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seollal) — 떡국 한 그릇에 나이 한 살이 붙는 날
설날
**설날 (seollal)**은 음력 1월 1일, 한 해가 새로 시작되는 것을 기리는 한국의 가장 큰 명절이라는 뜻이다. 양력 1월 1일이 아니라 음력을 따르기 때문에 날짜가 해마다 옮겨 다닌다 — 어떤 해는 1월 하순, 어떤 해는 2월 중순이다. 그래서 한국에 사는 외국인들은 새해 인사를 두 번 하게 된다. 1월 1일에 한 번, 그리고 몇 주 뒤에 또 한 번.
설날이 다가오는 건 달력보다 거리에서 먼저 알아챈다. 마트 입구에 선물 세트가 탑처럼 쌓이고, 뉴스는 귀성길 정체 시간을 분 단위로 알려 주고, 동네 미용실은 연휴 전날까지 예약이 꽉 찬다. 사무실에서는 ‘내일 봬요’ 대신 ‘연휴 잘 보내세요’가 오간다. 한국 드라마에서 갑자기 모든 등장인물이 **한복 (hanbok)**을 입고 큰절을 하는 회차가 나온다면, 그 회차의 배경은 십중팔구 설날이다.
중요한 건 설날이 단순히 ‘한 해의 첫날’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 단어 안에는 이동이 들어 있다. 서울에 사는 사람이 부산으로, 대구로, 광주로 내려간다. 평소 일 년에 한 번 볼까 말까 한 친척들이 한 방에 모여 앉는다. 그래서 감정의 온도도 한 겹이 아니다 — 반가움과 피로가 같이 온다. 한국 사람에게 ‘설날 어떻게 보냈어요?‘라고 물으면 대답이 길어지는 이유가 여기 있다. 음식 이야기, 교통 이야기, 그리고 결혼은 언제 하냐고 물어본 친척 이야기까지 나온다.
영어 자막에서는 Lunar New Year, Korean New Year, 혹은 그냥 Seollal로 옮긴다. 중국·베트남의 음력설과 같은 날이지만 지내는 방식은 완전히 다르므로, 요즘은 소리 나는 대로 Seollal이라고 쓰는 경우가 늘고 있다.
국립국어원 사전으로 확인하기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은 설날을 이렇게 풀이한다.
한국의 명절의 하나. 음력 1월 1일로 아침에 가족과 친척들이 모여 차례를 지내고 어른들께 세배를 올린다. 떡국을 먹고 윷놀이, 널뛰기, 연날리기 같은 민속놀이를 즐기기도 한다. —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 (krdict.korean.go.kr)
뜻풀이 한 문단에 이 명절의 순서가 그대로 들어 있다는 점을 눈여겨보자. 아침에 모인다 → **차례 (charye)**를 지낸다 → **세배 (sebae)**를 올린다 → **떡국 (tteokguk)**을 먹는다 → 논다. 실제 설날 아침도 대체로 이 순서대로 흘러간다.
같은 사전의 다국어 뜻풀이도 함께 보면 각 언어권에서 이 명절을 어떻게 이해하는지가 보인다.
[en] Seollal; Lunar New Year — One of the national holidays in Korea; on the first day of the year by the lunar calendar, families and relatives gather to hold an ancestral ritual called Charye, and the young perform Sebae, a traditional Korean bow, to their elders; people have tteokguk, sliced rice cake soup, and enjoy folk games such as yunnori, a traditional Korean family board game, as well as neolttwigi, riding a standing see-saw, and yeonnalligi, kiteflying. —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 (krdict.korean.go.kr)
[ja] ソルラル。きゅうしょうがつ【旧正月】 — 韓国の伝統的な節日の一。陰暦1月1日で、当日の朝には家族や親戚が集まって先祖を敬う儀式を執り行い、年長者に対して新年のあいさつを行う。日本の雑煮に当たる「トックク」を食べ、ユンノリ、ノルトゥィギ、凧揚げのような民俗遊戯を楽しんだりする。 —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 (krdict.korean.go.kr)
[es] Seollal, Día del Año Nuevo, el primero de enero, el primer día del año — Uno de los festivos en Corea. El 1 de enero en el calendario lunar, las familias y los parientes se reúnen para llevar a cabo un ritual ancestral llamado charye y los jóvenes se inclinan ante los mayores para mostrarles respeto. Todas las personas toman sopa de tajaditas de arroz y se divierten elevando cometas y con juegos como el balancín coreano o el yunnori, un juego de mesa tradicional para la familia. —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 (krdict.korean.go.kr)
[zh] 春节 — 韩国的节日之一。日期为农历1月1日,这天早晨家人、亲戚聚在一起举行祭祀,给长辈拜年。还吃年糕汤、玩掷柶游戏、跳跳板、放风筝等民俗游戏。 —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 (krdict.korean.go.kr)
일본어판이 트국을 ‘일본의 조우니에 해당하는 음식’이라고 설명하고, 중국어판이 아예 ‘춘절’이라는 자기네 말로 옮긴 점이 재미있다. 사전은 늘 읽는 사람의 자리에서 번역한다.
포르투갈어 번역은 이 사전에 실려 있지 않다. 그래서 아래 문장은 사전 인용이 아니라 우리가 직접 옮긴 것임을 밝혀 둔다 — Seollal, o Ano Novo Lunar coreano: um dos maiores feriados da Coreia, no primeiro dia do primeiro mês lunar, quando a família se reúne, realiza o ritual ancestral charye, os mais novos fazem a reverência sebae aos mais velhos e todos comem tteokguk.
이번에는 사전에 실린 실제 사용 예문을 그대로 보자.
한국에서는 설날에 가래떡으로 떡국을 끓여 먹는다. —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 (krdict.korean.go.kr)
설날 음식을 한 문장으로 설명하는 가장 기본적인 문장이다. 외국인 친구에게 이 명절을 소개할 때 이 문장 하나면 충분하다. ‘가래떡’은 길고 하얀 원통형 떡이고, 그걸 어슷하게 썰어 국에 넣으면 떡국이 된다.
우리는 설날에 차례를 지내면서 조상님께 집안의 가호를 빌었다. —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 (krdict.korean.go.kr)
차례는 조상에게 올리는 아침 제사다. 여기서 ‘빌었다’라는 동사가 중요하다. 설날은 축하하는 날이라기보다 비는 날 — 한 해의 안녕을 청하는 날에 가깝다. 뒤에 나올 ‘이렇게 쓰면 어색합니다’와 바로 이어지는 대목이다.
설날 아침에 우리 가족은 한복으로 옷을 갈아입고 할아버지 댁에 갔다. —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 (krdict.korean.go.kr)
요즘 도시에서는 한복까지 갖춰 입는 집이 많지 않지만, 아이들에게만은 색동 한복을 입히는 집이 여전히 있다. 그리고 ‘할아버지 댁에 갔다’ — 설날의 방향은 언제나 손아랫사람이 손윗사람 쪽으로 움직인다.
설날 연휴라서 개업을 하고 있는 상점을 찾기가 어려웠다. —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 (krdict.korean.go.kr)
한국에 여행 오는 사람이 가장 크게 당황하는 지점이다. 연휴 당일에는 동네 식당도, 병원도, 작은 가게도 문을 닫는다. 대형 마트와 백화점도 설날 당일은 대부분 휴무다. 편의점과 일부 프랜차이즈만 살아 있다.
예전에는 설날이 되면 마을의 어르신들을 찾아뵙는 어른 공경 문화가 있었다. —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 (krdict.korean.go.kr)
‘예전에는’이라는 말이 붙은 데 주목하자. 집안 어른뿐 아니라 동네 어른들까지 차례로 찾아다니며 세배하던 풍습은 많이 옅어졌다. 사전 예문 하나에도 시간의 흐름이 들어 있다.
실제 대화로 보기
상황: 설날 아침. 세배를 마치고 온 가족이 떡국 상 앞에 둘러앉았다. 에밀리는 준경네 집에 명절 손님으로 왔다.
준경: 에밀리, 얼른 앉아. 설날 아침엔 떡국부터야. 다 불겠다. Emily, sit down quick. On Seollal morning, tteokguk comes first. It’s going to get soggy.
에밀리: 응, 가! 나 한국에서 설날 쇠는 거 올해로 열다섯 번째다? Coming! You know this is my fifteenth Seollal in Korea?
준경: 야, 그럼 떡국 열다섯 그릇 먹은 거네. 너 우리보다 나이 많은 거 아니야? Whoa, that’s fifteen bowls of tteokguk. Doesn’t that make you older than us?
에밀리: 그 계산 진짜 억지야. 근데 이거 한 숟갈 뜨면 새해가 시작된 느낌 나긴 해. That math is a real stretch. But honestly, one spoonful of this and the new year finally feels like it started.
준경: 우리 할머니가 그러셨어. 떡국 국물이 뽀얘야 한 해가 깨끗하게 시작된다고. My grandmother used to say the broth has to be pale and clear so the year starts clean.
에밀리: 아, 그래서 어머님이 아까 고명을 그렇게 조심조심 올리셨구나. Ah, so that’s why your mom was laying the garnish on so carefully earlier.
여기서 챙겨 갈 표현이 하나 더 있다. 설을 쇠다 (seoreul soeda) — ‘명절을 지내다, 보내다’라는 뜻의 오래된 동사다. ‘설날을 보내다’라고 해도 틀리지 않지만, ‘설을 쇠다’라고 하면 한국어를 오래 쓴 사람처럼 들린다. 추석에도 똑같이 쓴다. 추석을 쇠다.
이렇게 쓰면 어색합니다
✗ (양력 1월 1일 아침, 한국인 동료에게) 오늘 설날이네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양력 1월 1일 아침) 오늘 신정이네요. 설날은 다음 달이죠? → 한국어에서 ‘설날’은 오직 음력 1월 1일만 가리킨다. 양력 1월 1일은 신정 (sinjeong) 또는 그냥 ‘새해 첫날’이다. 1월 1일에 설날이라고 하면 상대가 잠깐 멈칫하며 달력을 확인한다.
✗ (세배를 드리며) 할아버지, 설날 축하드려요! ✓ (세배를 드리며) 할아버지,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Happy New Year를 그대로 옮기면 나오는 실수다. 한국의 설날은 축하하는 날이 아니라 복을 비는 날이라서, 어른 앞에서 ‘축하’라는 말을 꺼내면 자리가 어긋난다. 세배할 때의 정답은 언제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saehae bok mani badeuseyo) 하나다.
상황별 활용 예문
1. 연휴 계획을 묻는 동료에게
이번 설날에는 큰집에 안 가고 그냥 집에서 쉬려고요. (ibeon seollareneun keunjibe an gago geunyang jibeseo swiryeogoyo)
‘큰집’은 아버지 쪽 맏이 집안을 말한다. 차례를 지내는 집이 보통 큰집이라서, 설날 이야기에는 이 단어가 자연스럽게 따라 나온다. 요즘은 이렇게 명절에 여행을 가거나 집에서 쉬는 사람도 많아졌고, 그 선택을 말할 때 ‘그냥’이라는 부사가 붙는 게 한국어답다.
2. 연휴 중에 갑자기 아플 때
설날 연휴에 문 여는 병원이 있을까요? (seollal yeonhyue mun yeoneun byeongwoni isseulkkayo)
한국에 사는 외국인에게 실제로 가장 필요한 문장일지도 모른다. 답은 보통 ‘응급실은 열어요’다. 이 문장의 ‘문 열다’는 가게나 병원이 영업한다는 뜻으로, 사전 예문에 나온 ‘개업을 하고 있는’보다 일상에서 훨씬 자주 쓴다.
3. 명절이 지난 뒤 친구에게
저 이번 설날에 처음으로 한복 입고 세배했어요. (jeo ibeon seollare cheoeumeuro hanbok ipgo sebaehaesseoyo)
한국인 가족의 명절에 초대받은 외국인이 자주 쓰게 되는 문장이다. ‘세배하다’는 동사로 그대로 쓴다. 참고로 세배는 남자와 여자의 절하는 방식이 조금 다르고, 처음이라면 옆 사람 동작을 따라 하는 게 가장 빠르다.
존댓말·반말과 비슷한 표현
설날은 명절 이름이라서 존댓말과 반말이 따로 있지는 않다. 대신 이 자리를 가리키는 비슷한 말들이 여럿 있고, 그 사이의 온도 차가 꽤 크다.
| 표현 | 온도·강도 | 쓰는 자리 |
|---|---|---|
| 설날 (seollal) | 중립·표준 | 뉴스·공문서·일상 어디서나. 가장 안전한 기본값 |
| 설 (seol) | 짧고 편함 | 구어. ‘설 쇠러 간다’, ‘설 연휴’처럼 붙여 쓴다 |
| 구정 (gujeong) | 오래된 말투, 어감에 논란 | 나이 든 세대·일부 언론. 공식 명칭으로는 쓰지 않는다 |
| 신정 (sinjeong) | 중립 | 양력 1월 1일을 가리킬 때만. 설날과 반대말처럼 짝을 이룬다 |
| 새해 (saehae) | 넓고 포괄적 | 음력·양력을 가리지 않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 명절 (myeongjeol) | 상위 개념 | 설날과 추석을 아울러 부를 때 |
표에서 하나만 기억한다면 ‘구정’이다. 뜻은 통하지만, 공식 자리나 글에서는 ‘설날’을 쓰는 것이 지금의 기준이다. 이유는 아래 문화 배경에 있다.
문화 배경 — 떡국 한 그릇의 무게
설날 아침의 순서는 대체로 정해져 있다. 차례를 지내고, 어른들께 세배를 올리고, 세배를 받은 어른은 덕담과 함께 **세뱃돈 (sebaetdon)**을 준다. 아이들이 일 년 중 가장 부유해지는 아침이다. 그다음이 떡국이다.
떡국에는 오래된 셈법이 붙어 있다. 이 국을 한 그릇 먹어야 나이를 한 살 더 먹는다는 것. 그래서 한국 아이들은 설날 아침에 ‘나 두 그릇 먹을래’라고 떼를 쓰고, 어른들은 ‘떡국 몇 그릇 먹었니’라는 말로 나이를 에둘러 묻는다. 앞의 대화에서 준경이 에밀리에게 던진 농담이 정확히 이 셈법이다. 참고로 2023년부터 한국의 공식 나이 계산은 만 나이로 통일됐지만, 이 표현만은 여전히 살아서 명절 밥상 위를 돌아다닌다.
떡국을 왜 흰 떡으로 끓이는지에 대해서도 흔히 이렇게 설명한다 — 흰색은 한 해를 깨끗하게 시작한다는 뜻이고, 길게 뽑은 가래떡은 장수를, 동그랗게 썬 떡 모양은 옛날 엽전을 닮아 재물을 뜻한다고. 음식 하나에 소원 세 개를 얹은 셈이다.
이름에 얽힌 사연도 있다. 20세기 한동안 한국에서는 양력설을 앞세우고 음력설을 ‘구정(옛 설)‘이라 부르며 뒤로 밀어 두던 시기가 있었다. 그러다 1985년에 ‘민속의 날’이라는 이름으로 공휴일이 되었고, 1989년에 이르러 ‘설날’이라는 본래 이름과 사흘 연휴를 되찾았다. 지금 달력에 찍힌 ‘설날’ 세 글자는 그렇게 돌아온 이름이다. 한편 ‘설’이라는 말 자체의 어원은 여러 갈래로 설명되지만 어느 하나로 정해진 정설은 없다 — 여기서는 그럴듯한 이야기를 고르지 않고 그냥 비워 두겠다.
설 전날인 섣달그믐을 **까치설날 (kkachi seollal)**이라고도 부른다. 1920년대 동요 〈설날〉(윤극영) 덕분에 이 말은 한국 아이들에게까지 익숙해졌다. 어제가 까치의 설날이고 오늘이 우리 설날이라는 식으로, 명절 전날의 들뜬 기분을 새 이름으로 따로 불러 준 셈이다.
드라마에서 설날은 늘 갈등이 터지는 회차이기도 하다. 《응답하라 1988》에는 명절 음식을 골목 이웃들과 접시째 주고받는 장면이 나오는데, 대사보다 그 오가는 접시가 더 많은 말을 한다. 명절 장면의 문법은 대체로 이렇다. 부엌에서 일하는 사람과 거실에 앉아 있는 사람이 나뉘고, 그 불균형이 조용히 쌓이다가 누군가 한마디를 던진다. 요즘 한국에서 ‘명절 증후군’이라는 말이 널리 쓰이는 배경이다. 그러니 한국인 친구에게 설날 이야기를 꺼낼 때는, 즐거웠냐고 단정해서 묻기보다 어떻게 보냈냐고 열어 두고 묻는 편이 낫다.
오늘의 퀴즈
에밀리가 준경의 할아버지께 세배를 드리는 자리다. 빈칸에 들어갈 말로 가장 자연스러운 것은?
에밀리: 할아버지, ____________.
① 설날 축하드려요! ②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③ 오늘 구정이시네요.
정답은 ②다. ①은 Happy New Year의 직역인데, 설날은 축하하는 날이 아니라 복을 비는 날이라 세배 자리에서 어긋난다. ③은 ‘구정’이라는 낡은 말도 문제지만 문장 자체가 인사가 아니다. 세배할 때 어른께 드리는 말은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하나로 외워 두면 평생 쓴다.
이 글의 단어 뜻풀이와 예문은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krdict.korean.go.kr)에서 가져왔으며, 해당 부분(번역 포함)은 CC BY-SA 2.0 KR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배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