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돈 (sadon) — 결혼식장에서 가장 조심스러운 한마디
사돈
**사돈 (sadon)**은 혼인한 두 집안의 부모들 사이, 또는 그 부모들이 서로 상대편을 부르거나 이르는 말이라는 뜻이다. 한국 결혼식장에 가 보면 신랑 아버지와 신부 아버지가 서로를 이름도, 직함도 아닌 이 한 단어로 부르는 장면을 볼 수 있다. “사돈, 이쪽으로 앉으시지요.” 목소리는 낮고, 허리는 조금 굽어 있고, 말끝은 유난히 정중하다. 한국어를 몇 년 배운 학습자도 이 장면에서 한 번은 멈칫한다. 저 사람들, 오늘 처음 본 사이인가? 아니면 원래 아는 사이인가? 왜 저렇게까지 조심할까?
답은 **사돈 (sadon)**이라는 말 안에 다 들어 있다. 이 말은 친척을 가리키는 다른 말들과 결이 다르다. 이모 (imo), 삼촌 (samchon), 할머니 (halmeoni)는 피로 이어진 사람을 부르는 말이고, 그래서 반가움과 편안함이 기본 온도다. 그런데 사돈은 피가 아니라 혼인으로 이어진 사이다. 내 아들이 저 집 딸과 결혼했기 때문에, 오늘부터 갑자기 가족이 된 어른. 가깝긴 한데 남이고, 남이긴 한데 평생 봐야 하는 사이. 이 애매한 거리가 한국어에서 가장 정중한 말투를 불러온다. 사돈끼리는 나이가 열 살 차이가 나도 서로 존댓말을 쓰고, 반말은 거의 평생 트지 않는다.
그래서 사돈은 단어 하나지만 사실상 하나의 태도다. “우리는 이제 가족입니다. 그러니 더 예의를 지키겠습니다.” 서양의 in-law가 관계의 사실을 가리킨다면, 한국의 사돈은 관계에 딸린 예절까지 함께 가리킨다.
국립국어원 사전으로 확인하기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은 이 말을 두 가지 뜻으로 나눠 싣고 있다.
사돈 「명사」
- 혼인한 두 집안의 부모들 사이. 또는 혼인한 두 집안의 부모들이 서로 상대편을 부르거나 이르는 말.
- [영어] son-in-law’s parents; daughter-in-law’s parents — The word that means the relation between the parents of the two marrying families, or the word that is used by the parents of either of the two marrying families to mean or address the parents of the other family.
- [일본어] あいやけ【相舅】 — 婚姻した両家の親の間柄。または、婚姻した両家の親が互いに相手方を呼んだり指したりする時に使う言葉。
- [스페인어] consuegro — Relación entre los padres de dos familias casadas. O palabra que se dice o llama a la otra parte entre los padres de dos familias casadas.
- [중국어] 亲家 — 结成婚姻的两家父母之间的关系;或用于他们互相称呼或指称对方。 —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 (krdict.korean.go.kr)
사돈 「명사」 2. 혼인으로 맺어진 관계. 또는 그런 관계의 사람.
- [영어] a relation by marriage; in-law — A relation by marriage, or a person in such a relation.
- [일본어] いんせき【姻戚】 — 婚姻によって結ばれた関係。また、その関係の人。
- [스페인어] pariente político — Relación ligada por matrimonio. O persona en una relación así.
- [중국어] 姻亲 — 因婚姻结成的关系;或指具有那种关系的人。 —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 (krdict.korean.go.kr)
※ 위 사전에는 포르투갈어 번역이 실려 있지 않다. 참고용으로 옮기면 1번 뜻은 consogro / consogra, 2번 뜻은 parente por afinidade 정도가 되는데, 이는 사전 수록 내용이 아니라 이 글에서 붙인 자체 번역임을 밝혀 둔다.
1번이 좁은 뜻(양가 부모 사이), 2번이 넓은 뜻(혼인으로 엮인 사람 전반)이다. 일상 대화에서 “사돈” 하고 부르는 호칭은 1번이고, “우리 사돈 쪽 식구들”처럼 뭉뚱그려 말할 때는 2번이다.
사전이 함께 보여 주는 실제 사용 예문은 모두 파생어 **겹사돈 (gyeopsadon)**을 다룬다. 한 집안과 다른 한 집안이 두 번 혼인해 사돈 관계가 겹치는 경우다.
- 겹사돈
- 겹사돈이 성사되다.
- 겹사돈이 되다.
- 겹사돈을 맺다.
- 겹사돈을 반대하다. —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 (krdict.korean.go.kr)
짧은 네 예문이 겹사돈의 한살이를 보여 준다. 이야기가 오가고(성사되다), 관계가 성립하고(되다·맺다), 누군가는 반대한다(반대하다). 마지막 “반대하다”가 특히 한국적인데, 겹사돈은 오랫동안 “집안끼리 너무 얽힌다”는 이유로 어른들이 꺼리던 일이었기 때문이다.
- 정부는 가족법의 개정으로 겹사돈을 맺는 것이 문제없다고 밝혔다. —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 (krdict.korean.go.kr)
법과 제도가 관계의 이름을 정리해 준 상황이다. 뉴스 기사체 문장이라 “밝혔다”로 끝난다.
- 남동생이 처제와 결혼하고 싶다니 겹사돈이 이루어질 것 같다. —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 (krdict.korean.go.kr)
내 남동생이 아내의 여동생과 결혼하려는 상황. 이러면 우리 집과 처가는 두 번 사돈이 된다. 겹사돈이 실제로 어떻게 생기는지를 한 문장으로 보여 주는 예문이다.
- 어머, 그럼 너희 겹사돈이 되는 거니? —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 (krdict.korean.go.kr)
앞의 두 문장과 달리 완전한 구어체다. “어머”라는 감탄사와 “-니?” 어미에서, 손윗사람이 놀라며 되묻는 장면이 그대로 그려진다.
실제 대화로 보기
상황: 준경의 여동생 결혼식 피로연장. 뷔페 접시를 들고 구석 테이블에 앉았다.
준경: 아까 우리 아빠 옆에 계속 서 계시던 분, 누군지 알겠어? Do you know who that man was, standing next to my dad the whole time?
에밀리: 신랑 아버님이지? 두 분이 계속 “사돈, 사돈” 하시더라. The groom’s father, right? The two of them kept calling each other “sadon.”
준경: 어, 오늘부터 사돈이지. 우리 아빠 저렇게 말 조심하는 거 나도 처음 봐. Yeah, as of today they’re sadon. I’ve never seen my dad watch his words like that either.
에밀리: 난 처음 들었을 때 그게 이름인 줄 알았잖아. 근데 어머님들끼리는 다르게 부르시던데? The first time I heard it I thought it was a name. But the mothers were calling each other something else?
준경: 아, 그건 사부인. 안사돈끼리는 그렇게 불러. 저기 신랑 누나는 나한테 사돈이 되는 거고. Ah, that’s “sabuin.” That’s what the mothers use. And the groom’s older sister — she’s my sadon now.
에밀리: 헐, 나 아까 그분한테 반말했는데. 나 큰일 난 거야? Whoa, I spoke casually to her earlier. Am I in trouble?
이렇게 쓰면 어색합니다
✗ (남편의 어머니께) 사돈, 안녕하세요. ✓ (남편의 어머니께) 어머님, 안녕하세요. → 학습자가 가장 많이 하는 착각이다. 영어 in-law를 그대로 옮겨 배우자의 부모를 사돈이라 부르는 경우인데, 사돈은 나와 배우자 부모 사이가 아니라 우리 부모와 배우자 부모 사이다. 내 시어머니·장모님은 사돈이 아니라 어머님이다.
✗ (부장님께) 부장님, 그거야말로 사돈 남 말 하시는 거죠. ✓ (친구에게) 야, 너야말로 사돈 남 말 한다. → “사돈 남 말 한다”는 자기도 똑같으면서 남을 탓하는 사람을 콕 집어 놀리는 속담이다. 또래끼리면 웃고 넘어가지만 손윗사람에게는 정면으로 무례해진다. 윗사람에게는 아예 쓰지 않는 편이 안전하다.
상황별 활용 예문
1) 결혼을 앞두고 양가가 처음 만나는 자리(상견례)에서
- 사돈어른, 먼 길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Sadon-eoreun, meon gil osineura gosaeng manseusseumnida. — 사돈 어른, 먼 길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상견례 (sanggyeollye)는 결혼 전에 양가 부모가 정식으로 만나 인사하는 자리다. 아직 결혼식은 안 했지만 이 자리에서부터 서로를 사돈으로 대한다. **사돈어른 (sadon-eoreun)**은 여기에 존대를 더 얹은 호칭으로, 상대가 나보다 나이가 많거나 특별히 예를 갖출 때 쓴다.
2) 명절에 가족끼리 이야기할 때
- 이번 추석엔 사돈댁에 과일이라도 한 상자 보내야겠다. (Ibeon Chuseogen sadondaege gwail-irado han sangja bonaeyagetda.)
사돈댁 (sadondaek)은 사돈의 집, 곧 상대 집안을 높여 이르는 말이다. 명절마다 양가가 선물을 주고받는 것이 오랜 관행이라, 이 문장은 한국 가정에서 해마다 실제로 오간다.
3) 관계를 설명할 때(2번 뜻)
- 그 사람이랑 나랑은 사돈의 팔촌쯤 되는 사이야. (Geu saramirang narang-eun sadonui palchonjjeum doeneun saiya.)
**사돈의 팔촌 (sadonui palchon)**은 “따지고 보면 연결은 되는데 사실상 남”이라는 뜻의 관용 표현이다. 실제 촌수를 계산하라는 말이 아니라, 아주 먼 관계를 농담처럼 부풀린 말이다.
존댓말·반말과 비슷한 표현
사돈 관계에서는 반말이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사돈끼리는 나이 차이와 상관없이 서로 존댓말을 쓰는 것이 기본이고, 몇십 년을 봐도 말을 트지 않는 경우가 흔하다. 그래서 이 단어군은 반말/존댓말이 아니라 누구를 가리키느냐로 갈린다.
| 표현 | 온도·강도 | 쓰는 자리 |
|---|---|---|
| 사돈 (sadon) | 정중한 기본형 | 양가 부모가 서로 부를 때. 같은 항렬의 상대 집안 사람에게도 |
| 사부인 (sabuin) | 정중·여성 상대 | 안사돈이 상대편 안사돈(어머니)을 부를 때 |
| 바깥사돈 (bakkatsadon) / 안사돈 (ansadon) | 설명하는 말투 | 남자 사돈·여자 사돈을 남에게 구별해 이를 때. 면전 호칭으로는 잘 안 씀 |
| 사돈어른 (sadon-eoreun) | 가장 높임 | 상대가 손윗사람이거나 격식을 최대로 차릴 때 |
| 사돈총각 (sadon-chonggak) / 사돈처녀 (sadon-cheonyeo) | 정중하지만 부드러움 | 상대 집안의 미혼 젊은이를 부를 때 |
| 인척 (incheok) | 중립·문서체 | 법률·서류에서 혼인으로 맺어진 친족을 통틀어 이를 때 |
정리하면 이렇다. 부를 때는 사돈·사부인·사돈어른, 남에게 설명할 때는 바깥사돈·안사돈, 서류에 쓸 때는 인척.
문화 배경 — 가까울수록 멀리 두는 사이
한국에는 “사돈집과 뒷간은 멀수록 좋다”는 옛말이 있다. 사이가 나쁘라는 뜻이 아니라, 너무 가까이 붙어 있으면 사소한 일로 서로 불편해지기 쉬우니 적당한 거리를 두라는 생활의 지혜다. 사돈 관계의 성격이 이 한 줄에 다 들어 있다 — 예의는 최대로, 거리는 적당히.
어원은 확실치 않다. 한자로 査頓이라 적기도 하지만 글자 뜻으로는 풀리지 않아, 소리만 빌려 적은 표기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표기를 두고 전해 내려오는 옛이야기도 있는데, 어디까지나 나중에 붙은 이야기로 본다. 확실한 것은 이 말이 아주 오래전부터 쓰여 왔다는 사실뿐이다.
한국 드라마에서 사돈이 등장하는 장면은 대부분 긴장의 순간이다. 상견례 테이블에서 양가 어머니가 웃으며 인사하지만 말끝마다 서로를 재는 장면, 결혼식 뒤 처음으로 두 집안이 밥을 먹는 장면, 부부 싸움이 커져 결국 양가 부모가 마주 앉는 장면. 대사를 알아듣지 못해도 화면만 보면 안다 — 유난히 허리를 굽히고, 유난히 존댓말이 길어지고, 유난히 웃음이 조심스럽다. 그 온도가 바로 사돈이다.
요즘은 많이 달라졌다. 카카오톡으로 사돈끼리 사진을 주고받고, 함께 여행을 가는 집도 있다. 그래도 호칭만은 좀처럼 안 바뀐다. 십 년을 알고 지내도 여전히 “사돈”이고 여전히 존댓말이다. 한국어에서 이 단어는 관계의 이름인 동시에, 지켜야 할 선의 이름이기 때문이다.
앞의 대화에서 에밀리가 놀란 것도 그래서다. 결혼식 하객으로서 편하게 인사한 그 사람이, 준경에게는 평생 말을 놓지 못할 상대가 된다. 같은 자리에 있어도 관계에 따라 말의 높이가 달라지는 것 — 한국어를 배우는 사람이 가장 늦게, 그러나 가장 확실하게 배우게 되는 감각이다.
오늘의 퀴즈
다음 세 사람 중 사돈을 바르게 쓴 사람은 누구일까요?
- 지훈: 결혼식 다음 날, 아내의 어머니께 전화해 “사돈, 잘 들어가셨어요?”
- 민아: 아들 결혼식에서 신부 어머니께 “사부인, 오늘 정말 고생 많으셨어요.”
- 톰: 자기 형과 형수를 소개하며 “이쪽이 제 사돈들이에요.”
정답 보기
정답: 2번 민아
민아와 신부 어머니는 자녀들의 혼인으로 맺어진 양가 어머니, 곧 안사돈끼리다. 이때 서로를 부르는 말이 **사부인 (sabuin)**이니 정확한 쓰임이다.
1번 지훈은 아내의 어머니, 즉 장모님을 사돈이라 불렀다. 사돈은 지훈의 부모와 아내의 부모 사이를 가리키는 말이므로, 지훈은 “장모님” 또는 “어머님”이라고 해야 한다.
3번 톰은 형과 형수를 사돈이라 했다. 형은 피로 이어진 형제이고, 형수는 형의 배우자다. 둘 다 사돈이 아니다.
이 글의 단어 뜻풀이와 예문은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krdict.korean.go.kr)에서 가져왔으며, 해당 부분(번역 포함)은 CC BY-SA 2.0 KR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배포됩니다.