개가 시원하게 풀리지 않고 답답하게 (dapdaphage) 꽉 막혀 있을 때, 그리고 그런 답답함을 주는 인물을 가리켜 “고구마”라고 부르게 된 것이죠. 반대로 통쾌하고 시원한 전개는 톡 쏘는 탄산음료에 빗대어 사이다 (saida) 라고 합니다. 두 단어는 늘 짝을 이루어 쓰입니다.
국립국어원 사전으로 확인하기
먼저 국립국어원 사전이 알려 주는 본래 뜻을 봅시다.
고구마 (명사): 껍질이 갈색 또는 붉은 색으로 속살은 노르스름하고 맛은 달면서 구수한, 식물의 뿌리. [en] sweet potato; yam / [es] batata, boniato, camote / [zh] 红薯,甘薯 —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 (krdict.korean.go.kr)
(포르투갈어 번역은 사전에 없어, 학습자를 위해 자체 번역을 덧붙입니다: [pt] batata-doce.)
사전이 제공하는 실제 예문도 살펴볼까요.
어머니는 공부하는 아이에게 빵이나 고구마 같은 간식거리를 챙겨 주셨다. —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 (krdict.korean.go.kr)
밤늦게 공부하는 아이에게 엄마가 챙겨 주는 소박한 간식이 바로 고구마입니다. 한국에서 고구마는 겨울철 대표 간식이에요.
난 단 고구마보다는 담백한 감자가 더 좋아. —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 (krdict.korean.go.kr)
고구마와 감자는 늘 비교되는 짝꿍입니다. 단맛을 좋아하면 고구마, 담백한 맛을 좋아하면 감자를 고르죠.
너는 감자랑 고구마랑 어떤 게 더 좋아? —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 (krdict.korean.go.kr)
친구끼리 취향을 묻는 편한 반말 문장입니다. 일상 대화에서 자주 나오는 자연스러운 질문이에요.
이게 바로 새로 개발된 개량종 고구마란다. —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 (krdict.korean.go.kr)
품종을 자랑스럽게 소개하는 어른의 말투(“-란다”)가 담긴 문장입니다.
상황별 활용 예문
이제 드라마 팬들이 쓰는 비유적 의미로 직접 문장을 만들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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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드라마 진짜 고구마야. 답답해서 못 보겠어. (i deurama jinjja gogumaya. dapdaphaeseo mot bogesseo.) → 전개가 너무 답답할 때, 친구에게 반말로 불평하는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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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이 3회 내내 고구마 백 개 먹은 것처럼 답답하게 굴어요. (juingongi 3hoe naenae goguma baek gae meogeun geotcheoreom dapdaphage gureoyo.) → “고구마 백 개”는 답답함을 강조하는 과장된 관용 표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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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사이다 전개다! 고구마 구간 끝났어. (deudieo saida jeongaeda! goguma gugan kkeutnasseo.) → 답답한 구간이 끝나고 통쾌해진 순간의 기쁨을 나타냅니다.
존댓말·반말과 유사 표현 비교
친구에게는 “완전 고구마야 (wanjeon gogumaya)” 처럼 반말로, 예의를 갖출 때는 “조금 고구마 같은 전개네요 (jogeum goguma gateun jeongaeneyo)” 처럼 존댓말로 씁니다. 비슷한 감정을 나타내는 표준어로는 답답하다 (dapdaphada), 속 터지다 (sok teojida, 속이 터질 듯 답답하다) 가 있어요. “고구마”는 이 감정을 귀엽고 가볍게 표현한 신조어라고 보면 됩니다.
문화 배경
이 표현은 특히 ‘착하기만 하고 자기 목소리를 못 내는’ 답답한 주인공이 나오는 드라마에서 폭발적으로 쓰였습니다. 시청자들은 실시간 댓글창에 “고구마”를 도배하며 답답함을 공유하죠. 그래서 요즘 드라마는 일부러 주인공이 시원하게 반격하는 사이다 (saida) 장면을 넣어 균형을 맞춥니다. 극 중 인물이 참다못해 통쾌하게 쏘아붙이는 장면은 대표적인 ‘사이다 대사’로 회자되곤 합니다.
오늘의 퀴즈
친구가 드라마를 보며 “아, 진짜 고구마다!”라고 외쳤습니다. 이 친구의 기분으로 가장 알맞은 것은? ① 전개가 통쾌하고 시원하다 ② 전개가 답답하고 속이 막힌다 ③ 배가 고파 고구마가 먹고 싶다
정답: ② (가슴이 콱 막히는 답답함을 뜻합니다.)
이 글의 단어 뜻풀이와 예문은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krdict.korean.go.kr)에서 가져왔으며, 해당 부분(번역 포함)은 CC BY-SA 2.0 KR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배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